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법당인 운정법당에서 우렁 각시 역할을 하는 두 분을 함께 만나보았습니다. 불교대학생의 엄마라 불리며 2년간 주간 불교대학 담당과 공양담당을 해온 지원팀장 박형자 님과 경전반 학생으로 사활팀장을 맡아서 다양한 활동을 해온 이정화 님의 수행담을 들어보겠습니다.

토요일 임진각 통일기도 후 운정법당 도반들과 함께(앞줄 가운데 박형자 님, 앞줄 맨 왼쪽 이정화 님)
▲ 토요일 임진각 통일기도 후 운정법당 도반들과 함께(앞줄 가운데 박형자 님, 앞줄 맨 왼쪽 이정화 님)

박형자 님 인터뷰
“나물가게 차리면 좋겠어요!! 강한 맛을 내지 않고 감칠맛이 도는 궁극의 맛이 느껴져요!!”
봄불교대학생들을 위해 공양 바라지를 하는 박형자 님의 나물반찬을 먹어본 사람들의 맛 품평입니다.
“어떻게 그렇게 맛나게 맛을 내세요?”라는 질문에 “특별한 것은 없어요. 맛을 내려고 애쓰지 않아요. 그냥 쉽게 쉽게 음식을 만들려고 해요.”라는 무심(無心)한 말씀에 맛의 비밀에 대한 궁금증만 커졌습니다.

“밭에서 직접 키우는 채소로 매주 나물반찬을 만들어 주간 불교대학생들의 공양을 맡아오셨어요. 이런 정성이 깃들어진 공양을 함께 하다 보니 불교대학 도반들이 불교대학 식구가 되어가는 것 같더라고요. 당연히 자연스럽게 불교대학생들의 출석률도 높아지고 결속력도 좋아지는 것 같아요.” 주간 봉사자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매주 나물반찬을 해서 공양하기가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라는 질문에,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데까지 해본다는 마음으로 해왔습니다.”라고 무심하게 대답하는 것을 보면서 욕심 없는 초발심의 원력이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입재식날 법당 내 북한 옥수수 보내기 모금 활동(가운데 주황색 앞치마-박형자 님)
▲ 입재식날 법당 내 북한 옥수수 보내기 모금 활동(가운데 주황색 앞치마-박형자 님)

불교대학 입학 후 모든 취미활동을 정리했다 들었습니다. 좋아하는 운동이나 취미활동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정토회 오기 전에 다른 절을 오랫동안 다녔어요. 그곳에서 실천불교학교 과정을 공부하다가 법륜스님 유튜브를 보게 되면서 파주법당 불교대학 야간반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땐 오전에 수영장도 가야하고 서예도 해야 하고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가 그 모든 활동을 끊고 주간반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해오던 활동을 끊고 주간반으로 옮기게 된 계기가 있나요?
처음 파주법당에 입학하고 나서 정토회는 기도 프로그램이 없나 하고 궁금했어요. 그러던 중에 천일결사 입재식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반가워서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입재식장에 도착해보니 입구에서 격렬하게 환영해주는 모습을 보고는 무슨 이런 사이비 집단이 있나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쓰레기 하나 버려져 있지 않은 것을 보고 감동했습니다. 그때 ‘아~ 여기가 내가 수행할 곳이구나’ 하고 마음을 잡고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특히 저녁에 운전하는 것이 힘들어서 주간반으로 옮겨야 할 상황이었는데 입재식을 계기로 주간에 하고 있던 모든 취미활동을 정리하고 주간반으로 옮기며 정토회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 해도 그동안 해오던 활동들을 단번에 끊는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그야말로 모든 것을 한 번에 내려놓으신 것이네요.
처음엔 바깥 친구들을 만나면 불편해진 것 또한 사실입니다.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욕심도 많아서 서예를 할 땐 남들보다 붓도 종이도 많이 샀습니다. 그런데 월광법사님께서도 서예를 하시다가 굶주리는 아이들 이야기를 들으시고 붓글씨를 쓰기 위해 비싼 종이를 사야 하나 싶은 생각에 바로 접으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덕분에 저도 가볍게 내려놓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준비된 수행자였나 봅니다. 바로 내려놓으신 걸 보면요.
“그런가요?”
취미활동과 사회활동을 단숨에 내려놓고 불교대학에 전념하는 모습에서 준비된 수행자였다는 것을 법당의 다른 도반들도 동의하는 듯했습니다.

2018 봄불교대학 학생 및 봉사자들과 함께(첫째줄 맨 오른쪽 박형자 님)
▲ 2018 봄불교대학 학생 및 봉사자들과 함께(첫째줄 맨 오른쪽 박형자 님)

파주법당에서부터 봉사 활동을 해오다가 운정법당에서는 2년간 불교대학 담당, 공양 바라지, 현재는 지원팀장 소임을 맡고 있는데 돌이켜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불교대학생들이 졸업 후 법당에서 소임을 맡아서 선배인 저보다도 훨씬 활동을 잘하는 걸 보면 너무 흐뭇합니다. 사활팀을 맡아서는 환경, 복지, 통일 각 분야를 꼼꼼히 챙기면서 활동을 지속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걸 청출어람이라고 하지요??
천일결사 기도문에 ‘정토행자를 양성한다’라는 부분이 있죠? 제가 이런 목표를 조금이라도 이루게 해준 불교대학 후배 도반님들께 오히려 감사할 뿐입니다. 앞으로도 처음 마음처럼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데까지 해볼 생각입니다.

이정화 님 인터뷰

불교대학 졸업을 하고 경전반을 다니면서 사회활동팀장을 맡아 활동하는 이정화 보실님은 언니의 소개로 정토회에 첫발을 디디게 되었다고 합니다.
“강원도에 사는 언니가 정토회를 다녀서 법륜스님을 알게 되었어요. 몇 년 전에 수술 후 우울증으로 스님 유튜브를 보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있었는데 저를 매우 힘들게 하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어머니가 쓰러지셔서 위독해지셨습니다.
그때 불교대학을 입학해 공부하면서 어머니를 잘 보내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병간호를 직접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힘들어서 마음속에는 항상 갈등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몸을 쉽게 가눌 수 없어 아기의 모습 되어버린 어머니를 보면서 가능한 범위에서 최선을 다해보자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누워계시는 어머니께 금강경 독송도 해드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께서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때 시어머니에 대한 불편하고 힘들었던 마음이 녹아내리고 온전히 화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어머니와의 갈등이 잘 해결되고 편안히 보내드릴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시어머니가 저를 힘들게 했다는 것도 지금 생각해보면 제 기준으로 힘들다고 생각했던 것들인데.. 최근에 드는 생각은 어쩌면 어머니가 저를 공부시키시려고 역행보살 역할을 하셨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정화 님과 박형자 님
▲ 이정화 님과 박형자 님

사활팀 활동은 어떻게 시작했나요?
불교대학 학생 때는 법당에서 키우는 지렁이를 관리하는 지렁이 엄마로 시작을 했습니다. 법당 부총님이 너무 고생하시는 것 같아서 도와드려야겠다는 단순한 생각이었는데. 그렇게 시작한 환경활동을 계기로 한 개씩 소임을 맡다 보니 통일, 복지까지 어느새 사활팀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할 수 있는 만큼 해보자는 마음이었는데 일이 커진 셈입니다.
그런데 활동을 하다 보면 오히려 제가 배우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얼마 전 마감된 환경학교에 봄불교대학생들의 참여 분위기가 매우 뜨거웠는데 각자의 환경실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공유해주어서 제가 정말 많이 배운 것 같았습니다. 제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들까지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를 도반들을 통해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JTS 거리모금도 꾸준히 참가한다고 들었습니다.
처음엔 쑥스럽고 적응이 안 되어 선글라스를 쓰고 거리모금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거리모금을 하다가 아이들 손을 잡고 모금함을 피해서 가는 아기 엄마들을 보면서 저 모습이 나의 과거의 모습이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저런 모습이었다면 나의 아이들도 마찬가지였겠구나 하면서 참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선글라스를 벗고 좀 더 가볍게 거리모금에 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새터민 가정 방문(오른쪽 이정화 님)
▲ 새터민 가정 방문(오른쪽 이정화 님)

매월 새터민 가정방문과 매주 통일기도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몇 개월 전부터 새터민 가정 방문을 하고 있는데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잘못된 편견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그분들이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힘든 상황을 알게 되고 뭔가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아무런 의식 없이 살아왔는데 법당에서 매주 통일기도를 하게 되고 새터민들의 상황을 이해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의식에 변화가 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활팀장은 환경, 통일, 복지 모든 분야를 다 챙겨야 하는데 힘들지 않았나요? 사활팀의 다양한 활동을 꾸준히 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이었나요?
할 수 있는 것은 한다. 잘한다는 생각 없이 이렇게 해왔던 것 같습니다. 처음엔 PPT로 문서 작성도 못 했는데 이제는 배워서 간단한 문서를 만들 수 있게 되었어요. 처음에 배울 때는 머리에 쥐가 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하나씩 배워가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호기심이 많아서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도전해보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제가 담당이지만 복지, 통일분야는 주1일 봉사제로 도반님들이 각자 소임을 맡아서 도와주시고 저는 참여만 하는 정도이니 시간이 되는 범위에서는 꾸준히 참여만 할 뿐이에요. 결국 도반들의 힘으로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쉽지 않은 사활팀장 소임을 해오셨는데 돌이켜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처음 사활팀을 소임을 맡고서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서 당혹스럽고 정신없이 헤매는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고. 실수도 많이 하고 부족함이 많지요. 그런 와중에 여러 경험을 하면서 지금까지 활동해오다 보니 이제는 겁나는 것이 없어진 것 같습니다. 처음엔 일이 생기면 ‘안 한다, 못한다’로 대응했는데 지금은 그런 부정적인 말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어쩌면 마음에 힘이 생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도 바뀐 것 같습니다. 저의 고집 있는 모습을 보게 되면서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 착각이었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론 아직은 사고 싶은 것은 사야 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스님의 법문을 들을 때마다 여전히 욕구에 끌려가는 것에 부끄러움이 느껴질 때가 있었습니다. 사활팀 활동을 하면서 주어진 인연에 감사하고 또 공부할 수 있게 해주셔서 정토회에 감사하게 생각되었습니다

환경학교 참가자 및 봉사자들과 함께(첫째줄 오른쪽에서 두번째-이정화 님)
▲ 환경학교 참가자 및 봉사자들과 함께(첫째줄 오른쪽에서 두번째-이정화 님)


2년간 불대담당과 학생들을 위해 공양 바라지를 해오면서 “맛을 내려고 애쓰지 않고,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데까지 해본다”라는 박형자 님과 아무것도 몰라서 하나부터 배워가며 활동을 시작했지만 “할 수 있는 것은 해보자, 잘한다는 생각 없이…” 라는 마음으로 꾸준히 활동을 이어온 이정화 님, 두 분의 무심(無心)한 듯한 이야기에서 “행하되 행함이 없이하라”라는 무위(無爲)의 가르침이 은은한 향으로 솔솔 묻어 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주변의 수많은 도반이 무위의 행으로 우리 모두의 도량을 지켜주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이 가득해집니다.

글_전기돈 희망리포터(일산정토회 운정법당)
편집_고영훈(인천경기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