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구미법당의 귀여운 슈렉을 기억하시나요?
큰 덩치와 맑은 눈망울이 매력인 이성억 님은 2017년부터 3년째 가을 불교대학을 담당하고 있답니다. 많은 봉사활동으로 법당을 이끌어 가면서도 가정과 직장에서 수행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나누어 봅니다.

모두가 꽃이야~, 행복한 회의 이성억 님
▲ 모두가 꽃이야~, 행복한 회의 이성억 님

아버지, 내 모든 불행의 원인

어릴 적 부모님이 이혼하셨습니다. 아버지가 재혼한 후 아버지의 사업이 기울었습니다. 원래 없는 집이었지만 아버지는 모든 가정 살림을 새어머니께 의지했습니다. 집은 늘 시끄러웠고, 어린 저에겐 무섭고 벗어나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저는 아버지를 '무능력하고 모든 불행의 원인'이라 생각했습니다.

어렵게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취업했습니다. 문제는 두 번째 직장을 다니고 결혼 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직장에서 회식하고 들어가면 무의식적으로 먹을 것을 찾았습니다. 아내가 말리면 싸웠습니다. 못 먹게 하는 게 서운하고 화가 났습니다. 다음날 사과는 했지만, 회식 때만 되면 반복했습니다. 그렇게 이혼까지 고민했습니다. 짐도 몇 번 쌌다가 풀었습니다. 그러나 제 인생이 아버지처럼 되는 게 두려웠습니다. 어릴 적 저를 혼자 내버려 둔 기억이 강하게 남았습니다.

그 후 아버지와 연락을 끊었습니다. 하지만 한 번씩 부모님에 대한 생각이 날 때면 미안했지만 미워하는 마음 때문에 괴로웠습니다.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사회에서 아버지 연배나 비슷한 말투를 쓰는 사람을 만나면 왠지 친근해지다가 벌컥 화를 냈습니다. 그리고 직장에서 손해 보지 않으려고 요리조리 피하다 보면 스트레스만 남았습니다.

9-9차 천일결사 입재식에서 맨 뒤
▲ 9-9차 천일결사 입재식에서 맨 뒤

운명을 바꾸어준 불교대학

그렇게 괴로움이 절정일 때 용기 내어 불교대학을 찾았습니다. 그 누군가의 운명이 바뀐다는 말만 믿고 1년을 다녔습니다. 그사이 집전도 배우고 <깨달음의 장>에도 다녀왔습니다. 구미법당에서 최연소 정회원도 되었습니다.

그렇게 다닌 지금은 좀 살만해졌습니다. 이제는 부모님께 미안하고 미운 마음보다 감사한 마음이 더 큽니다. 가진 건 없지만 건강하고 성실하신 아버지, 아무것도 없는 집에 시집와서 악착같이 살아내신 어머니께 감사합니다. 그런 집에서 제가 귀하게 이만큼 자랐음을 깨닫습니다. 아내가 아니라면 평생 독신을 꿈꿨을 테지만 덕분에 결혼도 했습니다. 제 애교에 약한 우리 아내는 남편 바라기입니다. 나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2019년 37기 가을 불교대학 졸업식에서 졸업생과 함께 가운데 이성억 님
▲ 2019년 37기 가을 불교대학 졸업식에서 졸업생과 함께 가운데 이성억 님

3번째 불교대학 담당, 소임을 통한 수행

가을 불교대학을 3년 동안 맡아오면서 첫해는 책임감만 가득해서 무거운 마음이었습니다. '나를 보고 학생들이 불교대학을 더 다닐 것인지 아니면 그만둘 것인지를 결정할 것 같다'는 생각에 '내가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이 컸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한테 지나치게 전화를 했던 거 같습니다. 정서적인 교감도 없이 그분들의 불편함을 모르는 상태에서 '법당에 출석만 하라'고 매뉴얼대로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불교대학을 다니고 좋아졌기에 저들도 나오기만 하면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에 집착을 많이 한 겁니다.

맨 뒤 예비 입재자의 선배 도반으로 참석한 이성억 님
▲ 맨 뒤 예비 입재자의 선배 도반으로 참석한 이성억 님

그다음 해 담당 할 때는 불교를 모르는 사람이 많았는데 불교예절을 알리는 게 좀 힘들었습니다. 굳이 일반 절에서 하는 것처럼 정확하게 할 필요 없이 어느 정도 선만 지키고 진행하면 될 것을 내 기준을 세워놓고 거기에 맞추려니 힘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제 공부는 많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세 번째는 제가 일단 학생들이 편해야 하고 불법이 좋다는 것을 자각하게 하는 것에 방향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팀을 나눠 진행하니 부담도 없고 수업 분위기도 좋아 행복합니다.

9-10차 천일결사 입재식 날 백일의 개인약속을 정하고 찍은 인증 사진
▲ 9-10차 천일결사 입재식 날 백일의 개인약속을 정하고 찍은 인증 사진

내려놓은 만큼 얻은 편안함

옛날에는 목표를 정해놓으면 하는 거 없이 불안했는데 지금은 큰 행사가 있거나 해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고 편안합니다. 집착이 내려져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직장에서도 현재 한 과에서 6년째 근무하고 있는데 전에는 ‘왜 나한테 이 일이 오나?’ 했다면 지금은 자신감 있게 ‘제가 하겠습니다!’하고 먼저 다가가서 일 처리를 하니까 사람들이 더 인정해주는 것 같고 그래서 편안합니다.

전에는 아내가 법당 가는 것을 싫어해서 못 가게 하면 '왜 안 되느냐'고 같이 말싸움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없는 애교도 생겨 아내의 뜻에 맞추어 일처리를 하다 보니 법당 봉사에 불편함이 없어 좋습니다.

9-10차 입재식을 한 구미 아도 모례원에서, 모둠원들과
▲ 9-10차 입재식을 한 구미 아도 모례원에서, 모둠원들과


 
구미법당의 가을 불교대학을 담당하고 활동가로서 모든 일에 앞장서서 봉사하는 이성억 님을 보며, 젊은 사람이 복이 참 많다고 생각합니다. 나도 조금이라도 일찍 불법을 알았더라면 남편과 자식에게 더 잘해주고 나도 행복하게 살았을 것을! 모든 대중이 하루빨리 이 불법을 만나 행복하고 편안한 삶 되기를 원해봅니다.

글_이성억 (구미정토회 구미법당)
정리_전현숙 희망리포터(구미정토회 구미법당)
편집_강현아 (대구경북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