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30일, 울주군 삼동 면민운동장에서는 ‘함께하는 통일한마당, 함께여는 통일코리아’라는 슬로건으로 윗동네 아랫동네 사람들의 교류와 화합을 위해 영남권이 함께하는 통일체육축전이 열렸습니다. 800여 명의 남북 주민이 하나 되어 흥겹고 즐겁게 한판 놀아보는 생생한 통일의 현장을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통일체육축전(이하 통축)은 새터민들과 정토행자들이 함께 어우러져 남과 북이 서로 친해지는 자리입니다. 낯선 남한 땅에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새터민들이 추석명절 때만이라도 소외받지 않고 재미있게 놀수 있도록 사단법인 <좋은벗들>에서 행사를 주최하고 정토행자들이 함께 합니다. 매년 열리는 행사가 벌써 올해 15번째라고 하니 그간 정토행자들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노력이 느껴집니다. 자, 그럼 그 뜨거운 현장으로 함께 가 보실까요?

▲ 제15차 통일체육축전의 이모저모

일요일에 행사를 앞두고 토요일부터 내리는 비에 준비하는 봉사자들은 마음을 졸여야 했습니다. 정성스레 준비한 행사가 우천으로 취소되어 수포로 돌아갈까 봐 염려되었기 때문입니다. 당일 새벽에도 야속한 비는 그치지 않고 계속 내렸습니다. 봉사자들은 여여한 마음으로 준비를 하면서 행사 전까지라도 비가 그쳐주길 바랬습니다.

당일 많은 봉사자들이 이른 아침부터 행사를 위해 삼동 면민운동장에 모였습니다. 비가 오는 와중에도 각자가 맡은 역할을 꼼꼼히 확인하고 점검했습니다. 그간 준비해온 것들을 오늘 행사에서 신나게 풀어낼 마음에 잔뜩 기대되는 얼굴이었고 현장은 분주함으로 생동감이 흘러넘쳤습니다.

행사시간이 가까워지며 버스들이 운동장 정문으로 들어오기 시작하고, 한분 두분 새터민들이 입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주황색 티를 맞춰 입고 우스꽝스러운 가발을 쓴 맞이팀은 반짝이는 응원 도구를 흔들며 새터민을 반겼습니다. 한 봉사자는 마이크로 직접 노래를 부르며 반가워했습니다. 새터민들은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즐거워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런 환대가 어색한지 쑥스러운 미소로 환영대열을 지나갔습니다.

“동포 여러분, 환영합니다!”▲ “동포 여러분, 환영합니다!”

새터민들이 입장하며 바빠진 것은 맞이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대구경북지부 풍물패 ‘무아지경’이 동포들을 위한 환영으로 ‘길맞이’ 놀이 한판을 벌였습니다. 우리 소리에는 남북이 없다는 듯 꽹과리, 북, 장구가 신명 나게 가락을 뿜어내며 한민족의 흥을 돋우었습니다. 한쪽에서 환호성이 울려 돌아보니 <좋은벗들> 이사장 법륜스님이 오셨습니다. 스님은 좌중을 돌며 인사하셨고 참석자들은 스님을 반가이 맞이 하였습니다.

장내를 돌며 대중들에게 인사를 하시는 스님▲ 장내를 돌며 대중들에게 인사를 하시는 스님

대구경북지부 의장 김명선 님의 개회사로 행사가 시작되고 법륜 스님의 격려사가 이어졌습니다. 스님께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남북이 전쟁을 할지도 모른다 했는데 올해 3월부터 분위기가 많이 좋아져서 다행이다”고 하시며 고향을 그리워하는 새터민들에게 “당장 통일까지는 어렵겠지만 머지않아 남북교류의 시기가 도래할 테니 그때까지 남한에서 자본과 기술을 축적하여 북이 개혁, 개방되면 고향으로 돌아가 지역발전의 역군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이후 합동 차례가 진행되었습니다. 단군의 자손으로 한민족 후손들이 조상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하루빨리 남북이 하나 되길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한잔 한잔, 한배 한배를 올렸습니다. 차례를 지내는 동안에도 계속 비가 와서 오늘 행사의 큰 부분인 운동회를 못 하게 되는 건 아닌지 봉사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습니다.

평화를 염원하는 남북 합동 차례▲ 평화를 염원하는 남북 합동 차례

하지만 정말 이 땅의 조상님이 후손들이 화합하는 이 행사를 보살피셨을까요? 신기하게도 운동회의 첫 시작인 국민체조 시간이 되자 비가 그치는 게 아니겠습니까! 비로 인해 다들 운동장에 나오지 못하고 있었는데 비가 그치자 스님을 포함한 모두가 운동장에서 신나게 국민체조를 하며 몸을 풀 수 있었습니다.

운동회가 시작되고 두 팀으로 나뉘어서 부산울산이 빨간색의 ‘평화팀’, 대구경북과 경남이 파란색의 ‘통일팀’이 되었습니다. ‘인간 파도타기’를 시작으로 ‘운수대통 달리기’, ‘땅따먹기’, ‘그땐 그랬지’, ‘장애물 달리기’, ‘큰 공 굴리기’, ‘줄다리기’, 마지막으로 ‘이어달리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분위기가 고조되며 양 팀의 응원 열기는 뜨거워져 갔고 넓은 운동장에 ‘평화’‘통일’을 외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진행은 이태기 님과 김수진 님이 맡았습니다. 두 남녀 콤비 진행자의 재치와 유머로 가득했던 만담 진행은 현장의 모든 사람들의 혼을 쏙 빼놓았고 여기저기 웃음 폭탄을 빵빵 터지게 했습니다. 경기에 참석한 모두에게는 승패와 관계없이 한 경기가 끝날 때마다 선물이 증정되었습니다. 선물 좋아하는 것에 어른, 아이가 있던가요! 모두가 운동장 한쪽 편에 위치한 선물 증정소로 갈 때면 얼굴엔 웃음꽃이 만개했습니다.

평화 이겨라! 통일 이겨라!▲ 평화 이겨라! 통일 이겨라!

운동회가 끝나자 울산정토회에서 준비한 ‘따르릉’ 댄스 축하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많은 여성 댄서들 사이에 끼여 춤추는 귀한 중년 남성 댄서들! 쑥스러운 기색 하나 없이 신나게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평화팀과 통일팀의 최종점수가 발표되고 진 팀은 이긴 팀에게 축하의 박수를, 이긴 팀은 진 팀에게 격려의 박수를 주고받았습니다. 모두가 한목소리로 “평화, 통일, 만세”를 외치며 승패에 구애 없이 하나 되어 즐거웠던 오전 운동회 프로그램이 훈훈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모두가 기다리던 점심시간이 되자 각자 정성스레 싸 온 도시락을 풀어헤치며 맛있게 공양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보시해준 덕으로 먹거리도 넉넉해 나누는 인심은 더욱 깊어갔습니다.

기다리던 공양시간▲ 기다리던 공양시간

점심시간을 기점으로 부스운영이 본격적으로 진행됐습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1000원’이라는 푯말이 눈길을 끄는 ‘나비장터(나누고 비우는 장터)’, 효험이 있다고 입소문 타 성황을 이루는 ‘몸살림(몸을 바로잡는 운동법)’, 윷놀이·제기차기·투호로 추석 명절 기분을 낼 수 있는 ‘놀이마당’, 아이들이 얼굴 프린팅과 석고 방향제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사이숲(사랑이 있는 아이들의 숲)’, 북한 음식인 속도전 떡과 팝콘·커피를 나눠주는 ‘먹거리 부스’, 오늘 행사에서 다치고 아픈 사람을 책임져 줄 든든한 의료인 정토행자들이 있는 ‘의료 부스’까지 풍성하게 준비된 부스들은 대중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다양하게 운영되는 부스코너▲ 다양하게 운영되는 부스코너

동시에 운동장에서는 축구경기가, 본부석에서는 노래방이 운영되어 열정적인 환호와 흥겨운 노랫소리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특히 노래방에서는 흥 많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한민족답게 누군가 노래를 불렀다 하면 남과 북,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할 것 없이 모두가 박차고 나와 서슴없이 춤추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한편 모두가 즐거운 점심시간을 보내는 와중에도 운동장 한쪽에서 봉사자들은 오후 장기자랑을 위한 무대를 설치하느라 뚝딱뚝딱 분주합니다. 나무판자를 옮기고 드릴로 고정하고 배경현수막을 세우며 묵묵히 흘리는 땀방울들이 무대를 완성하고 있었습니다.

무대에서 즐거워할 사람들을 생각하며 장기자랑 무대 만들기▲ 무대에서 즐거워할 사람들을 생각하며 장기자랑 무대 만들기

오후 일정의 첫 번째 순서로 장기자랑이 시작되었습니다. 윗동네 참가자들은 남한 가요를 불렀습니다. 참가자들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아랫동네 벗들이 자연스레 나와 백댄서로 춤추며 열심히 응원했습니다. 북녘의 억양으로 불러지는 남녘의 노래들! 이 무대에서만큼은 남북은 하나였습니다. 얼마나 끼 있는 분들이 많던지 각설이 분장에 걸쭉한 품바 연기로 장내를 한바탕 뒤집어 놓은 분들도 있었습니다. 노래 선곡 중에서 단연 으뜸은 남북 모두에게 사랑받는 노래 ‘반갑습니다’ 아니었을까요? 방송에서만 듣던 북한 억양의 그 노래를 바로 눈앞에서 새터민 여성분의 목소리로 직접 들으니, 마치 금강산 관광이라도 온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장기자랑을 마무리하며 진행자 신혜정 님이 북한 현송월 단장을 흉내 내며 ‘백두와 한라는 내 조국’을 모창하고 “내년에는 북녘 고향에서 하는 통축으로 다시 만납시다”고 인사하자 박수치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많은 감정들이 읽어졌습니다.

다음 통축은 북녘에서 합시다!▲ 다음 통축은 북녘에서 합시다!

행사 막바지에 들어서며 풍물패 ‘무아지경’이 이끄는 대동제가 시작되었습니다. 풍물패는 경쾌한 가락을 울리며 앞장서 나아가고 사람들은 줄지어 그 뒤를 따랐습니다. 큰 행렬이 흥겹게 돌고 돌아 운동장을 다 두를 만큼 거대한 원을 이루었고 점차 가운데로 모여들어 하나의 점이 되었습니다. 그 가운데에서는 신나는 춤판이 한바탕 벌어졌습니다.

웃고 즐기며 어느새 준비된 일정이 모두 끝나고 부산울산지부 의장 강복웅 님의 폐회사가 이어졌습니다. ‘남북의 동포들이 오늘처럼 어울려 지낸 이 모습이 바로 통일이다’ 하는 메시지는 모두의 가슴을 울렸습니다. 끝으로 위아래 구분 없이 모두가 한데 모여 손을 맞잡고 ‘다시 만납시다’를 합창하며 피날레를 장식했습니다. 통일을 바라는 절절한 마음들과 화해를 바라는 뜨거운 심장들이 만나 가슴 뭉클한 장면을 만들어 냈습니다.

새터민들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버스에 오르고 봉사자들은 가는 버스를 향해 “다시 또 만나자”고 손을 흔들며 마지막까지 배웅하였습니다. 모두가 가고 난 텅 빈 운동장에서 봉사자들은 끝까지 남아 행사 물품과 천막을 정리하고 뒷마무리를 하였습니다. 행사를 위해 봉사자들이 추석 연휴에도 현장답사와 준비 회의를 하며 마음을 담아 애쓴 만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였습니다. 이들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민족의 화합을 위해 노력하는 많은 분들이 있기에 남북관계도 지금 같은 평화 분위기 속에서 통일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있으라, 잘 가시라, 다시 만나요!▲ 잘 있으라, 잘 가시라, 다시 만나요!

작년 제14차 행사에 이어 이번 제15차 통일체육축전을 기획하고 성공적으로 이끈 실무총괄 유진영 님의 나누기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3개 지부(부산울산, 경남, 대구경북)가 함께 소임을 나누어 지부 특성에 맞는 장점들이 잘 발휘되어 작년보다 풍성한 통축이 되었습니다.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이 일정을 맞추어 의논해야 하니 소통이 쉽지 않았지만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제가 구멍이 많은 사람인데 여러 사람이 함께 힘을 보태다 보니 메꾸어지더라고요. 통축을 진행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감사드립니다. 이런 좋은 기운들을 모아 얼른 통일이 되어 윗마을 아랫마을이 ‘좋은벗들’이 되길 기원합니다.”

하루 동안 통일의 장을 마련해 준 삼동 면민운동장 주변 풍경▲ 하루 동안 통일의 장을 마련해 준 삼동 면민운동장 주변 풍경

글_노희동 희망리포터(해운대정토회 반여법당)
사진_허승화 희망리포터(사하정토회 사하법당)
편집_방현주(부산울산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