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세종법당
나의 삶, 내가 주인

엄마, 아내, 직장인 그리고 수행자로 묵묵히 일하고 있는 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항상 봉사 현장에 나타납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참 열심히 사는 분입니다. 세종법당 가을경전 저녁반 담당을 맡은 오은주 님을 만났습니다.

삶이 왜 이리 힘들고 재미없을까

저는 직장에서든 가정에서든 불만과 불평이 가득했었습니다. 사람들로부터 일에 대한 관심과 때로는 공격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다 보니, 언제나 방어적인 자세로 생활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과 관계가 편안하지 않았습니다.
가정에서는, 안양에서 세종시로 이사와 고등학교에 입학한 딸이 새로운 환경에서 ‘왕따’라고 스스로 느끼며,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했습니다. 그로 인해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니, 아토피가 더 심해져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도 도와주지 못해 마음 아팠습니다. ‘삶이 왜 이리 힘들고 재미없을까’ 푸념하면, 주변 사람들은 “뭘 더 바라냐”고 비웃듯 한 말을 들으면서 반은 체념하면서 버텨냈던 시기였습니다.

든든한 도반인 남편과 오은주 님
▲ 든든한 도반인 남편과 오은주 님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

그러다 아파트 인근 상가에서 정토불교대학 홍보물을 받게 되었습니다. <불교대학>이라는 용어에 관심이 쏠려 신랑에게 홍보물을 보여주며 입학하고 싶다는 말을 하니, 자기 후배도 그 곳에 다니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함께 가자고 권하니 심드렁한 반응이었습니다. 오리엔테이션이 있는 날 찾아간 법당은 조그만 원룸이었고, 스님이 안 계시고 영상으로 수업을 진행한다는 말에 조금 의아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뒤늦게 도착한 신랑도 입학원서를 쓰고는 의심반, 기대반으로 불교대학 학생이 됐습니다.

매주 월요일 세종법당에서 수업을 받다가 2~3개월 후에 직장을 서울로 옮기게 됐습니다. 종로법당으로 전학을 하였다가, 다시 5개월 후에 직장이 세종으로 이사하면서 세종법당에서 졸업을 하는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1년 동안 나의 삶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내가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주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이고 내가 주인이라는 인식을 하게 되면서 주변 사람의 눈치 보다 먼저 주인으로서 행동하는 것을 연습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내 인생에 주인이 되어 행복하게 살겠습니다.’라고 의지를 다지니 직장생활도 조금씩 나아짐을 느꼈습니다. 딸아이는 학교생활에 조금씩 적응했고, 고3의 스트레스와 아토피로 병원에 자주 다니면서도 무사히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어 감사했습니다.

<깨달음의장> 내 인생의 행운

2017년 5월 그동안 가고 싶다는 마음과, 직장에서 손해가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깨달음의장>을 다녀오게 됐습니다. 직장생활 하면서 5일을 휴가 내는 게 어렵고 눈치 보이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나를 위해 투자한 만큼 손해는 감당하면 되지’ 하는 마음을 내니, 가족과 도반들의 도움으로 방법을 찾게 되어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깨달음의장>을 다녀온 후, 주변을 바라보는 시각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정토회와 인연을 맺어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다닐 수 있었던 것은, 정토회 도반들의 봉사 덕분임을 알고 고마운 것들이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감사한 마음과 함께 나도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는 바람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했습니다. 불교대학 홍보, JTS 모금 활동, 전쟁반대 평화 서명받기, 통일정진 등에 참여하면서 모른 척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무관심에서 예전의 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분들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올라오는 순간에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는 나의 욕심임을 알아차리는 수행의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작년과 올해 가을경전 저녁반 담당으로서는 부족한 부분이 많음을 알기에 학생들의 얘기를 잘 듣고 행하려는 원을 세워봅니다. 덕분에 스승님의 금강경 강의를 세 번 연속 듣는 기회가 생겨 감사한 마음입니다.

 세종법당 동학사에서 JTS 모금 활동 다함께 한 컷~~^^ 오른쪽에서 세 번째 오은주님
▲ 세종법당 동학사에서 JTS 모금 활동 다함께 한 컷~~^^ 오른쪽에서 세 번째 오은주님

내려놓을 게 없다고 생각한 것은 자만이었습니다. 내가 참고 억누르고 있었던 일들을 되새겨 보면서 마음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했습니다. 모든 괴로움은 다 내 마음이 일으킨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마음은 가벼워졌고 뭐든지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을 느끼게 됐습니다.
<깨달음의장>은 내 인생에 행운이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자신을 낮추는 연습을 하니 고마움을 표해야 할 것들이 정말 많았고, 매일 “덕분입니다”라고 먼저 웃으면서 말하게 됐습니다. <깨달음의장>을 다녀온 후, 도반들의 삶이 눈에 들어왔고, 함께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직장에서도 예전과 같이 사람과 환경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편안해지고 있습니다. 내가 도와줄 게 있는지 찾게 되고, 그러면 내가 더 많은 도움을 받는 관계가 이루어질 때 마다 예전의 방어적인 모습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천배, 자신을 살펴보는 시간

천일결사 9-1차에 처음 입재하면서 절을 하게 됐습니다. 아침에 제시간에 일어나지 못하고 알람을 끄고도 다시 잠드는 때가 많았습니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맞는구나’하며 포기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도반들의 응원을 받아 9-2차, 9-3차에 입재하면서 아침에 기도하는 것이 조금씩 나아졌습니다. 그리고 선배 도반들의 권유로 아침기도를 법당에서 하게 됐습니다. 아침에 일어나기 싫은 마음이 올라올 때는 쉬기도 하면서, 마음을 살피니 이제는 새벽 4시 30분이면 몸이 스스로 눈을 뜨게 됐습니다.

2달 전에 세종법당 김경순 님으로부터 한 달에 한 번씩 1,000배 정진을 같이 하자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20대에 3,000배를 해본 경험이 있어,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있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1,000배를 처음 시작한 9월 28일 저녁 7시에 세종법당에는 많은 도반이 모였습니다. 조금 들뜬 기분으로 법문을 듣고 절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300배까지는 그럭저럭하다가 500배정도 하였을 때 다리에 쥐가 나서 쉬었습니다. 다시 하면서 세월의 흔적을 간과한 체력의 한계도 느끼고 절을 하겠다고 한 자신을 원망하는 마음이 쑥 올라왔습니다. 600배를 넘기면서 허리와 다리의 감각은 무뎌지고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오직 호흡과 몸의 움직임에만 집중하니 한결 가벼워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1,000배는 못했고, 900배쯤 하고 마무리를 했습니다. 1,000배는 채우지 못했지만, 도반들과 끝까지 함께 절하며 마음을 살핀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10월 26일 두 번째, 1,000배 정진에서도 시간 안에 1,000배를 채우지는 못해 아쉬웠지만, 매월 한번은 1,000배 정진을 하며 자신을 살펴보는 시간이 되어 좋습니다. 가끔 ‘왜 절을 하는가’하는 의문이 나기도 합니다. 절을 하면서 마음속에 숨어 있던 상념들이 떠오르다가 지워지면서 가벼워지는 마음을 느낍니다. 1,000배 정진은 자신을 낮추는 연습이고,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입니다. 오늘도 나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는 엄마이고, 아내이고, 직장인이고, 수행자입니다.

1000배 정진, 도반들과 함께(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오은주 님)
▲ 1000배 정진, 도반들과 함께(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오은주 님)

글_오은주 님(대전정토회 세종법당)
정리_권혁진 희망리포터(대전정토회 세종법당)
편집_하은이(대전충청지부)

전체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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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웅ㅡ마의

시방삼세모든분들부디성불하시길부처님전에합장발원드립니다

2019-12-02 14:05:34

김지은

수행과 봉사로 더욱 행복해지시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12-16 19:02:57

무량덕

매달 천배 정진...좋은 생각입니다. 따라 하고 싶어지네요. 감사합니다.

2018-12-12 18: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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