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강동법당
해탈의 얼음물을 찾아가는 길

온몸이 끈끈해 짜증 지수가 늘어나는 여름, 강동법당의 봄경전 저녁반은 어떤 이야기들로 채워지고 있을까요? 이번 <정토행자의 하루>는 도반들의 나누기 내용을 실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처음에 어떠한 갈증으로 정토회를 찾았는지, 현재는 또 어떤 갈증들을 각자 가지고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요즘 버스를 타면 에어컨을 꺼달라는 승객의 요청이 들려옵니다. 낮에는 날씨가 무더워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주는 버스 기사님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회사들은 곧 휴가가 시작될 것입니다. 학교는 곧 방학을 맞이하겠지요. 날씨는 덥고, 일은 몰려 왜인지 전보다 예민해지고 주변 사람의 다름을 받아들이기가 힘이 듭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마음공부에 한창인 봄경전 도반들의 나누기, 들어볼까요? 개인의 마음 갈증을 들여다보며 해탈의 얼음물을 찾아가는 도반들의 마음 여정기!

아내에 대한 고마움

봄경전 담당을 맡고 있는 박지훈입니다. 지난주에 외국을 다녀왔다 복귀했습니다. 좋은 기회로 해외연수를 다녀오게 되었는데, 제가 없는 동안 잘 도와주신 도반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법문이 참 재미있었지만 잘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저도 결혼을 하여 아내와 10년째 살고 있는데 바람피우는 일은 없지만 기분이 언짢고 원망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저 사람이 왜 나에게 저렇게 행동할까?'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스님 말씀처럼 저 사람을 선택한 사람은 저이기 때문에, 제가 판단해서 결혼한 것이기에 좋든 나쁘든 제가 책임을 져야 함을 공부하면서 계속 깨우쳐가고 있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려고 하는 부분은, 안 좋은 일이 있고 분별이 날 때 '그것이 더 배울 기회다. 마음을 가다듬고 수행할 수 있는 계기다.’라고 생각하는 것인데요. "내 아들이 보살이고, 내 남편이 보살이다 생각하라"는 스님의 말씀을 흉내 내려 하고 있습니다. 내가 공부해서 약간은 수행자로서 나아졌구나 방심할 때, 한 번씩 정신 차리게 해주는 아내가 있어서 참 고맙다고 느낍니다. 또, 같은 상황도 좋게 해석하는 모습을 계속 보이다 보면 자연스레 아내에게도 좋은 영향이 가지 않을까 하는 원을 세우고 있습니다. 여러분을 다시 봐서 반갑고요, 지금 마음은 편안합니다.

처음의 갈증 : 예전부터 불교에 조금 관심이 있던 차에 정토회란 곳을 알게 되었습니다. 불교에 대해 좀 더 알고 싶고 좀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서 정토회를 찾아왔습니다.

현재의 갈증 : 1년 반 전보다 많이 행복해져서 큰 갈증은 없으나 특정인 (ex 아내), 특정 상황(ex 회사)에서 아직 분별심이 남아 있어서 꾸준한 수행을 통해 극복해 가고 싶습니다.

하나둘 자리를 채우는 도반들(왼쪽부터 김효영 님, 정복남 님, 박지훈 님)
▲ 하나둘 자리를 채우는 도반들(왼쪽부터 김효영 님, 정복남 님, 박지훈 님)

나도 너도 모두 그물의 한 코, 남에게 벽으로 대하지 말자

부담당을 맡고 있는 김효영입니다. 지난주에 담당이 없어서 수업 진행이 좀 어려웠습니다. 도반들과 사회, 영상을 주고받으며 진행하는 도중 손발이 안 맞는 순간들이 생겼습니다. 평소에 영상을 연습해두어 빈자리가 났을 때 적절히 채울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오늘 말씀 중에는 많이 졸았습니다. 그중에서 그물의 한 코로 살아가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에 대해 말씀하신 부분이 생각납니다. '넌 한 포기 풀이다' 할 때는 나 자신의 소중함에 대해서만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물을 이야기하실 때, 내가 없으면 하나의 그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익숙하였으나, 또 다른 부분들도 다 하나의 코로 존재한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지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다 같이 있어 행복한 것이며, 또 내가 없으면 하나의 그물을 이룰 수 없구나 하는 부분에 대해 많이 생각했습니다.
스님이 창과 벽에 대해 말씀하실 때, 누군가 때렸을 때 벽으로 막으면 둘 다 많이 다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의 경우 그동안 남편에게 벽으로 막으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일 년 동안 기도를 하면서 남편에 대해서는 벽으로 방어하는 어리석은 부분은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아이들에게는 그것이 잘 안 된다고 느껴집니다. 제가 만든 음식을 아이들이 싫어할 때, '음식 할 때 너희가 싫은 것은 안 넣어 보겠다.' 하고 받아주면 되는데 '그것도 안 먹으면 어떻게 해' 하고 받아치니 싸움이 더 커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내가 받으면 나도 편하고 아이들도 편해질 수 있으니, 앞으로는 벽으로 받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처음의 갈증 : 원활하게 소통되고 편안한 분위기의 가정을 원했지만 쉽게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이런저런 다양한 노력을 하다가 선배 도반으로부터 정토회를 다니며 마음공부를 해 나가는 과정을 듣고 여기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거 같아 시작하였습니다.

현재의 갈증 : 나의 업식을 수행 과정을 통해 하나씩 하나씩 알게 되었고, 지금은 이 업식들이 수행을 통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는 일상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교실 밖 풍경(왼쪽부터 박지훈 님, 정복남 님)
▲ 교실 밖 풍경(왼쪽부터 박지훈 님, 정복남 님)

자식을 통해 나를 돌아보다

천일 결사, 회계 담당을 맡고 있는 정복남입니다. 경전반 출석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불교대학 시절에는 금요일이 수업이라 마음이 편해서 법문듣기 좋았는데, 월요일 시작에 경전반을 하게 되고 나서는 앞에 개인 일정이 있다 보니 조금씩 늦게 되고 힘이 들긴 합니다. 그러나 결석을 하지 말자고 마음먹은 이후 지금껏 지난주 한 번 결석하였습니다. 경전반의 금강경 수업이 불교대학의 진수라고 하는데 재밌기도 하지만 어렵기도 한 것 같습니다. 오늘 법문은 가족관계에서 남편, 자식과의 관계, 현실적인 부부 관계에 대한 말씀을 해주셔서 졸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특히 자식과의 관계가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저에게는 숙제입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법문을 통해, 공부를 통해 고민하고 있는데 아직도 명확하게 해결이 안 되고 있습니다. 오늘 스님의 말씀이 그 부분이더라고요. 자식을 거울로 삼아 내가 부모에게 어떻게 했는지를 돌아보면, 자식이 나한테 하는 것 그대로 내가 부모에게 한 셈이 될 거라 말씀하시니, 아버지와의 관계가 돌아봐졌습니다. '내가 아버지에게 그렇게 해서 자식에게 이 꼴을 당하는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부모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나오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오늘 법문을 통해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를 잘 해결할 수 있도록 좀 더 현명한 이치를 깨우치기를 바랍니다.

처음의 갈증 : 처음 문을 두드린 이유는 불교 공부 및 불교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습니다. 종교는 없지만 어릴 때부터 산과 절에 들리면서 친숙했고 자연스레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절에 들러 부처님께 절을 하며 해답을 구하곤 했습니다.

현재의 갈증 : 지금 현재의 화두는 가족관계 개선입니다. 처음 정토회에 들렀을 때보다 오히려 가족관계는 더 해결이 안 되는 듯합니다. 내가 변화하고 좋아지는 만큼 가족관계가 좋아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아 아직도 많이 어려운 문제입니다.

 나누기하기 전, 명심문과 공양게송을 외는 시간(왼쪽부터 정복남 님, 김효영 님, 박지훈 님, 신가림 님)
▲ 나누기하기 전, 명심문과 공양게송을 외는 시간(왼쪽부터 정복남 님, 김효영 님, 박지훈 님, 신가림 님)

마음 짓는 대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

신가림 입니다. 저희는 전체가 사회를 보고, 전체가 영상을 틉니다. 오늘은 제가 영상을 담당하였습니다. 오늘은 스님이 '글자를 그대로 보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셔서 조금 놀랐습니다. '성령 문자주의 대로 하면 안 된다. 문자 그대로가 아닌, 상황에 맞춰 받아들여야 하며 역사적 배경도 알아야 한다.’ 는 비슷한 이야기가 기독교에도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그 시대에 '문자를 절대화하면 안 된다.'라는 말씀을 하셨다는 사실에 감탄하였습니다. ‘너 같은 자식 낳아서 너도 고생해봐.’라는 이야기는 저희 할머니도 아버지에게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엄마는 아버지의 단점을 제가 닮지 않아서 감사 기도를 하셨대요.(웃음)
또 스님이 '내가 보는 세계는 나의 업에 따라가는 것이다. 가치 있고 가치 없는 것은 자기 마음이 짓는다'고 하시는데, 제가 느끼기엔 사람들이 자기 마음대로 세상을 보지 못하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남들이 좋다 하면 그냥 좋다고 받아들일 뿐, 자기 마음대로 세상을 보는 용기는 내기 힘들어합니다. 그래서 제가 법문을 듣다가 '내가 생각하는 대로, 가치대로 세상을 보면 참 좋겠다. 다들 정해진 대로 따라서 그렇게 사는데, 자기 마음 짓는 대로 세상을 보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의 갈증 : 기독교에서 '원수를 사랑하라. 혹은 사랑이 모든 것을 이긴다.'라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것 같았습니다. 법륜스님 즉문즉설을 들으면서 스님이 말씀을 너무 잘하셔서 깜짝 놀라 수요법회에 참석했습니다. 메시아가 나를 구원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 스스로 자신을 구원한다는 불교 사상은 매우 도전적이라고 생각하며, 그것이 가능할지 불안합니다.

현재의 갈증 : 잘은 모르나 선불교에서 '자기 자신이 침묵할 때 내 안에 불성이 깨어난다'고 하니, 그런 신비체험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나누기를 마치고 홀가분한 표정의 도반님들(왼쪽부터 박지훈 님, 정복남 님, 김효영 님, 신가림 님)
▲ 나누기를 마치고 홀가분한 표정의 도반님들(왼쪽부터 박지훈 님, 정복남 님, 김효영 님, 신가림 님)

나누기를 마친 도반들은 법당 활동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수행에 대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이야기했습니다. 정회원에 대한 열정, 명상 바라지 이야기, <깨달음의장> 참석에 대한 의견 등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수행하려는 의지가 느껴졌습니다. 돌아가며 소임을 맡아 수업을 끌어가는 모습을 보며 저의 경전반 시절이 떠올라 향수도 느껴졌습니다.

잠시 나누기 시간에도 참여하였는데, 도반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거울을 보는 듯한 느낌을 오랜만에 느꼈더니 잠시 무뎌졌던 불심이 깨어났습니다. 불만을 토로하거나, 즐거움을 이야기하는 법당 밖에서의 대화와는 달리 '그러한 상황에서 나는 어떠한가.’를 떠올리며 스스로를 바라본 소감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은 이곳, 법당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도반과의 나누기가 제2의 법문'이라는 말을 절절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는 힘, 그 힘이 꾸준하게 쌓이면 우리에게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요. 희망찬 느낌에 마음이 설렙니다.

글_문우선 희망리포터(송파정토회 강동법당)
편집_권지연(서울제주지부)

전체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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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e

가족 모두가 내 스승이란 말에 동감합니다
내 수행 정진에 도움을 줍니대

2018-07-06 08:32:58

박성희(감로안)

새로운 형식, 새로운 접근 좋습니다~ \'자기 자신이 침묵할 때 내 안의 불성이 깨어난다\' !!!
좋은 글 잘 읽었씁니다.

2018-06-22 09:16:23

광명일

도반님의 참 모습에 찐한 감동 입니다.
도반님들의 덕분에 한수 배워 갑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06-20 10:5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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