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요일, 가을불교대학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운정법당 불교대학 도반님들도 이 날 수계를 받고 일정을 마무리했는데요.
졸업을 앞두고 있던 도반님들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진솔한 나누기를 들어봅니다.

희망리포터가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것은 가을불교대학 정규과정이 끝나고 예불문 특강 수업의 나누기 자리였습니다. 불교대학생 12명중 11명이 졸업을 하고 유일하게 1명 만이 졸업을 못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오늘 예불문 수업을 듣는데 스님께서 정진을 끊임없이 하려면 진심이 있었야한다고 하시더라구요. 생각해보니 저한테는 그런 진심이 없었던 것 같아요.”라고.. 진심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오늘 깨달았어요. 수행정진을 이끌고 나가기 위해서는…

“어쩌다 혼자서 졸업을 못하게 되었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미선 님의 대답이었습니다. "비록 수업일수가 부족해서 졸업을 못하게 되었지만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덧붙여 이야기를 이어가십니다.

제가 잘났다는 생각에 아이와 남편에게 똑같은 잣대로 요구하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제가 잘났다는 생각에 아이와 남편에게 똑같은 잣대로 요구하는 것을 알았어요. 최근에 깨달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아이가 공부를 못하거나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킨다는 생각이 아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는 나의 문제라는 것도 알았어요. 그러다 보니 아이가 스스로를 패배자로 인식하고 있더군요. 아이에게 많이 요구하는 것이 나 자신에 대한 자존감의 결여로 인한 보상심리 일 수 있겠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깨달았어요.

미선 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조연우 님은 호주에 있다 돌아온 딸의 이야기를 해줍니다.

(...중략) 예전 같으면 크게 화를 내고 잔소리를 했을 법한데 그저 지켜보기만 했어요

다른 도반님들이 “요즘 아이들 다 그래요”라고 위로의 말을 전하지만, “지켜보기는 하지만 다른데 가서 풀어놓기도 해요.” 라며 솔직한 속내를 이어갑니다.

머리 속에 지식이 쌓인 것은 없지만 생활 속에서 자신이 변해

저 같은 경우는 한 푼이라도 벌려고 3교대 근무를 힘들게 하는데… 직장에서 부하 직원과의 충돌로 인해 속상한 일들이 있었어요. 예전 같으면 버럭 화를 냈을 법한데, 화가 풀리는 것은 아니지만 차분히 지켜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머리 속에 지식이 쌓인 것은 없지만 생활 속에서 자신이 변해간다는 것을 체험한 것 같아요.

정미숙 님도 불교대학 과정을 마무리하는 소감을 말해줍니다. 불교대학 입학 전에 남편과 아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해 갈등을 겪고 있었다고 합니다.

스님의 법문을 듣고 도반들과의 나누기를 통해서 많은 부분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불교대학 수업을 집중해서 듣다 보니 빠지지 않게 되더라구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졸업이네요. 물론 개근도 하게 되었지요. 불교대학 수업을 들으면서 스님과 많은 도반들이 생각한 바를 행동으로 옮겨서 어떤 형태로든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원을 세우고 성취하기 위해 정진하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낀 듯 해요. 더 나아가 많은 사람이 뜻을 하나로 모아 실행하여 큰 일을 이루는 것을 보고 함께 만들어간다는 것의 의미를 새삼 절감하게 되었어요. 앞으로도 정토불교대학이 생멸하는 중생들에게 바른 불교를 전하는 귀한 터로 남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발원하게 되네요.

이렇게 각자의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놓는 과정에서 운정 불교대학 졸업생 중에 3명이나 개근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중 한 분인 조현경 님에게 “어떤 마음으로 개근을 하게 되셨나요?”라고 여쭤보았습니다.
"정근한다는 마음으로 하다보니…”, “개근이 아니고.. 정근이요?" 희망리포터가 의아한 표정으로 질문을 하자 설명을 이어가신다.

정근은 한 번은 빠질 수 있는 거잖아요. 처음부터 개근을 목표로 하기 보다 한 번은 빠질 수 있으니 최선을 다해보자 이런 마음이었죠. 그런데 재미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꾸준히 하다 보니 개근이 된 것 같아요. 법문을 듣고 이치를 알아가는 재미, 내가 변해가는 재미, 가족이 변해가는 재미가 느껴졌어요

조현경 님의 대답에 리포터뿐 아니라 다른 도반님들 또한 공감의 박수를 보냅니다.

불교대학을 다니던 중 남편의 직장에 일이 생겼어요. 남편이 직원 한 명과 일을 하는 작은 회사인데 직원이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서 남편이 매일 같이 고민상담을 해와서 미칠 지경이었지요. 그래서 <깨달음의장>을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깨달음의장>을 다녀와서는 남편과 아이들이 바뀌기를 바라지 않게 되니 편안해졌어요. 남편이 부처님이요, 딸이 부처님이요, 아들이 부처님이라 생각하자고 마음먹었어요. 식구들과 부딪히면, '부처님을 모시고 있는데, 내가 화낼 일이 아닌데' 라고 생각을 돌이켰죠. 그렇게 식구들과 부대끼다 일주일을 보내고 불교대학 수업에서 법문을 듣고 다시 마음을 정돈시켜 왔던 것 같아요. 요즘엔 식구들과 많이 편안해요.

이쯤 되자 다른 도반님들이 “그게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게 힘든데,,,” 라며 조현경 님의 사례담에 감탄을 보내기도 하네요.

얼마 전 중학생 아들이 학교폭력을 당하게 되었는데 가해자 부모들이 사과하겠다고 하면서 정작 경찰서에서는 잘못을 부인하는 모습을 보며 처음엔 화가 올라왔지요. 그런데 기도하며 가해 학생 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경찰서에서 잘못을 인정하면 가해 학생인 아들이 앞날에 문제가 생길 것을 걱정했을 것이고, 그렇다고 원만한 해결을 위해서는 피해 학생에게 사과를 안 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 이해가 되더라구요. 가해 학생의 부모의 이중적인 모습의 근본을 찾아가보니 미움보다는 부모로서 이해하는 마음이 생긴 것 같아요.

시어머니를 미워하는 마음의 근본에는 사랑받고 싶어 끌려다닌 내가 있었어요. 이제는 미워하지 않아요

이제는 시집살이 시킨 시어머니도 미워하지 않아요. 시어머니의 고단한 시집살이에 끌려 다녔던 것도 실은 내가 사랑 받고 싶었던 것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사랑 받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면 시어머니의 무리한 요구를 따르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힘들어하면서도 따랐던 것은 사랑 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더라구요. 시어머니는 시어머니대로 자식들을 다 출가시키고 난 후 집 근처에 사는 며느리가 필요했겠지요. 서로가 사랑하고 사랑 받고 싶었던 마음들이 한 때는 미움과 불편함의 원인이었더라구요. 혐오와 갈애는 나의 욕구라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더는 시어머니를 미워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조현경 님의 수행담 이야기가 이쯤에 이르러서는 “전생에 불법을 공부하다 오셨나 봐요” 라는 농담이 나오면서 한바탕 웃음이 멈추지 않습니다.

불교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1년간 담당을 맡은 정미숙 님에게 불교대학 졸업에 즈음하여 어떤 느낌인지 궁금해져 여쭤보았습니다.
“조현경 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아무래도 조현경 님이 담당하는 불교대학에 들어가서 다시 불교대학 공부를 해야겠어요” 라는 흐뭇한 농담을 주저함 없이 내놓는 모습에서 후배 도반에 대한 진심 어린 존중의 모습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일 년간 담당을 하면서 희.애.락만 있었던 것 같네요. 노는 없었던 것 같아요. 즐겁게 했던 것 같아요. 처음 불교대학 담당을 맡을 때는 걱정이 앞서기도 했죠. 그래서 12명 입학생 중 1주 지나면 1명은 안 나올 것이고, <수행맛보기> 끝나면 2명은 안 나올 것이고.. 라고 마음의 준비 아닌 준비를 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런 걱정할 이유가 없었더라구요. 담당자는 안내자 역할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오히려 욕심을 내지 않게 되면서 불교대학생들이 스스로 분위기를 만들어주신 것 같아요. 다만 미선 님이 흔들렸을 때 강하게 끌어주지는 못했어요. 지켜봐 주는 것이 역할이라는 생각이었죠. 같이 하고 싶은 마음도 집착이 될 수 있으니… 인연이 닿으면 오시겠지라고 생각 하고 있었는데... 미선 님 본인은 졸업을 할 수 없었지만 졸업 갈무리에 선물까지 준비해오셔서 얼마나 감동적이었던지요. 눈물이 나더라구요.

불교대학 수업을 들으면서 내 문제에 직면 하는 게 힘들었어요. 아프더라구요. 나는 나누기도 안하고 다른 도반님들 나누기 보면서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고마움을 이제서야 말하게 되네요. 그런데 집에서 혼자 기도할려면 쑥쓰럽기도 하고… 어색해서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어요.”

라고 미선 님이 고민을 꺼내놓았습니다. “기도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머뭇거릴 땐 그냥 한번 강하게 경험해보는 것은 어떠세요? 법당에서 천배 정진을 해보면 108배 기도는 쉽게 할 수도 있을 거에요. 물론 본인이 하겠다는 마음을 내셔야 하겠지만요.” 라는 제안을 듣고는 미선 님께서 머뭇거림 없이 천배 정진을 해보겠노라고 발심을 하는 모습에 다들 놀라움과 더불어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말 나온 김에 날 잡아요. 8월 11일나 12일 쯤이 좋겠네요” 라는 부총님의 제안에 천배 정진 일정까지 잡게 되고 보니 왠지 졸업이 아닌 새로운 시작의 문턱에 서있는 느낌이 듭니다. 부총님의 먹이감을 놓치지 않는 매의 본능이란…
미선 님이 가볍게 나누기를 해주고 천배 정진 발심까지 해주신 덕분에 12명 중 한 분 만이 졸업을 못하는 아쉬움도 사라지는 듯 했습니다.

30세에 불교를 처음 접하고 여러 절을 거치게 되었는데 스님처럼 생활불교를 가르쳐 주는 데는 없었어요. 경전을 쉽게 생활에 접목하니 내가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라고 말씀해주는 소연 님의 유쾌한 모습에서 불교대학 분위기 메이커임이 드러나네요.
이 외에도 불교대학을 다니며 쌍둥이를 임신한 도반님이 어머니와 함께 졸업하게 되는 훈훈한 사례 등 여러 이야기를 품고 있는 운정불교대학 1년의 과정을 듣다 보니 흠뻑 빠져들게 됩니다.

“장애 속에서 도를 얻으라”는 보왕삼매론의 한 문구가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생각났습니다. 어떤 장애라도 도를 구하는 지렛대로 삼을 수 있음이 부처님의 가르침이요, 수행자로서의 자세요, 진정한 수행의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불교대학 졸업을 앞둔 도반님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다시금 해보게 됩니다.
한 해 동안 불교대학 수업을 위해 수고하신 모든 분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며, 졸업하는 모든 불교대학 도반님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냅니다. 비록 졸업은 못하지만 초발심으로 수행을 계속해가시는 도반님들께도 응원의 박수 함께 보내드립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김소연, 강미선, 정미숙, 조현경, 조연우 님과 1년간 운정 불교대학 담당을 맡아 수고하신 정미숙 님께도 감사드립니다.

글_전기돈 희망리포터 (일산정토회 운정법당)
편집_한명수 (인천경기서부 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