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불교대학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그저 불교공부 하는 것이 계획의 전부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입학 후 시작된 정토행자로써의 삶을 통해 그동안 모르고 살았고, 또 알면서도 모른 척 했던 자신의 모습을 찾았다고 합니다. 꾸준한 수행 보시 봉사를 실천하고 있는 정토행자이며 꼼꼼하고 야무진 안산법당의 환경담당 김혜윤 님을 소개합니다.

부처님 오신날 조계사 행사에서 JTS 홍보를 하는 김혜윤 님▲ 부처님 오신날 조계사 행사에서 JTS 홍보를 하는 김혜윤 님

나는 아무 문제 없는데 왠 마음공부?

남자친구는 종교, 철학, 심리 등 관심이 많았습니다. 저도 남자친구가 골라주는 책을 종종 읽어보고는 했는데 재미있었습니다. 저희 둘은 공통의 얘깃거리가 너무 없기도 했고, 대화하다 보면 제가 상대적으로 무지한 느낌이 참 싫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불교공부를 하고 싶었고, 알아보다가 정토회 불교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책으로 공부하는 곳 인 줄로만 알고 왔던 저에게 마음공부를 권하니 도망 다니고, 수업 빼먹기 일쑤였습니다. 이 세상 누구보다 착하게, 성실하게, 열심히 잘 살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에 대해 ‘나만큼 나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 고 자부했습니다.

'나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웬 마음공부?' 그 후 낯설고 어색한 저와의 만남이 시작되었습니다.

다문화센터의 다문화 가족나들이 봉사중인 김혜윤 님 (가운데)▲ 다문화센터의 다문화 가족나들이 봉사중인 김혜윤 님 (가운데)

잘났어 정말!

처음으로 몰랐던 나를 발견한 것은 바로 <깨달음의 장>에서였습니다. 몇 년 전 기억임에도 생생하네요. 도덕적 결벽증이 있던 제게, 제가 잘났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인정 하는 것이 고통이었습니다. 제 자신에 대한 실망감, 저의 교만함으로 인해 상처받았을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 이제라도 '내 모습을 알았다'는 안도감이 뒤엉켜 펑펑 울었습니다. 이렇게 나와의 숨바꼭질은 시작되었고 어딘가 숨어있는 나를 꼭 찾아야겠다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무사히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졸업하고 수행과 더불어 작은 소임을 맡으며 이제 좀 더 나은 사람이 된 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락없이 집에서 엄마에게는 대단히 ‘잘난’ 딸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독립적이고, 뭐든 알아서 했는데, 묻지 않고 혼자 결정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 시작은 의지하고 싶지 않던 마음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엄마의 말을 무시하게 되고, 내가 옳기 때문에 내 생각을 강요하고, 엄마의 생각이 틀렸다고 지적을 하였습니다. 하루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엄마와 아웅다웅하고 있었는데, 엄마의 한마디가 제게 충격과 동시에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엄마가 말이 안 되는 말을 해도 그냥 들어주면 안 되는 거냐. 그걸 다 꼬치꼬치 따져야 속이 후련하냐. 이런 인정머리 없는 년 같으니.’ 저는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상대방의 얘기를 ‘맞다, 틀리다’의 기준으로 볼 것이 아니라 그냥 마음을 받아주고 얘기를 들어주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 쉬운 것을 전 왜 모르고 살았을까요.

부처님 오신날 법당 봉사를 하는 김혜윤 님 (왼쪽)▲ 부처님 오신날 법당 봉사를 하는 김혜윤 님 (왼쪽)

귀가 열리는 경험

전 예전부터 제 의견에 반대하는 것을 참을 수 없기에 처음부터 의견을 안 내고 침묵을 하거나 제 의견을 끝까지 고집하기 위해 말을 많이 하거나 둘 중 하나였습니다. 법당에서는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이 일상인데 정말 말을 아낌없이 했습니다. 이런 고집이 꺾일지 의문이었는데 얼마 전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주1일 봉사 담당이 되었고 도반들과 소임을 논의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제 의견에 동의하는 분이 단 한 사람도 없었는데, 걸림 없이 모든 분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전 상대가 제 의견에 반대하면 저를 공격하는 것으로 느껴서 심장이 쿵쾅 거리곤 했습니다. 변화된 나를 마주하니 즐겁고 재미있었습니다. 우리 마음은 모두 본래 청정하다는 부처님 말씀대로 나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신기했습니다. 이런 나를 만나게 되어 정말 기뻤습니다. 40살이 돼서야 귀를 막지 않고 상대의 얘기를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 늦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명상수련원 바라지 봉사를 하는 김혜윤 님 (왼쪽에서 두번째)▲ 명상수련원 바라지 봉사를 하는 김혜윤 님 (왼쪽에서 두번째)

봉사는 남이 아닌 나를 위한 것

회사를 쉬는 동안 정토회에서 권하는 건 뭐든 해보자는 생각에 바라지를 갔습니다. 첫 바라지를 2주 연속으로 하고 뭐에 이끌리듯이 거의 매달 명상수련원 바라지를 갔습니다. 주로 영상 소임을 맡았는데, 할 일이 왜 이리 많은지 쉽지 않았습니다. 깨워주는 이 없이 새벽 3시 반이면 벌떡 일어나 준비를 하였고 기상 요령을 울렸습니다. 온종일 바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문득 제가 수련생들을 위해 잘 쓰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잘 쓰인다는 사실에 그렇게 기쁠 수 없었습니다. 항상 미래에 대한 근심·걱정이 가득했고, 앞으로 무슨 일을 하고 살 수 있을지에 대해 두려움이 많았는데, 충분히 지금도 잘 쓰이고 있는 저의 모습을 발견한 순간은 그 어떤 기쁨과도 비교할 수 없었습니다.

한번은, 좋아하던 소임을 다른 도반님께 넘겨드리고 총괄을 하게 되었는데, 낯선 저와 또다시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공들여 해오던 애착 많은 소임이기에, 남한테 주기 싫었고, 남이 저보다 잘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매뉴얼보다 더 자세하게 안내하며, 친절함으로 겉마음을 포장했지만, 사실은 상대를 믿지 못하는 밑 마음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제 모습에 실망하지 않았고, 저를 알아가는 과정이 더 소중했기에 감사했습니다. 봉사는 남을 위해서만 하는 것이 아님을 바라지를 통해 확실히 알았습니다.

안산 태국 송크란축제 행사에서 쓰레기분리수거 봉사를 하는 김혜윤 님 (오른쪽)▲ 안산 태국 송크란축제 행사에서 쓰레기분리수거 봉사를 하는 김혜윤 님 (오른쪽)

정토와의 인연은 포에버~

35살에 정토회와 인연 맺어 올해 딱 40살이 되었습니다. ‘1년 하고 관둘까, 2년하고 나갈까?’ 초반에는 계속 고민했는데 지금은 그와 같은 고민을 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저와 만나는 것이 정말 재미있거든요. 모르고 살았거나, 알았지만 외면하고 살았던 모습과 마주하는 것은 처음에는 어색하고, 어렵고, 두렵고, 싫은 일이었지만, 지금은 어떤 모습과 마주해도 놀랍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나를 만나고 바라보고 인정해주는 수행을 쭉 이어가고 싶습니다.

글_김용태 희망리포터(안양정토회 안산법당)
편집_고영훈(인천경기서부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