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회에는 다양한 수련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이런 수련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요. 오늘은 독일에서 있었던 〈깨달음의 장〉에 참가한 분들을 돕는 바라지장을 마치고 오신 분들의 이야기입니다.

지난 4월 독일 쾰른 근교 Lindlar에서 〈깨달음의 장〉이 진행되었습니다.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독일로 날아온 네 명의 바라지들은 수련 하루 전날인 4월 16일, Lindlar에 위치한 세미나 하우스 Findhof 에 모였습니다. 그 중 심영보, 김유진, 김세경 세 분의 소감 들어보았습니다.

먼저 아일랜드에 살면서 현재 유럽지구 온라인 불교대학에 재학 중인 심영보 님입니다.

〈깨달음의 장〉 그 후 2년, 바라지가 되어 돌아오다

안녕하세요. 저는 아일랜드 제 2도시 코크(Cork)에 사는 심영보입니다.

아일랜드 제 2도시 코크(Cork)
▲ 아일랜드 제 2도시 코크(Cork)

2017년 가을, 독일에서 〈깨달음의 장〉 참가를 시작으로 그 끈을 놓고 싶지 않은 마음에 2018년 9월부터 불교대학 수업을 듣게 되었습니다. 수업을 통해 매주 주옥같은 법문을 들으며 깨달음과 자비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던 즈음에, 이번 독일 Findhof에서 있었던 바라지장에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아일랜드 코크에서 아침 7시 30분 공항버스를 타고 4시간 동안 고속도로를 달려 11시 30분에 더블린 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비행기가 연착되어 기존 도착 시각보다 한 시간 늦은 오후 5시 10분에 독일 쾰른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저보다 30분 먼저 도착한 런던의 김세경 님과 설레는 마음으로 저희를 마중 나왔다는 김순진 님을 만나 차에 올랐습니다.

수련장으로 가는 길, 저는 독일의 아름다운 봄 풍경과 아일랜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눈 부신 햇살에 감탄하였습니다. 또한 5박 6일간 바라지장에서 만날 새로운 인연과 소임에 대한 기대로 한껏 설렜습니다. 수련장에 도착해 개인 짐을 풀고 공양간으로 갔는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미리 준비된 귀한 식자재와 짐들이 순식간에 제자리를 찾아갔습니다.

독일 Findhof 세미나 하우스 전경
▲ 독일 Findhof 세미나 하우스 전경

선주 법사님과 함께 첫 예불을 드린 후 바라지들만의 오리엔테이션 시간을 가졌습니다. 5박 6일간 사용될 식자재의 양, 재료가 있는 공간, 메뉴, 조리기구, 식사 제공 시간, 각자의 소임 등을 확인하고 다음 날 아침 첫 공양으로 나갈 음식들을 준비하였습니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다

첫째, 둘째, 셋째, 그리고 넷째 날까지 환상적인 팀워크에 서로 감탄하며 감사와 정성을 담아 공양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바라지를 통해 수행 정진하는 하루하루가 저에게는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다'는 존재의 상호 연관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마법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이 많은 일이 잡음 하나 없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구석구석 서로의 부족한 부분들을 분별없이 채우려 했던 부처님의 마음을 품은 도반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4박 5일간 수련생의 공양은 우리가 책임진다! (왼쪽부터 김세경, 김선희, 김유진, 심영보 님)
▲ 4박 5일간 수련생의 공양은 우리가 책임진다! (왼쪽부터 김세경, 김선희, 김유진, 심영보 님)

내 업식을 마주하다

다섯째 날부터는 체력적으로 힘에 부쳤습니다. 잠이 부족하고 다리와 발바닥에 통증이 있다 보니 조금 예민하고 가끔 멍해진 제 상태가 보였습니다. 체력이 떨어지니 말수도 적어지고 정신적으로도 약해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과 '빨리해내야겠다'는 고집이 올라왔습니다. 그러한 무의식 속에 진정으로 힘을 모아야 할 때 내 고집을 앞세우고, 그런 마음자세가 들킬까 봐 두려워, 마음을 내어 소통하는데 서툰 제 업식이 있었습니다.

소임 속에서 저의 부족함을 인지하지 못하고,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는 한 생각에만 사로잡혀 행복한 순간들과 소중한 소통의 과정을 살피지 못한 저를 돌아볼 수 있는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화합과 무아집의 상관관계를 발견하다

마지막 날까지 기꺼이 마음 내어주시고 아낌없는 사랑과 자비로 또 다른 자신을 살피듯 주변을 보듬어 주신 바라지 님들께 머리 숙여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화합하면 무아집이 이루어지고 무아집하면 자연히 화합이 이루어진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제 업식을 비추어주신 우리 바라지 팀 김선희 님, 김세경 님, 김유진 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깨달음의 장〉을 마친 분은 기회가 되면 꼭 한번 바라지장에 참여해 보실 것을 강력히 추천해 드립니다.

봉사자들의 화합된 모습처럼 나란히 걸린 앞치마
▲ 봉사자들의 화합된 모습처럼 나란히 걸린 앞치마

다음은 영국 런던법회 김유진 님입니다.

문경에서 독일까지 이어진 바라지, 도반에게서 배우다

3년 전 문경에서 처음 〈깨달음의 장〉 바라지를 한 후 독일 쾰른에서 다시 하게 되어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독일에서, 아일랜드에서, 런던에서 오신 도반님들과 함께 바라지 시작했습니다. 일하면서 도반들을 보니 짬짬이 레시피를 읽고 계획하고 연구하는 모습, 실천하는 모습이 참으로 존경스러웠습니다.

저는 ‘실수하면 안 된다’에 집착해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잘하고 싶은 마음만 앞섰습니다. 그러면서 순간순간 ‘쉽게 되는 일이 없구나’ ‘이래서 여러 겁을 겪어서 일을 성취해야 하는구나!’ 실감했습니다. 일찍 일어나 함께 정진하고, 진솔한 나누기를 하는 그 경험들이 참으로 희망적이었습니다. 점심 후 도반들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뒷동산을 산책하였습니다. 푸르른 하늘과 나무! 쾰른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어 더없이 좋았습니다.

독일의 아름다운 전원 풍경
▲ 독일의 아름다운 전원 풍경

깊이 마주한 내 마음, 진솔하게 나누어 내려놓다

부엌에서 일할 때 재미가 쏠쏠했고 함께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참 좋았습니다. 마음 모아 함께하면서 울컥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때로는 조급해지고, 답답, 짜증, 걱정, 불안으로 자책해 소통하기 어려웠던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누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깊은 제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나를 사랑하지 않았구나'하고 돌이키며 욕심 내려놓으니 한결 가벼워졌고 진솔한 나누기로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소중한 시간이 더 없이 감사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자!’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 ‘내가 나를 사랑하자! 배려하자!’ 라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나를 비추어 주는 거울 같은 도반들이 있어 참 감사합니다. 쓰일 수 있어 보람 있었고 도반들과 함께해가는 과정 하나하나가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익살스런 모습의 바라지들! (오른쪽 끝 김유진 님)
▲ 익살스런 모습의 바라지들! (오른쪽 끝 김유진 님)

마지막으로 영국 런던법회 김세경 님의 소감입니다.

3년 전 약속, 독일에서의 바라지

3년 전, 영국에 정착해 런던법회를 찾아갔을 때, 독일로 공양 바라지를 다녀오신 분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좋은 곳으로의 여행도 아닌데 자비로 비행기를 타고 독일로 날아가 기차 타고 어렵게 수련원을 찾아가서 며칠 동안 얼굴도 모르는 수련생들을 위해 밥을 한다는 것이 제게는 참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지금까지 오직 나를 위해서만 소중한 시간을 내어 여행하고, 좋은 것을 먹고, 새로운 것을 보러 다니며 살았던 제게 ‘공양 바라지’는 새로운 미지의 세계였습니다. ‘도대체 그곳에 가서 무엇을 하기에 귀한 내 시간과 돈을 들여 봉사하는 것일까?’ 호기심과 의문을 가지고 3년 안에 꼭 공양 바라지를 해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나를 보고 또 보다

올해로 결혼생활 20년이 되어가니 아이 둘을 키우며 부엌살림은 원하지 않아도 늘 해야 하는 숙제였습니다. 특히 엄마라는 이름으로, 하기 싫어거나 잘하지 못해도 기본적으로 식구들의 끼니를 챙겨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부엌은 피할 수 없는 내 일터로 생각했습니다. 2주간의 부활절 방학을 맞아 두 아이를 집에 두고 제가 가장 하기 싫어하는 ‘밥하는 일’을 하기 위해 비행기 타고 혼자 독일에 가자니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았습니다.

수련이 진행되는 4박 5일 동안 ‘집’이라는 일상에서 벗어나 공양간이라는 수련장에서 그동안 제가 ‘싫다’고 구분 지은 일에만 오롯이 집중하며 제 자신을 살폈습니다. 특히 그동안 억압되어 있던 제 안의 부정적인 마음을 알아차리고 자신에 대한 이해를 높이니 비로소 상대방의 마음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공양간에서 단순히 다른 바라지들과 일만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서로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고 상대방을 통해 저 자신을 보고 또 이해하는 값진 수행의 기회를 가졌습니다.

세미나 하우스 뒤뜰에서 (왼쪽부터 김유진, 심영보, 김세경, 김선희 님)
▲ 세미나 하우스 뒤뜰에서 (왼쪽부터 김유진, 심영보, 김세경, 김선희 님)

공양 바라지는 힐링이다!

집에서 아이들의 허기진 배를 채우겠다고 늘 급하게 정신없이 차리던 밥상을 바라지장에서는 정성을 다해 공양을 올리다 보니 앞으로 집에서 어떤 마음과 자세로 가족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요리해야 할지 알게 되었습니다. 부엌일에 대해 불편하게 가졌던 마음이 이젠 감사함과 행복으로 다가옵니다.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갔던 독일 바라지장에서 오히려 큰 고마움과 깨달음을 가지고 런던에 돌아왔습니다.

꼼꼼하게 레시피를 보충해서 맛있고 영양 가득한 요리를 해주신 심영보 님, 늘 함께 일하는 봉사자들의 건강까지 챙겨주며 따뜻한 차를 만들어주어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주었던 김유진 님, 그리고 공양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노동이 아닌 행복한 수련으로 만들어주신 바라지 팀장 김선희 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 실수하기 싫다는 생각에 집착하는 마음, 지친 몸에 예민해진 마음 등 5일간의 바라지 수련을 통해 마주한 자신을 나누어 준 봉사자들에게 감사합니다. 그 마음 하나하나에 크게 공감합니다. 나를 내세우지 않고 도반들과 화합하는 모습, 함께 만들어가며 기쁨을 느끼는 모습을 보며 저도 새삼 도반의 소중함을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글_김세경, 김유진, 심영보
정리_최연희 희망리포터 (파리법회)
편집_박승희 (해외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