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수련원의 여러 수련프로그램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바로 바라지입니다. <깨달음의 장>, <명상수련>, <일상에서 깨어있기>, 김장, 공양간이나 도량 등 바라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백일출가>에서도 졸업한 선배들이 만 배 바라지부터 면접, 입방, 일체의 장, 최근에는 출가생 모집 홍보까지 각종 바라지를 합니다. 오늘은 문경 수련원에서 활약하는 바라지 이야기를 들어 볼까요?

2018년 김장바라지 하는 도반들의 밝은 모습
▲ 2018년 김장바라지 하는 도반들의 밝은 모습

불편한 마음 알아차리는 봉사가 놀이

바라지는 순수한 우리말로 ‘옆에서 돕는다’는 뜻입니다. 주위를 자세히 보면 바라지 아닌 일이 없습니다. 모두 서로 도와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요즘은 돈만 주면 필요한 것을 쉽게 사고 필요한 사람을 고용하고 돈 벌기 위해 일하게 되니 돕는다는 생각을 못 할 수도 있습니다. 공동체 생활을 하면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의 공덕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바라지를 자주 오는 이들은 아마도 그런 의미를 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일봉사로 잠깐 들른 한 청년에게 바라지 오는 이유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그냥 봉사하는 자체가 좋아요. 법문을 듣는 것도 좋지만 직접 봉사하면서 올라오는 마음을 보면 깨닫는 게 많지요. 아주 어릴 때부터 봉사를 했기 때문에 봉사가 놀이가 됐어요.”

바라지 봉사자 중에는 매주 또는 한 달에 한 번 오거나 몇 달 동안 여기서 살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집에 다녀오는 분도 있습니다. 객은 일주일 이상 지낼 수 없기 때문에 일주일째 되는 날은 나갔다가 하루 지나서 다시옵니다.
봉사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휴식 차 와서 풀 뽑기나 도량정비를 하는 경우도 있고 음식을 잘하면 찬을 만들거나 김치를 담기도 합니다. 재봉틀로 법복을 수리하고, 회계일이나 노트북 업데이트를 하기도 하고, 인터넷이 잘되는지 살피기도 합니다. 조경이 업인 도반은 특강 오면서 아예 모든 장비를 준비해 와서 소나무를 깨끗하게 정돈하고 가기도 합니다.

김장배추 절이기 위한 소금물통 토대 설치를 마치고, 목공일을 봐주시는 조상희 님(왼쪽 첫 번째)
▲ 김장배추 절이기 위한 소금물통 토대 설치를 마치고, 목공일을 봐주시는 조상희 님(왼쪽 첫 번째)

목공일을 하는 신명섭 님은 필요한 것을 만들어주거나 제작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또한 수련공양간의 바라지팀장을 하면서 행자대학원 행자들에게 목공수업도 합니다.
조계환, 박정선 부부는 탑곡에서 유기농 농사를 지으면서 2년간 수련원의 농사를 지원하였습니다. 또한 '농사학교'라는 프로그램의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미용봉사 중인 손명자 님
▲ 미용봉사 중인 손명자 님

미용봉사를 하는 손명자 님은 마산에서 남편과 함께 오는데, 상주대중 머리를 자르는 동안 남편은 도량의 풀 뽑기, 등 달기, 사면이나 비닐하우스 밭 정리 등 여러 일을 합니다. 그리고 올 때마다 마산에서 유명한 옛날과자를 한 박스씩 보시해 대중들은 매우 잘 먹고 있습니다. 출장에서 돌아와도 그 과자를 보면 손명자 님이 다녀간 것을 알 수 있답니다.

3수련장 시설 점검 중인 신윤선 님
▲ 3수련장 시설 점검 중인 신윤선 님

매주 일요일만 되면 주말의 남자 신윤선 님이 나타납니다. 수련원에서는 시설이 굉장히 중요한데, 신윤선 님은 전기를 아주 잘 만져서 전기코드나 전기선 정리 등 전기시설은 물론이고, 도량 내에서 필요한 여러 일을 돕습니다. 요즘은 선유동 수련원 리모델링 불사 현장으로 봉사를 가서 보기가 아주 힘듭니다. 아마도 선유동 불사가 끝나면 문경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깨달음의 장> 바라지 자체가 수련

2019년 설에 <깨달음의 장> 바라지 하러 온 도반들의 환한 모습
▲ 2019년 설에 <깨달음의 장> 바라지 하러 온 도반들의 환한 모습

수련원의 대표 바라지는 바로 <깨달음의 장> 바라지입니다. 수련원 내에서는 깨장바라지라고 하는데 <깨달음의 장>이나 <나눔의 장>의 수련생들에게 공양을 지어주는 바라지입니다. 수련이 진행되는 4박 5일 동안 바라지분들도 함께 입재식을 하고 회향식을 하면서 수련생은 수련장에서, 바라지는 공양 간에서 깨닫는 바라지장이 같이 시작됩니다.
바라지장은 단순히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살피고 그 마음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하나의 수련으로 진행합니다. 일상에서 벗어나 봉사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살피고 그 동안 억압되어있던 부정적인 마음을 알아차려, 자기에 대한 이해를 높여 나갑니다. '나에게 이런 마음이 있었구나. 그래서 그동안 내가 괴로웠구나.' 하는 깨달음은 자기 몸을 써서 일 한 사람만이 맛볼 수 있는 값진 선물입니다. 바라지장을 통해 기운을 얻고자 매주 오는 분도 있습니다.

수련공양간은 대중들이 사용하는 대중공양간과 분리되어 있습니다. 바라지장 자체가 수련으로 진행되기도 하고 수련생들의 공양시간은 대중들과 다릅니다. <깨달음의 장>을 한 분들은 알겠지만 많은 분의 정성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한 눈에 보아도 알 수 있기에 그 모양과 맛에 큰 위안과 감동을 받습니다. 그래서 마치고 나면 누구든 <깨달음의 장> 바라지를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어 합니다.
<백일출가>를 마치고 <깨달음의 장> 바라지만 오는 행자도 있습니다. ‘이 음식은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입니다’라는 명심문을 가지고 수련생들에게 공양을 올리다 보면 또 다른 울림이 있다고 합니다. 처음 오는 분들은 낯설지만 백일출가생에게는 익숙한 공간이기에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잘 알고, <백일출가>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맞추는 게 어렵지 않으니 함께 하는 바라지분들도 백일출가생들과 일 하는 게 편하고 솔선수범하는 출가생들의 모습에 호흡을 잘 맞춘다며 기특해 합니다.

받을 때보다 줄 때 행복이 두 배

발우공양 하는 모습
▲ 발우공양 하는 모습

문경 공동체에 오는 분들이라면 누구든지 대중들과 함께 새벽예불도 하고 평생에 한 번 하기 힘든 발우공양도 하면서 생활을 합니다. 바라지하면서 좋았던 것 중에 하나가 발우공양이고, 발우공양할 때 그 마음이 벅차올라 눈물이 절로 난다고 합니다. 발우공양에는 '많은 분들의 공덕 속에 이 음식을 먹게 되니 귀한 음식을 먹고 자유롭고 행복한 사람이 되어 세상에 잘 쓰이겠다'는 의미가 있는데, 그 의미를 마음으로 느끼게 되나 봅니다. 마지막 날 발우공양 때는 대중 분들에게 바라지한 소감을 한 명이 발표합니다. 대부분 '처음에는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왔지만 바라지하면서 오히려 큰 고마움을 가지고 간다.'는 소감을 가장 많이 나눕니다. 보통, 받는 게 주는 것보다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깨달음의 세계에서는 받을 때 보다 줄 때 스스로 더 감동을 받고 행복해 합니다.

무소유의 정신에 바탕을 둔 봉사는 내 일 네 일을 구분하지 않는 보살의 삶으로 나아가는 길입니다. 삶의 주인이 되는 수행입니다. 내가 소중하듯 남도 소중하다는 것을 알아 함께 행복해지는 길입니다. 도량 구석구석 돌봐주고 자리를 채워주는 바라지를 보면서 사람은 누구나 다 귀한 존재라는 게 마음으로 와 닿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고 우리 모두가 부처라는 것을 바라지를 통해 배웁니다.


우리는 매일 놓치고 살아가지만 하루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1년에 한 번이라도 돌이킬 수 있는 기회를 인연으로 행복의 길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바라지라도 좋습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더 많은 사람들이 바라지를 통해 괴로움에서 벗어나 마음의 자유를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라도 환영합니다. 많이 오세요.
이렇게 많은 분들의 공덕 속에 살아가고 있으니 ‘부지런히 수행 정진하여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이웃과 세상에 잘 쓰이겠습니다.’라는 정토행자의 서원이 저절로 나옵니다. 이 글을 빌어 전국의 정토행자와 바라지, 수련원을 찾아주는 많은 분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글_이승민(문경공동체)
편집_강현아(대구경북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