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서산법당
우리는 환상의 짝꿍, 부부도반입니다

11월 21일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앞두고 서산법당 도반들은 무척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추운 날씨에 거리를 돌아다니며 현수막을 게시하고, 홍보 전단을 돌리고, 틈날 때마다 홍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중에 그 어느 팀보다도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팀이 있습니다. 5년째 부부 도반으로 살아가고 있는 바로, 권용 님과 김복이 님입니다. 오늘은 그들의 아름다운 전법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2018 서산 즉문즉설 강연 발대식(첫 번째 줄 맨 오른쪽 김복이 님, 맨 뒷줄 가장 왼쪽 권용 님)
▲ 2018 서산 즉문즉설 강연 발대식(첫 번째 줄 맨 오른쪽 김복이 님, 맨 뒷줄 가장 왼쪽 권용 님)

전법의 길로 들어서게 해준, 부처님의 일생

권용, 김복이 님 중에서 정토회와 먼저 인연을 맺은 분은 김복이 님이었습니다.

김복이 님 : 원래 불교 신자여서 어린 시절부터 여러 절을 다니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항상 한계에 부딪히곤 했어요. 뭔가 풀리지 않는 숙제가 있다고나 할까요. 그러다가 2011년 법륜스님의 전국 희망강연에 우연히 참석했는데, 거기서 스님의 말씀을 듣고, 그동안 내가 알고 있었던, 믿고 있었던 불교가 진정한 불교의 참모습이 아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스님의 말씀이 새롭게 다가왔어요.

그 후 2013년 3월,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해서 서초법당을 다니며 공부했지만, 평소 스님들에 대한 불신이 컸기에, 당시 정치적이라고 오해 받던 법륜스님에 대해서도 역시 의심스러운 마음이 들었다고 합니다.

김복이 님 : 정토회에 들어와 법륜스님의 행보를 보면서, 법륜스님도 정치하는 분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한동안 긴가민가 했어요. 그러다가 부처님의 일생에 대해 배우게 됐는데, 그때 제가 갖고 있었던 의문이 완전히 해소되었어요. 평화, 통일, 환경 등 제가 그동안 의문을 가졌던 스님의 활동들이 바로 부처님이 가셨던 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정토회에 대한 믿는 마음이 확 일어났어요.

그렇게 정토회와의 인연을 맺은 김복이 님은 부평 법당에서 부총무 역할까지 도맡아 하며 본격적인 전법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전법의 첫 대상은 바로 남편이었습니다. 직장 때문에 충남 태안에서 근무하는 남편에게 불교대학 수업을 들어보라고 권유했고, 남편 또한 자연스럽게 한번 배워볼까 하는 생각이 일어 불교대학을 찾게 되었다고 합니다.

행복을 이웃과 나누는 jts(가장 왼쪽 권용 님, 가장 오른쪽 김복이 님)
▲ 행복을 이웃과 나누는 jts(가장 왼쪽 권용 님, 가장 오른쪽 김복이 님)

70km가 만들어낸 서산법당 개원의 기적

권용 님 : 아내의 권유로 정토불교대학을 찾아봤는데, 당시 태안에는 법당이 없었고, 그나마 가장 가까운 법당이 충남 홍성법당이었어요. 그런데 태안에서 홍성법당까지의 거리가 70km 정도였거든요. 차가 전혀 안 막혀도 1시간이 걸리는 거리였죠. 그렇게 매주 70km를 달려가면서 무사히 불교대학을 졸업했어요. 그런데 경전반을 등록 하려니, 당시 불교대학을 같이 졸업했던 도반들이 전부 서산에 사는 거예요. 그래서 그냥 서산에 법당을 만들어 보자고 가볍게 이야기했는데,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어요. 이제 불교대학을 갓 졸업한 것뿐인데, 법당 개원 준비부터 불교대학 신입생 모집, 불교대학 담당까지 모든 일을 도맡아 했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정토회에 대한 마음이 커졌던 것 같아요.

부부이자 서로를 비춰주는 도반

그렇게 두 부부가 도반으로서 전법의 길을 함께 가게 되었지만, 모든 일에는 장단이 있듯 부부 도반이기에 힘든 점도 많았다고 합니다.

김복이 님 : 다른 분들은 부부가 같이 수행하니까 무조건 부러워하는데, 둘이 같이 공부를 하다 보니, 서로가 상대에게 불법을 적용하는 거예요. 이 공부하는데 왜 이러냐. 무슨 행동이 마음에 안 들면 마음공부 하면서 왜 그렇게밖에 못하냐. 서로 그런 부분이 많아요. 답답하죠. 그런데 불법은 자신을 향해야 하잖아요. 내가 이 공부하는데 남편한테 왜 그러지? 이렇게 생각을 해야 하는데, 상대에게 계속 당신은 왜 그러냐, 이러는 거죠.
그러니까 남편이 저한테 너는 불교대학을 다시 다녀야 한다, <깨달음의장>을 다시 갔다 와야 한다, 이런 말을 하기도 하죠. 서로에게 불법을 적용하게 되는 게 좀 힘든 것 같아요. 그래도 제가 정토회를 만나서 지금까지 한 발 한 발 오다 보니, 이제는 남편과 다툼이 있다가도 자신을 볼 수 있게 되니 좋은 것 같아요. 그 전 같으면 몇 날 며칠을 실랑이하고 말도 안 하고 그랬었는데, 어느 시점부터는 돌이켜보게 되는 거예요. 이런 공부를 안 했다면 그렇게 될 수가 없잖아요. 지금은 사실 모든 게 고마워요. 부부도반으로 이렇게 수행을 하지 않고 살아간다면, 내 모습이 어떨까 생각해보면 섬뜩하죠. 그래도 이 공부를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미안할 때가 많아요. 우리가 법당에서 이런저런 일을 합시다 하고 제안을 하면 남편은 또 아무런 불평 없이 받아들이고, 마음껏 봉사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 일인지 몰라요.

오랫동안 함께 수행해온 부부에게 최근 새로운 위기가 닥쳤다고 합니다. 결혼 10년 차부터 22년 동안 주말부부였던 부부가 작년부터 같이 살게 된 것인데요, 과연 그 과정에서 어려운 일은 없는지 궁금했습니다.

권용 님 : 엄청 어렵죠. 하하. 저 사람은 성격이 급하니까, 나는 그렇게 안 하는데, 왜 저러나 하는 생각이 들고, 마음에 안 드는 점들이 계속 보이는 거죠. 그러니까 그 동안 없었던 불만들이 터져 나오는 거고요.

김복이 님 : 우리가 결혼해서 오랜 세월을 떨어져 살았잖아요. 어떻게 보면 작년부터 같이 살았던 시간이, 떨어져 있던 시간보다 길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세월이 지나면서 사람이 변한다고 하지만, 그동안 주말에 봤던 남편이 아닌 거예요. 하하. 회사에 갔다 오는 시간만 제외하고는 항상 같이 있다 보니까, 식습관부터 사소한 것들에서 서로 부딪히게 되는 경우가 많죠. 원래 둘이 성향이 너무 달라요. 남편은 단순한데, 저는 복잡하고 예민한 성격이거든요. 그런데 사실 제가 더 예민하기 때문에 더 문제화했다고 인정을 해요. 그래서 남편이 많이 힘들었겠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과연 내가 태안으로 내려와서 같이 살 수 있을까 고민을 했어요. 그래도 마음공부를 하고 있으니까, 이 시점에서 내려가면 남편하고 잘 맞출 수 있지 않을까 했지요. 그런데 작년에 와서 보니, 생각 보다 부딪힘이 컸어요. 그래서 여러 번의 불편한 다툼이 있었고, 그 속에서 저 자신을 보게 되었죠. 절을 하면서 가만히 떠올려 보면, 아, 내가 또 앞서갔구나, 너무 예민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지요.

남편 권용 님의 경전반 졸업식 때 함께한 김복이 님
▲ 남편 권용 님의 경전반 졸업식 때 함께한 김복이 님

매일 새벽 108배 정진과 수행법회, 통일특별위원회 활동까지 함께 하며, 지금은 태안에서 행복학교를 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 부부 도반에게 정토회가 각별한 의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권용 님 : 그냥 정토회는 내 삶 자체. 제가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곳인 것 같아요. 정토회에 들어오기 전부터 하고 싶은 일들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것을 실천하는 곳이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여러 활동을 하면서, 특별히 봉사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냥 하는 거죠.

김복이 님 : 남편하고 가끔 이런 이야기를 해요. 우리 지금 이대로 살면 되지 않을까. 욕심 없이, 지금처럼 이렇게 함께 수행하면서 노후를 보내면 되지 않을까. 그러다가 어느 날 떠나게 되면, 정토회가 있어 후회되지 않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수행을 오래 해 온 사람들도 남편 혹은 아내는 참 넘기 힘든 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른 누구보다 서로에 대해 완전히 놓아버리기 힘든 관계가 바로 부부가 아닐까 싶은데요, 하루하루 수행하고 깨지며, 그 높은 산을 지혜롭게 넘어가고 있는 부부 도반의 모습에서 깊은 내공이 느껴졌습니다.

글_허지혜(천안정토회 서산법당)
편집_하은이(대전충청지부)

전체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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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숙

멋집니다.

2019-11-01 04:48:43

선경

힘든점도 많으셨다지만
부부도반으로 함께 하시는 모습 넘 보기 좋습니다~~

2018-11-14 09:04:33

정명

\"남편하고 가끔 이런 이야기를 해요. 우리 지금 이대로 살면 되지 않을까. 욕심 없이, 지금처럼 이렇게 함께 수행하면서 노후를 보내면 되지 않을까. \" 감사합니다.~~&^

2018-11-14 06: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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