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미 님의 첫인상은 ‘좀 별나다’ 였습니다. 한참 분별심을 일으키던 저의 불교대학 시절, 그녀는 저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마음이 불편했더랍니다. 저에게 틀리다가 아닌 다르다는 것을, 사람은 누구나 다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워준 창원법당 이영미 님을 오늘 행자의 하루에 초대합니다.

창원법당 이영미 님
▲ 창원법당 이영미 님

막연한 불안, 초조 그속에 만난 정토회

학교를 졸업하면서 2, 30대를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직장에 충실했고, 결혼을 하고 아이 둘을 친정 언니에게 맡기며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늘 열심히 살았지만 막연하게 공허했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선 불안과 초조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채워지지 않는 허기를 안고 40대를 맞이 했습니다. 끝없는 욕망은 ‘이거 해 달라.' '저것 되게 해 주세요’ 하면서 저를 부추겼습니다. 제 마음대로 되면 행복했고, 어긋나면 불행함을 전전했습니다.

좀 더 괜찮은 절, 제 마음에 쏙 드는 스님을 찾으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2012년 우연히 이름만 들어 알게 된 정토회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그러나 기존 다니던 절과 비교하며 이런저런 분별심을 냈습니다. ‘여긴 내 자리가 아니야’라고 여겼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그해 8월 참석한 <깨달음의 장>은 제가 알고 있는 저와 상대방 그 모두를 송두리째 깨뜨렸습니다. 알지 못했던 밑마음의 저를 만나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었고, 저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첫날 환희심으로 잠을 설쳤던 그날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천일결사 모둠의 날 (오른쪽 두 번째)
▲ 천일결사 모둠의 날 (오른쪽 두 번째)

조금씩 알아 가는 자유

다음 해 경전반 금강경 공부는 아버지와 화해하는 선물을 줬습니다. 술을 좋아하는 친정아버지. 엄마와 1남 4녀를 책임져야 했던 아버지는 어쩌면 9가지를 해내기 위해서 1가지 술의 힘을 빌렸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잘하는 9가지는 늘 당연했고 안 되는 1가지를 원망하며 미워했습니다. “아버지 제발! 건강 좀 생각해서 술 그만 드세요” 했지만, 실은 아버지의 건강보다는 술주정이 싫었고, 잔소리 듣기 싫은 제 이기심이 더 컸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아버지는 술을 좋아합니다. 그렇게 팔십 평생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아버지에게는 술이 보약입니다.

몹시도 추웠던 그해 겨울, JTS 거리모금을 할 때마다 부끄럽고 민망하고 조바심 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상대방이 어떤 말을 해도, 어떤 표정을 취하고 눈빛을 보내도,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대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제 마음은 왜 그리 다 받아내기가 힘들던지요. 그런데 문득,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자유가 아니라 어떠한 상황에서도 ‘걸림 없음’이 자유임을 그때 알았습니다.

불교대학 담당 소임 시절 (첫줄 가운데)
▲ 불교대학 담당 소임 시절 (첫줄 가운데)

소임은 곧 수행

불교대학 담당자 소임은 기쁜 마음으로 흔쾌히 받은 것이 아니라 빚 갚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내가 혜택 받은 만큼 돌려줘야겠다'는 빚지기 싫은 마음이 더 컸습니다. 잘 챙기기 위해, 한 사람이라도 이끌어 가기 위해 무던히도 애쓴 시간들이었습니다. 힘들었지만 보람 있었고 재미도 있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도움을 준다는 것이 기본적으로는 우호적인 좋은 감정 안에서 이루어지지만, 때때로 보답을 기대한 것은 아닌가 합니다. 또 그런 게 아니라 하더라도 저의 평가 또는 다른 사람의 평가를 좋게 하기 위한 이기적인 동기도 있지 않았나 돌아봐질 때가 많습니다.

제 마음대로 되는 것이 자유이며, 제 마음대로 되어서 들뜬 그 기쁨의 순간이 행복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정토회를 통해 학사 담당, 요일 담당, 집전 지원 등의 소임을 경험하면서, 제 마음대로 되어 기쁜 순간이 부처님의 가피인 줄 알았던 무지로부터 조금씩 바뀌어 갑니다.

내 마음이 짓는 내 분별일 뿐

당연하다 생각했던 부모님의 은혜가 어느 날 한 장면이 떠오르며 눈물겹도록 고마울 때,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많아 손해 본다고 생각했던 시댁과의 관계에서 '줄 게 있어서 다행이다'라며 웃을 수 있을 때, 전에는 틀림없이 화가 날 일이 때때로 ‘그럴 수 있지’ 이해가 될 때, 바로 지금 여기에서 부처님의 가피를 만끽합니다.

지금도 여전히 일을 통해서 끊임없는 분별과 시비가 일어났다 사라집니다. 그러나 압니다.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이 저를 기분 좋게 하거나 화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에 제 마음이 좋거나 화가 나서 반응하는 것을요! 제 마음이 짓는 제 분별일 뿐 상대는 그대로 온전하고 아무 부족함이 없음을 일을 통해 깨닫게 됩니다.

정일사 정진 (앞줄 오른쪽 두 번째)
▲ 정일사 정진 (앞줄 오른쪽 두 번째)

천천히 가는 길

틱낫한 스님의 책 《화》에 "내 행동만이 나의 진정한 소유물이다" 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나는 반드시 늙을 것이고, 질병에 걸리고, 그리고 반드시 죽을 것이다.’ 라는 이 당연한 사실을 삶속에서 잊고 삽니다. 그러나 제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그 어떤 것들도 그대로 있지 않을 것을 압니다. 오직 '내 행동의 결과만이 나의 진정한 소유물'임을 일과 수행을 통해 알아갑니다.

오늘도 본래의 저로부터 회피하고 싶은 두려움이 있습니다. 순간순간 감추어졌던 저를 직면하며 불안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가까이 부처님이 계시고 스승님과 도반과 함께여서 외롭지 않습니다. 더디고 느리지만 붓다의 길 따라 천천히 갑니다. 쉼 없이...

예비입재자 환영의 날, 가운데 이영미 님
▲ 예비입재자 환영의 날, 가운데 이영미 님


리포터가 본 이영미 님의 첫인상에 대해 솔직하게 써야 하나 포장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 그 모습이 옳고 그름이 아니라 이영미 님의 특성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유의 꼼꼼함과 완벽함으로 다방면에서 창원 법당에 도움을 주는 이영미 님이 있었기에 저도 불교대학 공부를 했고, 봉사 소임을 같이 할 수 있음을 압니다. 처음과 달리 이영미 님을 보는 지금 마음은 많이 편안합니다. 가끔 불편함이 올라올 때면 제가 일으킴을 압니다. 새로이 신설된 교육 지원부를 맡은 이영미 님의 앞으로의 활동을 기대해 봅니다.

글_이영미(창원정토회 창원법당)
정리_안영주 희망리포터(창원정토회 창원법당)
편집_조미경(경남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