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만날 도반은 올해 나이 72세의 김원배 님입니다.
정토회를 만난건 72년의 인생 중 2년이지만, 70년 인생동안 부처님의 길을 걷고 있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2년 전 정토회를 만나고 가을경전반에 다니고 있는 김원배 님. 집 가까이 법당이 있지만 경전반이 개설되지 않아 멀리 인천법당으로 수업을 들으러 옵니다. 연세가 있지만 열정만큼은 젊은 사람 못지 않습니다. 법당에서 진행하는 모자이크 붓다 정진, JTS거리모금, 강화법당에서 매달 하는 통일기도, 집전 교육, 법주까지 해주셔서 정토회 행사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하나만 하기도 힘든 활동인데, 김원배 님은 요청하면 흔쾌히 해주십니다.

가운데 김원배 님. 경전반 죽림정사 사찰 중▲ 가운데 김원배 님. 경전반 죽림정사 사찰 중

불교와의 인연

저는 고향인 충남 공주에서 살았는데, 근처에 마곡사라는 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불교와 가깝다고 생각했지만 초파일에 절에 가서 소원을 빌고 오는 게 불교인줄만 알았습니다. 그 당시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불교 교리라는 게 있는지도 모르고, 먹고 사는게 바빠 일만 했습니다. 17살 때 용접일을 시작하여 운전기사 조수 등의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20살에 군대를 갔다와서 무작정 누님이 있는 서울에 올라와 청계산 공업사에서 일했습니다. 외지에서 낯선 땅에 와서 적응하기도 힘들었지만, 돈도 제대로 못받고 고된 일을 하며 서러웠던 적도 참 많았습니다. 한번은 춘천 얼음공장에 갔다오다 차가 고장 났습니다. 얼음이 녹아 차가 꽁꽁 얼었는데 얼마나 추웠는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불교에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된 건 40대에 들어서였습니다. 힘들게 일하고 사는데도 사는게 점점 힘들기만 했습니다. 그러다 어릴 적 절 근처에 살았던 기억이 나서 집 근처 흥륜사라는 절을 혼자 찾아갔습니다. 불교 교리가 궁금해서 일요법회를 듣는데 다 중년들만 있고 남자 혼자 앉아있기 창피해서 두어번 가고 말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집 앞에서 법명사에서 불교 교리학교 기초교리반 수업을 들으며 새벽기도도 3년을 다녔습니다. 절에서 시키는 일도 하고 불법에 의지하려고 했지만, 거기서 배운 법문으로는 제 삶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진 못했습니다. 풀리지 않는 답답함을 안고 일을 하며 사는게 쉽지 않아 술, 담배에 의지했습니다.

70살, 진정한 불교를 만나다

그러던 중 2015년, 우연히 유튜브에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보았습니다. 기존의 불교와는 다르다는 느낌과 법문이 참 좋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던 중 지하철 계단에서 불교대학 전단지를 보았고 바로 입학했습니다. 불교대학 수업을 들으며 정토회에서 배운 불교는 제가 알던 불교와 달랐습니다. 평생 절을 가까이 두고 법문을 들어도 바꾸지 못했던 제 삶이 정토회를 만나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불법이 좋다는 건 알았지만, 불법으로 인해 제가 행복해지거나 제 삶에 적용해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몰랐는데, ‘모든 괴로움이 나로 인한 것이고 내가 문제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바뀌면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합니다.

부처님 말씀에 사람으로 태어나기 어렵고, 불법 만나기 어렵고, 불교 중에서도 정법 만나기 어렵다는데, 그 어려운 인연을 70년 만에 만나서 참 다행입니다. 그동안 살아오며 사람들과의 갈등이나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땐 화가 났었는데, 이제는 모든 문제의 원인이 나에게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기 때문에 화낼 일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래도 화가 날 때면 보왕삼매론의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는 말을 떠올립니다. ‘일이 쉽게 되면 뜻을 경솔한 데 두게 되나니, 여러 겁을 겪어서 일을 성취해야 하느니라’ 라는 말씀을 기억하면 제 경솔한 마음을 경계하게 해주는 어려움에게 감사한 마음도 듭니다. 젊을 땐 아내가 교회 다녀서 종교적인 차이로 갈등이 있었지만, 지금은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사이비종교에 빠지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친구들과 아는 지인들에게도 정토회를 여러번 소개하고 데려오기도 했지만 더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안타깝기도 하지만 불법을 만나는 건 각자 인연이니 조급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집전하는 김원배 님▲ 집전하는 김원배 님

50일 정진의 날 행사에 참석한 김원배 님. 뒷줄에서 맨 오른쪽▲ 50일 정진의 날 행사에 참석한 김원배 님. 뒷줄에서 맨 오른쪽

내 인생을 바꾼 부처님의 말씀, 자등명 법등명

'너희들은 저마다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신을 의지하라. 진리를 등불로 삼고 진리에 의지하라.'

정토회에 와서 저에게 가장 깊이 와닿은 말씀입니다. 힘들 때 불법에 의지하고 부처님 말씀을 가까이 하려고 했지만, 술이나 담배에 의지했습니다. 무엇에라도 의지해야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건 잠시뿐이었고, 똑같은 상황이 오면 다시 괴로웠습니다. 이 괴로움은 어디서 오는지, 왜 괴로운건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나마 부처님 말씀을 들으면 마음이 편해졌지만, 내 문제를 무언가에 의지하려는 마음은 괴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불교대학, 경전반 수업을 들으며 같은 부처님 법인데도 정법 만나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나에게 닥치는 어려움과 그로 인한 나의 괴로움은 모두 나의 업식입니다. 다른 사람에 비해 늦게 정토회를 만났지만, 70년 인생에서 제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건, 나에게 일어나는 어떤 어려움이던 맞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다른 것에 의지하거나 피하면 평생 똑같은 괴로움에 시달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올라오는 내 업식을 피한다고 해서 그것이 없어지지 않으니, 업식을 맞닥뜨렸을 때, ‘옳지, 수행거리구나!’ 하고 맞서야 괴로움을 이겨낼 힘을 키울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업식을 넘어도 또 다른 업식에 괴로워하겠지만, 이 고비를 넘어가다보면 지금보다 업식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남은 인생은 해탈의 길에 주어지는 산들을 넘어갈 일 뿐입니다. 용기있게 넘어가다보면 이 육신이 다할 때 쯤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래서 제 선택에 후회가 없습니다. 비록 힘들고 어렵지만, 그게 가치있다고 믿습니다. 지나온 저의 고통과 그것을 이겨내기 위한 수행정진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저만의 소중한 재산입니다. 그만큼 제가 바라보는 세상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부처님 법 만난 것에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돈, 인기 같은 사람들이 갖고자 하는 것을 많이 갖고 있어도 정법 만나 깨달은 기쁨에 비할 수 없습니다. 금강경에서 갠지스강의 모래알만큼의 갠지스강이 있는데, 그 모든 모래알 수를 합친 수보다 무위의 기쁨이 더 크다고 하셨습니다. 그 한량없는 기쁨을 위해서는 감사한 마음으로 수행 정진할 뿐입니다.

정토회에 와서 부처님 말씀을 통해 세상을 바르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세상에 대해 알지 못해 때로는 세상을 외면하고, 때로는 휩쓸리기도 하지만, 불법은 세속에 있어도 물들지 않고, 세속을 떠나도 그리워하지 않는 행복한 상태로 나아갈 수 있게 해줍니다. ‘어떻게 하면 내 인생이 행복해지느냐’에 대해 배워서 감사하고, 그 길에 함께하는 도반들이 있어 감사합니다. 예전에 절에 다닐 땐 도반님들 사이에만 있기가 불편했는데, 이제는 그게 불편하지 않습니다. 정법 만나 행복하고 쓰일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연령 제한이 있어서 <깨달음의장>이나 인도성지순례, 동북아대장정과 같은 프로그램에 참가하진 못하지만, 정토회에 와서 제 문제를 해결하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강화법당 통일기도, 맨 오른쪽에서 두 번째에 김원배 거사님.▲ 강화법당 통일기도, 맨 오른쪽에서 두 번째에 김원배 거사님.

처음 인터뷰를 제의했을 때 김원배 님은 말주변이 없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정토회를 만나게 된 인연을 말씀하실 때는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반짝이는 눈빛으로 말씀하였습니다. 남들보다 늦게 왔지만 정법 만난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김원배 님. 할 수 있는 때까지 뭐든지 다 하겠다는 김원배 님의 열정은 나이와는 상관이 없었습니다. 취재하는 저와는 40년이 넘는 나이 차이가 나는데도 존댓말로 저를 존중해준 김원배 님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김원배 님께서 나이 제한 때문에 <깨달음의 장>에도 못가고 인도성지순례도 못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72세지만 외부로 기계 수리하며 체력적으로도 힘든 일을 하고 있어서 충분히 하실 수 있을텐데, 나이 제한 때문에 못 간다는 게 속상했습니다. 하지만 김원배 님은, ‘아쉽긴 하지만 불만은 전혀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먼 인천법당까지 와서 이런저런 사소한 요청을 해도 불평하지 않고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이든 마음내주는 모습에서, 그동안 이런 저런 핑계로 정토회 활동에 부담을 느끼던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원배 님으로 인하여, 언제 어디에서나 함께하는 도반이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글_ 조아영 희망리포터 (인천정토회 인천법당)
편집_한명수 (인천경기서부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