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사하법당
연등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매년 새롭게 올려지는 연등, 과연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요? 4월이 시작되면서 사하법당은 연등만들기 울력으로 도반들이 옹기종기 모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늘 법당 천장에 걸려만 있던 연등이 도반들의 손길을 맞아 새 단장 되고 있습니다. 연등을 올리기까지 만만치 않은 울력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하법당 도반들의 마음 나누기를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함께 연등을 만드는 사하법당 도반들의 모습
▲ 함께 연등을 만드는 사하법당 도반들의 모습

‘연등만들기’란?

총무 장명순 님 : 연등(燃燈)은 부처님께 공양하는 방법의 하나입니다. 번뇌와 무지로 가득 찬 중생의 삶을 부처님의 지혜로 밝게 비추는 것을 상징합니다. 어두운 밤과 같은 현실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맬 때 길을 밝혀주는 깨달음의 빛이며 영원히 변치 않는 진리의 길을 걷고자 등불의 불을 밝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해마다 진행되는 연등만들기는 담당 부서인 지원팀이 주축이 되는 법당 전체의 울력입니다. 한 달 이상의 기간을 두고 천장에 달려있는 연등을 떼어 내고, 기존의 연등을 해체하고, 새 속지를 붙이고, 빚은 연잎을 붙이며 등을 만들고, 지인들에게 등을 달라고 권해서 연등 접수를 받아오는 모연권선에 이어, 연등에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달 때까지 그 완성의 시간이 매우 깁니다. 연잎을 붙이는 풀의 농도까지 맞춰야 하는, 그야말로 정성으로 해야 하는 일입니다.

일의 규모가 크고 울력 기간이 길고 인원이 많이 필요한 일이라 연간 행사 중 큰 일감입니다. 주간 활동가의 감소로 저녁부가 주체가 되어 진행하게 된 올해의 연등만들기 과정을 보면서 그동안 묵묵히 진행해준 활동가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그리고 바쁜 가운데 틈틈이 시간 내어 연등을 빚어주는 도반들의 마음에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연등만들기 울력은 등만 정성껏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도반과의 관계도 연등만큼이나 예쁘게 빚어가는 기간인 것 같습니다. 연잎 빚기를 수행처럼 하며 그 고요함이 좋아 감사하다는 도반, 정성으로 빚은 연잎을 붙이는 사람이 자기 모습과 비슷한 모양의 등을 만들어 낸다며 깔깔거리는 도반들의 웃음 속에 법당도 활기차서 좋습니다.

기존의 연등을 해체하는 모습
▲ 기존의 연등을 해체하는 모습

걱정으로 시작한 ‘연등만들기’, 지금은 정말 잘했다 싶습니다.

저녁 책임팀장 김정숙 님 : 활동가가 줄어든 주간부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기에 총무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저녁부에서 하겠다고 요청했습니다. 그때 마음은 정말 가슴 아팠습니다. 일을 하기 힘들어서가 아니라 몇 년 전만 해도 저녁부에 사람이 없어 불교대학 모둠장조차 주간부에 부탁해서 할 정도였는데, 어느새 회원들이 다 빠져나가니 이런 현실에 눈물이 났습니다. 그래서 법당에 혼자 앉아 좀 울었습니다. 울다 보니 부탁할 도반들이 떠올랐고 내 마음의 소리가 전달되었는지 도반들이 기꺼이 맡아 해주겠다고 해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주간부와 저녁부 책임자를 각각 정하고 주요 봉사자를 섭외했습니다. 다들 처음이라 연등 만드는 방법을 검색하고 연구하면서 만드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찍어 단체 대화방에 올려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도반들은 법회 전후, 주말, 휴일까지 기꺼이 반납하고 법당에 와서 함께 연등을 만들고, 맛있는 간식도 준비해 주었습니다. 이런저런 수다 법문으로 화합해 가는 도반들을 보면 부처님들을 보는 듯합니다. 지금 말하면서도 감동의 눈물이 납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고 맡아 걱정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정말 잘했다 싶습니다. 연등만들기로 인해 도반애도 생기고 화합의 장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그동안 주간부에서 맡아 하며 얼마나 힘들었을지, 저녁부 도반들이 한마음으로 고맙다고 말합니다. 그 말 또한 감동이었습니다.

해체되었던 기존 연등의 뼈대에서 재탄생된 새로운 연등
▲ 해체되었던 기존 연등의 뼈대에서 재탄생된 새로운 연등

연등만들기로 화합을 이루는 법당

김형석 님 : 불교대학 팀장님으로부터 가을 불교대학 저녁반에서 법당에 달려있는 연등을 걷어내고 종이 연잎을 떼어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연등만들기가 하나하나 정성의 손길이 필요한 울력이기에 다소 흩어져있는 듯했던 가을 불교대학 저녁반 학생들이 한데 모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봉사라 수업 후 보다 주말에 모여 함께하면 더 좋을 것 같아서 의견을 제시했더니 큰 거부감 없이 토요일에 모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풀칠 된 종이를 떼어내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대야에 물을 받아와 물에 담그기도 했고 분무기로 뿌려보기도 했습니다. 도반들은 매 순간 성심성의껏 웃는 얼굴로 해주었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온 도반, 약속이 있어서 못 온다고 한 도반도 볼 일을 빨리 보고 법당으로 왔고 저녁에 약속이 있는 도반도 함께하고 난 후 약속장소로 갔습니다. 주말에 시간 내어 장시간 법당에서 옹기종기 모여 연잎을 떼어내면서 수업 때 나눌 수 없었던 대화들로 도반들과 더 친숙하게 서로에게 다가선 느낌이 들었습니다. ‘법당에 달린 연등 하나에도 많은 시간과 손길이 드는구나’ 이처럼 봉사자와 학생 간 혹은 도반과 도반 사이에서도 이렇게 많은 정성을 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경진 님 : 소임을 받았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이구나’하며 가볍게 받았습니다. 정토회에 온 지 4년이 넘어가면서도 연잎 한 장 말아 본 적이 없었기에 SNS, 불교용품점 둘러보기, 지인들에게 자문 구하기 등 연등을 만들기 위한 연구를 조금 많이 했습니다. 연등을 만들면서 저의 새로운 재능을 발견해서 기뻤고 법당 살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큰 수확은 주간부와 저녁부가 어울려 화합하는 장이 마련된 것입니다. 이 울력은 도반들 도움 없이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환하게 웃으며 동참해주는 도반들에게 정말 감사하며 왜 ‘도반이 수행의 전부’라고 하는지를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토요일에 모인 가을 불교대학 학생들 -연잎 해체 중
▲ 토요일에 모인 가을 불교대학 학생들 -연잎 해체 중

함께하니 기쁘지 아니한가!

이정미 님 : 정토회에 오기 전 다른 절에 소속되어 다닐 때는 책임 의식이나 사명감이 없이 그저 재미로 연등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정토법당에서의 연등만들기는 온전히 수행 그 자체였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손이 가지 않는 곳 없이 연등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정성을 다해야 연등 하나가 완성됩니다. 이런 모든 작업을 도반들과 함께합니다. 평소와는 또 다른 나눔의 장이 되었던 연등만들기는 손끝이 아려도 행복했습니다. 사실, 적은 인원으로 이 큰 울력을 다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우리 법당이 이렇게 협동이 잘되는 법당이었는지 미처 몰랐습니다. 도반들! 앞으로도 계속~ 쭉~ 연화회는 존재하니 변함없이 이렇게 손발 척척 맞춰 무슨 일이든 같이 이루어 나갑시다.

강순자 님 : 전 그저 재미있습니다. 손 관절이 좋지 않아 평소 일은 잘 못 하지만, 부처님께 공양 올린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루는 법문에서 들었던 등불 이야기가 떠올랐는데, 그 이후부터 온정성으로 연등을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못났게 만들어져서 속상하기도 했는데 만들수록 예쁘게 만들 수 있어 뿌듯합니다. 도란도란 도반들과 함께하니 도반들 얘기 듣는 것도 참 좋습니다. 무엇보다 주간부와 저녁부가 함께 모여 협동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시간이라 생각합니다.

최인숙 님 : 해보니 재미있습니다. 잘될까, 걱정했었는데 되어가는 과정이 보입니다. 그동안 돈만 내고 내 등에만 관심 있을 뿐 이렇게 숨은 노력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해체작업부터 철 틀에 창호지 붙이기, 말리기, 연잎 끝매듭, 연잎 줄 맞춰 붙이기 등 전 과정을 생각하니 그동안 주간부 도반들이 얼마나 많은 노고로 법당 천장에 그 많은 연등을 달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내내 들었습니다. 연등만들기 울력으로 주간부와 저녁부가 함께하고 있어 뜻깊은 시간입니다.

연등의 뼈대를 다듬는 중
▲ 연등의 뼈대를 다듬는 중

새 속지를 붙이는 중
▲ 새 속지를 붙이는 중

작업장에서 수다장으로

여경화 님 : 초파일이 되면 돈 내고 연등만 달았지, 만드는 건 생애 첫 경험입니다. 어깨만 아플 뿐, 힘들지 않고 이야기하면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 시간입니다. 법당에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입니다. 정토법당에 와서 새로운 경험을 합니다. 여러 손들이 모여서 뭔가를 완성해 가는 걸 직접 봅니다. 함께 해나가는 모습이 좋고, 동참하게 되어 더욱더 좋습니다.

김명수 님 : 처음에 봉사 일정을 안내받았을 때는 좀 부정적인 생각이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나 하나 빠지면 참여하는 도반들이 힘들겠다 싶어 산행 약속을 취소하고 법당으로 갔습니다. 도반들이 모여 작업을 하다 보니 작업장이 아닌 즐거운 수다장이 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조금 서먹한 다른 모둠 도반들과도 화합하며 도란도란 많은 얘기를 하면서 작업을 하니 친해진 느낌도 들었습니다. 수업 시간에 느끼지 못한 또 다른 감동을 서로서로 주고받으며 보람된 주말이 되었습니다. 도반들이 모두 나와 같은 마음으로 참여하나 싶어 한명 한명 안아 주고 싶었습니다.

김선미 님 : 저에게 연등만들기는 아이들과의 추억을 만들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직장인 엄마라 주말이 되어야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아이들의 동의가 필요했습니다. “엄마 가는 법당에서 연등 만들기 하는데 함께 갈래?” “나 갈래! 나 연등 만들어 보고 싶어.” 저희 아이들은 법당에 가는 걸 좋아합니다. 그 시간들을 ‘추억 놀이’라고 하면서 대화를 나눕니다. 법당 행사로 엄마를 따라서 왔다기보다 아이들에게도 할 수 있는 역할이 주어지니 뿌듯한 듯했습니다. 무엇보다 도반들과 법당 일을 함께하는 것이 좋고 언제든지 오라고 말하며 따뜻하게 안아주고, 좋아하는 과자도 준비해 주는 도반들 덕분에 아이들도 저도 뜻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기꺼이 함께 하는 것을 허락해 준 도반들과 활동가들 덕분에 저의 미안한 마음을 내려 놓을 수 있었습니다.

천장에 연등을 다는 모습
▲ 천장에 연등을 다는 모습

연등이 완성되어 기뻐하는 도반들
▲ 연등이 완성되어 기뻐하는 도반들

일하는 가운데 수행

김영옥 님 : 연등만들기 소임을 할 때마다 참여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늘 시간이 부족합니다. 누군가는 일을 해내야 합니다. 연등만들기 울력을 하는 마음은 “그냥 합니다.”입니다. 숙련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들이 할 수밖에 없습니다. 몸의 고단함은 느끼지만 하고 나면 뿌듯합니다. ‘내가 쓰는 법당의 연등, 내가 만든다’라는 마음으로, 내가 받아왔던 것들을 돌려준다는 회향의 마음으로 그냥 합니다. 그래서 누구든지 할 수 있습니다.

이선경 님 : 하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법당에서 전화가 와서는 “연꽃 접을 수 있으세요?”라고 해서 “네 접을 수 있습니다.” 하고는 다음 날 연꽃을 접으러 법당에 갔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보살님, 연꽃 접으실 도반들 명단입니다. 보살님은 저녁부 책임자가 되셨습니다.”라고 해서 황당하게 시작되었습니다. 안 한다고 할 수도 없어서 봉사자들부터 꾸렸습니다. 그냥 마냥 어렵게 여겨져서, 하다가 나 혼자 할 수도 있을 거라는 각오를 했습니다. 남편이 풀칠은 할 수 있으니, 한 달 내가 바짝 하자는 각오로 시작했는데 더 놀라운 일이 펼쳐졌습니다.

전 정말 책임자로서 봉사자만 꾸리고, 전화하고, “오십시오” 밖에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우리 법당 도반들이 돈 안 주는 일에 이렇게 솔선수범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이번 봉사로 ‘세상은 혼자 살아간다’라는 저의 생각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졌습니다. 세상은 결코 혼자 살 수 없습니다. 지금 내가 잘 먹고 사는 것도 천지 만물이 도와주니까 잘 살 수 있듯이 사람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될 수 없는 연등만들기 울력입니다. 더불어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깨달았습니다.

하나의 일화가 생각납니다. 사하법당 단체 대화방에 사진 한 장이 올라왔습니다. 연등이 하나 거꾸로 매달린 사진이었습니다. 댓글들이 재미있게 올라왔는데, 댓글 중 한 개에 웃음이 빵 터졌습니다. “늘 앉아 있는 우리는 꽃받침만 봐야 하는데, 예쁜 꽃봉오리 보니 좋네요.” 정말 신선한 발상이었습니다. 또 한 번 사하법당 도반들은 웃었습니다.

가운데에 거꾸로 매달린 연등
▲ 가운데에 거꾸로 매달린 연등

수행문의 글귀처럼 여러 가지 꽃들이 모여 하나의 화단을 이루듯이 연등 만들기 울력은 각자의 다양한 손길로 이루어 낸 작품입니다. 위 나누기 외에도 도반들은 “난 한 거 없어요. 진짜 조금 했어요”, “재미있었다”, “해 보니 알겠다”, “법당에 당연히 있는 연등이 많은 울력으로 법당 천장에 자리를 잡을 수 있구나”, “앞으로 내 새끼 보듯 봐질 것 같다”라는 나누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연등은 하나씩 완성이 되어 법당 천장에 걸렸습니다. 어떤 모양의 연등이든 모두가 사하법당 도반들의 손결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고 보니, 전과는 다르게 마냥 귀엽고 예뻐 보입니다. 이게 다 마음이 담겨있어서 그런 것이겠죠. 연등 만들기에 애쓴 도반들, 그동안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도반들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연등이 내내 밝은 빛을 비추기를 바랍니다.

글_허승화 희망리포터(사하정토회 사하법당)
편집_방현주(부산울산지부)

전체댓글 3

0/200

무량덕

와..아이들까지 함께 하고. 새삼 두 가지 색으로 통일된 정토연등이 정갈해 보입니다. 나누기를 읽으면서 많이 공감하고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2019-04-25 14:42:27

..

도반의 힘, 사하법당의 힘,정토회의 힘, 부처님 법의 위대함을 느끼며 감동으로 읽었습니다.
법당에서 우셨다고 하셨는데 저도 콧날이 시큰합니다.

2019-04-25 08:59:47

이수향

연등만들기 하면서 수행도 하시네요. 나누기가 참 재밌습니다. 고맙습니다.^^

2019-04-25 08:34:00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사하법당’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