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하고 합니다.’ 명심문 대로 살다 보니 소임을 다섯 개나 맡게 되었다는 오정석 님은 항상 온화한 미소로 법당의 거의 모든 일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강한 실천력과 긍정적 에너지로 불안감을 극복해 가는 오정석 님의 이야기입니다.

갑자기 찾아온 암흑세상##

2015년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떴는데, 온 하늘이 노랗게 보이고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쿵쾅쿵쾅 뛰었습니다. 갑자기 암흑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운영하던 사업체에서 여러 문제들이 생기고, 아버지도 술로 인해 입원하실 정도가 되니, 결국 불안증세가 한꺼번에 터져버린 것이었습니다.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어머니는 불같고 확 내지르는 성격이셨고, 아버지는 정반대로 조용하고 마음에 있는 얘기를 하지 못하시는 분이셨습니다. 부모님이 다투시는 모습을 보며 두 분이 혹시 헤어지시거나 잘못 되실까 봐 어린 마음에 걱정이 컸습니다. 두 분의 성격 차이로 아버지는 많은 상처를 마음속에 담게 되었고, 부모님은 결국 따로 사시게 되었습니다.

저는 24살 어린 나이에 결혼해서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되었고 곧 아이도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힘들어하시며 술을 많이 드시고 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저에게 큰 압박이었습니다.

저는 금요일에 직장을 그만두면 토요일에 다른 직장을 구해서 다닐 정도로 열심히 일했고, 사업체도 운영하였습니다. 쉬지 않고 열심히 살았음에도, 집안 상황은 점점 더 힘들어졌습니다. 막내가 태어나고 아버지는 술을 더 많이 드시면서 아내는 아내대로 불만이 많아졌습니다. 저도 매우 힘들었기에 그런 상황에서 힘들었을 아내를 보듬어 줄 힘도, 지혜도 없었습니다.

환경학교가 끝나고(앞줄 가운데)
▲ 환경학교가 끝나고(앞줄 가운데)

스스로 방법을 찾아 나서다##

터져 버린 불안 증세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해 병원에 가서 약을 받아먹었습니다. 하지만, 약은 잠만 재워줄 뿐이지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래서 안 되겠다,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스스로 살 방법을 찾아 나섰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힘들다고 말하는 성격도 못되어 혼자서만 고민했습니다. 마음에 관련된 책들을 찾아보다가 우연히 법륜스님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행복》이라는 책이었는데 읽고 나니 제가 여태까지 살아온 세계가 완전히 잘못돼 있다는 자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제 생각에만 젖어서 어리석게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법륜스님의 다른 책들과 유튜브를 몇 개월 동안 보면서 법륜스님에 대해서 궁금해졌습니다. 검색해서 정토회를 알게 되었고, 구리법당까지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기도를 시작하다##

너무 힘든 마음으로 살아왔기에 바꿔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수행법회에 참여했습니다. 수행법회에서 만난 한 도반이 절 좀 할 줄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기도》라는 책을 보고 이미 혼자 108배를 해오고 있었기에 할 수 있다 했습니다. 도반이 일요일 날 좋은 곳에 같이 가자고 하여 어디인지도, 무엇인지도 모르고 ‘예’ 했습니다. 8-9차 천일기도 입재식 이었습니다. 그동안 책과 유튜브로만 뵙던 법륜스님을 직접 보는 것이 신기하기만 할 정도로, 저는 입재식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고 갔었습니다. 하지만, '예 알겠습니다'하고 다음 날부터 바로 아침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입재식에서( 앞줄 오른쪽 )
▲ 입재식에서( 앞줄 오른쪽 )

천일결사에 입재하고 처음 백일 동안에는 술을 먹고 늦게 들어온 날에도 세시에 일어나서 기도했습니다. 어떤 날은 기도하는 시간이 너무 기다려져서 세 시 반에 눈이 떠져서 기도하고 어떤 날은 네 시에 일어나서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백일을 기도하니 스님이 말씀하신 대로 제 꼬라지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아침 수행만큼은 놓치지 말고 꼭 해야겠다 생각 했습니다.

입재를 두 번 하고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불교대학을 재밌게 다니던 중 부총무님이 JTS 거리모금을 해볼 생각이 없냐 하시기에 그냥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사회활동 팀장, 수행법회 담당, 불교대학 담당 등 다섯 가지 소임을 맡아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힘들기도 했지만, 그것이 저에게 정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놓지 않고 해나갔습니다. 체력적으로 힘들 때도 있고, 제 개인적인 시간을 거의 낼 수 없어서 가족들과 보낼 시간도 적어졌습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제가 가족을 대하는 행동이 달라지는 것을 보고는 가족들도 불평하지 않고 바라봐 주었습니다.

JTS거리모금 중(제일 오른쪽)
▲ JTS거리모금 중(제일 오른쪽)

나를 자각하고 인정하는 힘이 생기다##

그동안 저는 가족들에게 많이 잘하는 편이 아니어서 가족들이 서운했던 점도 있었을 것입니다. 수행해나가면서, 가족들에게 하는 행동이나 말투 등 그전에는 몰랐던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지만, 그전에는 몰랐던 점들을 자각하니 제 상태가 점검되었습니다.

그렇게 저 자신의 모습이 점검되니 자책하는 마음이나 다른 사람들의 말에 흔들리는 마음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아내 말을 거의 들어 주는 저를 주변에서 신기해하며 ‘납작 광어'라고 불렀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왜 문제 삼는지 의아해했었습니다. 수행하면서 보니 거절 못 하는 저의 모습이 아내에게는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에는 거절하지 못해 손실을 입었을 때, 말도 제대로 못 했던 저 자신을 자책하는 마음이 들었다면 지금은 그런 저의 모습을 인정합니다. 주변의 부탁이 있으면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고, 제가 부담이 가지 않는 선에서 도와줄 수 있는 지혜가 생겼습니다.

JTS 거리 모금 중
▲ JTS 거리 모금 중

편안해지다

어린시절 부모님의 다툼을 보면서 불안감 같은 것이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다가, 성인이 돼서도 불쑥불쑥 올라온 것 같습니다. 그때는 제가 왜 불안한지도 모르고 그것이 불안한 마음인지조차 몰랐었습니다. 그저 술을 마신다든지 다른 사람을 만나서 털어보려고 했지만, 잠시일 뿐 해결책이 되지 못했었습니다.

수행하면서 저의 모습을 발견했고 ’내가 원래 이렇게 불안해하는 사람이구나‘ 라고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조금 빠져들더라도 다만 한 생각일 뿐이라고 돌이킬 힘이 생겼습니다. 가끔은 회피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직면해서 받아들여야 될 문제라는 인식의 전환이 생겼습니다. 이제 불안한 마음이 오더라도 크게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그냥 ‘왔어?’ 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니 훨씬 편안해졌습니다.


오정석 님은 제일 처음 맡았던 JTS거리모금과 가장 최근 맡은 불교대학담당 소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합니다. 보람도 큰 불교대학 담당을 비롯해 여러 소임을 통해서 배워가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면서, 본인이 여러 소임을 맡으면서 다른 분들의 기회를 뺏는 것이 아닌지를 걱정하는 깊은 마음에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습니다. 앞으로의 수행이 더 기대되는 구리법당의 오정석 님을 응원합니다.

글_김민지 희망리포터 (남양주 정토회 구리법당)
편집__임도영 (광주전라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