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안성법당
내가 주인된 삶으로 가는 길

주변에 좋은 사람들도 많고 가족들과도 잘 지내고, 사회생활도 큰 괴로움이 없는 사람이 정토회를 만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저는 별로 특별한 건 없습니다.” 라며 한가득 웃음을 머금은 안성법당의 이창우 님. 은은하고 잔잔하지만 깊이 물든 수행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이창우 님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안성법당에서 도반들과 함께. 왼쪽 맨쪽 끝에 이창우 님.
▲ 안성법당에서 도반들과 함께. 왼쪽 맨쪽 끝에 이창우 님.

어린 시절과 불교와의 인연

어릴 적 법사셨던 친구 아버님이 말을 더듬으셨는데 염불하실 때는 너무 잘하시는 걸 보고 신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분은 초등학생인 제게도 항상 높임말로 대해주셨는데 그것도 참 좋게 느껴졌습니다. 우연히 돌아가시기 며칠 전에 찾아뵙게 되었는데 평소와 다름없이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병이 깊어 많이 아팠을 텐데도 드러내지 않고 마지막까지 충실히 자기 일을 하신 것이었습니다. 그런 친구 아버님을 뵈면서 불교에 대해서도 호감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우리 가족은 8남매이고 아버지는 남들에게 관대하면서도 어머니와 가족에게는 엄한 분이었습니다. 저는 이것이 못마땅하게 생각 되었습니다. 특히나 술을 드신 날이면 술주정이 있어서 다른 식구들은 다 피하고 저만 붙들려서 잔소리를 한두시간씩 듣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오래가지는 않았습니다. 중학교 여름방학 때 풀을 베시며 땀에 흠뻑 젖은 야윈 아버지의 얼굴을 뵈며 깊은 이해와 감사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아버지 덕분에 저는 많은 유산을 받게 되었습니다. 술도 안 마시고, 가정에 충실하고, 검소하게 생활했지요.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 마음이 이상해서 아버지께 종이에 '나무아미타불'을 적어서 드리며 외우시라고 했습니다. 돌아가신 후에는 아버지께 무엇인가 해드리고 싶어서 백팔배를 한두 해 했었습니다.

그 무렵 불교 공부를 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불교방송과 서적을 구입해서 꾸준히 공부했지만 혼자서 하는 데에 한계를 느꼈습니다. 책을 보고 법문을 들으면 이해되긴했지만 그것이 그저 취미 생활이나 지적 호기심의 충족 정도의 수준에 그치곤 했습니다.

불교대학 신입생 모집 홍보를 하는 이창우 님. 사진 제일 오른쪽.
▲ 불교대학 신입생 모집 홍보를 하는 이창우 님. 사진 제일 오른쪽.

정토회를 만나다

7년전쯤 법륜스님께서 안성시민회관에 즉문즉설 법문을 하러 오셨습니다. 그날 강당 위까지 사람들로 꽉 찼었는데 저도 강당 위에서 아내와 함께 들었습니다. 그때 스님께서는 40여일간 금식을 하고 계셨습니다. 저에게는 즉문즉설 내용보다도 목소리에 힘은 좀 없었지만 밝고 환한 모습과 흔들림없는 스님의 모습에 더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 후 안성법당을 찾았지만 쉽게 가지는 못하고 많은 시간이 지난후 2017년 가을, 등산로에 붙어있는 전단지를 보고 정토회와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불교대학을 등록하고 수업을 들으니 먼저 비슷한 관심을 가진 도반들과 같이 공부하는 것 자체가 참 좋았습니다. 함께 공부하고 나누기 하고, 수업 후 칼국수 한그릇 하는 것도 좋았고요. 무엇보다 가장 잘한 것은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1년을 무사히 마친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저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주인된 삶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오계를 배울 때는 힘든 점도 있었습니다. '과연 내가 이 오계를 잘 지킬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죠.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하게되는 하얀 거짓말이나 회식 자리에서 음식을 골라서 먹는 것도 하면 안 되는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제 신념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가를 살펴보면서,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선택하는 것이 내가 갈 수 있는 중도의 길이라 생각하며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적당히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수행이 깊어질수록 자연스럽게 오계도 지킬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내가 반대는 하지 않았지만 함께하지 않아 마음이 쓰였는데 며칠 전에는 산에 갔다가 떨어진 불교대학 홍보 현수막을 주워와서는 '스님 얼굴이 이리저리 나뒹구는 게 마음에 걸려서 가져왔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내심 기뻤습니다.

이전의 저는 좀 고지식하고 보수적이며 학연과 지연에 끌리는 여러 가지 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 앞에 나서기보다는 항상 뒷자리나 모퉁이가 제자리였습니다. 그런데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사회도 맡고 JTS거리모금도 하면서 이런 업식을 조금씩 바꿔 나가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쑥스러워 불교대학 홍보 포스터도 밤에만 붙이곤 했는데 지금은 거리낌이 없어졌어요. 직장에서도 예전에는 싫어하는 사람이 꼭 한 명은 있었는데 지금은 그 사람을 이해하려 하고 남에게 눈을 돌리기보다 먼저 제 자신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한층 관계가 좋아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정토회를 다니며 달라진 점은 항상 남의 눈치를 살피면서 거기에 맞추려는 마음, 당당하지 못하고 숨어서 엿보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제 조금이나마 여기에서 벗어나 나의 길을 갈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아 좋습니다.

이제 JTS거리 모금, 당당하고 즐겁게 합니다!
▲ 이제 JTS거리 모금, 당당하고 즐겁게 합니다!

새롭게 깨달은 봉사의 의미

정토회에 와서 길지 않은 시간에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봉사라고 특별히 여겨서 한 것은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안성법당이 계속해서 존재해야 하고 보다 많은 사람이 와서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법륜스님과 법사님들께 배우면서 그분들의 뜻을 알아가게 되고, 존경하는 마음이 드는 만큼 저 자신도 성숙해지고 주인 의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불교대학 홍보 포스터 붙이다가 손을 베어서 가족에게 구박 아닌 구박도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올해는 경전반 담당, 2019년 봄불교대학 담당 역할도 하게 된 것 같아요. 물론 주변 도반님들과 함께였기에 가능했던 일이지요.

백일기도 입재식에서 안성법당 도반들과 함께. 뒷줄 가운데 이창우 님.
▲ 백일기도 입재식에서 안성법당 도반들과 함께. 뒷줄 가운데 이창우 님.


취재하는 내내 온화하면서도 풋풋한 청년 같은 미소로 인터뷰에 응해주신 이창우 님. 정토회에서 배운 것을 실천하는 사람,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있는 곳에서 주인이 되면 그 자리가 진리가 된다.)라는 말씀처럼,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친구와의 관계 속에서도 어디에 있든 잘 쓰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지막 말씀이 봄꽃의 향기처럼 은은하게 가슴에 남습니다.

글_장미애 희망리포터(수원정토회 안성법당)
편집_신정아(강원경기동부지부)

전체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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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승화

이창우거사님
따뜻한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2019-10-10 17:42:10

박재후

제 갈길이 머네요.....주위사람을 가엾게 여기는 마음도 필요없이 지낼수 없는 날이 왔으면

2019-04-24 16:47:02

무량덕

꽃과 열매를 맺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함에 공감합니다. 잘 쓰이는 모습 편안한 모습이 찬 좋습니다.

2019-04-24 14:2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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