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전통적인 새해는 ‘송끄란’이라 불리며 우기가 시작되기 바로 직전, 가장 무덥고 뜨거운 4월 중순경입니다. 길거리에서 사람들에게 물을 뿌리며 신나게 노는 물 축제로 널리 알려진 ‘송끄란’이 태국식 새해맞이 행사랍니다. 태국 방콕 법당의 설날 모습을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설날에 이 곳 태국은 조용한 평일입니다. 그래도 중국계 태국인들이 전체 인구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백화점의 'Chinese New Year' 마케팅이 활발해 쇼핑몰 주변이나 시장에선 조금은 들뜬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설날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쇼핑몰 전경
▲ 설날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쇼핑몰 전경

방콕 법당의 정초 기도 300배 정진

방콕 법당에서도 새해를 맞아 2019년 정초 기도 300배 정진을 진행하였습니다. 한해의 첫 출발을 경건하고 청청한 마음으로 맞이하기 위해 3일 동안 진행된 정초 기도에 많은 도반들이 참석하여 그 분위기가 태국 날씨만큼이나 뜨거웠습니다. 사실 방콕 법당은 법회가 진행되는 일요일,화요일마다 한반도의 평화통일과 태국 정토 센터 불사를 기원하는 300배 정진을 매주 해오고 있어서 그런지 모든 도반이 가뿐하게 정진을 해냈습니다. 정진 후에는 20년 전 이 방콕 땅에 정토의 씨를 직접 뿌리며 가정 법회부터 지금의 법당까지 한결같은 수행으로 정토를 일구어 오신 홍정혜 님께 참석한 도반 모두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세배하였습니다.
한 배 한 배 정성껏 기도하며 각자 어떤 마음들이 올라왔는지 들어 보겠습니다.

법당 어른이신 홍정혜 님께 새배 합니다.
▲ 법당 어른이신 홍정혜 님께 새배 합니다.

도반들의 마음 나누기

먼저 홍정혜님의 나누기입니다.

홍정혜 님: 정초 기도를 하며 가족들과 인연 맺은 모든 이들의 건강과 행복을 빌었습니다. 힘은 들었지만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맑은 정신으로 절하며 함께하는 도반들이 있어서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돌아보니 많은 이들의 공덕으로 내가 이렇게 잘살고 있었습니다. 올 한해 회향하는 마음으로 잘 쓰이고 싶습니다. 부끄럽지 않은 수행자로서 잘살아야겠다 다짐해 봅니다. 나무 관세음보살!

다음은 6년째 총무 소임을 맡고 있는 황소연 님의 마음을 들어 보겠습니다. 황소연 님은 얼마 전 수술을 받은 직후인데도 참석해서 많은 도반에게 힘을 보태 주었습니다.

황소연 님: 기도를 시작하며 사실 부담이 많이 되었습니다. 수술하기 전부터 몸이 좋지 않았는데 시댁 일에, 정토 일에 맘 놓고 쉬어지지 않았습니다. 수술 전날까지 법당에 나와 평상시와 다름없이 일보고 다음 날 새벽에 입원하여 수술 받았습니다. 그 전 세 번의 수술 때마다 늘 불안하고 초조하며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식은땀이 흐르고 심장이 쿵쿵거렸는데 네 번째인 이번 수술 당일에는 이만하길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며 감사한 마음으로 편안하게 마쳤습니다. 정초 법문을 듣는 데 정말 기쁨과 감사함이 올라왔습니다. 자신의 소중함을 알아야 하고 어떻게 삶을 준비하고 살아야 하는지 차근차근 일러 주시는 스승님이 계시니 '나는 정말 행복하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전에는 수행자라는 말이 부담스럽고 어색했는데 이번에는 아주 따뜻하고 정감있게 들렸습니다. 몸이 아파 이틀만 참석했는데 도반들 덕에 이 만큼 갈 수 있음에 감사하며 자유롭고 행복한 사람이 되어 이웃과 세상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보이지 않는 뒷자리에서 조용히 법당의 궂은일을 척척 해주는 법당의 보물, 귀한 살림꾼 김애진 님의 마음입니다.

김애진 님: 늘 할 때는 힘들지만, 하고 나면 제일 행복한 게 저에게는 기도입니다. 정초기도 하는 3일 동안 참 행복했습니다. 이렇게 행복하게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해 봅니다.

환하게 웃으며 얘기하는 김애진 도반을 보며 나는 언제쯤 기도가 행복해질 날이 오려나 하고 기다려졌습니다.

'감로안'이라는 아름다운 법명처럼 달콤한 이슬방울 눈동자의 최민교 님의 마음 들어 봅니다.
최민교 님: 어떤 일이나 새롭게 시작하는 시기에는 마음가짐이 다르듯이 정초기도는 새로운 일 년을 향한 발원으로 더욱 뜻깊습니다. 얽히고설킨 인연의 진리를 깨달아 네가 있으므로 내가 있음을 압니다. 올해는 나 자신, 내 가족만을 생각하고 행동했던 것을 넘어서 그 이상의 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고 실천하겠습니다. 부처님 법을 통해 더 성숙한 수행자가 되기를 발원합니다.

정진 후 단체 사진! (앞줄 왼쪽부터 성미연 님, 홍정혜 님, 황소연 님. 뒷줄 왼쪽 두 번째 최민교 님, 세 번째 김애진 님)
▲ 정진 후 단체 사진! (앞줄 왼쪽부터 성미연 님, 홍정혜 님, 황소연 님. 뒷줄 왼쪽 두 번째 최민교 님, 세 번째 김애진 님)

다음은 법당의 해우소 청소를 도맡아 가장 낮은 곳에서 봉사하며 불법을 몸소 체험해 나가는 성미연 님의 자세한 마음 나누기입니다.

성미연 님: 카톡이 울렸습니다. "도반님! 3일 동안 정초기도 정진하러 오셔요." 무심코 "예"하고 답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무엇이 내 앞에 기다리고 있을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정진 첫날, 이백 배를 지날 때는 그저 다리가 아프다는 정도였으나 그 이후 온갖 번뇌가 올라왔습니다. '내가 미쳤지, 지난 달 동지 기도 3일 300배 정진도 그렇게 힘들게 끝내 놓고 왜 또 한다 했을까?' 하며 이를 악물고 절을 했습니다. 그러다 마지막 절에서는 '아이고 부처님, 감사합니다. 오늘 큰 복 받고 갑니다. 나를 이긴 것보다 큰 복이 어디 있겠습니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렇게 행복하게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정진 둘째 날, 기도 시작 전부터 마음을 굳게 먹었습니다. '관음 정근을 함께하면 더 힘이 드니 입 꾹 다물고 무조건 삼백 배 목표나 채우자!' 생각하며 절을 하는데 옆의 도반들은 큰 소리로 관세음보살을 부르며 기도를 하였습니다. 특히 한 분은 연세가 70세가 넘으신 분입니다.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함께하는 도반들을 격려하기 위해 본인 기도도 쉽지 않으실 텐데 저렇게 열심히 관음정근을 하시는구나.' 보살들이 자기중심을 잘 잡고 보살행을 하면 중생들의 삶이 수월해진다던 스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그저 감사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기도를 마친 하루였습니다.
정진 셋째 날, '드디어 마지막 날이다. 이틀 동안 연습을 했으니 오늘은 수월하겠지.' 그런데 웬걸.... 오늘은 시작부터 온갖 번뇌 망상이 올라왔습니다. '내가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나. 굳이 절 안 해도 잘살고 있는데.... 내가 왜?'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러던 순간, 나도 나 자신에게 놀랐습니다. '겨우 삼백배에 내가 이렇게 결단이 난단 말인가?' 그동안 하고 싶은 일은 누가 말려도 하고야 말고, 하기 싫은 일은 아무리 떠밀어도 꿈쩍도 하지 않았던 지난날들.... 좋고 싫음의 욕구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 진정한 자유라 배웠거늘 현실에서는 여지없이 무너지는 나를 보았습니다. 정초 3일 간의 기도를 통해 나를 직면하는 소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비록 그것이 초라한 모습일지라도 그 모습을 끌어안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 자신에게 감사합니다.

전 세계 정토행자 여러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전 세계 정토행자 여러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함께 기도했지만, 그 느낌과 마음들은 같은 듯 다른 모습입니다. 각자 고유의 아름다운 색깔과 모양으로 어우러져 있기에 방콕 법당은 더욱 생기가 넘칩니다. 솔직하게 마음 나누어 주신 도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타국 땅에서도 법륜스님을 스승님으로 모시고 귀한 법을 배울 수 있도록 정토 문을 활짝 열고 반갑게 맞이해 주시는 홍정혜 님, 감사합니다. 소임이 복인 줄 알아 6년 동안 총무소임 수행 중인 황소연 님, 감사합니다. 나를 이롭게 하고 타인을 이롭게 하는 정토 수행자 도반님들, 감사합니다. 앞으로 시간이 더 많이 흐른 후에는 우리 도반들 모두 서로 물들이고 물 들며 지금보다 더욱 자유로운 빛깔의 모자이크 붓다가 되어 있겠지요.

사는 곳이 달라도 정토 세상을 이루기 위해 수행 정진하는 전 세계 정토 행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싸왓디 삐마이카!

글_박동주희망리포터 (방콕 법당)
편집_박승희 (해외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