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법당에는 도반들이 도움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어디선가 나타나 일을 해결해주는 슈퍼맨 같은 존재가 있다. 모든 이들이 믿고 의지하는 한승범님이다. 그는 2015년 불교대학 활동시절부터 성실한 수행으로 두각을 나타내며 다양한 소임을 맡아 활동해오다 현재 저녁책임팀장, 불교대학팀장 소임을 수행하고 있다. 수행, 보시, 봉사 등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방향(全方向)으로 실천하며 마포법당에서 없어선 안될 존재가 되었으며, 가장 함께 일하고 싶은 도반 중 한 명이다. 정토행자로서 그의 폭풍 성장 모습과 가톨릭 신자로서 신앙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독특한 수행경험담을 들어본다.

운명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는 미스터리한 불교대학 입학과정

한승범님은 평소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들어왔지만, 불교대학 입학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2015년 8월 어느 날 자다 깨어 홀린 듯이 정토회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가을 불교대학 입학신청서를 작성했다. 며칠 후 정토회 담당자의 입학 안내 문자 메시지를 받고서야 꿈이 아니었음을 자각했다. 이는 “부처님이든 하느님이든 그분이 계획하신 일, 종교적으로 이끄심이 분명하다."

한승범님은 2015년 가을 마포법당에서 불교대학 입학 이후, 2016년 경전반 입학과 함께 불교대학 부담당 활동을 하는 등 현재까지 활발한 정토행자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가톨릭 신자로서 불법을 실천하는 묘한 만남의 시너지

가톨릭 모태신앙인 그는 신실한 가톨릭 신자로서 복음적 삶을 살고 있으며 '자유, 기쁨, 투신'의 정신을 기본으로 신앙 운동을 전파하는 가톨릭 평신도 단체 '예수살이공동체'에서 상근 활동가로 지내며 정토회 수행자로 사는 삶을 병행하고 있다. 신앙을 빼면 시민단체(NGO)와 다름없는 활동 영역도 많은데 정토회 역시 불교를 기반으로 한 시민단체인 특징이 닮아있다. 신앙 활동과 정토회 활동이 닮아 있다 보니 상호보완적이라 생각한다. “가톨릭은 절대적 유일신을 믿는 믿음의 종교이며, 불교는 진리의 종교이자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을 실천한다. 둘이 합쳐서 100 이 되는 것 같다.”

수행을 통해 진정한 자신을 보기 시작, 차츰 깨달음을 얻어가

정토회에 오기 전에는 늘 삶의 괴로움을 안고 있으면서 그 괴로움의 실체와 원인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불교대학 졸업 즈음에는 자신이 괴로운 사람인 것을 봤다면, 경전반을 졸업 즈음에는 어떻게 해야 괴로움을 없앨 수 있는지 방법을 알게 되었다. 수행을 통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이게 괴로운 것이 아니다. 좋고 나쁘고를 분별하고 있는 나를 깨달으며 수행을 통해 예전과 달라진 나를 보았다. 지금은 매우 편해졌다. 내가 뜨거우면 놓으면 되는구나! 그 순간에 알게 되는구나. 이래서 수행을 하는구나! 해보니까 되더라.”

“깨달음은 목적지가 아니라 순간순간 일어나는 것이다. 깨달음을 얻는 것이 완성이 아니고 깨달음이 일어나는 순간이 있을 뿐이다.” 그것은 어느 순간, 상황이 탁 이해가 되면서 괴로움에서 나아지며 그 순간을 경험하게 되는 것과 같다. 깨달음은 해탈이 아니며 어떠한 사물에 대해서 깨치는 것이다. 결국, 해탈은 궁극적인 종착지, 괴로움이 없는 상태(Nirvana)인 것을 알게 되었다.

마포법당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한승범님
▲ 마포법당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한승범님

9-5차 입재식. 모둠원과 함께(오른쪽 남자가 한승범님)
▲ 9-5차 입재식. 모둠원과 함께(오른쪽 남자가 한승범님)

어린 시절 불우한 환경 속에서 자라, 수행을 통해 괴로움을 벗어나는 법 훈련

어린 시절 아버지의 사업 실패는 집안에 큰 빚을 안겨줬고 지나친 음주와 어머니에 대한 폭력적인 아버지를 보면서 늘 힘들어하며 인생이 불행하다고 생각했었다. 초등학생 시절에는 해마다 전학을 했고 그보다 더 잦은 이사로 온 동네 단칸방을 전전하니 또래 친구를 사귀는 등 대인 관계 형성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중학교에 진학해선 부모와 떨어져 홀로 친척 집에 얹혀살다 보니, 싫은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늘 어른들의 눈치를 보며 살았는데, 그 습관이 지금까지도 남아있다. 사람들에게 존재 가치를 인정받는 좋은 사람이어야 살아남는다고 생각했다. 그런 것들이 지금 자신의 캐릭터를 만드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또한, 10년 전 집안이 진 빚은 아버지의 사업에 자신의 명의를 빌려준 한승범님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었다. 빚이 있다 보니 연애, 결혼, 직장 등 여러 방면에서 위축되면서 어느 순간 3포, 7포를 넘어 N포 세대가 되었다. 그때는 빚을 갚지 못하는 괴로움으로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신세 한탄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정토회 수행을 통해 “괴로워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보는 방법을 배웠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체념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마음이 편해졌다. 많은 법문을 듣고 활동을 통해서 연습과 훈련을 계속 해왔다. 어떻게 들여다보고, 어떻게 알아차려야 하는지 알게 되었고 조금씩 고치고 바꿔나가게 되었다.

모든 것을 다 해결하려는 업식 발견, 내려놓는 연습 중

한승범님은 모든 것을 잘하려는 슈퍼맨 콤플렉스가 있다고 한다. 정토회에서 다양한 활동과 소임을 맡으면서 정토회 단톡방이 하루에 40개가 뜰 정도로 많은 소통과 일을 처리해야 한다. 그는 평소 지원팀, 자원활동 등을 비롯하여 전기, 시설물, 컴퓨터에 문제가 있을 때면 바로 고쳐서 정상으로 돌려놓는다. 또한 다양한 질의응답, 의사결정 사항, 시스템 행정처리로 정신이 없을 정도이지만 다 읽고, 보고 처리하게 된다. 늦은 밤에 끊임없이 한승범님을 찾아 요청해도 No하고 말하지 못한다. 최근 들어 자신의 업식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절하지 못하고 자신이 모르는 것은 못 견디는 경향이 있었다. 자신이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업식을 발견하고 이를 고치려고 노력 중이다. “내가 또 잘난 체하고 있구나. 내려놓는 것도 필요하구나.”

2017.8. 가을불교대학 졸업식. 가을 불교대학 부담당으로 지원했던 졸업생들과 함께 (맨 오른쪽이 한승범님)
▲ 2017.8. 가을불교대학 졸업식. 가을 불교대학 부담당으로 지원했던 졸업생들과 함께 (맨 오른쪽이 한승범님)

모든 일은 지나고 나면 다 잘된 일이다.

한승범님이 마음속에 새기는 법문은 “모든 일어난 일은 지나고 나면 다 잘된 일이다. 분별하지 말라” 는 것이다. 불행한 일도 지나고 나면 다 잘된 일이다. 지금 일어난 불행이 내가 불행이라 생각하는 것이며, 지나고 나면 불행이지만은 아닐 거라 생각하면 더는 괴롭지 않고 한결 편해진다고 한다.

부처님 법 만난 것을 기뻐하며

마포법당 도반들의 믿음을 한 몸에 받고 있으며, 이미 의사결정 수준이 부총무에 가까운 역할을 하는 한승범님도 소임에 대한 부담과 잘해야 한다는 욕심이 있어 더 큰 소임으로의 권유에는 선뜻 응하지는 못하고 있다. 역경을 넘어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두려움이 있는 것이다. 또한 직장생활을 하는 상황에서 낮에도 많은 활동을 해야 하는 부총무 소임을 맡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한승범님은 수행자들이 겪는 수행의 어려움을 공감한다. 그 또한 수행, 보시, 봉사 중 수행이 가장 힘들다고도 털어놓았다. 하지만 소임을 맡아 수행을 하는 것이 힘들기도 하지만 기쁘고 재미있다고 한다. 명심해야 할 것은 수행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점이다. “끈을 놓지만 않으면 내 수행에 정말 도움이 되는 순간이 분명히 온다. 그것이 깨달음이든, 알아차림이든 수행의 결과가 반드시 나에게 돌아온다. 지금 아무리 힘들어도 그 수행의 끈을 놓지 마라. 그런 맛에 지금의 봉사 소임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한승범님은 “부처님 법 만난 것을 기뻐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인 수행, 보시, 봉사의 삶을 기쁜 마음으로 실천하는 진정한 정토행자이다. 그의 이런 행보는 마포법당 봉사자들을 비롯한 도반들에게 감동을 주며, 많은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다.

글 _ 최문영 희망리포터 (서대문정토회 마포법당)
편집_권지연(서울제주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