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서산법당
서산법당 최고의 인기맨, 그 비결은?

요즘 서산법당 도반들에게 한가지 습관이 생겼습니다. 특별한 행사가 있어 법당을 찾는 날이면 들어서자마자 기웃거리며 누군가를 찾습니다. 혹여나 이 분이 보이지 않으면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닌지 모두가 궁금해 할 정도랍니다. 이렇듯 도반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인기맨은, 바로 불교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자원활동 담당을 맡게 된 우강환 님입니다. 뜨거운 여름만큼이나 치열한 그의 수행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갑자기 하늘나라로 떠난 아내

경남 삼천포 화력발전소에서 계속 근무하다가 7년 전 태안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너무 갑작스럽게 발령이 난 터라 1~2년만 근무를 하다가 내려갈 생각으로 가족들을 두고 홀로 태안으로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올라온 지 6개월 만에 아내가 간에 있는 혹 때문에 수술하게 되었습니다. 그전에도 한 번 받았던 수술이라서, 그리 위험하지도 않다는 생각에 저는 내려가지 않고 처형에게 부탁했습니다. 수술 당일, 갑자기 처형에게서 지금 빨리 병원으로 와야 할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무슨 일이 있냐고 묻지도 못한 채, 다급하게 병원으로 내려갔지만, 이미 아내의 심장은 멎은 상태였습니다. 그렇게 아내는 한마디 말도 남기지 못한 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중학교 2학년 딸과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두고 먼저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1년을 함께 한 불교대학 도반들과 함께(가운데 우강환 님)
▲ 1년을 함께 한 불교대학 도반들과 함께(가운데 우강환 님)

아빠, 배고파요

슬퍼할 겨를도 없이 머릿속엔 아이들을 혼자서 어떻게 키워야 하나 하는 걱정뿐이었습니다. 그렇게 근심과 걱정으로 괴로워하던 어느 날,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니 집안이 엉망이었습니다. 이불은 그대로 펼쳐져 있고, 싱크대에는 그릇들이 가득 쌓여 있었습니다. 답답한 마음을 접고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때 뒤에서 딸아이가 "아빠, 배고파요"라고 한마디 던졌습니다. 별것도 아닌 그 말에 순간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닦고 있던 그릇을 집어 던지며, "아빠는 더는 이렇게 못 살겠다. 이렇게 살 바에야 차라리 번개탄이라도 피워놓고 엄마 있는 곳으로 가자."라며 정말 해서는 안 될 말들을 쏟아버렸습니다. 그 후로 아이들에게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들어 적극적으로 상담도 받아보고, 이런저런 마음 수련도 해보았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출퇴근 길에 항상 봐왔던, '정토불교대학 신입생 모집'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고, 그렇게 정토회와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불교대학에 입학했지만, 다른 절과 달리 부처님 사진만 덜렁 걸려있는 게 좀 어색하기도 하고 수업내용이 마음에 바로 와 닿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참가한 JTS 거리모금에서 우강환 님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인생의 전환점이 된 JTS거리모금(왼쪽에서 다섯 번째 우강환 님)
▲ 인생의 전환점이 된 JTS거리모금(왼쪽에서 다섯 번째 우강환 님)

인생의 전환점, JTS 거리모금

저도 왜 거기에 나가게 됐는지, 지금도 생각하면 신기하기만 합니다. 원래 성격이랑은 전혀 맞지 않는 일이었는데, 웬일인지 한번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이라 어색하기도 했고, 별 도움도 안되었지만, 그래도 조금은 뿌듯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JTS 거리모금 활동을 할 때 함께 했던 도반의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하는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그러면서 이상하게도 계속 눈물이 나왔습니다. '이 추운 겨울날, 집에서 따뜻하게 있어도 되는데, 왜 거리에 나와서 그 고생을 하지.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하며 살았던가. 그저 자신과 아이들 생각만 했지, 주변을 한 번이라도 돌아볼 생각을 안 했구나.'하는 생각에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습니다.
그래서 순간 이런 깨달음을 준 분들께 너무 고마운 마음이 들어 법당 카톡방에 글을 올리게 됐고, 도반들의 엄청난 격려와 응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불교대학 강의가 점점 마음으로 와 닿게 되고, 수행, 보시, 봉사를 실천하는 삶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는 우강환 님. 지금은 불교대학을 갓 졸업한 새내기임에도 불구하고 자원활동가라는 큰 소임을 맡았습니다. 주변의 걱정과는 달리, 가벼운 마음으로 소임에 임하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천일결사에 입재하다! (앞줄 맨 왼쪽 우강환 님)
▲ 천일결사에 입재하다! (앞줄 맨 왼쪽 우강환 님)

네! 하고 합니다

불교대학을 다닌 후로 삶에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집에 덩그러니 있지 말고, 법당 나와서 법문 들으라는 도반의 권유로 월요일에는 불교대학 수업, 수요일엔 수행법회, 목요일엔 봄불교대학 수업 지원, 토요일엔 500배 정진까지 하고 있습니다. 저녁마다 집에 앉아 신세타령이나 하던 제가 지금은 정말 많이 행복해진 것 같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걱정뿐이었는데, 이제는 오늘 하루가 주어짐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JTS 거리모금을 할 때면, '배고픈 아이들을 도와주세요'라고 외치지만, 어쩌면 남을 위한 봉사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복잡했던 마음이 깨끗하게 비워지고, 새로운 그 무엇으로 가득 채워지기도 합니다. 우리집에는 빈 반찬 그릇이 참 많습니다. 법당 행사를 마치고 나면 가져가서 먹으라고 반찬을 챙겨주는 도반들의 마음이 집안 가득히 모여 있습니다. 이 빈 반찬 그릇에 행복이란 마음을 가득 채워서 돌려드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제 능력보다 너무 큰일을 맡아서 조금 걱정이 되지만, 이 또한 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불법을 배우며, 도반들과 함께하며 배우고 얻었던 많은 것들을 이제는 베풀며 살고 싶습니다. 힘들 때도 있고 잘해나가지 못할 때도 있겠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무엇이든 네! 하며 해보겠습니다.

수행, 보시, 봉사를 몸소 실천하며 수행자로서 모범적인 삶을 사는 우강환 님. 괴로워만 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베푸는 삶을 살고자 하는 따뜻함. 무엇이든 가볍게 받아들이는 적극적인 마음이 바로 모두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인기비결이었습니다.

글_허지혜 희망리포터(천안정토회 서산법당)
편집_하은이(대전충청지부)

전체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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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루스

눈물을 닦으면서 읽었어요... 감동입니다.. 우강환님 응원합니다! 서산법당 화이팅~!!!

2018-08-17 19:49:23

월광명

이야기 나눠 주셔서 고맙습니다

2018-08-08 17:52:36

이기사

응원합니다_()_

2018-08-08 17: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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