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대잠법당
살아있을 때 잘 쓰이는 삶

경주정토회 대잠법당에는 환한 웃음과 활기찬 모습으로 일과 수행의 통일을 실천 중인 박승만 님이 있습니다. 직장에 다니면서 불교 공부만 하기도 쉽지 않은데 어떻게 수행, 보시, 봉사를 앞장서서 실천할 수 있을까요? 대잠법당의 보물 박승만 님을 만나 보겠습니다.

가족, 이웃과 함께한 박승만 님
▲ 가족, 이웃과 함께한 박승만 님

내가 짊어진 괴로움의 무게

저의 직업은 플랜트 건설 관리자입니다.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데 정해진 시간 안에 정해진 금액으로 공장을 건설해야 하는 일입니다. 일에서 오는 압박감이 다른 직종보다는 큰 편입니다. 또 조금 고집이 있어야 사람들이 저를 쉽게 보지 않고 직원을 다루기가 쉬워서, 남의 의견을 잘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내가 세운 계획대로만 일을 시키고,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은 다른 사람의 문제로만 인식했습니다. 직장은 산업전선이라고 할 만큼 사람들의 분위기와 감정과 요구들이 전쟁터와 같았습니다. 그 당시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담배가 몸에 주는 해로움보다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아줄 수 있어 더 이롭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직장에서의 스트레스가 많았습니다.

가정에서는 집사람과 어머니의 사이가 물과 기름 같아서 본가에만 다녀 오면 집사람과 다투게 되었습니다. 집사람이 본가에 안 가면 좀 편할 것 같아 집사람 눈치를 보며 저 혼자 다녀오곤 했습니다. 어머니가 좀 어른답게 생각하고 말씀하셨으면 좋겠고 젊은 아내가 노인 말을 이해했으면 좋으련만, 모자간 연을 끊을 수도 없고 아내와 헤어질 수도 없었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이것이 내가 짊어져야 할 무게구나’ 하고 스트레스를 달랬습니다. 그때는 짜증 원망 분노의 감정이 괴로움인 줄도 모르는 채 물건 사는 즐거움, 친구들과 만나 즐기는 유흥 이런 것을 위안 삼아 스트레스를 해소했습니다.

법륜스님과 함께하는 거사 활동가 나들이에서 (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 법륜스님과 함께하는 거사 활동가 나들이에서 (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이 좋은 법과의 만남!

어느 날이었습니다. 갑자기 40대의 내 모습이 나이만 들었지 생각하고 행동하는 수준은 20대나 30대 때와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도 10년 후 50대가 되면 50대에게 맞는 인성을 갖추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인성에 관한 책도 보고 유튜브도 보다가 우연히 즉문즉설을 보게 되었습니다. 스님 말씀이 참 웃기고, 또 시원하기도 하고, 우리가 상상도 못한 답변을 해주시는데 점점 빠져들었습니다. 그렇게 6개월 동안 즉문즉설을 보고 난 뒤, 불교대학에 갈까 말까를 고민했습니다. 그러다가 불교대학 입학식 하는 날 12만원 내고 첫 수업을 들어보고 이상하면 12만원 손해 보고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법당에 찾아갔습니다. 첫 수업인 실천적 불교사상 법문을 가만히 듣는데 마치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습니다. 법문 중에 신이 없다는 말씀이 없었는데도 신은 없다고 머릿속에서 정리가 딱 되었습니다. ‘내가 바보같이 그걸 놓치고 있었지’ 하는 깨우침이 있었습니다.
첫 수업에서의 강렬함과 시원함이 있어서인지 불교대학과 경전반 법문은 퇴근 후의 피곤한 시간임에도 졸지 않고 오롯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 보아도 참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가족과 전쟁 반대 집회 참여 중 한 컷
▲ 가족과 전쟁 반대 집회 참여 중 한 컷

수행에서 얻은 에너지로 다시 살아나다

경전반을 졸업할 때쯤 나도 봉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불교대학 담당과 경전반 담당, 수행법회 담당을 하였습니다. 그쯤 되니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는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었고, 집사람과 부모님 사이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고부갈등이 있어도 내가 괴롭지는 않았습니다. 정토회 다니며 법당에서 마음 나누기와 좋은 이야기만 하다가 친구들 모임과 사회모임을 하면 생각도 다르고 같이 어울리려니 분별심이 생겼습니다. 이 귀한 시간에 모여서 술 마시고 남들 욕하는 것보다 필요한 곳에 잘 쓰이는 것이 훨씬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친구모임과 사회모임은 줄어들었습니다.

그러자 아내는 정토회를 마치 사이비 종교 보듯이 하고, 정토회 다니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습니다. 휴일에 행사가 있으면 불안불안한 마음으로 아내에게 이야기하고, 이야기를 들은 아내는 또 화를 내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저의 바람은 아내가 이 좋은 법을 배우러 다니는 것을 인정해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내가 반대할수록 저는 기도와 수행에서 얻은 에너지로 아내가 힘들어 하는 가사일도 저 스스로 나서서 도와주고 아내가 요구 하지 않은 일도 살펴보고 처리했습니다. 저의 변화된 모습에 아내도 마음이 달라진 것 같았습니다. 정토회에 나가는 것을 그렇게 싫어하더니 어느 날부턴가 가지 말라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내의 묵인은 승낙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아내의 변화를 느끼면서 저도 꾸준히 수행과 봉사활동을 이어갔습니다.

문경 수련원에서 주인공
▲ 문경 수련원에서 주인공

정토회에 잘 쓰이는 삶!

지금은 경주정토회 경전팀장 소임을 맞고 있습니다. 정토회 활동이 있을 때마다 집사람 눈치보던 버릇이 쌓여서인지, 직장에서조차 정토회 봉사 관련 일을 눈치보며 해야 하는 상황이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몸은 바빠도 마음은 참 편안하고 뿌듯합니다. 가끔 올라오던 어머니에 대한 불평도 지금은 감사한 마음으로 바뀌었습니다. 또 은혜도 받지 않는 시부모를 찾아가 보는 것만으로도 아내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만약 정토회가 수행만 하고 사회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봉사는 못했을 것 같습니다. 동갑인 지인이 암으로 갑자기 사망한 일이 있었는데 장례식장 입관 때 지인의 얼굴을 보며 나도 살아있을 때 잘 쓰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저의 바람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이 정토회이기 때문에 이제 정토회는 제 삶의 일부분이 되었습니다. 저는 죽기 전까지 이곳 정토회에서 잘 쓰이는 것이 목표이고 꿈입니다.

2019년 3월에 덕산법당이 대잠으로 이전을 했습니다. 불사기간 도반들이 봉사를 참 많이 했습니다. 정토회 행사에는 학생들의 경우 분별심을 내기도 하는데, 불사기간에 모두 힘닿는 데까지 합심하여 봉사해 주었습니다. 덕분에 요즘 법당은 도반들끼리 한층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듭니다. 법당에 들어가면 깨끗하고 정갈해서 벽에 무엇 하나 걸려고 해도 흠집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 마치 새로 이사 온 내 집 같습니다. 이전 불사에 도움 주신 많은 분에게 이 기회를 빌려 깊이 감사드립니다.

글_박승만 (경주정토회 대잠법당)
정리_하상의 희망리포터 (경주정토회 양덕법당)
편집_강현아 (대구경북지부)

전체댓글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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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일화 배문희

거사님, 인도가 아리라..
여기서 뵈니 더 반갑네요.^^
거사님 이야기 재미있고 유익하게
잘 읽었습니다.
늘 봉사하는 마음으로 정토회에서
도반으로 또 함께 하길 바라겠습니다.

2020-04-01 15:43:18

이옥희

편안한 모습이 참 좋습니다
과로움이 없고 자유로운 삶을 사시는것 같아요
저도 부지런히 수행정진 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03-31 22:26:09

윤충현

자신과의 겨루기에서 승리를 쟁취하고 계시는 거사님께 존경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도 부지런히 수행정진하고 잘 쓰임이 되어 맡겨주시는 소임이 있다면 '네' 하고 하겠습니다.

2020-03-31 11:3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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