정토 행자로 소임을 맡다보면 개인적인 건강상의 이유로 소임을 잠시 내려 놓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번 정관법당 소식은 자원활동 소임을 대신 맡게 된 황성미 님의 인터뷰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또 어떤 깨달음으로 잘 이겨내고 있는지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쉼으로 또 다른 수행거리가 생기다

Q. 정관법당은 어떤 인연으로 오게 되었는지요?

지인의 소개로 해운대법당과 동래법당에 수행법회를 몇 번 갔었습니다. 한동안 잊어버리고 있다가 아이의 진로문제를 한 참 고민하던 중 혼자 생각만 하지 말고 근본적으로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나를 돌아보고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공부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정관법당의 불교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Q. 현재 어떤 소임을 맡고 있고 어떤 계기로 맡게 되었나요?

현재 자원활동 담당이 건강상의 이유로 공백이 생겨 이를 대행하는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원래는 저녁반 수행법회 담당 소임을 맡고 있었어요. 일을 그만두면서 저녁에 가족들을 두고 자꾸 나오는 것이 마음에 걸렸던 중에 주례회의 시간에 부총무님이 자원활동 담당을 하셨던 분이 아프셔서 대행할 사람이 필요한데 소임자가 없다고 말씀하셨죠. 잠깐 머릿속에 스치듯 ‘그일 진짜 많아 보이던데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활동가가 부족한 저녁반이라 책임팀장님 눈치가 살짝 보였지만 주간으로 옮겨 한번 해보겠다고 마음먹고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부처님 오신날 차바라지 봉사를 하고 있는 황성미 님
▲ 부처님 오신날 차바라지 봉사를 하고 있는 황성미 님

대타 소임이 나를 깨달아가는 계기가 되다

Q. 소임은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나요?

정토회 활동 외에도 내가 사는 지역에 행복한 마을공동체를 만들고 싶어 복합 문화공간 마을카페를 지역주민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뭘 잘 알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단순하게 마을에서 함께 배우고 나누고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준비모임부터 참여하게 되었는데 어쩌다 대표를 맡게 되었습니다. 이것도 다 부처님 법을 만난 인연 같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절대 못 한다고 끝까지 거절했을 텐데 하기 싫은 것을 할 자유, 하고 싶은 것을 안 할 자유, 저는 이미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인이었습니다. 하룻밤 끙끙거리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었잖아’하고 나의 부족함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이기로 마음을 내었습니다.

예상대로 자원활동 소임은 일이 많았습니다. 천일결사, 모둠공지, 정회원관리, 통일의병 등 일이 많다기보다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해야 맞을 것 같습니다. 수시로 텔레그램과 밴드를 통해 공유해야 할 내용이 내려와서 핸드폰에 늘 관심을 두고 있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일을 하기도 전에 피로도가 높아지곤 했습니다. 게다가 처음 하는 일이라 새로 배우고 익혀야 되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예전엔 컴퓨터를 좀 다룰 줄 아는 사람이었는데 결혼 후 15년이 지나고 나니 정말 바보가 된 것 같이 어렵고 자존감이 낮아져 우울할 때도 있었습니다.

두북 어르신 사찰순례 봄나들이에서 어르신들과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는 모습▲ 두북 어르신 사찰순례 봄나들이에서 어르신들과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는 모습

소임을 맡자마자 백악관 청원서명과 천일결사 9-5차를 치르고 지금은 숨 고르기를 하고 있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 법당에 나온 원래 담당도반에게 얼른 나아서 나랑 반반 나누어 하자고, 힘들다고 투정을 부렸습니다. 도반은 저에게 웃으며 ”잘하고 있더구만“ 합니다. 그 말을 듣고 싶었나 봅니다. 결국 아픈 도반에게서 위로를 받았습니다. 어떤 소임이든 스스로 만족할 만큼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일이 더 많아질 때는 스물 스물 가슴이 답답하고 짜증이 올라옴을 느낍니다.

남편은 회사 일하는 본인보다 봉사하는 내가 더 바쁘다고 섭섭함을 표현합니다. 그럴 때면 “당신은 돈 벌고 나는 우리 집 모두를 대표해서 복 짓는 중이에요”라고 말합니다. 때때로 포기하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그냥 매일 기도하며 돌이킵니다. ‘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부족한 나를 인정하자, 즐기며 해보자’ 하며 스스로 위안을 합니다.

두북 어르신 사찰순례 봄나들이에서 율동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 - 가운데
▲ 두북 어르신 사찰순례 봄나들이에서 율동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 - 가운데

그동안은 아침기도를 잘 해내지 못했습니다. 입재식을 다녀오면 늘 새롭게 시작했다가 일주일을 넘기기가 힘들었는데 지금을 2주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9-5차 입재식은 저에게 좀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입재식의 노 도반과 외국인의 수행담은 누구나 부처님 법 만나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해 주었고, 백만 서명을 주제로 한 공연들도 감동이었습니다. 우리가 지난 역사 속 독립 운동가들처럼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스님의 격려 말씀을 들으며 조금이나마 이 속의 나의 역할이 보람되고, 함께 하고 있음이 자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소임을 맡아서 당연히 입재식은 꼭 참석하게 되고 그 힘으로 다시 일어나 기도할 수 있습니다. 기도하니 내가 하고 싶어 벌인 일들을 즐겁게 할 수 있습니다. 경계에 부딪혀도 쉽게 돌이켜집니다. 그러면 또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겠지요. 이것이 진정한 선순환! 불편한 일이 없어 행복한 것이 아니라 불편한 중에 행복을 찾아가는 힘을 얻고 있습니다.

정회원의 날 신규 발심행자 도반들과 함께 - 오른쪽에서 첫 번째▲ 정회원의 날 신규 발심행자 도반들과 함께 - 오른쪽에서 첫 번째

원망하는 나에서 이해하는 나로 바뀌다

Q. 정토회에 오기 전의 나의 모습과 지금의 나의 모습은 어떤지요?

정토회에 오기 전에는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았습니다. 마음대로 안 되면 짜증 내고 화내고 남 탓이라 생각했었습니다. 특히 나의 부족함은 모두 아버지로부터 받은 것이라 여기고 원망이 컸습니다. 어릴 때부터 능력 없고 못 배우고 게다가 성질이 괴팍해서 집안을 온통 공포 분위기로 몰아가는 아버지를 참 많이 미워했었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일부분 이해가 되기는 했지만 미워하는 마음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불교대학을 다니고 <깨달음의장>을 다녀오고 내 불행의 근원인 아버지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어릴 때 아버지를 미워했었던 이야기를 하니 아버지도 그때는 마음조절이 되지 않아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후회하시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도 고생 많이 하고 힘들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니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담담하게 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아버지가 달라졌다는 소식을 어머니로부터 전해 들어 행복합니다. 어린 시절 경제적으로 부족하고 우울했던 그때가 나를 단단하게 만든 담금질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깨달음의 장이 나에게 준 영향력

Q. 그동안의 수업과 수행과정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만한 과정이나 경험이 있다면 무엇이 있나요?

<깨달음의장>, <명상수련>, <인도순례>는 집 떠나 오롯이 나만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 중에도 깨달음의 장에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은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신선함의 몰입이었고 나의 존재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순간의 경험이었습니다. 문경의 새벽별, 자갈, 풀, 바람 모든 것이 나였습니다. 가끔 괴로움의 무게가 견디기 힘들 정도로 무거울 때 고요한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못 이겨 낼 것이 없음을 알게 됩니다.

Q. 앞으로 나만의 수행과제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기도를 단 하루도 빠짐없이 해보고 싶습니다. 딱 한 번 만이라도 해본다는 마음으로 수행과제로 이번 100일을 깨어있겠습니다.

서울 광화문 평화시민대회에서 - 왼쪽▲ 서울 광화문 평화시민대회에서 - 왼쪽

우연히 맡게 된 소임 이야기와 갑작스러운 인터뷰 요청에 마음의 분별심도 들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거절하지 않고 자리이타의 마음으로 가볍게 해보는 자유를 선택하신 황성미 님의 따듯한 마음에 감사드리며 발원하였던 100일간의 기도정진을 무사히 잘 마치길 응원 보냅니다.

글_이태기 희망리포터(해운대정토회 정관법당)
편집_방현주(부산울산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