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법당에는 자칫 무겁고 엄숙해질 수 있는 법회 분위기를 특유의 재치와 솔직함으로 부드럽고 가볍게 이끌어가고 있는 이소희 님이 있습니다. 이소희 님이 내어놓는 수행과 봉사를 통한 변화의 이야기를 같이 들어보겠습니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며

제가 정토회를 처음 만난 것은 18년 전입니다. 그때는 결혼 11년 되던 때로 시집살이와 아이들 키우는 일에 지쳐 있을 때였습니다. 결혼하고부터 시어른들과 같이 살면서 '사사건건 간섭을 받는다' 생각했고, 시부모님 위주의 삶이 힘들기만 한 시기였습니다. 제 방식은 무시되고 시댁의 생활 방식을 따라야만 좋은 며느리라는 강박에 스트레스와 짜증이 늘어만 갔습니다. '나에게 행복은 언제나 올까' 하는 생각에 늘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해소되지 않는 스트레스는 갑상샘 병으로 왔고 몸도 마음도 늘 편치가 않았습니다. 이런 심리적 불안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갔습니다. 지금도 큰아이가 당했을 저의 짜증과 화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해운대법당 활동가인 큰언니와 이소희 님의 딸 - 딸은 인생 멘토인 큰이모의 권유로 2016년 불교대학을 졸업했다
▲ 해운대법당 활동가인 큰언니와 이소희 님의 딸 - 딸은 인생 멘토인 큰이모의 권유로 2016년 불교대학을 졸업했다

가까운 곳에서 내민 손길 - 가족에서 도반으로

출구가 없을 것 같은 생활에 지쳐 답답한 마음을 친정 언니들에게 하소연했습니다. 언니들을 만날 때마다 신세 한탄은 늘어만 갔습니다. 언니들은 그때 이미 정토회에서 불교대학 및 <깨달음의 장>도 다녀온 뒤였습니다. 제게 불교대학을 권유했지만 거제에서 부산까지 다녀야 해서 공부는 생각할 수도 없었습니다. 이런 제게 언니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들어 보라며 만날 때면 테이프를 건네주었습니다. 테이프를 차에 두고 오며 가며 듣다 보니 스님의 강의가 너무 재밌어서 집에 도착해도 내리지 않고 듣곤 했습니다. 또 <<숫타니파타>> 책을 읽어보라며 선물해 주었습니다. 스님의 즉문즉설은 남의 얘기지만 제 속이 뻥 뚫리는 듯했고, 초기 경전의 말씀들은 스님의 법문을 뒷받침해 주며 답답했던 마음을 뚫어 주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알던 세상과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두 언니들과 통일의병대회 참석 - 오른쪽이 이소희 님
▲ 두 언니들과 통일의병대회 참석 - 오른쪽이 이소희 님

속박은 어디에서 오는가?

드디어 고현에 법당이 열리고 2013년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그리고 불교대학과 경전반까지 개근으로 졸업했습니다. '늘 남편과 시어른들 때문에 내 마음대로 못하고, 속박 받으면 산다'고 생각 했는데,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이다. 다른 사람들 손에 내 목줄을 쥐여 주고 이리저리 끌려 다닐 것이 아니라 이제는 내 목줄 내가 잡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의 전환은 한 줄기 빛처럼 저를 자유롭게 해주었습니다. 스스로 지은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한 생각 돌이키는 방법을 <깨달음의 장>에서 체득하고, 나 자신과 나와 관계 맺은 사람들을 바라보는 관점이 180도 바뀌는 경험을 했습니다. 내친김에 인도성지순례를 다녀오고 나니 세상을 보는 관점도 조금씩 변해갔습니다. 내 마음 하나 어쩌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것에서 조금 벗어나게 되고, 마음을 조복받는다는 것의 의미를 알아가면서 희열도 느꼈습니다.
 

2015년 인도성지순례 중 부다가야대탑 앞에서
▲ 2015년 인도성지순례 중 부다가야대탑 앞에서

세상 속으로 한 걸음 더

이제는 바깥세상에도 관심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질서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들, 정치를 잘못하는 사람들, 범죄자들 등등 우리 사회는 문제가 너무 많다고 비판적으로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또 왜 이렇게 힘이 없고 분단마저 되어서 이 모양인가' 하는 생각에 희망이 없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지금 저의 관점은 매우 희망 있게 바뀌었습니다. 설령 세상이 제가 원하는 대로 깨끗해지지 않는다고 해도, 분단이 영원히 간다고 해도 별로 실망스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정토회원이기 때문입니다. 정토회의 모든 도반이 수행과 보시와 봉사로 정성과 노력을 다하고 있고, 저도 그 안에서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있습니다. 그러니 세상은 분명 어제보다 오늘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해가고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또 세상에 이로운 일, 지속 가능한 행복, 너도 좋고 나도 좋은 일에 저도 한 알의 밀알로, 모자이크 붓다로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과 행복을 느낍니다. 제게 이런 인연을 맺게 해주고 이젠 같은 도반이 되어준 언니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또한 부처님의 법비를 바로 받을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신 부모님께도 감사합니다.
 
성불하세요.

거제법당 정일사에서, 두번째줄 맨 오른쪽 이소희 님
▲ 거제법당 정일사에서, 두번째줄 맨 오른쪽 이소희 님


자신의 마음을 가볍게 내어놓는다는 것은 일견 쉽고 간단한 일인 것처럼 보이지만 기나긴 무거움의 시간을 견딘 뒤에야 비로소 얻게 되는 지혜의 다른 모습이기도 합니다. 이소희 님의 세상 속으로 한걸음 더를 함께 하며, 응원합니다.
 

글_김형옥 희망리포터(마산정토회 거제법당)
편집_조미경(경남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