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결혼을 잘못했습니다.’라며 이상한 참회를 하기도 했던 주인공은 점점 더 나를 볼 수 있게 되고, 남편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숙이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같이 공부해서 가족이 함께 인류를 위해 크게 쓰이고 싶은 큰 마음을 품고 있는, 남양주법당 불교대학팀장 하연숙 님의 수행담을 만나봅니다.

밝은 얼굴로 인터뷰하고 있는 하연숙님
▲ 밝은 얼굴로 인터뷰하고 있는 하연숙님

남편의 귀가시간이 두렵던 시절

연애 10년 동안 남편은 저에게 참 지극정성이었습니다. 그런데 결혼해서 살아보니 내가 그린 그림과 너무 많이 달랐고, 남편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농번기 때면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농사일 보고 출근하시는 아주 성실한 친정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자랐습니다. 남편의 좋은 점은 당연시하고 아버지의 좋은 점만을 올려놓고 남편도 응당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남편을 고쳐 보리라.' 마음 먹으니, 남편이 못마땅했고 불평불만이 많았습니다. 결국 갈등이 심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고는 못 사는 성격에 끝까지 몰아붙이고 독설과 함께 고성을 지르며 싸웠습니다. 경찰이 안 쫓아 온 게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극심한 갈등이 계속되자 남편이 돌아올 시간이 되면 긴장을 하고, 멀리서만 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두렵고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가을불교대학 학생들과(맨 오른쪽이 하연숙님)
▲ 가을불교대학 학생들과(맨 오른쪽이 하연숙님)

문제투성이 남편에게 숙이라고?

저는 억울했고 슬픔과 분노를 품은 채로 아이를 키웠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이것저것 좋다는 건 다 해보았으나 생각과는 다르게 아이는 자주 아팠고 슬픔과 분노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유튜브에서 법륜스님의 아이 잘 키우는 방법에 대한 법문을 접하게 되면서 다른 법문도 찾아서 듣게 되었습니다. '어? 이건 뭐지? 남편한테 숙이라고? 어떻게! 아무 잘못 없는 내가! 문제투성이인 남편한테!' 다른 각도에서 괴로움의 본질을 꿰뚫어 보시는 스님의 말씀이 처음엔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었는데 법문을 듣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제가 기존에 생각했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 아이를 위해서라도 공부 한번 해 보자!'

부처님 잘못했습니다. 제가 결혼을 잘못했습니다.

수행은 해 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법사님이나 스님 말씀을 일단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만 했습니다. 2017년 정초 순회 법회에서 무변심 법사님의 '방일하지 마라'는 말씀이 큰 자극이 되었습니다. '못해도 3년, 평생이라도 해야겠다' 하며, 본격적으로 숙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처음에 기도할 땐 너무 억울하고 '내가 왜 숙여야 하나?' 이런 생각에 이를 악물기도 하고, ‘부처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결혼을 잘못했습니다.’라며 이상한 참회를 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제가 참 착하고 잘난 줄 알았습니다. 외국에서 좋은 조건으로 대기업을 다니며 일로써 인정도 받고 인기도 있었습니다. 성장 과정에서 귀여움을 많이 받으며 커서인지 '내가 옳다'는 생각이 아주 강했습니다. 이런 제가 악을 써서 남편을 고치려 했으니, 남편이 얼마나 상처받고 실망이 많았을지 헤아려 봅니다. 지금에와 생각하니 남편이 버텨준 게 감사합니다.


부처님 오신 날 공양간 봉사하면서(맨 오른쪽이 하연숙 님)
▲ 부처님 오신 날 공양간 봉사하면서(맨 오른쪽이 하연숙 님)

나를 마주하니 뜨거워지는 얼굴

기도하는 시간이 쌓여가며 제가 먼저 남편에게 다가가기 시작했습니다. 안 끼던 팔짱도 끼고 손도 먼저 잡았습니다. 그러면 남편이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뿌리치곤 했습니다. 오히려 더 심해지기도 했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고 했습니다. 남편도 내 독설로 인해 상처가 깊은 상태였습니다. 조금씩 내 성깔을 보게 되니 나의 행동들이 참회가 되었습니다. 내가 다 옳고 아상, 아집이 강한 나를 보는데 얼굴이 뜨거웠습니다. 매일 기도를 하면서 나를 내려놓은 연습을 했습니다.

남편은 점점 정토회 다니는 저를 이해하고 인정해주기 시작하더니, 고마운 마음도 표현합니다. 올해엔 옥수수 모금도 하고 불교대학 홍보 엽서도 회사에 갖다 놓겠다며 조금씩 마음을 내며 함께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거의 '날마다 웃는 집'이 되었습니다. 나를 숙이니 이렇게 좋은지 모르고 행복을 다른 데서 찾았습니다.

정토회에 와서 저를 바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잘났고, 옳고, 독재자 기질에 보통 고집이 아니구나.' 그래서 따라오는 것들, 괴로움, 남편과의 갈등, 아이의 힘듦, 이걸 안 것만 해도 굉장한 소득이라 생각합니다. '또 사로잡혔구나' 하고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것. 숙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임진각 기도(왼쪽 두번째 하연숙 님)
▲ 임진각 기도(왼쪽 두번째 하연숙 님)

소임은 나만 누기리엔 아까운 복

평소 소임이 주어지면 거절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저에게는 봉사가 직장 일보다 훨씬 쉽고 재미있습니다. 법사님들하고 만나고 교육받으면서 점점 더 나를 볼 수 있게 되고, 남편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숙이게 되었습니다. 다른 분들도 소임을 맡으면서 이런 쏠쏠함을 맛보시면 좋겠습니다. 소임은 혼자만 누리기엔 너무너무 아까운 복입니다. 하하하^^

불교대학팀장을 하면서 일에서는 특별히 힘든 점은 없습니다. 인원이 적게 들어오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없습니다. 일주일에 4~5번 법당에 나오는데 양평에서 오다 보니 기름값, 톨비 때문에 남편의 잔소리를 듣는 정도가 힘든 점인 것 같습니다. 한 번은 기름값 걱정하는 남편에게 '구리는 대중교통 가능하니 그리로 다닐까?' 했더니 몇 년 다녔는데 새로운 법당으로 옮기면 그게 더 힘들지 않겠냐며 그냥 다니라고 합니다. 제 입장을 헤아려주는 남편에게 감사합니다.

JTS거리모금에서 아들과 함께
▲ JTS거리모금에서 아들과 함께

인류에게 잘 쓰이는 가족

결혼하고 새해 첫날 해 뜨는 거 보면서 남편이 소원이 무엇인지 물어봤을 때, 세계 평화에 공헌하는 아들을 낳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정토회에 와보니 정토회가 하는 일이 그겁니다. 남편과의 갈등도 제 스스로 공부하도록 하는 시절인연 같기도 합니다. 공부하다 보니 점점 더 나를 내려놓는 것, 수행, 보시, 봉사를 통해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나도 돕는 것. 앞으로는 가족이 이런 공부 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바라는 마음 내려놓으라지만 같이 공부해서 남편과 아이가 인류에 존경받는 스승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남편은 그럴 만큼 강한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보살도를 향해 한발 한발 나가 봅니다. 꼭 그렇게 될 거라 믿으니까요!

통일의병 대회에서(가운데 오른편이 하연숙 님)
▲ 통일의병 대회에서(가운데 오른편이 하연숙 님)


7월 장마가 기승을 부리며 후덥지근하던 수요 법회날. 인터뷰를 하러 온 리포터에게 방긋 웃으며 “꼭 나여야 해요?” 하고는 “그래도 하라면 해야죠”라며 인터뷰에 응해 주신 하연숙 님.
인터뷰를 마치고 밝게 웃으며 아이 챙겨야 한다며 일어서는 하연숙 님에게서 행복의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가족이 함께 인류를 위해 크게 쓰일 날을 기대해 봅니다.

글_김영신(남양주정토회 남양주법당 희망리포터)
편집_신정아(강원경기동부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