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법당에는 항상 유쾌한 도반이 있습니다. 타고난 유머러스함 덕분에 많은 사람들에게 본의 아니게 웃음꽃을 선물하곤 하는데요. 현재 저녁 수행법회 담당을 맡고 있는 김정윤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모든 게 문제였습니다

모든 게 문제였습니다. 문제가 너무 많아 도대체 무엇부터 손을 대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20년 넘게 해 온 직장생활은 과도한 업무와 대인관계로 힘들었지만, 그래도 버텨야 한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참았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잔병치레가 많아 병원을 자주 다니던 아이들은 커가면서 건강이 조금씩 나아지나 싶었는데, 공부를 안 하고 매일 게임만 하는 모습에 화가 났습니다.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에 대한 분별심과 괴로운 직장생활로 불쑥불쑥 화가 치밀었습니다.

어느 순간 가족을 향해 괴성과 고함을 지르는 저를 발견하고는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어 우선 다니던 직장을 휴직했습니다. 도대체 왜 살아야 하는지 왜 버텨야 하는지 그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밖의 날씨는 화창했지만 제 마음은 늘 어두웠습니다. 마치 캄캄한 터널 속에 갇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수행법회 마치고
▲ 수행법회 마치고

새벽잠을 설치게 한 낯선 남자의 목소리

어느 날부터 자다 보면 이상한 말소리가 들려 새벽잠을 설치곤 했습니다. 어디에서 나는 소리인가 하고 봤더니 제 귓가에 남편이 핸드폰을 두고 오디오를 듣고 있었습니다. 웬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신경쓰여 남편에게 누구인지 물었더니 법륜스님이라고 했습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습니다.

차츰 휴대폰에서 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됐습니다. 누군가 고민을 이야기하고 다른 분이 고민을 해결하는 듯했습니다. 남편은 제가 힘들어 난리를 피울 때, 별로 말을 하지 않고 그냥 당신을 믿고 기다리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자상한 남편이었지만, 제 힘든 감정을 이해는 못 한다고 느꼈습니다. 아마 남편은 본인이 뭔가 얘기를 해주는 것보다 휴대폰으로 즉문즉설을 틀어주고 거기서 나오는 다른 이들의 고민을 통해 제 문제를 알아차리도록 한 것 같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강릉 단오문화관에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이 열린다며 함께 가자고 했습니다. 저는 초췌한 모습으로 친정아버지 그리고 남편과 함께 강연장에 갔습니다. 객석에서 누군가 마이크를 잡고 스님께 질문을 하면 거기에 맞춰 스님께서 이야기를 풀어나가시는데 저도 모르게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습니다.

강릉 즉문즉설 강연에서 남편 도반괴 함께 봉사하는 중
▲ 강릉 즉문즉설 강연에서 남편 도반괴 함께 봉사하는 중

못마땅했던 불교대학 입학의 첫 기억

즉문즉설에 다녀 온 며칠 후 남편은 함께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하자 제안을 했고 저는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단오문화관에서의 화려한 즉문즉설을 통해 불교대학에 한껏 기대를 하고 왔는데, 처음 맞이한 곳은 너무 초라했습니다. 불교대학 수업 장소는 낡은 건물 2층에 있었는데 몇 평 안 되는 작은 공간에 지저분한 바닥, 너저분하게 널려 있는 사무집기는 제 기대를 완전히 무너뜨렸습니다. 사정을 알고보니, 법당이 아직 없어 토목 일을 하시는 한 도반님이 본인 사무실을 잠시 빌려주신 거라고 했습니다. 입학생이 약 30명 정도 됐는데 자리가 비좁아 조금만 움직이면 앞 사람 엉덩이에 코를 박을 지경이었습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습니다.

법당이라고 하는데 변변한 불상도 하나 없는 게, 마치 사이비 종교집단 같았습니다. 수업 내용도 즉문즉설과는 달리 별로 재미가 없었습니다. 재미가 없으니 계속 졸게 되고, 깰 때쯤 되면 나누기를 한다며 소감을 얘기하라는데 들은 게 없으니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뭔가 얘기를 해야 한다는 게 못마땅했습니다. 당연히 불평불만을 퉁명스럽게 내뱉곤 했습니다. 의식에 맞춰 절하는 것도, 보시금을 내는 것도 모두 못마땅했습니다. 내가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수시로 들었습니다.

점점 행복해지는 나를 발견하다

그래도 계속 불교대학에 다닐 수 있었던 건, 저를 맞이해주던 따뜻한 인상의 선배 도반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얀 얼굴에 차분한 미소로 반갑게 맞아주는 한 도반님을 보기만 해도 제 마음은 왠지 편안해졌습니다. 그만두고 싶을 때마다 선배 도반들의 위로와 격려에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간신히 불교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분의 도움 덕분에 졸업이 가능했습니다. 정말 많은 분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경전반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가야 하는 필수코스라는 선배 도반의 말을 겸허히 듣고 경전반에 입학해 보다 수월하게 졸업을 했습니다.

정일사 정진 후
▲ 정일사 정진 후

이후 마음이 좀 편해진 경험을 바탕으로 법당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불교대학 담당을 2년 연속 맡았고 지금은 수행법회 저녁반 담당을 맡고 있습니다. 매주 수행법회를 통해 꾸준히 스님의 법문을 들으면서 행복해하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지금 이대로도 충분합니다

어느덧 정토회와 인연을 맺은 지도 5년이 됐습니다. 여전히 저는 게으르고 맛있는 음식을 탐닉하고 아이들은 공부를 못하고 직장생활도 힘들지만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다는 마음이 생겨 참 좋습니다. 시나브로 문득 스님 말씀이 떠오르며 '아차 그 말씀이 이거였구나' 하고 깨달을 때면 감사한 마음만 남습니다. 저는 5년 전의 나보다 많이 행복해졌습니다. 이제 이런 기쁨과 행복을 저만 누릴 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누릴 수 있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불교대학 홍보 활동에 적극 참여하곤 합니다. 이생에 부처님 법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통일의병 활동 후
▲ 통일의병 활동 후

글_임종명 희망리포터(원주정토회 강릉법당)
편집_장석진(강원경기동부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