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의 허윤진 님과 남편 케빈 님은 최근에 이사를 했습니다. 이사를 결심하고 집을 구할 때 법회 장소로 쓰일 수 있는 곳을 우선하여 찾았고, 드디어 지난 5월, 그 새집에서 첫 번째 기획법회를 열었습니다. 머나먼 아일랜드 작은 시골마을에서 날갯짓으로 비상을 준비하는 정토행자들을 만나보실까요?

“저들은 왜 저렇게 행복할까?”

7년 전 파리에서 열린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에 갔다가 우연히 만난 정토회 분들은 키가 크지도 예쁘지도 않았습니다. 막상 어렵게 파리까지 찾아간 강연에는 정작 너무 피곤해서 졸다가 스님의 강연도 제대로 듣지 못했습니다. 허탈한 마음으로 아일랜드에 돌아왔을 때 이상하게도 자꾸 떠오르는 것은 스님도, 강연도 아니라, 그때 처음 만난 정말로 행복해 보이던 정토회 분들이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니 부모도 남편도 심지어 저 자신까지도 미워하고 괴로워하며 살던 제가 ‘나도 행복해질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의 씨앗이 심어지는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들은 왜 행복할까?’ 하는 의문이 바로 정토회와의 첫 시작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일랜드에는 법회도 없었고 저는 수행이 무엇인지도 몰랐습니다. 그 당시 저는 오로지 유튜브에 올라오는 법문을 의지하며 그저 절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다행히 강연에서 만난 정토행자분의 안내로 2013년 겨울〈깨달음의 장〉을 다녀올 수 있었고, 이후 남편 케빈과 함께 독일에서 천일결사에 입재하여 수행을 시작했습니다.

백일기도 입재식에서 (왼쪽에서 두 번째 허윤진 님, 세 번째 케빈 님)
▲ 백일기도 입재식에서 (왼쪽에서 두 번째 허윤진 님, 세 번째 케빈 님)

행복을 찾아

그때 본 행복을 찾아 독일로, 영국으로, 미국으로, 인도로, 또 한국으로 법이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든 달려갔습니다. 여전히 아일랜드에는 법회도 법당도 없었지만, 남편의 헌신과, 독일과 영국 런던의 도반들 도움으로 독일에서 진행된 불교대학 특별반과 경전반을 졸업했습니다. 또 인도 성지순례에도 참여했습니다. 처음에는 사이비 단체에 속아 가는 줄 알고〈깨달음의 장〉을 가는 저를 말리던 친정 어머님도 지금은 정토회의 일원이 되어 〈깨달음의 장〉도 다녀오고 경전반도 졸업하셨습니다.

여권에 아일랜드 입국 도장이 하나씩 늘어 60여 개가 넘어갈 무렵 제 생활은 더욱 간소하고 단순해졌습니다. 옷에 따라 바꿔 신던 색색의 신발이 이젠 구멍 난 운동화가 되었어도 공항으로 가는 수행 길은 가볍고 즐겁습니다. 그 길 하나하나가 모두 수행의 길임을 점차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길 위에서 내 한마음 어떻게 내는지에 따라 '괴로웠다 행복했다' 하는 저를 보며 수행하는 데 있어 장소는 더 이상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물론 갑자기 비행기가 취소되거나, 새벽 비행기를 놓치거나, 또 낯선 곳에 가서 기차를 4번씩 갈아타야 할 때는 힘들고 공허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왜 그들은 저렇게 행복할까?’로 시작된 씨앗이 뿌리를 내리며 남편과 함께 수행의 길을 묵묵히 걸어 나갔습니다.

행복을 찾아 쉼 없이 절한 흔적이 보이는 무릎 닿는 곳이 낡아버린 허윤진 님의 방석
▲ 행복을 찾아 쉼 없이 절한 흔적이 보이는 무릎 닿는 곳이 낡아버린 허윤진 님의 방석

행복의 싹을 틔우다, 기획법회

이렇게 길 위에서 무르익은 행복이란 씨앗이 드디어 아일랜드에도 작은 싹을 틔우게 되었습니다. 우리 부부가 더블린 근교에 도로 이름도 없는 한적한 시골 마을에 집을 장만한 것을 계기로, 지난 5월 18일, 소중한 한국인 한 분을 모시고 저희 보금자리에서 첫 기획 법회를 열게 된 것입니다.

이사 온 집에서 첫 더블린 기획법회를 연 허윤진 님 부부
▲ 이사 온 집에서 첫 더블린 기획법회를 연 허윤진 님 부부

아일랜드의 한인은 대체로 저처럼 아일랜드인과 결혼하여 다문화 가정을 꾸렸거나 멀리 타국으로 공부하러 온 유학생입니다. 그런데 아일랜드에 몇 분 계시지 않는 다문화 가정의 한국인 남성분이 이날 참석하여 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아일랜드 사람인 제 남편 케빈을 보고, 다음 법회에 아일랜드 부인과 함께 참석해도 괜찮은지 물었습니다. 그리고 지원 목적으로 함께 한 유럽 지구장 김선희 님께서 앞으로 영문 자막이 있는 법문을 외국인 배우자와 함께 들으면 좋겠다며 더블린 기획법회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이제 싹을 틔우고 자랄 준비를 하는 기획법회를 생각하면 글을 쓰는 지금도 새삼 설레고 감사합니다. 작년 집을 구하면서도 꼭 법당을 구하는 마음이어서 그랬는지 기획법회 준비과정들이 운명처럼 느껴졌습니다. 집을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섯 겹이나 되는 벽지와 페인트를 꼬박 2주 동안 벗기며 준비하면서도 즐겁기만 했습니다.

기획법회를 하기까지 집수리 과정
▲ 기획법회를 하기까지 집수리 과정

아일랜드 정토행자님들! 매월 셋째 주 토요일입니다.

그동안 이미 훌륭하게 준비된 법회를 참석만 하다가, 저 스스로 포스터를 만들어 여기저기 붙이러 다니며 퇴짜를 맞기도 했고, 인터넷에 홍보한 후에는 매시간 조회 수를 확인하며 조바심도 내면서, 법회와 입재식을 준비해 주었던 런던 도반들의 노고를 떠올렸습니다.

기획법회 포스터 제작 및 홍보 활동
▲ 기획법회 포스터 제작 및 홍보 활동

기획법회 당일에는 유럽 지부장 김선희 님과 뒤셀도르프 총무 최순진 님, 아일랜드 코크의 심영보 님이 응원 오셔서 자리를 빛내 주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제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감추려 해도 행복한 마음은 누군가에게 꼭 들킨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리고 그 행복은 햇살처럼 손에 잡히지 않지만 널리 널리 퍼져 누군가의 마음에 싹을 틔운다는 것을 말입니다. 바로 저처럼요!

저는 언제나 법을 찾아 비행기를 타러 다녔었는데요. 아일랜드에 사시는 분들 여기 시골 마을에서 진행되는 기획 법회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아일랜드 정토행자님! 매월 셋째 주 토요일입니다.


소중한 한 분의 참석자와 첫 더블린 기획법회의 포문을 연 허윤진 님의 정성 어린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허윤진, 케빈 부부의 노력이 해외 정토행자들에게 또 하나의 등불을 켠 것 같아 마음이 환해집니다. 저 역시 파리에 사는 정토행자로서 해외에서 수행의 터를 닦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기에 두 분의 활동이 더없이 존경스럽습니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나누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세계 곳곳의 작은 나비의 날개짓이 불러올 큰 파장이 짐작이 되시나요?

글_허윤진 (런던법회)
정리_김경진 희망리포터 (파리법회)
편집_박승희 (해외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