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대학 졸업 갈무리가 있는 날, 불교대학생의 졸업 소감을 듣기 위해 법당에 들어서니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오신 선배들로 자리를 꽉 메운 가운데 졸업 갈무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먼저 부총무의 간단한 인사 말씀에 이어서 고성 불교대학생의 1년 돌아보기 영상, 그리고 김후남 님, 서은하 님, 정명숙 님의 졸업 소감을 들었습니다. 세 분 중 서은하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서은하 님
▲ 서은하 님

 

삶의 터널에서 만난 즉문즉설

 
15년 동안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시집 식구들과 여러 가지 갈등을 겪으며 힘들어하던 저는 분가만 하면 참으로 행복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바라던 분가를 했지만 홀가분하고 자유로운 기쁨도 잠시, 이제는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과거의 피해 의식들이 저를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몸도 편해지고 시간적 여유도 생겨 모든 것이 내 뜻대로 원하는 대로 이루어진 듯한데, 새삼스레 시어머니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 시동생의 막말, 동서 때문에 힘들었던 일, 내 편을 들어 주지 않는 남편에 대한 원망으로 계속해서 참을 수 없는 화가 밀려왔습니다. 밉고 서운하고 싫고 원망으로 가득 차 있던 어느 날. 이럴 수가! 고속도로 긴 터널을 지나는 순간, ‘이게 뭐지?’ 처음 느껴보는 불안감과 답답함이 공포로 이어져 가슴은 두근거리고 숨쉬기가 너무 힘들어 이마와 손에는 진땀으로 범벅이 되었습니다. 죽음의 공포를 경험한 그날 이후 저는 더 이상 터널을 지나는 것이 너무나 두려웠고 가까운 거리의 국도로 운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가 왜 이럴까? 이 상황이 뭐지?’ 이런 의문 속에서 우연히 만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은 어둠 속의 한 줄기 빛과도 같았습니다. 즉문즉설을 들으며 저를 가장 힘들게 하는 존재는 다름 아닌 나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내가 어리석게도 스스로 나의 몸과 마음을 다치게 하고 있구나! 나 아닌 그 누구도 나를 해칠 수 없구나 하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때 정토회 홈페이지를 열어보게 되었고 수행법회가 열린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문경 특강수련(오른쪽이 서은하 님)
▲ 문경 특강수련(오른쪽이 서은하 님)

 

미움과 원망에서 고마움과 미안함으로

 
수행법회를 통해 스님의 가르침을 접하고, 자연스레 천일결사에 입재할 수 있는 끈이 되었습니다. 새벽기도를 다니며 무언가 조금씩 귀로만 듣고 글로만 읽던 진실들이 가슴에 와 닿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저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더 궁금했고, 결국 직장인 학원 방학을 앞당겨 <깨달음의 장>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깨달음의 장>에서의 경험들은 미움과 원망으로 가득 차 있던 제 마음을 고마움과 미안함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미안하고 고마움이 이렇게 제 마음을 편안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언제부터인가 아무런 증상 없이 터널을 지날 수 있다는 사실이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이후 불교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 감동했다면 불교대학에서는 부처님의 일생과 법을 공부하며 고귀한 불법에 감동하였습니다. 경주 남산 순례와 문경 특강수련 등 여러 행사를 체험해 볼 때마다 새로운 감동에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언젠가는 인도성지순례에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차츰 꼭 가야겠다는 확신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빡빡한 학원 일정에 보름의 시간을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믿던 제가 도반들과 함께하는 천일결사, 깨달음의장, 불교대학 수업 등으로 서서히 용기가 쌓여가기 시작했습니다. 9월, 인도성지순례비를 먼저 입금하고 남편을 천천히 간절하게 설득하였습니다. 경영하고 있던 학원은 학부모들에게 한 분 한 분 양해를 구하여 2주간의 방학을 하였습니다.

인도성지순례(맨 앞이 서은하 님)
▲ 인도성지순례(맨 앞이 서은하 님)

 

천국을 깨닫게 한 인도성지순례

 
드디어 인도 가는 날! 공항에서 기다리는 동안 <깨달음의 장> 동기 한 분이 전화를 하였습니다. 가장 소심하고 조용하며 행동하지 않을 듯한 분이 어찌 인도를 가시냐며, 잘 다녀오라는 인사말이었습니다. ‘아! 내가 그랬었나?’ 라는 생각에 잠시 뒤돌아보니 그때였다면 아마 인도에 가지 못할 이유가 10가지도 넘을 듯하여 새삼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역시 정토회 인도성지순례길은 저의 인생에 너무나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삶과 죽음이 이리 쉬운가. 삶이 허망하게 느껴지던 갠지스강의 화장터! 곳곳마다 너무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 구걸이 삶의 전부인 듯 치열하고 끊임없이 그 맑은 눈빛으로 애원하는 아이들. 인도 불가촉천민 마을에서 만났던 어떤 여인! 내 또래의 나이에 80세 노파의 모습을 하고, 초점 없는 눈빛으로 우두커니 땅만을 응시하고 있던 그 여인! 이럴 수가! 도대체 나는 어떻게 살았나! 천국에 있으면서도 천국인 줄 모르고 투덜대며 투정부리고 살았구나! 나이만 먹었지 어린아이와 같은 삶을 살았다는 생각에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었습니다.

인도성지순례에서 향상법사님과 함께(앞줄 오른쪽이 서은하 님)
▲ 인도성지순례에서 향상법사님과 함께(앞줄 오른쪽이 서은하 님)

 
순례길은 역시 육체적으로도 만만치 않은 길이었습니다. 먼지 속의 모랫길을 오랜 시간 걷고 난 후 허기진 배를 채우려 도시락 뚜껑을 연 순간, 떡하니 엄지손가락만한 벌레가! 배는 고픈데 도저히 징그러워 쳐다볼 수 없던 도시락 속의 벌레를 말없이 숟가락으로 떠서 버리고는 “보살님, 괜찮아요. 드셔요!” 라며 위로해 주던 속 깊은 법우. 원래 성격대로라면 절대로 먹지 않았을 도시락인데 너무나 맛있게 다 먹은 후 찾아온 왠지 모를 홀가분함! 그래! 명심문처럼 나의 분별심은 모두 나의 상일 뿐이구나! 몸은 조금 힘들고 고생스러웠지만, 머릿속은 맑아지고 마음은 점점 가벼워지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불교대학 수업을 갈무리하며 이런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 고성 정토회 도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부처님의 마지막 말씀인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수행하라”는 말씀 가슴 깊이 새기며 나의 문제에서 벗어나 좀 더 널리 쓰임이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겠습니다.
 
 

9-6차 천일결사 입재식(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서은하 님)
▲ 9-6차 천일결사 입재식(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서은하 님)

서은하 님의 소감문을 다 듣고 이어 선배들의 신명나는 졸업 축하 공연과 기념사진 촬영으로 졸업식을 마쳤는데요, 마지막 법문과 졸업식 행사로 늦은 시간인데도 한 분도 빠짐없이 끝까지 자리를 함께하며 정토회의 꽃인 나누기로 마무리를 하였습니다. ‘나는 행복한 수행자입니다’ ‘나는 행복한 수행자입니다’ ‘나는 행복한 수행자입니다’ 세 분, 불교대학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글_성영이 희망리포터((마산정토회 고성법당)
편집_조미경(경남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