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어렵지않게 정토회를 만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휴양지로 알려진 필리핀 세부에도 마찬가지인데요, 세부의 정토불교대학이 어느덧 5기를 맞았습니다. 세부 5기 불교대학에는 부부도반 두 팀을 포함해 총 8명의 도반이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다양한 인연으로 불교대학에 함께하고 있는 이분들은 6개월이 지난 지금, 마음이 변하고, 관계가 변하고, 인생이 변화했다고 말합니다. 나눔과 비움의 환경실천인 나비장터에서 5기 불교대학 도반들을 만나보았습니다.

평화로운 세부의 해변
▲ 평화로운 세부의 해변

먼저 늘 넘치는 에너지로 분위기 메이커를 담당하는 김민정 님입니다

불교대학과 어떻게 인연이 되셨나요?

대학 졸업 후 20여 년을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며 만족스러운 생활을 했습니다. 결혼 후 8년 만에 시험관 시술을 통해 어렵게 얻은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육아를 맡기며 아이와 함께할 시간이 없는 이 생활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입주 육아 도우미의 도움으로 사회생활은 무리 없이 지속해 나갈 수 있었지만, 이후 저는 남편과 상의 후 학원을 정리하고 세부로 이주해 오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학교에서 만난 정토회 도반과 인연이 되어 정토불교대학을 알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불교에 관심도 많았고 타향살이를 아이와 단둘이 시작하면서 이렇게 마음공부도 하며 여러 도반과 함께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입학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불교대학 수업으로 삶에 변화가 있었나요?

최소한 불교대학 수업이 있는 날은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생활하려 노력합니다. 그러나 2-3일이 지나면 어느새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는 저를 발견하곤 합니다. 하지만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조금씩 변화하는 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욕심을 비우고 행복을 찾으려 하니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웃음도 많아졌습니다. 한국의 지인들이 저의 얼굴에 편안함과 안정감이 느껴지는 비결을 물어오는데 전 자신 있게 정토불교대학을 추천합니다.

환경실천 운동인 나비장터에 참여하고 운영해보신 소감을 들려주세요

큰 여행 가방 2개로 시작한 세부 생활이 1년이 지난 지금 살펴보니, 예전의 소비습관대로 물건을 망설임 없이 사고 버리는 저를 보았습니다. 이번 기회에 평소라면 그냥 버릴 물건을 바리바리 싸 들고 장터에 진열해놓으니 필리핀 현지인들이 줄을 서서 물건들을 가져가는 모습에서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지금껏 나의 소비습관과 생활습관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뭔지 모를 죄책감과 나에게 쓸모없는 물건이 다른 이들에게는 필요한 물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조금 더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앞줄 오른쪽부터 변정선 님, 김민정 님, 뒷줄 왼쪽 끝 이지은. 오호산 님 부부
▲ 앞줄 오른쪽부터 변정선 님, 김민정 님, 뒷줄 왼쪽 끝 이지은. 오호산 님 부부

다음은 늘 만면에 미소가 가득한 변정선 님입니다

불교대학과 어떻게 인연이 되셨나요?

지인의 소개로 법회에 참여한 것이 자연스럽게 불교대학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생활 속에서 달라진 점이 있나요?

수업은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매일 수행과제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부처님의 일생을 배우며 닮아가고 싶은 마음도 들고 매주 마음나누기하며 도반들과 끈끈한 우정과 인연을 이어갈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가족들의 소중함도 새삼 알게되고, 일상 생활 속에서 환경을 생각하며 실천해가는 저 자신에게도 감동하곤 합니다.

나비장터를 도반들과 함께 해보니 어떠셨어요?

혼자였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일을 도반들과 한마음으로 참여한 것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내게는 쓰임을 다한 옷가지와 잡동사니들이 누군가에게는 소중하게 쓰일 수 있음을 실제로 보니 뿌듯한 마음이 가득합니다.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변정선 님, 세 번째 이지은 님
▲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변정선 님, 세 번째 이지은 님

마지막으로 부부도반인 이지은. 오호산 님입니다. 먼저 이지은 님의 이야기입니다.

불교대학과 어떻게 인연이 되었나요?

우리 부부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고 세부정토회 부총무님이 불교대학에서 마음공부를 해보지 않겠냐고 권유해 주었습니다.

남편과 함께 수업을 듣는 것이 불편하지는 않으셨나요?

첫 불교대학 수업에서 삼귀의, 반야심경, 청법가를 부르는 것이 어색하고 특히 나누기는 참으로 불편하고 힘들었습니다. 마음 그대로 편하게 나누기를 하라는데 남편에 대해 할 말이 많았던 저는 남편이 듣는 곳에서 마음나누기를 해야 한다 생각하니 정말 답답하고 그 공간을 빨리 나가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한번 두번 수업이 계속되다 보니 도반들과도 편해지고 지나칠 수 있었던 내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니 체계 없이 허둥대며 살아온 제 생활에 조금씩 변화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불교대학 수업 중 가장 인상적인 수업은 무엇이었나요?

수행맛보기 수업으로 108배를 시작하면서 조금씩 저 자신을 알아가고 제 주제 파악을 하게 되니 남 탓을 하던 버릇이 멈추어 갑니다. 요즘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침마다 108배를 하며 수행하고 있습니다.

〈깨달음의 장〉과 〈바라지장〉도 다녀오셨지요?

그간의 경함은 생각은 바꾸어도 마음은 바꾸기가 어려워 스스로 자책하던 지난날의 저를 잊게 했습니다. 남편이 화를 내면 상처받고 우울해하고 남편이 하는 말과 행동에 제 마음도 같이 동요되어 늘 남편에게 끌려다니던 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집안일을 도와주는 남편에게 잘 못 한다고 잔소리하고 불만을 내어놓았지만 지금은 조그마한 일을 도와주어도 마음을 내어서 한다고 생각하니 감사한 마음이 절로 생깁니다. 내가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원망만 했었는데 고집이 세고 내 주장만 하는 나를 받아주고 참아준 남편의 마음을 헤아리니 그 사람이 나 때문에 더 힘들었겠구나! 그동안 15년을 잘 버티어 준 남편에게 감사한 마음이 절로 올라옵니다. 남편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걸어 다니는 폭탄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웃으니 살벌했던 집안 분위기가 부드럽고 따뜻하게 변했습니다. 부처님 법 만나 세상 이치를 배우니 스스로 가벼워지고 든든해지면서 남을 미워하는 마음도 사라졌습니다. 앞으로 나의 수행이 우리 가정의 행복을 만들어가고 나의 행복을 만들어 가리라는 신념으로 열심히 수행정진 하겠습니다.

가장 왼쪽 이지은 님. 바라지장에서
▲ 가장 왼쪽 이지은 님. 바라지장에서

이지은 님의 남편인 오호산 님은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후 변화된 아내의 모습을 보며 편지까지 써서 애틋한 마음을 표현했다 합니다. 오호산 님의 이야기 들어보시겠습니다.

불교대학과 어떻게 인연이 되셨나요?

나이 50대 중반을 넘어가니 과로나 지병 등으로 세상을 떠나는 친구들이 생겨나면서 사람이 하루아침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더없이 약해지고 조급한 마음이 생기기 시작하였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우울감과 아내와도 사소한 문제로 티격태격하면서 자주 말다툼을 하고 있던 차에 아내가 불교대학에 같이 다녀보자는 말 한마디에 큰 기대감 없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입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수업을 들으신 후 생활의 변화가 있었나요?

모든 문제는 나로 인하여 생긴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후 마음이 한결 수그러지면서 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의 운명이 어찌 될지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제 딸에게는 좋은 아빠였고 남에게 욕먹지 않는 아빠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요즘은 행동하나 언행에 조심하게 됩니다.

나비장터에 참여하신 소감도 들려주세요

집안 곳곳에 자주 안 쓰던 물건들, 한 번도 바깥 구경을 하지 않던 딸과 아내의 서랍장 옷들이 거슬렸는데(웃음) 이번에 정리된듯하여 마음도 가볍고 꼭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행복한 모습으로 안겨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정말 뜻깊은 순간이었습니다.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아내에게 편지를 쓰셨다는데 저희에게도 나누어 주시겠어요?


군대 제대 말년이면 떨어지는 낙엽도 피해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듯이 우리가 세부 생활 시작한 지 11년이 지나고 이제는 잘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지요. 그동안 서로 많이 싸우기도 하고 내가 짐보따리도 싸가지고 집을 나가기도 몇 번 했지만 그 당시에는 한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되어 나의 한국 생활 패턴이 깨지니 답답하고 당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그런 행동을 했었습니다. 필리핀에서 제일 덥다는 3월에 와서 6개월은 버틸 수 있을까 했던 시절이 벌써 11년이 지나고 정말 생각만 해도 힘든 생활을 당신과 우리 딸이 함께해주어 잘 버텨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후 뭔지는 모르지만 변화된 당신이 다시 예전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닌지 불안한 마음도 사실 조금 있습니다. 그동안 특별히 내세울 것 없는 남편을 볼 때마다 미움과 짜증도 났을 텐데 헤어지자는 말 한마디 안 한 당신에게 정말 고맙고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남은 인생 당신과 마무리 잘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매일매일 수행 연습을 나누기하는 불교대학 5기의 단체대화방은 늘 시끌시끌합니다. 이번 주는 환경실천 나누기로 빈 그릇 운동과 종이 티슈 대신 천 냅킨 사용, 장바구니를 잊어버린 날은 박스에 담아 장보기 등 생활 속에 환경운동을 부지런히 실천하고 있는데요, 주변 분들에게도 좋은 귀감도 되고 꾸준한 실천으로 지구환경을 지키는 정토지킴이가 되시길 응원합니다.

글_이채인 희망리포터(세부법회)
편집_박승희 (해외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