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비틀스, 셰익스피어, 그리고 요즘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이슈로 더 유명한 영국에서 정토회를 통해 부처님 법을 만나 배우고 수행하는 런더너(Londoner)들의 설레는 첫 번째 이야기들을 모아 전해드립니다.

요즘 런던의 겨울은 영상 7~8도 수준으로 눈보다 비가 익숙한 겨울입니다.
▲ 요즘 런던의 겨울은 영상 7~8도 수준으로 눈보다 비가 익숙한 겨울입니다.

‘첫눈’, ‘첫사랑’, ‘첫 만남’처럼 우리의 일상에 ‘첫’이란 관형사가 앞에 끼어드는 순간 설렘과 풋풋함이 묻어납니다. 런던법회 도반들은 법륜 스님의 런던 첫 방문 이후 계속 이 ‘첫’ 단추를 끼워가는 설렘 가득한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2014년 9월 21일은 런던 정토행자들에게는 역사적인 날이었습니다. 2014년 하반기에 법륜스님의 희망세상만들기 세계 115회 강연 중 27번째 즉문즉설 강연이 영국에서는 처음으로 웨스트민스터 대학에서 열린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스님의 법문이 좋았던 사람들은 강연 후에도 계속 법문을 듣고 싶고 나누기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강연이 계기가 되어 2015년 2월 8일 송민주 님 댁에서 8명이 모인 첫 기획법회가 바로 지금의 런던법회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4년 넘게 매달 둘째 넷째 주 일요일 낮 12시에 수행법회를 열어 런던 교민과 유학생들에게 부처님 법을 전하는 행복 도량이 되고 있습니다.

유목민들의 힘찬 발걸음

런던법회와 행사는 워털루 책방(The Calder Bookshop & Theatre), 엘러펀트앤캐슬(Elephant and Castle) 스튜디오와 오늘날의 베쓰널그린(Bethnal Green)역 근처 채플(St Margaret’s House Chapel) 등 여러 장소를 거치며 여러 도반들의 수행ᆞ보시ᆞ봉사로 이루어졌습니다.

지금까지 옮겨 다닌 런던 시내 수행법회 장소의 발자취
▲ 지금까지 옮겨 다닌 런던 시내 수행법회 장소의 발자취

수행법회 외에 온종일 시간을 내야 하는 특강, 통일정진, 연말 3000배, 천일결사 모둠활동, 수행 맛보기 등 특히 바닥에서 절을 해야 하는 경우 여러 도반이 가정집을 법당처럼 항상 열어준 덕분에 많은 특강과 모임이 가능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 3000배 철야정진을 마치고 기념사진(2018년 12월 김세경 님 댁)
▲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 3000배 철야정진을 마치고 기념사진(2018년 12월 김세경 님 댁)

현재 수행법회가 열리는 장소(St. Margaret’s House Chapel)는 런던 북동쪽(Bethnal Green)에 있는 예배당으로 십자가 아래에 스크린을 펴고 영상을 통해 스님의 법문을 듣기 때문에 명실공히 종교화합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곳의 저렴한 장소 사용료 때문에 가장 오랫동안 법회 장소로 사용 중이나 1889년도에 완공된 예배당인 관계로 여름에는 동굴 안처럼 시원하지만, 겨울에는 춥고 음산해서 런던법회 도반들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와야 동장군에 밀리지 않고 법문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현재 한 달에 두 번 일요일 수행법회와 불교대학 수업이 열리는 채플
▲ 현재 한 달에 두 번 일요일 수행법회와 불교대학 수업이 열리는 채플

불평하기보다 환경에 적응해 즐길 줄 아는 현명한 런던법회 도반들은 이제 수행법회와 행사가 있는 날에는 두세 겹 더 껴입고 보온병과 방석, 그리고 담요를 필수 아이템으로 준비해서 오는 “불편은 느끼되 불평은 하지 않는 행복한 수행자”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두꺼운 옷과 담요로 무장하고 즐겁게 입재식 법문을 듣는 런던법회 도반들 (2018년 12월)
▲ 두꺼운 옷과 담요로 무장하고 즐겁게 입재식 법문을 듣는 런던법회 도반들 (2018년 12월)

런던에서 정토를 일구는 사람들

스님의 런던 첫 강연이 불쏘시개가 되어 시작한 작은 모임이 2015년 7월 열린법회로 이어지면서 런던에도 정토 불교대학이 개설되었습니다(2015년 10월). 첫 번째 런던 천일결사 입재식(8-7차, 2015년 11월)을 시작으로 그다음 해에는 첫 수행법회(2016년 1월)가 열리고 불교대학 졸업생과 경전반이(2016년 12월 1기, 2017년 11월 2기 입학) 생기면서 본격적으로 런던에 정토를 일구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케임브리지와 맨체스터에서 온라인으로 시무식에 함께한 도반들(2019년 1월)
▲ 케임브리지와 맨체스터에서 온라인으로 시무식에 함께한 도반들(2019년 1월)

1년이라는 시간차를 두고 2016년 도서관(Canada Water Library)과 2017년 채플(Bethnal Green)에서 시작한 경전반 1기와 2기는 육조단경 마지막 수업을 비슷한 시기에 끝내고, 졸업특강과 갈무리 수업을 작년 11월에 함께하며 경전반을 동시에 마무리했습니다. 모두가 경전반 학생임과 동시에 런던법회 총무, 불교대학 담당, 경전반 담당 등 런던법회의 여러 소임을 맡으면서 일과 수행의 통일을 몸소 실천하는 자랑스러운 수행자들입니다.

경전반 1기와 2기가 함께 졸업특강 및 갈무리 수업을 한 후(2018년 11월)
▲ 경전반 1기와 2기가 함께 졸업특강 및 갈무리 수업을 한 후(2018년 11월)

월간 법회보에 담긴 우리들의 이야기

2017년 12월 뉴몰든 열린법회에서 시작한 법회보가 런던법회로 이어져 작년 6월부터는 런던법회 소식이 법회보를 통해 꾸준히 매월 마지막 법회 때 도반들의 손에 전해집니다. 지난 한달간 있었던 굵직굵직한 법회 행사와 모둠활동 소식부터 도반들의 진솔한 수행담을 만나볼 수 있는 알찬 소식지일 뿐만 아니라 런던법회의 활동 모습을 재미난 사연과 사진으로 보여줄 수 있는 귀한 홍보지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발행되는 런던 법회보 모음
▲ 한 달에 한 번 발행되는 런던 법회보 모음

런던의 리틀 코리아 ‘뉴몰동(洞)’에 시작한 불교대학

런던 남서부 교외의 뉴몰든(New Malden) 지역은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 내 최대 한인타운으로 이 지역에만 약 2만 명의 한국인들이 살고 있어 '뉴몰동(洞)'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런던 일요일 수행법회에는 주중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직장인과 학생들이 대부분 참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런던 외곽 뉴몰든에 거주하는 주부들의 경우 일요일 오후에 가족들을 두고 시내까지 수행법회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은 형편입니다.
2016년 하반기부터 가정에서 시작한 여러 번의 기획법회를 거쳐 2017년 11월에는 김지은 님(현재 해외포교 팀장)과 김세경 님(뉴몰든 불교대학 담당)의 발심으로 드디어 뉴몰든 지역에 거주하는 주부들의 시간대에 가장 부합하는 평일 오전에 열린법회를 매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해인 2018년 4월에는 열린법회에 참석하던 도반들이 대부분 뉴몰든 불교대학 1기 신입생이 되었습니다.

뉴몰든 불교대학 입학식 (2018년 4월)
▲ 뉴몰든 불교대학 입학식 (2018년 4월)

매주 화요일 체육관(Graham Spicer Institute)에서 뉴몰든 불교대학 수업을 합니다.
▲ 매주 화요일 체육관(Graham Spicer Institute)에서 뉴몰든 불교대학 수업을 합니다.

기획법회로 이웃에게 행복을

오래도록 런던의 한인타운에 정토회 법회가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 이루어진 가슴 벅찬 순간을 기억하며 지역 주민과 지인들에게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부처님 법을 알리기 위해 뉴몰든 불교대학 도반들이 분기별로 기획법회를 열고 있습니다.

뉴몰든 불교대학생들이 분기별로 준비하는 이웃을 위한 가정에서의 기획법회 모습
▲ 뉴몰든 불교대학생들이 분기별로 준비하는 이웃을 위한 가정에서의 기획법회 모습

기획법회 후 지인들과 함께하는 행복한 차담시간 (2018년 11월)
▲ 기획법회 후 지인들과 함께하는 행복한 차담시간 (2018년 11월)

유럽의 첫 개편 불교대학

작년에 새로이 개편되어 한국에서 먼저 시작되고 해외에서는 지난 9월 행자대회에서 모의 수업으로 소개된 개편 정토불교대학 프로그램을 유럽지구에서는 런던법회가 처음으로 적용하게 되었습니다. 2018년 11월 25일에 입학한 불교대학 3기 신입 도반들이 바로 새롭게 단장한 불교대학 수업의 혜택을 누리는 행운의 주인공들입니다.

선배들과 함께한 불교대학 3기 입학식 사진
▲ 선배들과 함께한 불교대학 3기 입학식 사진

개편된 불교대학 과정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수행을 보다 구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참여 형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매일 수행연습 해본 소감을 교실 소통방(밴드)에 올려 나누기하고, 지난 일주일의 수행연습 소감은 수업 시간에 나눕니다.

수행법회가 없는 1, 3주에는 김그레이스 님 댁에서 수업을 합니다.
▲ 수행법회가 없는 1, 3주에는 김그레이스 님 댁에서 수업을 합니다.

이번 개편된 불교대학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SNS를 통해 도반들과 매일 함께 과제를 수행하며 진솔한 나누기를 하는 것입니다. 불교대학 3기 교실 담당자 김유진 님은 매일 밴드 대문을 열며 더불어 수행하고 본인의 마음을 살필 수 있어 진행하는 재미가 있다고 합니다.

매주 다른 주제로 매일 나누기를 올리는 불교대학 3기 밴드
▲ 매주 다른 주제로 매일 나누기를 올리는 불교대학 3기 밴드

수행은 함께 마음을 닦는 벗인 도반(道伴)이 전부라고도 합니다. 함께 모여 법문을 듣고 나누기를 하면 감동도 기쁨도 깨달음도 혼자일 때보다 훨씬 더 크게 느껴집니다. 런던법회 도반들의 수행을 위한 장소를 마련하는 것이 새해 런던법회의 발원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임대료가 비싸기로 악명높은 런던에 법당을 가지려는 생각 자체가 언감생심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회와 수업 때마다 무거운 프로젝터, 노트북 컴퓨터 그리고 법회 물품을 가득 담은 여행용 가방을 들고 지하철역 계단을 오르내리며 끌고 다니는 도반들의 수고를 덜어주고 싶은 마음에 ‘황금돼지의 해’ 2019년에는 런던법회가 법당이라는 둥지를 트는 또 새로운 ‘첫’ 이야기를 시작하길 기대해봅니다.

글_김세경 (해외지원팀 희망리포터 담당)
편집_박승희 (해외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