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가을 하늘이 높아질 즈음 노원 법당을 찾아온 인연들이 있습니다. 각자의 사연을 안고 낯선 눈빛으로 가을 불교대학 수업에 참여했던 이들은 지금 경전반 학생이 되었습니다. 올가을, 정토회와의 인연으로 만 1년을 지냈습니다. 오늘도 도반과 함께 수행, 보시, 봉사를 합니다. 노원 법당의 떠오르는 샛별, 다섯 명의 정토행자를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인터뷰 직후, (좌측부터) 임은미님, 손선영님, 이재희님, 심호철님, 이명희님
▲ 인터뷰 직후, (좌측부터) 임은미님, 손선영님, 이재희님, 심호철님, 이명희님

이명희 님 이야기: 들뜬 삶에 흔들렸던 나

스스로도 자신이 늘 오두방정을 떤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항상 들뜬 마음이었던 이명희 님은 좋은 의미로는 활기차고 밝은 모습이지만, 시시각각 바뀌는 종잡을 수 없는 변덕스러운 마음은 일상에서 매 순간 ‘감정 기복’으로 나타났습니다. 남들에게 보이는 겉모습과 내면이 다른 자신의 모습에 괴리감을 느끼며 ‘나’라는 정체성에 혼란을 겪기도 했습니다. 온전히 자신을 들여다볼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임은미 님 이야기: 죽음을 생각했던 나

사소한 일에도 불쑥 솟구쳐 올라오는 ‘화’로 인해 웃음을 잃고 살았던 임은미 님은 지인에게 사기를 당하면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더 어렵고 더 불행하게 다가왔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원망에 사로잡혔고 어느 순간부터는 ‘죽음’까지도 생각했습니다.

원망에 사로잡히는 순간, 분노 조절이 어려워지고, 화는 삭이기 쉽지 않았습니다. 얼굴은 붉게 일어나고, 가족조차도 임은미 님의 눈치를 보며 피했습니다. 살고 싶었습니다. 그것도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잘 살고 싶었습니다. 임은미 님과 정토회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심호철 님 : 왕처럼 군림했던 나

심호철 님은 가정에서 늘 군림하며 살았습니다. 그렇게 살다 보니 정작 자신이 가족에게 피해를 준다는 생각조차도 하지 못했고, 자신 때문에 가족이 겪어내야 하는 불편한 감정 또한 몰랐습니다. 어느 날 아들이 엄마에게 화를 쏟아내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고 당황했습니다. 아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자신을 닮아 있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뒤통수를 세게 맞은 듯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하는 것은 모두 옳다고 믿었구나‘ 10년 동안 정토회 불교대학 입학을 권유해온 아내의 말을 받아들이는 순간이었습니다.

손선영 님 : 남편과의 갈등에 힘겨웠던 나

남편과의 갈등이 극으로 치달으며 하루하루가 버티기 힘들고 버거웠다는 손선영 님. 부부가 시도 때도 없이 부딪치는 불안한 가정, 서로 자기 생각이 옳다고 주장하며 상대를 비난했고 남편과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마다 다툼이 일어났습니다. 우울한 날이 지속되었습니다. 엄마 아빠의 다툼으로 아이들은 더욱 더 냉소적이고 심리적으로 불안해 보였습니다. 마음이라도 추슬러보자는 생각으로 노원 법당을 찾았습니다.

봄 불교대학 축하공연, (좌측부터) 이재희님, 이명희님, 손선영님, 임은미님, 심호철님(우측 마지막)
▲ 봄 불교대학 축하공연, (좌측부터) 이재희님, 이명희님, 손선영님, 임은미님, 심호철님(우측 마지막)

정토회를 만난 지 1년여, 이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모두가〈 깨달음의 장〉을 다녀왔고, ‘천일결사 입재’를 했으며, 모두 ‘경전반 수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JTS 모금에 앞장서고, 누군가는 새벽 5시 법당 기도에 참여하고, 누군가는 2019년 가을 불교대학 모둠장이 되고, 또 누군가는 천일결사 9-10차 모둠장 소임을 맡았습니다. 법당에서의 각종 행사 등 지원요청이 들어와서 “한 번 해볼까요?”하고 물으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네, 합시다.”, “저 참석해요”, “할게요” 서슴지 않고 말합니다. 때로는 경전반 담당자와 함께 ‘독수리 오형제’가 되고, 때로는 이동수업 온 도반의 손을 맞잡아 주면서 노원 법당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불교대학 졸업식, (좌측부터) 이재희 님, 손선영 님, 임은미 님, 심호철 님, 이명희 님
▲ 불교대학 졸업식, (좌측부터) 이재희 님, 손선영 님, 임은미 님, 심호철 님, 이명희 님

이명희 님 : 넘치는 에너지는 봉사에 씁니다.

혼자라면 위축될 수도 있는 경전반 수업과 JTS 모금 활동도 도반이 함께하니 에너지가 증폭된다며 밝게 웃는 이명희 님.

“어느 날인가 불교대학 담당자님이 수련으로 자리를 비우게 된 적이 있었어요. 불교대학 홍보 일정이 잡혀 있었기 때문에 모두가 당황했어요. ‘하지 말자’, ‘날짜를 바꾸자’ 등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었죠. 그런데 정해진 날짜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법당에 나왔는데… 그날 감동 받았습니다. 도반들이 모두 나와 있었거든요. 이것이 도반의 힘이구나!”

‘상구보리 하면 하화중생 한다’는 법문을 마음에 새기며 법당 봉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내 괴로움을 없애는 길이 곧 중생을 구제한다'라는 마음으로 전법과 봉사 소임이 주어지는 대로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아직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지만, 들뜨는 마음도 고요히 바라볼 줄 알게 되었고, 멈추는 힘도 조금은 커졌습니다.

임은미 님 : 정토회 만나 새롭게 태어나다!

임은미 님은 정토회가 자신을 살렸다고 말합니다. ‘넘어졌을 때 한쪽 다리가 부러진 것을 원망하지 말고, 한쪽 다리가 무사함에 감사하라’는 법문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합니다. 당시 임은미 님은 자신에게 일어난 나쁜 상황에 집착하여 원망과 자책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내가 가진 다른 행복을 보지 못해 소중한 것을 잃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합니다. 어떤 사람이 예전의 저처럼 불행과 좌절 속에 산다면 바뀔 수 있다고 알려주고 싶어요. 그래서 정토회에서 어떤 소임이 주어져도 보답하는 마음으로 ‘네’ 하고 합니다. 부모님과 지인들은 저의 긍정적인 표현과 환하게 웃는 모습에 기뻐하고, 또 ‘정토회가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하며 놀라고 의아해합니다.”

임은미 님은 이제 도반에게 먼저 손을 내밀 정도로 여법해졌습니다.

“우리는 정토 세계를 향해 한 길을 걸어갑니다. 조금 먼저 가는 분도 있고, 한 발짝 늦게 오는 분도 있습니다. 가다가 쉴 수는 있지만, 거기서 멈추지는 마세요. 혹 제가 넘어지면 꼭 저를 일으켜 함께 가 주세요.”

졸업 갈무리 (좌측 두번째 부터) 임은미님, 심호철님, 이명희님, 이재희님
▲ 졸업 갈무리 (좌측 두번째 부터) 임은미님, 심호철님, 이명희님, 이재희님

심호철 님 : 수행, 나를 깨우다!

‘수행도 안 되는데 봉사를 많이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이 많아서 정토회 활동에 참여가 어려웠던 심호철 님. 불교대학 도반과 인연의 끈이 두터워질 무렵 도반의 말과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었고, 함께 하는 순간이 되면 ‘우리 도반들은 모두 참가할 거야’ 하는 믿음도 생겼습니다.

불교대학 첫 수업에서 스님의 법문 중 ‘지속 가능한 행복’에 귀가 솔깃해져서 ‘이것만 배우고 졸업하자.’는 생각을 하며 자장가처럼 즉문즉설을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그러나 법문만으로는 일어나는 저의 업식을 통제하기 어려웠습니다. “첫 번째 화살을 맞았다면 두 번째 화살은 맞지 않도록 하라”라는 법문에서 “내가 한번 넘어질 수는 있지만, 실의에 빠지면 이것이 두 번째 화살을 맞는 것이구나. 후회의 단계에서 불씨를 꺼야겠구나.”라고 알아차리게 되었고, 삶을 바라보는 관점도 바뀌었고 매일 새벽 수행기도도 놓치지 않게 되었습니다.

“법문은 좋은데, 잘 듣는 귀와 잘 알아차리는 눈, 실행하는 몸이 없었구나!”를 알아차리고 2019년도 가을 불교대학 모둠장 소임도 맡았습니다. 소임을 맡고 보니 쏟아지는 핸드폰 메시지와 ‘경전반을 졸업하면 법당에 얼마나 더 자주 나와야 하는 걸까?’ 하는 걱정도 앞서지만, 심호철 님은 정토회 인연에 머리 숙여 감사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손선영 님 : 옳고 그름을 내려놓다!

‘나는 100% 옳고 그는 100% 틀렸다’ 할수록 점점 지옥에 가까워진다.' 라는 법문이 가슴에 꽂혔다는 손선영 님. 남편과 다툼에서 늘 ‘나만 옳다’는 주장이 있었고, 그로 인해 상대보다 자신이 더 괴로울 때가 많았음을 깨달았습니다. '내 입장에서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스스로 괴로움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알아차림이 법문을 들을수록 더욱 확신으로 다가왔습니다.

“제가 먼저 옳고 그름을 내려놓으니 상대방도 더 이상 우기지 않네요. 여전히 저에게 남편은 수행처이지만 덕분에 내 마음의 주인 자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저에게 생긴 변화라면 우선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졌고 저 역시 올라오는 ‘화’를 지켜보기도 하고 상대방의 서툰 행동에도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냅니다.”

손선영 님은 경전반 수업을 듣는 지금도 정토회 활동은 망설입니다. 수행도 부족하고, JTS 모금 활동에 분별심도 일지만, 정토회와의 인연이 ‘괴로움이 없는 자유로운 수행자’로서의 삶을 알려준 길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불교대학 졸업수련, (좌측부터) 이명희님, (세 번째)심호철님, 임은미님, 손선영님, 이재희님
▲ 불교대학 졸업수련, (좌측부터) 이명희님, (세 번째)심호철님, 임은미님, 손선영님, 이재희님

인터뷰를 마친 정토행자의 얼굴이 편안합니다. 감히 경전반 학생의 얘기를 수행담이라고 말할 수 없다며 손사래를 치는 모습도 정겹습니다. 조심스레 내어놓은 다섯 분의 수행담은 첫걸음을 뗀 진행형입니다. 혼자라면 망설였을 통일기도와 천일결사 정진을 도반과 함께하며 ‘나도 좋고 너도 좋은 수행자’로의 삶을 시작했습니다. 이명희 님, 임은미 님, 심호철 님, 손선영 님, 이재희 님. 이들이 노원법당을 지키는 ‘독수리 오형제’로서 날아오르는 그 날을 기대해봅니다.

글_홍명신 희망리포터(노원정토회 노원법당)
편집_권지연 (서울제주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