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광명법당
우리 가족의 ‘인생로또’

일요일 오전 수행법회가 끝나고 뒷정리에 바쁜 허익선 님을 인터뷰하였습니다. 허익선 님을 뵈니 문득 제가 어릴 적에 항상 부엌에서 일하셨던 친정 엄마가 떠올랐습니다. 오늘은 허익선 님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허익선 님은 부천정토회 소사 불사 담당을 맡아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어다니는 신상우 님의 어머니입니다. 현재 허익선 님은 광명법당에서 일요법회 담당, 천일결사 모둠장, 7대행사 담당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정토회와 어떻게 온 가족이 인연이 된건지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정토회와의 인연

오래 전에 딸이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케냐에서 일하다가 귀국해서는 <깨달음의장>에 갔습니다. 자신을 치유하고 내 마음을 잘 닦아야 다른 사람 아픈 거를 받아줄 수 있다면서, 현장으로 다시 나가기 전에 나를 잘 알고 치유하겠다고 했지요. 딸이 <깨달음의장>에 다녀와서는 오빠에게 또 권유를 했어요. 그러더니 아들도 다녀왔습니다. 아들이 다녀와서는 ‘인생로또’라고,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깨달음의장> 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아버지, 어머니도 다 다녀오라고 했어요. <깨달음의장>에 다녀오더니 딸, 아들이 긍정적으로 변했어요. 그게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저도 2012년도에 다녀왔습니다.

수행의 시작

저는 절에서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딸도 불교 유치원에 보냈고, 친정 어머니는 무학이었지만 항상 새벽 5시에 기도를 하셨어요. 염주를 손에서 놓지 않으셨지요. 어머니의 그런 모습이 내 모습이 된 것 같아요.
아이들은 착하고 바르게 잘 자랐는데 남편 일이 잘 안 되었어요. 그 안되는 것만 붙잡고 있어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져갔죠. 그런 상태로 <깨달음의장>에 갔어요. 다녀와서는 내가 부질없는 꿈을 키웠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곧 남편이 <깨달음의장>에 다녀오고, 천일결사 수행정진도 시작했어요. 남편이 새벽부터 기도를 한다는데, 새벽 5시에 딱 하더라고요. 딸, 아들이 하듯이 말이죠. 딸이 수행기도 하다가 훌쩍이면서 나올 때는 불편하기도 했는데, 남편이 ‘하루, 이틀, 삼일 하네? 이거 장난 아니네’ 싶었어요. 그래서 저도 남편이 새벽 정진할 때 옆에서 같이 했어요. 남편한테 개인지도를 받으면서요. 그러다가 7-9차 때부터 입재식에 갔습니다. 남편의 권유도 있었고, 궁금하기도 했어요. 입재식에 다녀오니 참 좋았어요.

2018.05.13.9-5차 입재식 공연 준비 (왼쪽에서 세번째 허익선 님)
▲ 2018.05.13.9-5차 입재식 공연 준비 (왼쪽에서 세번째 허익선 님)

깨달음

정토불교대학에 들어가기 전에 명상수련도 다녀오고, 불교대학에 입학해서 부처님의 일생을 수강하는데 다시 태어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내가 알고 있던 것이 보잘 것 없었구나.’하는 깨달음이 있었죠. 다시 태어나고 다시 채우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경전반 다니면서는 아들 결혼시키고 10개월 정도 같이 살다가 아들네는 분가했지요. 직장 다니면서 불교대학, 경전반 다니고, 불교대학, 경전반 담당 소임도 같이 했어요. 어려운 줄도 모르고 공부하면서 하루하루 체크할 수 있었어요. 금강경 공부한다는 상을 가지려고 하는 거냐, 내가 좋아서 하는 거냐 이렇게 나한테 물어가면서요.

직장 때문에 불교대학 다니면서 1박2일 수련은 못 갔는데, 작년에 직장을 그만두고 손녀를 돌보기 시작할 때쯤 인도성지순례를 다녀왔어요. 오늘 수행법회에서도 홍보영상이 나오는데 가슴 뭉클하더라고요. 그 많은 시간을 투자할 그런 기회가 나한테 있겠나… 꿈도 못 꾸고 살았는데, 직장 그만두고 그런 기회가 생겼어요. 전정각산에서 부처님 고행한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거기 가보니 정말 척박한 곳이예요. 먹을 것이 없더라고요. 이런 척박한 곳에서 고행을 했다니… 가슴 절절하게 다가왔었어요. 적게 먹고, 적게 입고, 적게 자는 그런 삶을 살아야겠구나…

수행하면서 제가 많이 달라졌어요. 물론 본성은 변하지 않겠지만요. 시시분별이 덜 납니다. 나와 다른,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면서 그럴 수도 있겠거니… 저 사람은 저런 행동을 하는 충분한 이유가 있겠지… 이렇게요. 예를 들어, ‘컵을 저 사람은 항상 이쪽에 놓는다, 나는 이렇게 놓는 게 편한데… 저 사람은 왜 그럴까’ 하고 연구해요. 연구하며 면밀히 들여다보면 이유가 있어요. ‘아~ 저 사람은 왼손잡이구나, 왼손잡이니까 저럴 수 밖에 없겠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유가 다 있더라고요.
천일결사 모둠장 하면서도 처음에는 도반들이 소통방에서 반응이 없는 것에 대해 분별이 났는데, 다들 사정이 있더라고요. 사정이 되고 시간이 되면 응답을 할 텐데, 각자의 상황이 안 되는 것이었더라고요.

2018.09.16. JTS 거리모금 (왼쪽에서 두번째 허익선 님)
▲ 2018.09.16. JTS 거리모금 (왼쪽에서 두번째 허익선 님)

변화

불교대학 다닐 때 10월에 처음 JTS거리모금을 나갔어요. 두세명씩 짝지어 나갔어요. 근데 저는 혼자 해보고 싶었어요. 말도 덜덜거리고 몸도 덜덜거리면서 더듬더듬 갔는데, 지나가던 사람들이 천원도 주고 200원도 주더라고요. 처음에는 저걸 어떻게 하지… 했는데, 정토회 와서 그렇게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저는 막 좋은 것도 없고 뜨뜻미지근한 성격이었어요. 발을 다 안 담그고 반만 담그죠. 그런데, 정토회에 와서는 발을 척척 담그는 거예요. 해보라니까 해보고, 하니까 되고, 하게끔 만들어주고. 뿌리내리도록 도와주는 토양이 있어요. 그런 분위기, 그런 시스템, 그런 교육들이 좋아요. 정토인으로서 자랑스러워요.
희망을 가지고 간절히 하다 보면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갖고 살아왔었는데, 아니다 싶은 것은 빨리 놓아버리는 게 낫지 않나 싶어요. 헛된 희망을 놓아버렸어요. 있는 그대로, 지금 걸어 다니고 있는 나를 바로 보자고 마음을 바꾸니, 거기에 행복이 있더라고요. 내 안에 다 있는 건데, 그걸 모르고 살아왔어요.(웃음)

2018.09.16. JTS 거리모금 단체사진 (왼쪽에서 세번째 허익선님)
▲ 2018.09.16. JTS 거리모금 단체사진 (왼쪽에서 세번째 허익선님)

큰 원도 없고 큰 바램도 없어요. 계획한다고 해서 계획대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요.
방석을 삼천번을 깔아도 항상 새로운 사람이 앉는 방석이 된다고 해요. 그런 마음으로 살고자 해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도반들에게 넉넉하고 따뜻한 안내자였으면 좋겠어요.

2018.10.07.일요 수행법회 후 허익선 님
▲ 2018.10.07.일요 수행법회 후 허익선 님

어쩐지 친정 엄마를 만나서 실컷 수다 떨고 온 기분이 듭니다. 희망리포터로서 도반님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저희 친정 엄마의 삶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에 응해 주신 허익선 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글_이수향(부천정토회 광명법당 희망리포터)
편집_한명수(인천경기서부 지부)

전체댓글 4

0/200

한명수

따뜻하고 재미있고 놀라운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2018-10-28 09:27:46

일월명

고맙습니다
허익선보살님 도반되어주셨어 감사해요

2018-10-22 06:06:58

월광명

면밀히 들여다 보고 이해하는 마음을 내도록 하겠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쁨을 온전히 알게 되듯이요~^^ 고맙습니다

2018-10-19 06: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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