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경기광주법당
내가 걷는 길 위에 함께 하는 행복

불교대학에 다니면서 참여한 JTS거리모금을 시작으로 불교대학 담당, 경전반 담당, 문경 특강 바라지, 선유동 불사 봉사 등 많은 봉사활동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하는 두 도반의 정토회 활동 이야기입니다.

불교대학 졸업식에서 (왼쪽에서 두 번째 이윤주 님, 세 번째 김은주 님)
▲ 불교대학 졸업식에서 (왼쪽에서 두 번째 이윤주 님, 세 번째 김은주 님)

Q 두 분이 2017년 가을불교대학 동기시지요? 정토회와 어떻게 인연을 맺으셨나요?

이윤주: 남편과 아들 사이에 자꾸 엇박자가 나니 양쪽 눈치를 보며 조금씩 지쳐가고 있을 무렵, 동생이 '법륜스님의 행복톡'을 보내주기 시작했습니다. 행복톡을 받아 보다 즉문즉설을 찾아보면서 처음에는 스님께서 질문자를 구박하듯 느껴졌습니다. ‘왜 저렇게 면박을 주지? 저렇게 면박을 주는데 치유가 될까? 다시 상처받지 않으면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나와 같은 처지인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에 위안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른 뒤 동생이 <깨달음의 장>에 다녀왔는데 너무 좋다고 했습니다. 살면서 한 번은 꼭 가야 된다는 말과 함께 당장 여건이 되지 않으면 먼저 불교대학에 다니면 좋겠다고 하면서, 불교대학을 신청하면 입학금을 내주겠다고 하여 바로 집 근처 법당을 찾아서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김은주: 2017년 가을 어느 날, 언니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를 한 통 받았습니다. ‘정토회에 불교대학이 있는데 교양으로라도 한 번 들어보는 게 어때? 광주에 법당도 있대.’ 저는 평소 언니를 멘토로 생각했던 터라 두 번 묻지도 않고 인터넷을 검색해서 입학했습니다. 그랬더니 언니는 “나는 그냥 안양법당에서 해보라는 대로 한 건데 진짜로 입학했어?” 하면서 놀라더군요. 언니는 저보다 한 해 먼저 안양법당에서 불교대학 수업을 듣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늦은 나이에 집에서 반대하는 결혼을 했다가 이런저런 문제로 6년 만에 헤어진 후 노후준비 차원에서 기술사 자격증을 따려고 학원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초반에 법당에서 자주 보자는 부총무님의 말에 '자격증 공부 때문에 어렵겠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이렇게 열심히 다닐 줄은 몰랐습니다.

Q 불교대학 공부는 어떠셨나요?

이윤주: 기복신앙의 불교를 주로 접했던 제게 〈실천적 불교사상〉은 의아하게 다가왔습니다. 법문이 합리적이긴 했지만, ‘성인군자도 아닌 내가 굳이 이 공부를 해야 하는 건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입학금을 내준 동생 생각에 쉽게 그만두지도 못하겠고, 과락하지 않을 정도만 나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랬던 제가 어느새 도반들과 함께 하는 것이 좋아 수업에 열심히 나가고 있었습니다. 도반들과 하는 나누기가 좋았습니다. 단 한마디를 하더라도 나의 말을 한다는 것이 좋더라고요. 시간이 흐르면서 예전에는 ‘~해 주세요.’라고 기도했는데 지금은 ‘~해서 감사합니다.’로 바뀌었습니다.

수업 중 수행 맛보기를 하면서 보왕삼매론에 매료되어 정토회 활동을 열심히 해보자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천일결사 입재식에 참여하게 되었고, 매일 아침 수행하면서 점점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고요히 나에게 집중해 돌아보니 지금껏 모든 것을 이해해주는 착한 아내, 착한 엄마 노릇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내 입장일 뿐 남편의 입장에서, 아들의 입장에서 헤아려 본 것이 아니었습니다. '남편과 아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돌이켜보니 가슴이 저릿했습니다.

그때부터 참회하는 마음으로 안방과 아들 방문에 삼배를 했고, 남편이 출퇴근할 때 현관에서 배꼽인사로 배웅하고 맞이하기를 반복하다 보니, 제때 밥 안 준다고 투덜거리던 사람이 가끔 본인이 밥을 차려 아들과 함께 먹는 날도 생겼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변화가 생기니, 밥은 꼭 해놓고 나오리라 마음먹게 되었고, 꾸준히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중입니다. 지금은 제가 정토회 가는 날 저녁은 당연히 알아서 챙겨 먹거나, 저를 기다렸다가 같이 먹는 날이 되었습니다.

뒷줄 오른쪽 이윤주 님,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김은주 님
▲ 뒷줄 오른쪽 이윤주 님,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김은주 님

김은주: 불교대학에 입학해 강의를 들으면서 수업마다 법륜스님의 가르침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제가 찾던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에 익숙한 제게 모든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수업 후에 하는 나누기는 힘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잘하려는 마음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잘하려고 하다 보니 무슨 얘기를 할까 고민하게 되고 고민하다 보면 마음을 내어놓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그냥 하면 되는 거였는데 그게 왜 그렇게 어려웠는지….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다녀오게 된 <깨달음의 장>은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오롯이 나에 대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면서 '아!' 하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부총무님이나 저녁책임팀장님이 무엇을 시키든 가볍게 그냥 해보리라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발심행자 교육에 갔을 때 법사님이 종교가 불교가 아닌 사람 손 들어보라고 하셨습니다. 저와 어떤 분 총 2명이 손을 들었습니다. 그때 종교를 바꿀 필요가 없다고 해서 그냥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바꿀 필요가 없지만 딱히 바꾸지 않을 이유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 개종했습니다. 평생 어머니의 종교인 기독교인으로 살아왔던 언니와 저이기에 언니가 개종했다고 했을 때 실망스럽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깨닫고 보니 종교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꺼렸던 불상에 절하는 것이 불교문화의 하나라고 생각하니 거부감 없이 따르게 됐습니다.

지금은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2018년 가을경전반에 입학해서 금강경을 배우고 있습니다. 같은 말씀이 반복되는 것 같으면서도 그때그때 새롭고 깊은 깨우침을 주시고, 사랑방에서 할머니 옛날이야기 듣는 것처럼 재미있는 일화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듣고 있습니다.

JTS 거리모금 (왼쪽 김은주 님, 오른쪽 이윤주 님)
▲ JTS 거리모금 (왼쪽 김은주 님, 오른쪽 이윤주 님)

Q 두 분은 여러 가지 봉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계시는데, 어떤 봉사에 어떤 마음으로 참여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김은주: 불교대학 다니면서 수행법회가 있다는 말을 듣고 한 번 두 번 참석해보니 즉문즉설이 재미있고 유익해서 몇 번 연달아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랬더니 바로 수행법회 저녁반 담당을 맡아보라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계속 나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터라 이왕 나오는 거 잘됐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받았습니다.

이윤주: 불교대학 다니면서 제일 처음으로 해 본 봉사는 JTS거리모금 입니다. 평소에도 지구촌 아이들 소식에 귀 기울이는 편이었고, 다른 단체에 매월 후원만 하고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돈이 많아야 남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자원봉사라도 다니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그것마저도 무언가 빈손으로 가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주저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거리모금 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행하면 된다는 걸요. 작은 실천만으로도 얼마든지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주춤거리는 마음도 있었지만, 지금은 지역주민 모두가 잠재적 후원자라 생각하며 열심히 홍보하고 있습니다.

경전반에 입학하면서 은주 님과 제게 담당과 부담당 소임이 주어졌을 때 잠깐 망설여졌지만, 앞에서 끌어주는 은주 님 덕에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아 흔쾌히 하겠다고 했습니다. 사실 제가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낯가림이 있는데 은주 님은 처음부터 참 편했습니다. 불교대학 다닐 때는 제가 심적으로 의지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잘 통하는 것 같아요. 지난번 불대 특강 때 특강 바라지를 제안했을 때도, 이번 9-7차 천일결사 입재식 전에 법당에서 새벽예불 하자고 제안했을 때도, 은주 님은 바로 “예” 하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참으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Q 특강 바라지도 함께 해보자고 제안하셨었군요. 바라지를 해야겠다고 마음 내신 계기가 있었나요?

이윤주: 불교대학 특강 갔을 때 마지막에 바라지 하신 분들이 인사하실 때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때는 바라지도 아무나 못 하고 <깨달음의 장>에 다녀와야만 하는 줄 알았다가 안 다녀온 사람도 된다고 하길래 바로 같이 해보자고 했습니다.
바라지는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거기선 “이 음식은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입니다.”라는 명심문을 합니다. 이 명심문을 하고 나면 마음이 경건해지고, 정성껏 음식을 해서 올려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정성껏 올린 공양을 맛있게 먹었다고 해주니 감사했습니다. 제가 문경에서 먹은 음식도 누군가의 정성으로 차려진 음식이라는 생각이 드니, 제가 받은 만큼 다른 이에게 베풀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고, 은주 님이 담당하고 있는 2018년 가을불교대학 학생들을 인솔하고 특강에 참석했을 때 한 번 더 바라지를 하였습니다.

문경에서 (왼쪽 이윤주 님은 바라지로, 오른쪽 김은주 님은 불교대학 담당자로)
▲ 문경에서 (왼쪽 이윤주 님은 바라지로, 오른쪽 김은주 님은 불교대학 담당자로)

Q 두 분 모두 천일결사 모둠장도 맡고 계시는데 어떤 마음이신지요?

김은주: 천일결사 모둠장은 ‘밴드 대문열기만 해도 된다, 아니 대문도 모둠원들이 돌아가면서 연다.’고 하셔서 가볍게 맡았는데, 모둠원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셔서 힘들지 않게 하고 있습니다.

이윤주: ‘어떻게 하면 눈에 띄게 공지를 할까?’ 연구하게 됩니다. 신나게 하고 있어요.

Q 윤주 님의 제안으로 우리 법당에서도 새벽예불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새벽예불을 법당에서 도반과 함께 하는 마음은 어떠신가요?

이윤주: 새벽예불 첫날, ‘괜히 하자고 했나?’ 하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은주 님의 “예” 하고 대답하던 모습이 떠올라 이내 집을 나섰습니다. 집에서 혼자 할 때는 가족들 눈치 보느라 볼륨을 최대한 줄인 데다 강아지들 때문에 집중이 잘 안 되었는데, 법당에 나와 함께 소리 내어 예불하니 집중할 수 있어 좋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나오면 코끝에 와 닿는 차가운 바람이 상쾌합니다. 지금은 서너 명이 함께 하고 있지만 더 많은 도반이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은주: 고요한 새벽에 목탁 소리를 들으며 기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함께 하자고 제안해주신 이윤주 님에게 고마운 마음입니다.

Q 앞으로 어떤 계획을 세우고 계신가요?

이윤주: 그저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보며, 하나씩 했을 뿐인데, 더 바랄 것이 없을 정도로 행복해져 있습니다. 남편이 너무 정토회에 빠진 것 아니냐고 하면서도 행복해하니 다행이라 말합니다. 올해는 <깨달음의 장>을 다녀와서 바라지까지 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꼭 다녀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늘 함께 해주시는 은주 님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김은주: 지금은 JTS 모금활동과 수행법회는 되도록 빠짐없이 참석하려고 합니다. 불법 만나는 것이 보통 인연이 아니라고 하는데 이 인연 오래 이어갈 수 있도록 맡은 바 소임에 충실하겠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깃털처럼 가볍게 봉사를 하는 두 도반을 보니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떤 일에 대해 무겁다고 느껴질 때 대상이 무거운 것이 아니라 내게서 일어나는 느낌, 생각일 뿐임을 다시 느꼈습니다. 좋은 일은 함께 해보자고 제안하는 이윤주 님과 그 제안에 기꺼이 “예” 하고 대답해주는 김은주 님을 보며 내가 걷는 길 위에 함께 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돌이켜 봅니다.


설연휴 기간인 2월 4일부터 2월 8일까지 <정토행자의 하루>는 잠시 쉬겠습니다.
2월 11일 월요일, 새해 첫 출발하겠습니다. 행복한 설 명절 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글_이영선 희망리포터(분당정토회 경기광주법당)
편집_양지원(광주전라지부)

전체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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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덕

불교대학은 인생의 터닝포인트임이 공감됩니다. 두도반이 서로 의지하며 함께 하는 모습이 참 좋네요. 화이팅 입니다.

2019-02-01 14:42:14

정명 데오

\"그저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보며, 하나씩 했을 뿐인데, 더 바랄 것이 없을 정도로 행복해져 있습니다. \" 감사합니다.~~^^

2019-02-01 07:4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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