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장마가 시작되고 계절은 여름의 한가운데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녹음은 푸르러지고 작물은 알차게 영글어갑니다. 두북에도 농작물들이 한창 무르익고 있는데요, 이곳은 얼마 전 스님이 나온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소개되기도 했었죠. 서면법당에는 내 집 텃밭 가듯 두북을 다니는 한 도반이 있습니다. 우리법당의 두북봉사 담당자, 두북지킴이 서정호 님을 동행 취재하였습니다.

두북 정토마을 앞에서 서정호 님▲ 두북 정토마을 앞에서 서정호 님

두북이 어디뫼인고

두북 정토마을은 울산광역시 울주군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곳은 법륜스님이 다녔던 초등학교였는데 폐교가 된 건물을 현재는 한국JTS의 노인복지 및 청소년 수련 시설, 구호 물품을 보관하는 장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두북의 탑곡에서는 농사를 지어 수확한 여러 가지 농작물을 문경수련원 및 각 지역 법당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두북에는 항상 푸근한 미소로 반겨주는 화광법사님이 있고, 두북의 모든 일은 법사님과 봉사자들의 힘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두북 정토마을 전경▲ 두북 정토마을 전경

탑곡에서 자라나는 작물들▲ 탑곡에서 자라나는 작물들

일을 하며 내 마음을 살핍니다

두북에는 매철 매달 매일, 언제든지 일감이 있습니다. 함께하는 분들 덕분에 시골에서는 일손을 덜어 좋고 봉사자는 필요한 곳에 잘 쓰일 수 있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서정호 님은 풀 한 포기를 뽑아도 시골에는 항상 일이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마을의 돌밭을 일구는 일과 수련원의 잡초 뽑기, 그리고 도로정비를 하였습니다. 서면법당에서는 매월 둘째 주 일요일마다 두북 봉사를 가고 있는데 오늘은 불교대학 학생 여러 명이 함께 해주었습니다. 서정호 님은 매월 봉사자들을 인솔하여 두북에 갑니다. 왕복 운전을 하느라 힘들 텐데도 얼굴에는 그런 기색 하나 없이 매번 봉사자들을 위해 새참까지 챙겨주는 모습에 두북 봉사에 대한 서정호 님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을 돌밭을 일구는 작업 중인 서정호 님▲ 마을 돌밭을 일구는 작업 중인 서정호 님

서정호 님은 봉사하면서 좋은 점이, 일하면서 내 마음을 살피고 자기 자신을 알아차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순간순간에 일어나는 마음, 하기 싫은 마음을 알아차리고 또 알아차리면서 덤덤하게 일을 할 수 있는 마음 자세를 가질 수 있다고 합니다. 일 자체는 그냥 일일 뿐인데 그 일에 임하는 마음 자세가 다르다는 것이지요.

정토마을 앞 도로정비 중인 서정호 님▲ 정토마을 앞 도로정비 중인 서정호 님

우연히 눈에 띈 《월간정토》가 맺어준 인연

서정호 님이 정토회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우연히 발견한 《월간정토》 덕분이었습니다. 몇 년 전 가족 문제로 마음이 많이 힘들었을 때 마음을 다스리고 안정을 찾기 위해 마음공부를 하려고 여기저기 찾아다녔다고 합니다. 그러다 우연히 《월간정토》를 읽게 되었는데 그 내용이 너무 좋아 당시 집에서 가까운 동래법당을 찾아가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고 하네요. 수요일 수행법회를 계속 나가다가 거기서 만난 고등학교 후배가 불교대학 공부를 권하여 불교대학과 경전반까지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불교대학 공부를 하면서 봉사를 위해 두북과 인연이 되었는데 서정호 님은 두북이 참 좋았다고 합니다.

“두북에 가서 일하는 게 참 좋더라고요, 여기서 계속 봉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서면법당이 개원하면서 그곳에서 두북 봉사 담당을 자원하게 되어 지금까지 5년째 소임을 맡게 된 거죠.”

서면법당에서는 매월 둘째 주 일요일에 두북 봉사를 갑니다. 일정이 맞지 않을 때는 변경되는 주도 있고 어떤 달은 2~3주를 연달아 갈 때도 있다고 합니다. 일이 많거나 자원하는 봉사자가 있으면 꼭 둘째 주가 아니더라도 서정호 님이 봉사자를 인솔해 두북으로 갑니다.

두북의 맑은 하늘▲ 두북의 맑은 하늘

열정과 책임감으로 이루어지는 봉사

서정호 님은 게으른 마음을 없애고 일에 대한 열정과 책임감만 가지고 있으면 봉사는 저절로 된다고 합니다. 봉사를 통해서 수행을 하면 내 마음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하네요. 서정호 님은 수행을 하면서 이전과는 달리 화내는 일이 많이 없어졌다고 합니다. 주변을 이해하려는 마음을 많이 가지게 된 것이 정토회에서 배운 마음공부의 결과로 얻은 큰 소득이라고 합니다. 가족에 대해 마음에 맺힌 것들을 풀고 싶다고 담담하게 말하는 서정호 님의 모습이 편안해 보입니다.

새참 후 그늘아래서 가지는 꿀맛 같은 휴식시간▲ 새참 후 그늘아래서 가지는 꿀맛 같은 휴식시간

일과 수행의 통일

오늘의 두북 봉사는 함께한 도반들과 마음 나누기를 하며 마무리하였습니다. 서정호 님을 오래 봐오고 있는 화광법사님의 말씀을 들어보았는데, 진짜 열심히 하고 불철주야로 너무 적극적이라 겁난다는 말씀에 도반들의 웃음이 터졌습니다. '서정호 님이 탑곡의 손 델 수 없는 곳까지 풀을 베고 정비를 하였으며 꾸준히 그 자리를 지키려고 하며 많이 애써준다'는 말씀에 서정호 님의 두북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늘 함께한 도반들도 '힘들었지만 재미있었고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하는 모습에 각자의 마음속에 많은 것을 담아가는 듯했습니다.

화광법사님과 함께▲ 화광법사님과 함께

서정호 님은 두북의 모든 곳이 다 편안하다고 합니다. 부산에서도 가까운 거리라서 좋고 가까이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농사일을 즐거이 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합니다.

“일 속에서 수행을 하는 거죠. 누구나 다 삶 자체가 고행이지만 재미있게 살려고 합니다. 사는 게 재밌어요, 일하는 것도 재미있고. 재미있게 살려면 방법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고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요. 요즘은 그냥 다가오는 대로 맞이하면서 살아요. 내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게 있고 내 마음먹은 의지와는 관계없이 주변에서 생기는 일들은 그대로 맞이해서 어려워도 그냥 오는 대로 거기에 맞춰서 하면 되는 거죠.”

두북 정토마을 나무 아래서 도반들과 함께▲ 두북 정토마을 나무 아래서 도반들과 함께

스님은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게 되면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내면의 힘이 길러진다고 하였습니다. 어떤 일을 변함없이 꾸준히 하기란 생각보다 참 어려운 일이지요. 그것도 몇 년씩을 말입니다. 궂으나 맑으나 빠짐없이 두북에 가며 봉사하고 있는 서정호 님, 앞으로도 두북을 지키는 지킴이로 그 수행의 길도 깊이 무르익어 가기를 바랍니다.

글_방현주 희망리포터(서면정토회 서면법당)
편집_방현주(부산울산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