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영주에서 안동까지 짧지 않은 거리를 2년 동안 다니면서 불교 공부를 함께 하는 부부도반이 있습니다. 남편과 아내가 함께 하는 수행자의 삶. 영주법당과 안동법당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배움을 행동으로 직접 실천하고 있는 정석기, 황영숙 님의 수행담을 들어봅니다.

한반도 평화 대회 참석 중인 주인공들
▲ 한반도 평화 대회 참석 중인 주인공들

마음의 위안을 얻기위해 만난 불교

저와 아내는 불교 교리에 밝거나 깊은 불심이 있다기보다는 호감을 가지고 있는 정도였습니다. 저의 어머님이나 장모님이 예전부터 절에 다니신 영향으로 불교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지만 모태신앙으로 생각했습니다.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 종교로서 불교를 받아들이게 된 계기는 아픈 가정사와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우리 부부는 첫째 아이가 네 살 되던 때에 아이가 논두렁 아래 수로에서 미끄러져 목숨을 잃는 큰 사고를 겪었습니다. 그 당시 아이를 잃은 슬픔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을 만큼 컸습니다. 첫째 아이를 잃은 슬픔이 채 아물기도 전에, 둘째 아이가 여섯 살 되던 해, 심각한 혈액 질환을 얻어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진단에 슬픔에 빠진 아내는 매일 눈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결국 아내는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지극정성으로 둘째 아이 병간호에 매달렸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던 아내는 처음에는 무속 신앙에 매달렸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절박함 속에 간절함이 통했는지 무속 신앙을 믿고 난 뒤 아이의 병에 차도가 생기는 듯했습니다. 아이의 병이 점점 호전되고 자연스럽게 모태신앙인 불교로 돌아와 불자로 살게 되었습니다. 10여 년에 걸친 아내의 정성으로 2002년 기적처럼 둘째 아이는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선친의 사업 실패와 우환으로 오랫동안 이어진 가정 경제의 어려움과, 가정 외적인 일에만 몰두하던 저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가 쌓였던 아내가 갑상선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안면신경통까지 생겨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불교대학 홍보 중
▲ 불교대학 홍보 중

서로의 변화를 지켜볼 수 있는 기쁨

아내는 우연히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알게 되었고, 유튜브로 법문을 들으면서 정신적 위안과 마음의 안정을 찾아갔습니다. 그 무렵 아내는 우리의 형편을 잘 아는 직장 동료로부터 정토회 불교대학에 다닐 것을 권유받았는데, 그때는 법문을 듣고 나누기하는 것에 대한 부담때문에 불교대학에 입학하는 것을 망설였습니다. 매일 아내는 스님의 법문을 틀어놓고 살았습니다. 그것을 옆에서 같이 듣다 보니 저도 법륜스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즉문즉설뿐만 아니라 유튜브로 스님의 금강경 강의까지 찾아 들었습니다. 법륜스님의 금강경 강의는 저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습니다.

2017년 8월 다니던 직장에서 퇴임 후, 지금껏 정신없이 살아온 내 삶에 대한 성찰을 위해 체계적으로 불교 교리를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제 생각을 들은 아내는 불교대학에 함께 입학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습니다. 부부가 함께 불교 공부를 한다면 부부의 여가 생활로 건전하고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불교대학에 다니는 부부 도반의 소개로 아내와 저는 안동에 있는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영주에 정토회 법당은 있지만 그 당시 가을 불교대학이 개설되지 않아 다음 해 봄까지 기다려야 입학이 가능했습니다. 마음먹은 김에 하루라도 빨리 입학하고 싶어 차로 한 시간 걸리는 안동법당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가을 불교대학 졸업하는 부부도반
▲ 가을 불교대학 졸업하는 부부도반

아내는 저와 불교대학에 함께 다니는 것을 무척 좋아하였고, 아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아주 행복했습니다.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신자로서가 아니라 수행자로서의 삶을 살게 되면서 우리 부부의 생활에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 변화를 서로가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 기적 같았습니다. 급하고 신경질적인 제가 느긋하고 여유롭게 바뀌었고, 걱정 많고 의지심이 강했던 아내가 의연해지고 주체적으로 변하였습니다. 집에 늦게 오는 경우가 많이 줄어들기도 했지만, 혹 늦어도 예전에는 걱정하며 분별심을 냈던 아내가 차분히 저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부부의 선택이 탁월했음을 실감했습니다.

딸은 저의 변화된 모습을 보고 아내에게 “아버지가 저렇게 변하려고 얼마나 큰 노력을 하셨을까요. 저는 아버지가 자랑스러워요.”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 말을 전해들을 때는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우리 부부의 변화를 자식들이 알아준 것에 대해 스스로 뿌듯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법당 봉사 중인 주인공들
▲ 법당 봉사 중인 주인공들

밑마음을 알게하는 봉사##

불교대학을 다니는 동안 저와 아내는 많은 것을 함께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우리 부부는 기도하면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아내는 기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항상 기도의 감사함을 강조합니다. 아내는 기도하면서 지난 일에 대해 반성도 하고 참회도 할 수 있어 좋다고 합니다. 분별심 내지 않고 수행자로서 살아가겠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 깊이 편안해지고, 수행문을 따라 읽다 보면 상대를 원망하던 마음도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을 돌이켜보게 된다고 합니다. 저는 기도가 하기 싫을 때도 종종 있지만, 아내가 열심히 하니 따라 할 수 있어 좋습니다.

여러 활동 중에서도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나누기와 봉사였습니다. 나누기와 봉사활동은 수행 공동체를 추구하는 정토회의 기본 정신에 부합하는 핵심 요소라고 생각됩니다. 마음으로 다가오는 부담감과 어려움을 해결하려면 여럿이 모여 함께하는 게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을 나누기와 봉사활동을 통해 체득할 수 있었습니다.

봉화수련원에서 봉사하는 모습
▲ 봉화수련원에서 봉사하는 모습

특히 봉사활동은 수행의 가장 중요한 매개체로 자기의 밑마음을 잘 알 수 있어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JTS 거리 모금활동을 처음 나갔을 때 당시 감정은 어색함, 부끄러움, 쑥스러움 등이 뒤섞인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들이 올라왔습니다. 여러 번 되풀이하면서 그런 감정들은 거의 해소되고, 어린 학생들이 모금에 참여할 때는 흐뭇함이 느껴졌고, 이런 조그마한 정성들이 모여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데 보탬이 된다는 생각이 들 때는 기쁘고 즐거운 마음마저 들었습니다. 이런 낱낱의 감정들을 통해 내가 여러 가지 상을 가지고 있고 그 경계로부터 분별하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이런 과정들을 되풀이하면서 수행자로서의 몸과 마음가짐이 다듬어져 가는 것 같습니다.

jts 거리모금 하는 주인공들
▲ jts 거리모금 하는 주인공들

아직 부족한 점이 많고 갈 길이 멀지만, 스스로 좀 더 나은 나를 위해 분발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앞으로도 정토회 활동과 법륜 스님의 가르침을 잘 받아들여 괴로움이 없고 자유로운 사람으로서 이웃과 세상에 잘 쓰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글_정석기 (안동법당)
정리_윤정인 희망리포터 (대구정토회 송현법당)
편집_강현아 (대구경북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