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가쁘게 지나 온 개원 후 지난 6개월. '혼자였다면 결코 해내지 못했을 일들입니다.’라고 겸손하게 말하는 미금법당 부총무 정숙 님. 도반들과 함께 끝없는 도전의 역사를 쓰고 있는 미금법당 개원 후의 자취를 알아봅니다.

마음의 근육이 빛을 발하다

2008년 불교대학을 다녔을 때는 불법이 좋고 명쾌한 논리가 좋았습니다. 이듬해 경전반에 자연스럽게 입학했지만 내 안의 큰 변화를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2010년 <깨달음의 장>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서서히 불법에 젖어 들 때쯤, 남편이 해외로 발령을 받으면서 외국에서 3년간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막상 나가보니 한국에서의 생활보다 그다지 좋지도 않고, 타지에서의 삶이 녹록지 않아 매일매일 불안해하는 남편을 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남편을 믿고 간 타지에서 남편이 불안해하니 온 집안이 흔들렸습니다. 나쁜 상황으로 내몰리니 ‘이럴 때 부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불자라면 이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법을 만나면서 나도 모르게 생겼던 마음의 근육이 힘을 발한 것이지요. 이럴 때일수록 ‘가족이 우선이다. ’라고 기준을 잡고, 남편의 마음을 편히 해주는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이보다 못한 상황이 온대도 괜찮아. 아무 걱정 말고 언제든지 그만두고 싶을 때 그만두어도 좋아.’라고 남편에게 말해주었습니다.

나는 남편의 의지처

그때부터 남편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고 얼굴에서는 웃음도 보였습니다. 만약 그때의 제가 불법을 몰랐더라면 그런 상황에서 남편보다 더 불안해하며 앞으로 어떻게 살까 하는 걱정 때문에 남편을 더 힘들게 했을 겁니다. 과거의 저는 조급증과 불안, 의심이 많은 사람이었기에 계속 불안한 삶을 살았을 겁니다. 그 순간, 어디서 나온 배짱인지 ‘상황이 나빠지면 나빠진 대로 거기에 맞춰서 살면 돼.’라는 생각이 내 안에서 일어나며 마음이 편안해지고 아무런 걱정이 없어졌습니다. 이미 갖춰놓은 것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생각과 다른 현지 상황에 불안해하는 남편에게 의지처가 되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내고 나니 ‘막히는 데에서 통하는 바가 있더라’는 불법의 힘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인데, 남편은 그때 당시 ‘나는 마누라로부터 언제든지 그만두어도 된다고 허락받은 몸’이라며 회사에 자랑하고 다녔다고 합니다. 얼마나 불안하고 걱정이 많았으면 이 한마디에 힘을 얻었는지 잘 견뎌낸 남편에게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남편에게 의지처가 되어줄 수 있어 참 뿌듯했던 순간이었습니다.

도반들과 함께 한 JTS길거리 모금(오른쪽부터 세 번째)
▲ 도반들과 함께 한 JTS길거리 모금(오른쪽부터 세 번째)

나의 업식을 마주한 인도성지순례

한국에 귀국한 뒤에는 아이들이 다 성장해 내 손이 덜 가니,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아졌습니다. 꾸준히 법당에 나오면서 주어진 소임을 맡아 하고 있던 중 올해 초에 인도성지순례를 다녀왔습니다. 당시 불교대학 담당을 맡고 있었는데, 300배 정진 중이었음에도 도반들의 도움으로 순례길에 올랐습니다.

16박 18일 동안 매일 아침 정진 중인 300배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면서 끊임없이 내 안에서 올라오는 분별과 마주했습니다. 빡빡한 일정과 단 하루도 예정대로 흘러가는 법이 없는 그곳에서 매일 아침 300배 정진까지 하려니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수시로 올라왔습니다. 그럴 때마다 ‘힘들수록 수행을 해야 한다’시던 스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힘을 얻었습니다.

인도성지순례중 정숙 님
▲ 인도성지순례중 정숙 님

순례 일정이 하루하루 지나면서 평소 가까이에서 지내던 도반들과 마찰이 생겼습니다. 몸이 힘이 드니 짜증이 올라왔고, 그에 따라 자연스레 내 안의 업식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순례 중이 아니었더라면 충분히 넘어갔을 일을 현지에서는 심정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나를 보면서 ‘아, 내가 이렇게 생겼구나.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하고 나를 볼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도반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은 다 제 업식대로 사는구나. 그러니 내가 거기에 끌려갈 필요가 없겠구나’ 하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현지가 아니었다면 잘 몰랐을 법한 나의 업식과 상대방의 업식이 그곳에서는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인간의 본성을 마주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고, 관계를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체력이 좋아 힘든 일정에도 몸 상태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힘들기는 했지만 300배를 하루도 거르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내 몸의 건강해서였고, 힘들었지만 견딜만했다는 결론에 다다르자 나한테 고마웠습니다. 내가 남보다 가진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들자, ‘한국에 돌아가면 시간적 여유와 든든한 체력을 앞세워 정토회를 위한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인도성지순례중 정숙 님(앞에서 두 번째)
▲ 인도성지순례중 정숙 님(앞에서 두 번째)

보이지 않는 부처님의 손길들

새로운 법당이 하나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공로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은 했지만, 막상 곁에서 지켜보니 대단했습니다. 운이 좋게 모든 과정이 다 끝마쳐진 다음에 부총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불사를 위해 움직이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분당정토회를 비롯해 모(母)법당의 도움이 컸습니다. 그러다 보니 처음 해보는 일이지만 법당 일에만 매진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법당 운영을 위한 실무적인 부분이 많이 부족하지만 옆에서 도와주는 도반들이 있어 큰 차질없이 잘해나가고 있습니다. 물으면 언제든지 답을 보내오고 망설이지 않고 도와주어 참 감사합니다. 1년전 서현법당에서 불교대 담당일 때의 시야에서 볼 때보다 부총무가 되어 더 크고, 넓게 볼 수 있는 경험을 하니, 이 소임이 참 소중합니다.

정숙 부총무의 하루일과

크게 법당 나오는 날과 나오지 않는 날로 나뉩니다. 수업과 법회가 열리는 화, 수, 목은 9시를 정하고 매일 출근합니다. 10시쯤 회의나 개인적인 일을 보고 다시 법당에 들어와 수업 준비를 하고 실무 일 처리와 전달해야 할 내용을 조직별로 전달합니다. 얼마 전부터 저녁 팀장을 맡아주신 도반님의 도움으로 오후반에 대한 부담이 줄어서 저녁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일이 생겼지만, 그전까지는 13시간, 14시간 근무를 하는 날도 많았습니다. 이외에도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잠깐씩 법당에 나와 해야 할 일을 합니다.

법당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고, 잦다 싶으면 특히 남편의 눈치가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생계에 보탬이 되는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다 보니 때로는 신경이 쓰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쓴소리 한번 없이 넘어가 주는 남편에게 참 고맙습니다. 아내의 모든 면을 긍정적으로 바라봐 주니, 가족들에게 감사할 따름이지요. 특히 정토회를 만난 이후 부쩍 남편과 사이가 좋아졌지만, 법당일로 자주 집을 비우게 되면 남편이 소외감을 느끼고 외로워하는 것이 보입니다. 불법이 좋아 법당 일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지만 여느 집 가정주부들처럼 아내로서, 엄마로서의 고민은 있습니다.

6개월된 미금법당의 남다른 성장

이웃법당의 도움으로 출발부터 순탄했던 미금법당은 3월 봄 불교대학에 오전반과 저녁반을 동시에 개설하고, 서현법당의 불교대 졸업생 중 인근에 사는 학생들 몇몇과 청강생을 모아 경전반도 개설하는 등 이례적인 시작을 보였습니다. 역세권에 놓인 지리적인 위치 덕을 톡톡히 보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불교대학 재학생들의 초발심이 꽤 열기 있습니다. 현재 80%가 넘는 학생들이 <깨달음의 장>에 참석했고, 지난 천일결사 9-9차 입재식과 곧 있을 9-10차 입재식에 전원 재입재를 결정했고, 다른 학생들도 추가로 입재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활동가들이 늘어나지 않은 상태라 앞으로 학생들을 활동가로서 성장하는 일에 주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적은 인원이지만 봄불교대 학생들이 새로 시작하는 가을불교대에서 소임까지 맡아 가을 학기 불교대의 행보도 기대되는 상황입니다. 또한 경전반 학생들이 저마다 한가지씩 소임을 맡아주었습니다. 현재까지는 인력자원의 부족으로 어쩔 수 없이 두 가지이상의 소임을 동시에 맡은 도반이 있지만, 향후에는 일이 부담스럽지 않게 나눌 수 있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습니다.

처음 법당을 열 때 무변심 법사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화합하여 함께 기도하는 법당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하셨는데 꼭 그 바람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매달 1회 천배 정진의 날이 있던 것을 이번 9-10차 입재식부터는 매주 토요일 새벽을 상시기도일로 정했습니다. 이제 기도정진의 도량으로 한 걸음 내디딜 수 있을 것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봉축행사때 공양간 봉사중인 정숙 님
▲ ‘부처님 오신 날’봉축행사때 공양간 봉사중인 정숙 님

나는야, 올해부터 달라진 불교대학 프로그램 전법가

2018년에는 불교대학 담당을 맡았고, 올해는 법당의 부총무 소임을 하면서 동시에 불교대학 스텝으로 참석을 하는데, 작년과 확연하게 달라진 프로그램을 느낍니다. 기존의 프로그램도 좋았지만, 불교에 대한 지식전달 중심의 과정이었던 것을 수행 중심 교과과정으로 바꿔 학습자가 자신의 마음에 더 집중하도록 되었습니다. 누구라도 법문 내용을 들으면 불교대생들은 ‘왜 입재를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보게 하고, ‘기도의 필요성’이나 기도하는 수행자의 모습을 찾아가도록 안내받습니다.

프로그램이 바뀌어서 좋은 것은 수강생만이 아닙니다. 운영자들 역시 전보다 훨씬 힘을 덜 들이고 수업을 이끌어 갑니다. 잘 만들어진 프로그램 덕분입니다. 초보자들도 충분히 따라 해 볼 수 있게 꾸며졌습니다. 새로 바뀐 불교대학 프로그램은 신규 입학생 외에도 해당 과정 정규 소임을 맡은 스텝이라면 다시 들을 기회가 있습니다. 이미 불교대를 마친 도반들에게도 불교대학 소임을 맡아 새로워진 불교대학 프로그램을 접해볼 기회가 주어지니 궁금해만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소임을 맡으라고 권합니다.

봄학기 불교대학 입학식에서 입학생보다 더 환한 얼굴의 정숙 님
▲ 봄학기 불교대학 입학식에서 입학생보다 더 환한 얼굴의 정숙 님


미금법당이 처음부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도반들의 보이지 않는 손길 하나하나가 큰 일에 원을 세우고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미금법당은 불교대학 가을학기 입학식을 앞두고 또 많은 준비로 바쁩니다. 모든 활동가가 내 일처럼 나서서 맡은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는 모습은 큰 감동을 줍니다. 그러나 아직은 활동가가 많지 않다 보니 두 개 이상의 소임으로 일이 과중하게 맡겨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법당이 좀 더 자리를 잡고 안정이 되면 봉사에 쉽게 마음을 내고 동참할 활동가가 많아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미금법당의 행보에 기대를 해봅니다.

글_이지현 희망리포터(분당정토회 미금법당)
편집_장석진(강원경기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