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박국철 님은 '제3세계 어린이를 돕는 거리모금 운동'에서 '길 위의 남자'로 등극하였습니다. 수원에서 유명하다 싶은 길거리에는 거리모금 홍보물을 돌리는 멋쟁이 박국철이 있다고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처음부터 박국철 님이 이렇게 거리모금에 열심이었던 것은 아니였습니다. 박국철 님이 길 위에 선 이유, 정토회를 만나 걸어온 길과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한, '길 위의 남자' 박국철 님의 수행담을 소개합니다.

영상 봉사 중인 박국철님.
▲ 영상 봉사 중인 박국철님.

길 위의 인연들

실상을 모를 때는 그리 절박한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이 영양실조로 기형까지 이르게 되는 영상을 보고는 그냥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할 수 있는 한 주변 분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함께 돕고 싶었습니다.

불교대학을 다닐 때는 거리모금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아는 사람을 만날까봐 두렵고 부끄러운 마음에 함께하자는 도반들의 요청을 여러 차례 거절하고 피해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한 번은 큰 마음 먹고 참석해 보았습니다. 첫 모금 때는 어색해서 쭈뼛쭈뼛 주변만 맴돌았는데, 여러 상황을 경험하면서 거리모금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한번은 지동시장 다리 위에서 모금을 하는데, 바로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아저씨를 보고 분별심이 계속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헌데 이 분이 모금함에 돈을 넣자마자 싫었던 마음이 싹 사라졌습니다. 심지어 그 분이 다른 존재로 보이면서 좋아지기까지 했습니다. 다 내 마음이 일으킨다는 걸 바로 깨달았습니다.

사람에 대한 호불호가 지나쳐 스스로 괴롭게 살았던 저에게 거리모금의 기부자들은 편견과 선입견을 깨뜨려준 고마운 존재들입니다. 또 앞으로 만나게 될 길 위의 모든 사람은 저에게는 잠재적 기부자이고 저는 그들에게 선행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사람이 되는 거라 생각합니다. 이런 마음으로 당당하게 모금하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거리모금을 열심히 하려고 차도 바꿨습니다. 장비를 싣고 다니기에 넉넉한 차량으로. (하하하)

'길 위의 남자' 박국철님.
▲ '길 위의 남자' 박국철님.

새로운 나에게 눈뜨다

정토회를 다니기 전, 늘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과 우울감이 마음 속에 있었습니다. 이것을 해결하고 싶은 마음에 여러 가지 심리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순천 선암사에서 진행하는 위파사나 명상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참여 당시에는 마음이 편안해지고 좋았으나 잠시일 뿐 근본적인 불안감이 없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와중에 위빠사나 명상에서 알게 된 분이 <깨달음의 장>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정토회에서 아주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계시는 그 분을 우연히 지난 천일결사 때 뵙고 감사 말씀을 전했습니다.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초조해서 항상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회사 일은 주말에도 나와서 했었고 퇴근 이후에는 자기 계발이라는 명목으로 자신을 채찍질하며 노는 시간을 주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에 저는 현실의 내가 못마땅하여 항상 나를 다그치고 뭔가를 더 열심히 노력해서 이뤄내야만 더 괜찮은 사람이 되는 거로 생각했던 거 같습니다. 법문을 듣고 수행을 하면서,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의 나를 너무 높게 설정한 것이 문제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거리모금 후 도반들과 함께. (앞줄 맨 오른쪽이 박국철 님)
▲ 거리모금 후 도반들과 함께. (앞줄 맨 오른쪽이 박국철 님)

나는 있는 그대로 '참 괜찮은 존재'

아침에 눈 뜨면서 “오늘도 무사히 살아있네!” 라고 외칠 수만 있어도, 특별히 아픈 곳 없이 건강한 몸이 있고,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로도 충분히 괜찮은 존재임을 알았습니다. 그걸 모르고 현실에서 실수하는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자책하고, 남들보다 항상 잘나고 싶은 욕심에 그렇지 못한 나 자신을 초라하고 못나게 느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고, 항상 능력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지 근성이라는 지도법사님의 법문은, 늘 알 수 없는 부족함에 껄떡거리던 저의 가치관을 확 바꿔주시는 말씀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아야만 내가 완성되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나는 누군가의 사랑 없이도 존재 그 자체로, 있는 그대로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을 받아서가 아니라, 내가 사랑을 하는 것이 진정으로 행복하고 자유로워지는 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산을 좋아하면 내가 좋은 거지 산이 좋은 게 아니라는 진리를 마음으로 받아들이니 이제 편안합니다.

현실의 나와 이상 속의 나를 화해시키다

있는 그대로도 참 괜찮은 존재라고 나를 다독여 주고, 현실의 나를 이상 속의 나와 대면하게 하여 서로 화해 시켜 주니, 주말을 내리 놀아도, 퇴근 후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쫓기듯 뭔가를 늘 해야만 했던 불안감이 사라졌다고 말해야 맞겠지요.

많은 직장인이 비슷한 불안감 속에서 살고 있는 거 같습니다. 비교하고 비교당하고, 승진에 목메고, 뭔가 하지 않으면 뒤쳐지는 느낌이 들고, 심할 경우 일 중독되고. 저의 이유 없는 불안감도 사실은 이유 없는 불안감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원인을 잘 찾아서 그것에 맞게 처방을 한 덕분에 가벼워진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도 예전의 불안감이 찾아올 때도 있지만 그런 마음을 인정하고 편하게 내놓습니다. 한 번 깨달았다고 해서 바로 바뀌지는 않으니까요.

상황이 힘들 때는 어김없이 예전의 거지 근성이 찾아와 나를 또 초라하게 만듭니다. 그래도 예전과 달리 훨씬 덜 힘듭니다. 나를 아니까. 또 나를 인정하니까. '아, 지금 내가 힘든 마음이 올라오는구나. 그래도 이만하기 다행이다.' 이렇게 있는 그대로 나를 인정해 주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금방 편안해 집니다.

불교대학 홍보 봉사를 하면서(맨 오른쪽 두번째 박국철 님)
▲ 불교대학 홍보 봉사를 하면서(맨 오른쪽 두번째 박국철 님)

'꿀잠'의 비결

작년 가을 경전반 졸업하고, 맡은 일이 나름 많았습니다. 봄불교대학 집전도 하고, 천일결사 모둠장, 강원경기동부 영상담당, 그리고 최근에 JTS거리모금 담당을 맡게 되었습니다. 할 일이 많아 어렵지 않냐는 우려도 있는데 어려움 보다는 보람이 많았습니다. 특히 지부 영상담당을 하면서는 20여 개가 넘는 산하 법당에서 보내준 영상이 재미있고 특색이 넘쳐서 편집하면서 즐거웠고, 다른 법당 도반들의 천진난만한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잘 만들고 싶은 마음은 앞서는데 실력이 부족해 늘 아쉬움이 남고, 그 많은 영상을 40초라는 짧은 시간에 압축해서 보여줘야 하니까, 미처 담지 못한 영상들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요즘은 밤에 잘 때, 마음이 편안해서인지 꿀잠을 잡니다. 운전할 때도 화를 거의 내지 않습니다. 화가 나는데 참는 게 아니라, 화 자체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런 제 스스로가 참 좋습니다. 그리고 실수를 해도 괜찮다고 인정할 때가 많아졌습니다. 내가 나에게 너무 너그러워진 거죠.

제일 좋은 건 살면서 힘든 일이 있을 때 함께 이야기할 도반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얼굴을 맞대고 '이런 게 힘들다' 구구절절 말하지 않아도, 일상의 나누기를 통해 내 밑바닥 감정까지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든든합니다. 미처 떨쳐내지 못한 감정의 찌꺼기들을 내어놓음으로써 내가 정리되는 느낌도 있습니다.

도반들과 함께여서 더욱 신나는 봉사. (오른쪽 박국철 님)
▲ 도반들과 함께여서 더욱 신나는 봉사. (오른쪽 박국철 님)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마음, 그 이면

전에는 빨리 돈 많이 벌어서 성공하고 싶었습니다. 세속적인 기준의 성공이지요. 남부럽지 않게 돈 모아 떵떵거리며 '나 이런 사람이야!' 과시하고 싶었습니다. 지금도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마음은 가득한데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나 돈 많다고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겁니다. 소외된 이웃과 배고프고 아픈 사람들에게 관심이 커지면서 제가 잘 벌어서 이들을 더 많이 돕는 게 훨씬 더 유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꼭 돈이 많아야 베풀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내 곳간이 풍족해야 다른 사람 형편이 눈에 들어오는 건 인지상정이라 생각합니다.

받는 사랑만 행복인 줄 알았다가 주는 사랑, 베푸는 사랑이 훨씬 더 나를 자유롭고 행복하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니, 틈틈이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고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정기 보시도 더 많이 하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저의 가장 큰 바람은 자유롭고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3년을 수행하니 수행의 맛을 알게 되고, 9년을 수행하니 개인적인 문제에서 자유로워졌다는 어느 법사님의 말씀을 저에게도 적용해 보려 합니다. 개인적인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지겠다는 이 마음 자체가 욕심인 줄 알지만 그래도 경험자의 조언을 받아 그 원을 목표로 꾸준히 수행 정진해 보겠습니다. 또 제 주변도 살펴가며 함께 행복해지는 가슴 따뜻한 수행자가 되겠습니다. 이렇게 인터뷰를 하니 새삼 불교대학부터 지금까지의 마음을 죽 돌아보고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글_ 김경란 희망리포터(수원 법당)
편집_신정아(강원경기동부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