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계획하고 준비했더라면 어쩌면 엄두를 못 냈을 영어법회! 처음부터 영어법회를 계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맺게 된 사연을 소개합니다. 이래도 좋고, 저래서 더(?) 좋았던 방콕법당의 영어법회 소식. 지금부터 함께 하겠습니다.

영어법회가 진행된 망고 과수원 전경
▲ 영어법회가 진행된 망고 과수원 전경

3년 만에 개강한 불교대학

지난봄, 방콕법당에서는 불교대학이 3년 만에 개강하는 경사가 있었습니다. 개강 최소 인원인 3명이 채워져 선배 도반들의 축하를 받으며 입학식도 하고 5월에는 첫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어느덧 수업이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불교대학생들과 선배 도반들 간의 친목도모 행사를 하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1박 2일의 불교대학 야외 수업! 방콕을 벗어나 공기 좋은 야외에서 불법 공부도 하고 친목도 도모해 보자는 취지에서였습니다.

날짜를 조율하고, 장소를 섭외하고, 차량을 준비하며 선배 도반들은 신이 났습니다. 그런데 막상 출발 일주일을 남겨 두고 학생 두 명이 사정이 생겨 야외수업에 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모두들 고민에 빠졌습니다. 세 명 불교대학생 전원 참석이 아니면 취소하는 것이 맞았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가 이번 일정으로 모든 준비가 다 되었으니 야외 불교대학 수업 대신 야외 영어법회를 진행해 보면 어떻겠냐는 의견이었습니다. 함께 출발하기로 예정된 도반의 배우자들이 각각 영국, 태국, 프랑스 분들이니 그분들을 위한 영어 법회를 시도해 보자는 번개 같은 아이디어로 이번 이벤트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예정된 불교대학 수업은 불발되었지만, ‘언젠가 꼭 한번은 해봐야지!’ 했던 영어 법회를 이런 기회에 하게 되니 일이 꼭 계획한 대로만 이루어지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님 법문이 귀에 쏙쏙 들어올 것만 같은 평온한 이곳이 오늘의 법당입니다.
▲ 스님 법문이 귀에 쏙쏙 들어올 것만 같은 평온한 이곳이 오늘의 법당입니다.

드디어 출발!

준비된 차량에 나누어 타고 두시간 반을 달려 방콕법당 총무 소임을 맡고 있는 황소연 님의 망고 과수원에 도착했습니다. 과수원이 자리한 ‘팍청’은 방콕 북서쪽 카오야이 국립공원 자락에 위치하고 있어 경관이 수려하고 공기가 무척 깨끗해 태국의 알프스로 불리는 지역입니다. 미리 도착해 있던 황소연님 부부는 일행의 간식으로 밭에서 금방 수확한 옥수수를 삶아 주었습니다.

과수원에서 막 수확한 용과와 옥수수
▲ 과수원에서 막 수확한 용과와 옥수수

망고 따기 체험은 철이 지나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 했지만, 대신 쏨땀(파파야 샐러드)을 만드는 재료를 준비해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항상 식당에서 사 먹기만 했던 쏨땀을 각자 입맛에 맞춰 양념을 넣고 절구에 콩콩 빻아 먹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누구는 옥수수를 넣고, 누구는 자몽을 넣고, 각양각색 서로 다른 쏨땀 맛보기를 하며 아이들과 함께 깔깔깔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각자 취향대로 ‘쏨땀’을 만들어 봅니다. (오른쪽 곽안숙 님 부부)
▲ 각자 취향대로 ‘쏨땀’을 만들어 봅니다. (오른쪽 곽안숙 님 부부)

저녁에는 둘러앉아 노래도 한 곡씩 부르며 평상시와는 다른 모습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로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왠지 이전보다 한층 가까워진 듯 했습니다.

망고나무 아래 아이들
▲ 망고나무 아래 아이들

새벽 5시 알람 소리에 맞춰 도반들의 기도가 시작되었습니다. 산새를 바라보며 함께 절을 하니 마음이 저절로 청정해졌습니다. 한목소리로 관세음보살을 부르니 우리의 마음 또한 하나가 되었습니다. 신선한 공기로 호흡하며 명상을 마친 후에는 법당을 청소하듯 다 함께 아침 청소를 하며 내 몸과 마음도 정갈히 하고 법회 준비를 했습니다.

영어법회 중.
▲ 영어법회 중.

가벼운 마음으로 기획한 영어 법회가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이렇게 우연한 기회로 배우자와 함께 스님을 소개하는 영상을 보게 되니 방콕법당 도반들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공양 준비중인 황소연 님(가장 오른쪽)
▲ 공양 준비중인 황소연 님(가장 오른쪽)

영어법회 후 마음나누기

방콕법당에서 6년째 총무 소임을 맡고 있는 황소연 님의 나누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방콕 법당의 회원분들은 국제결혼 비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국적도 영국, 스위스, 프랑스, 말레이시아, 캐나다 그리고 태국까지 다양합니다. 다수의 외국 배우자들이 있기에 외국인 전법이 쉬울 것 같으면서도 어려워서 그간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데 이번 야외 법회에 가족들이 다 함께 참석하게 되어 우여곡절 끝에 영어법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저것 최대한 열심히 준비했지만, 처음이라 부족한 점도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나누기 통역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의 끝에 배우자 통역으로 진행했는데 다음에는 사회자가 통역하며 진행하는 것도 매끄럽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에는 언어 때문에 망설이고 주저했는데 이번 법회를 통해 배우자와 지인부터 가볍게 전법해 보는 것이 가능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남편이 법륜스님의 법문을 들으며 공감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통해 앞으로 2차 만일결사의 희망을 보았습니다."

궂은 일 도맡아 주신 남성 도반들끼리(오른쪽부터 이춘회 님, 우명근 님)
▲ 궂은 일 도맡아 주신 남성 도반들끼리(오른쪽부터 이춘회 님, 우명근 님)

일요일마다 법회 참석을 위해 지방에서 세시간 운전하여 오는 우명근 님의 나누기 들어 보겠습니다.

"처음 열린 야외 법회가 참 좋았습니다. 풍경도 좋고 바람도 시원한 야외에서 도반들과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노래도 부르면서 더욱더 친해진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도반들 가족과 함께한 영어법회를 방콕법당 처음으로 진행하게 되어서 더욱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처음이라 준비가 미흡한 점도 있었지만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기에 이 야외 법회가 정기적인 행사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남편과 귀염둥이 두 아들까지 온 가족이 함께 참석한 김선영 님 나누기입니다.

"오랜만에 방콕을 벗어나 맑고 시원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야외법회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간 법회 요일이 달라 만나기 힘든 도반들과 교류하며 깊은 대화를 나누니 그새 더욱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영어 법회는 처음이라 낯설었지만, 외국인 배우자분들께는 스님 법문을 들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되어 감사합니다."

영어법회 후 마음 나누기하는 중(오른쪽 끝 곽안숙 님, 왼쪽 끝 성미연 님)
▲ 영어법회 후 마음 나누기하는 중(오른쪽 끝 곽안숙 님, 왼쪽 끝 성미연 님)

일 년 중 반은 파리 법회에, 나머지 반은 방콕 법당에 참석하는 곽안숙 님의 나누기입니다.

"남편과 함께 야회법회에 참석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평상시에도 정토 활동을 적극 지지해 주는 남편이 이번 행사에 아주 만족했는지 총무님에게 아내가 정토를 만나 많이 바뀌었다며 감사해했습니다. 저도 남편에게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정토회에 감사합니다. 제가 조금씩이라도 변함에 희망이 있어 감사합니다."

3년째 꾸준히 천일결사 기도 정진을 해 오고 있는 성미연 님 나누기입니다.

"1박 2일 야외법회를 한다고 해서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재미있게 놀다 오리라’ 마음먹고 떠난 길! 첫날은 마음 먹은 대로 맛난 것 실컷 먹고 수다 떨며 즐겁게 보내고, 둘째 날 아침은 도반님들과 함께 수행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이어서 야외 영어 법회를 진행했습니다. 유난히 외국 분들과 결혼하신 도반들이 많은 우리 법당은 이번 야외법회에도 세 명의 외국인 남편들이 함께하였습니다. 영어 법회를 통해 스님의 법문이 문화가 다른 외국인에게도 통하는 것을 보고, 제2차 만일결사 외국인 전법의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외국인 전법의 가능성은 제게 두 가지 측면에서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첫째는 한국말을 할 줄 모르는 딸을 두고 있는 엄마로서 딸에게 바른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것이고 둘째는 기복신앙으로 변해버린 불교가 만연한 태국에 부처님의 바른 법을 전하는 것입니다. 이번 야외법회를 통해 내가 세운 원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그 길에 함께 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해봅니다."

불교대학 새내기 이춘회 님
▲ 불교대학 새내기 이춘회 님

마지막으로 방콕법당의 새내기 불교대학생 이춘회 님 나누기입니다. 이춘회 님은 매주 일요일 오전에는 미사에 참석하시고 오후에는 불교대학 수업을 공부하는 크리스천 부디스트(기독교 신자이자 불자)입니다.

"야외 법회 소식은 단순한 방콕 생활에 느슨해져 있던 불교대학생에게 기대감과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가는 길에 우연히 들른 과일 농장에서는 환한 미소로 맞아주는 관리인 아주머니의 안내로 가게에서만 보았던 라임, 뽕나무 열매, 태국 체리 등을 직접 따서 맛도 보고 열대의 화려한 꽃도 선물로 받았습니다. 낯선 방문객에게 호의를 베풀어 주신 태국의 인심에 감사합니다. 곧이어 도착한 황소연 님댁 과수원에서 직접 수확한 파파야와 옥수수로 점심을 먹으며 삼면이 탁 트인 거실에 앉아 풍경화 같은 경치를 바라보며 쉬고 있으니 더 바랄 것 없이 풍족했습니다. 새벽 5시, 짙은 어둠 속에서 108배를 하다 보니 서서히 날이 밝아오며, 기도를 마칠 무렵 내 마음도 깨달음의 빛처럼 함께 밝아 왔습니다. 아침 청소를 마친 후 개운하고 가벼워진 마음으로 지도법사님의 동시통역 영어 법문을 들으니 그 또한 새롭고 재미있었습니다. 나누기 후 활짝 웃는 얼굴로 한 분이 제 귀에 속삭였습니다.

"나 정토회 아주 좋아해요. 우리 아내가 정토회 활동하며 많이 바뀌고 행복해졌어요. 그 모습을 보는 나 또한 너무 행복해요."

일주일에 한 번 불교대학 수업을 나가다 보면, 다른 도반님들과 이야기하고 친해질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기회로 한 분 한 분 소중하고 훌륭한 분들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1박 2일 야외 법회가 많은 분의 수고와 도움으로 행복하게 마무리되어 감사함이 올라옵니다.우리는 행복한 수행자입니다."

1박 2일 야외 법회를 마치고 (뒷줄 왼쪽 부터 박동주 님, 우명근 님, 곽안숙 님 부부, 김선영 님 가족 네명, 성미연 님, 앞줄 황소연 님 부부)
▲ 1박 2일 야외 법회를 마치고 (뒷줄 왼쪽 부터 박동주 님, 우명근 님, 곽안숙 님 부부, 김선영 님 가족 네명, 성미연 님, 앞줄 황소연 님 부부)


리포터가 전하고 싶었던 마음이 도반들의 나누기에 고스란히 들어있습니다. 많은 이들의 공덕으로 참 행복했던 우리들의 시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방콕에서 전해 드렸습니다.

글_박동주 희망리포터(방콕법당)
편집_박승희 (해외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