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소생하는 3월. 거창법당에서도 봄경전반이 꾸려졌습니다. 때가 되면 알아서 꽃도 피어나고 개구리도 깨어나니 우리도 깨우칠 수 있다! 믿으며 함께 공부하고 수행하는 5명의 경전반 도반들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문경에서 박미영 님
▲ 문경에서 박미영 님

법륜스님도 모르는 아들이 스님은 좋은 사람이래요

박미영 님: 언젠가 불교 공부를 꼭 하리라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불교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하면서 마음이 튼튼해짐을 느끼고, 삶을 살아가는데 자신감을 많이 가지게 되었습니다. 초파일에 연등 만들기 등 불교문화를 접하는 것도 꽤 흥미롭습니다.

천일결사를 시작하면서 모둠장이라는 소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소임을 하면서 기꺼이 하자는 마음을 내니 ‘나에게 이런 적극성도 있었구나’하고 스스로를 재발견하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어느 날인가 아들이 자기는 "정토회도 법륜스님도 잘 모르지만 엄마가 화를 안 내게 되니 법륜스님은 좋은 사람인 것 같다"는 말을 하기도 하더군요. 미안하기도 하고 저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소소하게 부딪치는 모든 일에 마음이 많이 요동치고 불안했는데 지금은 뭔가 대범해진 느낌이 듭니다. 불교 공부하고 법문 듣는 일상이 어느샌가 제게 스며들어 마음이 단단해지고 있는 것 같아 반갑습니다.

다 우리 아이입니다. JTS 거리모금.(왼쪽에서 두 번째 변화경 님)
▲ 다 우리 아이입니다. JTS 거리모금.(왼쪽에서 두 번째 변화경 님)

수행은 늘 현재진행형

변화경 님: 육아와 일에 치여 늘 바쁘게 살면서도 법륜스님의 법문을 즐겨 듣던 중 불교대학에 입학하였습니다. 이후 바쁜 생활은 변함이 없었지만 잊을 만하면 찾아오던 괴로운 마음을 점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간 수행법회와 환경 담당이라는 소임을 맡고부터는 제 생활에 더 깨어 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환경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 실천할 힘이 생기는 것을 느낍니다. 다만, '스스로 신명나게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불편한 마음이 있어 조금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정토회를 만나기 전, 저는 늘 부정적이었고 밖에서 행복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 역시도 정토회를 만나 알게 된 사실이지요. 지금은 행복이 내 안에 있음을 알고, 현재의 삶에 감사하며 이 일상이 행복임을 알아 가슴으로 받아들입니다. 과거 저의 괴로움은 남편과 아들들에 대한 기대와 부담감이었습니다. 지금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괴로움이 일어나지만, <깨달음의 장>에서의 기억, 경전반 수업, 즉문즉설을 통해 가벼워지는 연습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저의 수행은 늘 현재진행형입니다.

하동에서. 벚꽃, 철쭉이 피는 계절에 만난 코스모스라니. 박선미 님
▲ 하동에서. 벚꽃, 철쭉이 피는 계절에 만난 코스모스라니. 박선미 님

감사기도로 아이와의 갈등도 해결했어요

박선미 님: 첫아이를 키우면서 내 맘 같지 않은 현실에 힘든 마음을 종교에 기대고 싶어서 미루고 미루던 불교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경전반 수업을 통해 법문을 듣고 도반들과 나누기를 하는 것이 정신수양을 하는 것 같아 몸은 피곤하지만, 뿌듯하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합니다. 아침기도도 제시간을 못 지키고 108배도 다 못할 때가 많지만 짧게나마 오롯이 마음을 맑게 하고자 절하고 집중하는 시간이 감사하고 좋은 요즘입니다.

경전반에서 모둠과제로 JTS 거리모금과 법당 청소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거리모금은 쑥스러움도 있고, 길 가는 사람에게 모금함을 대뜸 들이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어 고민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다음 모금 때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 보자'며 마음먹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합니다. 법문 말씀처럼 '바라는 만큼 내가 괴롭다'는 것을 몸소 겪은 후 남편에게 서운해서 토라지는 경우도, 아이들에게 사사건건 바라던 말투도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온갖 잡스러운 생각 대신에 나의 동작이나 호흡, 말투를 살펴보는 경우도 많아졌는데, 그래서인지 평소 앓던 속쓰림도 사라지고 마음의 여유도 생긴 것 같아 요즘 내심 놀랍습니다.
 
한 달 전에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딸아이가 엄마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거친 말을 하고는 ‘꽝’ 문을 닫고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그 다음 날 아침기도 시간에 참회기도를 하자니 저도 억울해서 도저히 안 되겠더군요. 대신 ‘딸에 대해 감사한 일이나 떠올리자’ 마음먹고 하나 둘 씩 생각해내다 보니 감사한 일이 참 많았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감사한 아이를 붙잡고 온갖 성질을 부리던 옛 기억에 오히려 괴로워졌지요. 잊고 싶지만 분명히 있는 그 기억들, 그때의 저의 모습이 떠오르며 참회가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기도가 끝나니 전날의 기억으로 아이에게 있었던 앙금은 말끔히 사라지고 ‘아, 그 괴로움도 지나가는 것이구나’ 생각했습니다. 가볍고 가벼웠던 그날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식물원에서 이덕희 님
▲ 식물원에서 이덕희 님

지금 내가 행복한가?

이덕희 님: 어릴 적부터 절에 다녔지만 불교에 대해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정토회를 찾았습니다. 매주 스님의 법문을 들을 수 있어서 좋고 나누기를 통해 다른 분들의 다양한 생각을 들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법당 청소를 소임으로 하고 있는데, 작지만 하나의 소임을 맡게 되니 늘 법당의 구석구석을 살피게 되고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도 생깁니다.

정토회를 다니고부터 어떤 일을 바라보는 관점이 조금 달라진 것 같습니다. 마음이 조금 더 여유로워졌다고 해야 할까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저에게 제일 큰 괴로움은 제가 저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믿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너무 큰 욕심을 부리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되면서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현재 내 마음이 어떤가, 지금 내가 행복한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교대학 졸업식 (왼쪽부터 이덕희 님, 박선미 님)
▲ 불교대학 졸업식 (왼쪽부터 이덕희 님, 박선미 님)

돼지엄마 소임을 맡으며. 김민미 님
▲ 돼지엄마 소임을 맡으며. 김민미 님

육아와 가정을 돌보는 것은 감사한 나의 소임입니다

김민미 님: 육아에 지쳐가던 중 우연히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꽂힌 엽서를 보고 뭔가에 홀린 듯 전화기를 집어 들었습니다. 처음 육아와 관련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찾아서 들었을 때는 뭔가 야단맞는 느낌에 불쾌하기까지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토회와 인연 맺고 불교 공부를 이어가다 보니 육아와 살림이 제게 주어진 감사한 소임으로 다가왔고, 어색하기만 하던 나누기도 이제는 너무 길어지지 않으려 노력해야 할 정도로 제 이야기를 내어놓는 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육아에 지친 나머지 마치 육아를 하고 살림을 하는 지금의 삶이 나의 삶이 아닌 것마냥 내 삶이 희생당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힘들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이 시기가 빨리 지나기만을 기다리고, 나만의 시간과 기회만을 노리며, 지금 여기를 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저는 엄마로, 아내로 주어지는 것들을 해내는 것이 지금 나의 삶이고, 이 일을 내가 여기에서 해낼 수 있음이 너무나 감사한 요즘입니다.

경전반 입학식 (앞줄 왼쪽부터 이덕희 님, 박미영 님, 박선미 님, 다섯 번째 김민미 님, 여섯 번째 변화경 님)
▲ 경전반 입학식 (앞줄 왼쪽부터 이덕희 님, 박미영 님, 박선미 님, 다섯 번째 김민미 님, 여섯 번째 변화경 님)


어쩌면 너무 평범해서 더 공감가는 경전반 도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자주 얼굴을 마주하면서도 미처 몰랐던 도반들의 경험과 마음을 들을 수 있으니 희망리포터라는 소임이 참 감사하게 여겨지는 시간입니다. 부처님의 지혜를 배워가며 의문점을 갖기도 하고 하나씩 실천해 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유독 더 와닿는 것은 저 역시 보슬보슬 내리는 법비에 아주 천천히 젖어들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오늘 희망리포터도 경전반 도반들과 한 걸음 더 내디뎌 봅니다.

글_김민미 희망리포터(거창법당)
편집_조미경(경남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