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법당에는 불교대학 수업 담당 소임을 위해 화요일마다 130km의 먼 거리를 운전해 오는 봉사자가 있습니다. 매주 먼 길을 달려와 아나운서 같은 고운 목소리로 수업을 도와주시는 임애림 님의 수행 이야기입니다.

지리산 수련원에서 바라지하는 임애림 님
▲ 지리산 수련원에서 바라지하는 임애림 님

마음의 보물, 부처님 말씀

특별히 괴로울 만한 일이 없는데도 행복하지가 않았고, 막연하지만 더 자유롭고 더 나은 저 자신에 대한 바람이 있었습니다. 명상을 함께 공부하던 친구가 즉문즉설을 소개해 주었고, 덕분에 법륜스님과 정토회를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상담 심리를 전공했는데, 전공 분야에서 개인 및 집단상담 등을 통해 먼저 자기치료를 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2012년 〈깨달음의 장〉에 자기 치료의 연장선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상담 공부도 자신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불법은 또 다른 차원으로, 어리석음을 알게 하고 욕구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이후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근본불교를 배울 때 ‘불법이야말로 어떤 심리치료이론보다 훌륭한, 우리가 지닐 수 있는 보물이구나!’ 하며 희열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나를 알아가는 수업 ‘봉사’

‘할 사람이 없으니 나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불교대학 담당을 몇 해 했습니다. 자발적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는 알아차림에, 올해는 마음을 내서 담당을 맡았습니다. 그런데, 개강 직전에 충청남도 아산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무리가 되겠지만 마음을 낸 것이니 어렵더라도 해보자 했습니다. 하지만, 봉사하면서 ‘장거리 운전을 해가면서 봉사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내가 아니어도 법당에 할 사람이 있을 것인데 욕심을 부리는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또 시간에 맞추기 위해 달리다가 속도위반을 한 것 같으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이 어려움들을 봉사 수업료 라고 생각하니 걸림이 싹 내려갔습니다.

봉사는 금강경의 무주상 보시를 실천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공부의 기회입니다. 특히 정토회 봉사는 직장이나 일상의 일처럼 ‘잘했다’, ‘못했다’라는 성과 평가가 아니라, 매 순간 어떤 마음인지 알아차리는 수행의 장이기에 너무도 많은 공부 거리가 됩니다. 이런 소중한 공부를 수업료를 내지 않고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 불교대학 소임은 다른 누구를 위한 일이 아니라 제가 잘 살아가기 위한 공부입니다. 지금은 '그냥' 하고 있습니다. 봉사 속에서 저의 수행을 비추어주는 도반님들과 함께 하는 일이 제겐 무엇보다 큰 기쁨이자 행복입니다.

전주 한옥 마을에서 전쟁 반대 일인 시위 중
▲ 전주 한옥 마을에서 전쟁 반대 일인 시위 중

정토회 가랑비는 복비

저는 좋은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한 번 해보려고 하는 기질이 있습니다. 천일결사도 '나를 바로 세우는 데 도움이 되겠다' 싶어 2014년도에 입재하여 지금까지 계속 정진하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지만, 정토회에 몸담고 생활하면서 가랑비에 옷 젖듯이 저 자신이 변해가고 있습니다. 전에는 직장에서 업무를 잘 못 챙기는 직원들을 보면 이해가 안 되어 나무라듯 말하곤 했습니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노력하는데도 지적만 받으니 서운하고 힘들었을 것입니다. 요즘은 나무라는 말을 거의 안 하는데, 마음먹고 안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안 나옵니다. 그들에 대한 이해가 생기고, 제 방식대로 하려는 마음이 조금은 약해 지면서 직원들과 관계도 부드러워지고 업무도 더 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정토회 활동을 하면서 저만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사회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실천하고 행동하게 된 일도 기쁜 일입니다.

바라는 바 없는 이대로 좋은 지금

작년에 아버지를 요양원에 모시면서 형제자매들에 대한 서운함으로 힘들었습니다. 그때 대광법사님께서 “저는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습니다. 이대로 좋습니다.”라는 기도문을 권해주셨습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다가 보편적 진리의 말씀이니 일단 해보자 마음먹고 기도 했습니다. 기도하면서 형제자매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그 나름의 몫을 해주고 있어서 제가 덕을 보는 것도 많이 있는데, 그 고마움을 못 알아차렸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마음이 많이 편해졌습니다. 하나의 어리석음을 깨우치니, 저를 괴롭히던 외로움에서도 많이 벗어나게 되고 다른 문제들도 도미노처럼 연달아 가벼워지고 있습니다.

고경희 총무님과 함께한 시무식 공연 중 (오른쪽  임애림 님)
▲ 고경희 총무님과 함께한 시무식 공연 중 (오른쪽 임애림 님)


임애림 님은 여러 가지 부탁에도 가볍게 ‘네!’ 하시며 맡은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며 즐겁게 임하는 모습에 배울 점이 많은 든든한 도반입니다. 6개월 후의 예정된 이별을 고경희 총무님을 비롯한 법당 도반들이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전주 법당을 빛내 주신 것에 대한 고마움도 함께 전합니다.

글_ 이은정 희망리포터 (전주 정토회 전주 법당)
편집_임도영 (광주전라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