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이 심했던 결혼생활과 다정했던 친아버님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괴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무렵에 우연히 접한 “행복을 배울 수 있다”는 정토불교대학 모집 문구가 한줄기 빛이 되어 정토회 문을 두드렸습니다. 이제는 수행과 봉사활동으로 새로운 행복을 일구고 있는 성동법당의 대표 봉사자 박춘호 님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성동법당 불교대학 홍보활동 중인 박춘호 님, 2019년 2월
▲ 성동법당 불교대학 홍보활동 중인 박춘호 님, 2019년 2월

프롤로그

화창한 토요일 오후에 박춘호 님이 인터뷰를 위해 희망 리포터가 근무하는 사무실을 방문했습니다. 오전에 성동법당에서 수행법회 교육을 받은 후 직장을 가기 전에 잠시 짬을 낸 것입니다. 간단한 다과와 함께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제8차 통일의병식 참석 (오른쪽)
▲ 제8차 통일의병식 참석 (오른쪽)

평범하고 다복했던 가정의 맏딸

자랄 때 아버님이 저에게 참 다정하셨던 반면, 어머님은 제가 맏딸이라고 집안일을 많이 시켰고 어린 마음에 힘들었습니다. 특히 동생을 잘 돌보지 못했을 때 혼이 났습니다. 지금 뒤돌아 보면 풍족하지 않았어도 참 다복한 가정이었기에 부모님께 늘 감사드립니다.

종교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머니가 절에 다니시는 모습을 보고 자란 덕분에 불교에 친숙한 편이었습니다. 제가 활동적이어서 친구들과 등산을 많이 다녔는데 그때도 절에 자주 들렀습니다.

학교 졸업 후 직장에 들어가서도 적극적이고 밝은 성격 덕분에 사회생활에 잘 적응했고 여가 활동도 하면서 즐겁게 지냈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렀고 혼기가 되었다며 주위에서 결혼 이야기가 오가기 시작했습니다. 결혼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선을 한 번 보게 되었고 그 길로 바로 결혼을 했습니다.

 8-10차 만일결사 축하공연 준비 (맨 앞에 박춘호 님)
▲ 8-10차 만일결사 축하공연 준비 (맨 앞에 박춘호 님)

남편상으로 갖고 있던 믿음이 깨지던 순간

결혼 후 3일이 안되어 남편이 술을 먹고 와서 살림살이를 부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 모습을 본 것이 처음이어서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남편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고 같이 살 자신도 없었습니다. 저의 어려운 처지를 아시고 친정아버님이 오셔서 많이 달래셨습니다. 결혼 3개월 만에 아이가 생겼고 저는 가정을 지켜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두 딸을 낳고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습니다.

결혼 후, 남편의 요구로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었습니다. 낮에는 아이들을 돌보면서 지인들과 함께 밖에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도, 저녁때만 되면 특히 자정이 넘어서는 늘 불안에 떨었습니다. 술 취한 남편이 새벽에 들어와서 자는 아이들을 억지로 깨우고 저에게는 폭력도 휘둘렀습니다. 작은아이는 그러지 말라고 아빠에게 매달렸고, 큰 아이는 무서워서 방에 숨어버렸습니다.

아이들이 커서 새로운 곳으로 이사하던 날, 큰 딸이 술 취한 남편과 몸싸움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일이 생길까 봐 걱정하던 차에 어느덧 성인이 된 큰 아이가 독립을 원했습니다. 그 후, 딸은 한동안 분가를 했는데 끼니도 혼자 잘 챙겨 먹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밤에 혼자 술을 먹다가 쓰러지는 일이 생겼고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었습니다. 집으로 들어오게 했지만 역시 아빠와의 관계 때문에 힘들어했습니다.

JTS 거리모금 봉사활동, 2019년 3월 (왼쪽에서 두 번째)
▲ JTS 거리모금 봉사활동, 2019년 3월 (왼쪽에서 두 번째)

행복도 배울 수 있다는 불교대학

가정생활이 원만하지 못하니 돌파구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지인과 함께 마라톤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았습니다. 내 몸이라도 건강해야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아이들을 잘 키우며 버틸 수 있겠다 싶어서 열심히 운동을 했습니다. 물론 남편은 제가 마라톤 하는 것을 못마땅해 했습니다.

<법륜 스님의 행복 톡톡>을 우연히 보았는데, 스님 말씀이 귀에 쏙쏙 들어왔습니다. 그 후, 핸드폰 카카오톡에서 정토불교대학 모집공고를 보았습니다. 두 딸은 스무 살이 넘어 각자 생활로 바빴고, 저는 나이 오십에 접어드니 허전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때 보았던 불교대학 모집공고에 ‘행복’이라는 단어가 유난히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특히 행복도 배울 수 있다는 말에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학교 공부도 요령을 알면 더 잘할 수 있고, 마라톤도 전문 선수에게 배우면 일반인도 완주할 수 있으니, 행복도 배울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겼습니다.

성동법당 도반들과 함께 (맨 왼쪽)
▲ 성동법당 도반들과 함께 (맨 왼쪽)

2015년 가을에 가까운 성동법당을 찾은 것이 정토회와의 첫 인연입니다. 그때 법당에서 환한 얼굴로 반겨주시던 분들의 모습이 지금도 떠오릅니다. '나도 저렇게 미소 지을 수 있을까? ' 법당에 계신 분들의 환한 미소가 정말 부러웠습니다.

불교대학 수업과 함께 108배 수행도 했습니다. 남편과의 갈등이 가장 큰 고민이어서 기도문은 ‘남편의 마음을 이해하겠습니다.’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절을 열심히 했습니다. 하다 보니 내 잘못도 아닌데 남편에게 왜 숙여야 하는지 화가 올라왔습니다.

그러나 100일 기도가 끝난 후 제 관점이 바뀌었습니다. 남편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나아가 아이들의 마음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제 주변 조건이 하나도 바뀌지 않았는데, 그것을 바라보는 제가 바뀌니 마음은 한결 가벼워지고 얼굴은 더욱 밝아졌습니다. 친정집의 가업을 이어받은 일 때문에 하루 일과가 예전보다 더 바빠졌지만 '수행과 봉사'는 더욱 열심히 했습니다.

정토회 다니기 전에도 '봉사'에 관심이 있어서 사회 봉사 활동을 스스로 찾아다니며 했습니다. 기부금도 내지만 제 재능과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직접 봉사하고 싶었습니다. 정토회에 와서 사회 변화와 소외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이렇게 조직적인 봉사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늘 감사합니다.

 성동법당 2019년 가을불교대학 주간반 졸업식, 수업 담당 소임 (왼쪽에서 세 번째 앞쪽)
▲ 성동법당 2019년 가을불교대학 주간반 졸업식, 수업 담당 소임 (왼쪽에서 세 번째 앞쪽)

나로부터 변해가는 가족과 커가는 행복

결혼 후 일도 그만두게 한 남편은 당연히 제가 정토회에 다니는 것을 싫어했습니다. 그런 남편에게 스님이 ‘당신에게는 술이 보약’이라는 말을 했다고 하니 그 이후로는 제가 정토회 다니는 것에 대해 별다른 말이 없습니다. 아이들도 엄마가 밝아지고 부부싸움이 줄어들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됐습니다. 어느 날 큰 아이가 뜬금없이 엄마 아빠를 자기 방에 곧 초대할 거라는 말까지 했습니다.

제가 정토회 다닌 이후로 남편은 시간이 나면 저의 일을 조금씩 도와줍니다. 퇴근하고 취해서 들어오는 횟수가 줄더니 요즘은 술을 거의 마시지 않습니다.

앞으로 희망하는 정토회 활동 계획

저는 주어진 일에 항상 “예”하고 최선을 다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통일의병 교육'에 매진해서 통일의병 활동에 동참하고 싶고, '사회자 교육'도 꾸준히 받고 가르치면서 법당 활동을 해나갈 계획입니다.

최근까지 6개월마다 불교대학 수업과 경전반 수업 담당을 번갈아 가면서 하고 있는데 올해에도 계속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수업 진행 담당을 하면서 다시 듣게 된 법문은 제게 매번 새롭게 다가와 깨우침을 줍니다. 학생들과의 나누기를 통해서도 많이 배웁니다. 특히 최근에 도입된 불교대학의 수행 관점 잡기는 제 수행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정토회의 다양한 봉사활동에 꾸준히 참여하고 싶습니다.

 성동법당 2019년 가을불교대학 주간반 졸업식, 수업 담당 소임 (오른쪽에서 두 번째)
▲ 성동법당 2019년 가을불교대학 주간반 졸업식, 수업 담당 소임 (오른쪽에서 두 번째)

성동법당 사회자 교육 소임 (서 있는 분)
▲ 성동법당 사회자 교육 소임 (서 있는 분)

에필로그

희망 리포터는 박춘호 님과 서로 살아온 이야기를 편하고 자유롭게 나누었습니다. 서로 솔직한 정토회 활동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시고 솔직한 대화로 수행담 나누어주신 박춘호 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성동법당 회원님들과 함께 (왼쪽에서 두 번째)
▲ 성동법당 회원님들과 함께 (왼쪽에서 두 번째)

글_이재민 희망리포터 (성동정토회 성동법당)
편집_권지연 (서울제주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