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10.6 (오후) 동대문구 청년 즉문즉설 강연


 

오전에 백담사 기본선원 초청법회에 이어서 저녁 7시 30분부터는 동대문구민회관에서 청년들을 위한 희망세상만들기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오후 6시에 평화재단을 출발한 스님은 7시에 동대문구민회관에 도착하였지만, 차 안에서 보던 원고 교정 업무가 아직 끝나지 않아 7시30분까지 차 안에서 계속 원고 교정 업무를 보았습니다. 

 


▲ 차 안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스님

 

저녁 7시부터 입장이 시작되어 많은 청년들이 입장하기 시작했지만, 7시 30분이 다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준비된 객석의 절반 정도만 채워진 상태여서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강연 장소가 지하철역과는 먼 외진 곳이기도 했지만, 직장생활로 바쁜 청년정토회 봉사자들이 평소보다 홍보활동을 많이 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꽉 차지 않은 강연장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300여명의 청년들이 자리한 가운데 큰 박수와 함께 단란한 분위기 속에서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 동대문구민회관

 

스님이 “저녁은 먹고 왔어요?” 라고 웃음을 띠며 묻자 일하고 오느라 못 먹고 온 분들이 많았습니다. 스님은 “저도 저녁을 안 먹었어요. 한끼 정도는 안 먹어도 괜찮아요” 하면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스님은 “대중부에서 주관하는 희망세상만들기 강연에 청년들이 참석해도 되는데 요즘 청년들이 많이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청년들만을 위해 특별히 오늘 강연이 별도로 마련되었다”고 하면서 청년들을 향한 애정을 듬뿍 내비쳐 주었습니다. 

 

먼저 스님은 개인의 행복과 사회 제도의 개선을 함께 병행해 나가야 한다고 하면서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는 긍정적 사고를, 사회 제도의 개선을 위해서는 현재 대한민국의 시대적 과제에 대해서 일목요연하게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특히 대한민국의 개선해 나가야 하는 핵심 과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는 긍정의 기반 위에 비판 의식을 가져나가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우선 대한민국이 살 만한 나라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버리고 이민 갈 나라도 아니고, 자살할 나라도 아니고, 자포자기 할 것도 아니에요. 살 만한 나라라고 해서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문제가 아주 많아요. 특히 코리안 리스크라고 해서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불안정한 상황에 있지요. 그러니 평화가 정착되도록 해야 합니다. 경제적으로는 한쪽으로 너무 치우친 경제력을 골고루 분산시켜 국민의 행복도가 높아질 수 있도록 분배 정책을 바꿔줘야 해요. 정치적으로는 중앙에 너무 집중된 권력을 지방으로 분산시키고,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집중된 권력을 내각으로 옮겨서 그 권력이 시민들에게 가까이 오도록 ‘주민자치’라는 직접민주주의가 일부 실현될 수 있도록 해줘야 우리 사회가 보다 살 만한 사회가 됩니다. 

 


 

‘그래도 50년 전에 비하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안보 면에서나 좀 나아졌다’고 하는 긍정을 바탕으로 해서 ‘그러나 아직 개선할 점이 많다’고 하는 비판의 정신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긍정의 정신이 없이 부정적인 시각만 강해요. 부정적인 시각 위에 비판을 하면 파괴적으로 가기 쉽습니다. 긍정적으로 보라고 하면 반대로 비판 정신이 또 없어져서 안주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긍정적 시각 위에 비판 의식을 가지면 혁신적 에너지가 나오게 됩니다. 자, 이 정도로 하고 여러분들 개인적인 이야기를 시작해보세요.”

 

여는 말씀을 마치자 여기 저기서 손을 들고 질문을 하고자 했습니다. 

 

총 7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20대 여성분은 10년을 만난 남자친구와 헤어져는데 나 자신에게도 참회하고 남자친구에게도 참회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다고 물었고, 역시 20대 여성분은 부모님으로부터 독립을 한 상태인데 부모님 얼굴을 볼 때마다 자꾸 금전적인 것을 원하시니까 힘이 드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었고, 30대 남성 분은 외가집이 제사를 지내지 않고 나서부터 집안에 안 좋은 일이 계속 생기는데 제사와 인과응보가 관계가 있는 것인지 물었습니다. 20대 남성분은 지금 노인 빈곤율이 심각한 수준인데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노후를 살아가려면 어떻게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 물었고, 직장을 다니는 20대 여성분은 제멋대로 하는 경향이 강하고 주변 사람들을 따뜻하게 품지 못해 앞으로 점점 고독하게 지내게 될 것 같아 불안한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각각의 질문에 대해 스님은 지혜로운 말씀을 들려주었습니다. 

 

마지막 질문자가 한명 더 있었지만 강연장의 문을 닫아야 하는 시간이 되어서 질문을 더이상 받지 못했습니다. 

 

그 중에서 7개월 된 아이를 계속 키우는 것과 돈을 더 벌기 위해 직장에 복직하는 일 사이에서 갈등이 자꾸 생긴다는 아기 엄마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스님은 어린 아기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말 못하는 아기의 마음을 대변해 주고자 목소리가 많이 높아졌습니다. 

 


 

“7개월 된 아기 엄마입니다. 육아 휴직을 하고 아기를 키우고 있는데, 저희 회사는 1년만 쉴 수 있어서 2월에는 복직해야 합니다. 휴직 시작할 때는 무조건 회사를 그만두고 3년은 제 손으로 키우겠다고 생각했는데, 복직할 때가 점점 다가오니까 그만두기 아까운 마음이 들어요. 아기와 지내는 것이 즐거워서 회사 생활에 미련에 남진 않지만 돈에 미련이 생기고, 요즘 외벌이로는 절대 아기 못 키운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걱정이 됩니다. 아기를 제 손으로 3년 키운 뒤 돈을 다시 벌고 싶지만, 지금도 취업이 이렇게 어려운데 3년 뒤에 과연 40대의 경력단절 주부를 써줄 직장이 있을지도 고민되고요. 남의 이야기일 때는 쉬웠지만 막상 제 이야기가 되니 마음이 갈팡질팡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질문드립니다.”

 

“돈을 빌리고 싶으면 빌려도 되지만, 빌린 돈은 갚아야 합니다. 돈은 빌리고 싶고 갚기는 싫은 것은 욕심이에요. 욕심이 결국 고통을 가져옵니다. 지금 빌릴 때는 좋지만 나중에는 갚아야 할 빚 때문에 힘들어하면서 ‘그때 좀 참고 안 빌릴 걸’하고 후회하기 쉽습니다. 그럴 때는 후회하지 말고, 이미 인연을 지었기 때문에 기꺼이 과보를 받아야 합니다. ‘안 빌릴 걸’ 하고 지나간 일을 후회해봤자 아무 도움이 안 돼요. 그러나 겪어보고 ‘다시는 빌리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할 수는 있습니다. 지금뿐 아니라 미래까지 바라봐서 ‘앞으로는 좀 궁하더라도 다시는 빌리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하게 해줄 경험은 필요합니다. 다만, 한번만 실수하지 두 번은 안 해야죠. 이걸 두고 부처님께서 ‘제1의 화살을 맞을지언정 제2의 화살은 맞지 말라’고 이야기하셨어요. 그런데 우리는 실수를 반복합니다. 조금만 어려우면 빌리고, 나중에는 갚느라 괴로워하고 후회합니다. 그래놓고 또 조금 궁하면 빌리고 갚느라 괴로워하기를 반복해요. 빌리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빌렸으면 갚으라는 겁니다. 갚을 때 괴로워하거나 후회하지 말고, 내가 지은 인연의 과보니까 기꺼이 받으라는 이야기예요.

 


 

아이라는 존재의 성격을 이해해야 합니다. 큰 부잣집에 사는 것과 작은 집에 사는 것, 큰 자동차를 타는 것과 작은 자동차를 타는 것의 차이가 한 살짜리 어린아이에게는 중요하지 않아요. 기저귀가 일제인지 한국제인지가 아기에게 중요할까요? (청중 웃음) 이건 아이가 아닌 엄마에게 중요할 뿐이에요. 엄마가 아이 유모차를 좋은 걸로 해놓으면 기분이 좋고, 기저귀를 좋은 걸로 갈면 기분이 좋고, 큰 자동차를 타면 기분이 좋은 거예요. 그게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엄마에게 좋다고는 할 수 있지만, 아이에게는 중요하지 않다는 거예요.

 

아이의 입장에서는 엄마 젖꼭지를 무는 게 우유병 꼭지를 무는 것보다 나아요. 또 말랑말랑한 엄마 가슴 만지고 심장박동 들으면서 젖 먹는 게 좋지요. 아이 입장에서는 사랑해주는 사람의 품에 안겨서 자라는 것이 심리적으로도 훨씬 안정이 됩니다.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 품에 안겨 자라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안는 사람 마음이 엄마처럼 되기가 쉽지 않아요. 자기가 낳아서 안는 마음과 남의 돈을 받아서 봐주는 마음은 같기가 어렵습니다. 

 

유아원에 자기 애를 맡긴다고요? 맡기는 건 자기 자유예요. 그러나 질문자는 나의 미래, 나의 삶을 생각하는 것이지 아이의 행복,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니 질문자는 엄마가 아니에요. 아이를 위해서 나의 목숨도 버리는 존재가 엄마예요. 건물이 무너졌다면 아이를 껴안아서 애는 살리고 나는 죽는 게 엄마란 말이에요. 그런 마음일 때 아이가 그 마음을 먹고 자라서 사람이 됩니다. 여러분들이 지금 문제인 것은 그걸 제대로 못 먹어서예요. (청중 웃음) 

 


 

옛날 사람들은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옷도 제대로 못 입었지만 3살 때까지 엄마 품에서 자라면서 엄마의 그 정성을 먹고 자랐는데, 지금 사람들은 우선 젖부터 소의 젖을 먹고 자랐잖아요. ‘엄마가 젖이 안 나와서 굶어죽는 것보다는 소젖이라도 먹는 게 낫다’는 것과 ‘젖 먹이면 몸매 가꾸는데 장애가 되어 귀찮으니 소젖을 먹인다’는 것을 비교해보세요. 후자는 아이가 최고의 가치가 아니잖아요. 그런 마음으로 키운다면 애초에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나 엄마가 키우나 별 차이가 없어요. 

 

그러니 이건 비교할 대상이 아니에요. 직장을 다녀야 한다면 ‘나는 내 아이를 어떻게든 3년은 내 손으로 키우겠다’ 하고 내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싸워야죠. ‘1년은 유급 휴가 썼지만 2년은 무급 휴가라도 달라’ 이렇게요. 싸운다는 건 화내고 싸우라는 게 아니라 내 권리를 주장하라는 거예요. 요청해서 안 들어주면 또 요청하고 또 요청하고, 아기 업고 가서 이야기하고 또 업고 가서 이야기하고, 예외가 만들어지도록 감동을 시키세요. 아니면 아기를 업고 근무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 아니면 재택근무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해야죠. 왜 자기 권리를 못 찾아요? ‘내가 지금 나쁜 짓 합니까? 지금 출산률이 이렇게 낮은 가운데 애를 낳아 키우는데, 애를 잘 키워야 국민이 건강하고 대한민국이 좋아질 거 아니에요.’ 이렇게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고 요청해야 해요. 무급휴가를 달라, 안 되면 재택근무하게 해 달라, 그것도 안 되면 아기 업고 근무하게 해 달라, 그것도 안 되면 아기 업고 근무하는 동안에는 월급 절반만 달라, 이렇게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세요. 3년 뒤에 복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에 핵심을 두고 투쟁을 해야 합니다. 

 


 

그래도 도저히 안 된다면 아무리 아까워도 직장을 버려야죠. 3년 후에 이만한 직장 없는 거야 당연하죠. 그게 희생이지, 다 보장되면 그게 무슨 희생이에요? 지금 아이를 내가 돌보지 않고 직장에 돌아갈 경우 월급 300만원이 보장되어 있다면 앞으로 내가 아이를 키워놓고 직장에 갈 때는 100만원쯤 깎이는 것은 감수해야죠. 한 달에 100만원씩 손해 본다면 1년에 1200만원, 10년에 1억 2천만원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아이가 커서 문제가 생기면 1억 2천이 아니라 10억을 주고라도 다시 돌아갈 수 있으면 돌아가려고 들 겁니다. 그러니 그것을 머리로 장사꾼처럼 계산하면 안 돼요. 아이 키우는 것을 왜 자꾸 계산하려 들어요? 아이 낳아서 장사할 일 있어요? 

 

무조건 아이를 키우라는 게 아니라,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권리를 얻어야 한다는 겁니다. 왜 24조원이나 되는 돈을 강에다 쏟아 부어서 녹조를 만드는 일을 합니까? (청중 웃음) 그걸 이런 데 쓰도록 해야 할 거 아니에요. 어마어마한 사내 보유금이 있는데 그걸 사람 키우는데 쓰도록 해야 할 거 아니에요. 왜 남자는 군대에 가면 경력을 인정하는데 여자는 이 소중한 아이를 키우는 것을 사회의 공적으로 인정을 안 해줍니까? (청중 박수) 

 


 

비싼 외제 무기, 그것도 전부 고장 나서 쓸모없는 걸 사들이느라 돈을 쓰는 건 내버려두고, 이 소중한 아이 키우는 데 예산이 덜 배정되는 건 왜 방치하느냐는 말입니다. 그 돈 모두 여러분들이 내는 세금이잖아요. 이런 것까지 애 없는 제가 가서 싸워줘야겠어요? (청중 웃음) 

 

제가 다 해주면 여러분은 뭐 할래요? 왜 자기 권리도 못 찾아먹어요? 왜 국민이 자기 권리를 행사하지 못해요? 나라가 대통령 것입니까? 시장 것입니까? 그러니 주주총회가 열릴 때 CEO가 회사 운영을 잘못하면 갈아버리듯 선거 때 갈아버리면 되잖아요. 그런데 왜 선거 때는 선거 안 하고 다들 놀러다니느냐는 말입니다. 도무지 자기 권리를 찾아먹을 줄 몰라요. 그러면서 불평만 하면 뭐 해요? (청중들 박수)

 


 

모든 보육 정책은 아이를 위한 정책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전부 엄마를 위한 보육정책이에요. 아이를 자기가 직접 키우면 아무 도움이 없고, 보육원에 갖다 맡기면 무상으로 지원해주니까 아이를 직접 키울 수 있는 사람들까지도 갖다 맡기잖아요. 아이를 엄마로부터 빼앗는 게 무슨 보육정책이에요?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람에게는 키울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줘야 합니다. ‘돈이 없는데 어떡하느냐?’ 그러면 저처럼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독신세를 거둬야 합니다. (청중 웃음) 결혼했지만 아이 안 낳는 사람들에게서도 세금을 거둬서 아이 키우는 사람에게 줘야 미래 사회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어요. 사회가 지속적인 성장을 하려면 아이가 있어야 하잖아요. 

 

사람 하나 키우는데 얼마나 정성을 기울여야 해요? 20년을 키워야 하고 하나하나 다 손이 들어가요. 이건 기계로 할 수도 없고 자동화할 수도 없는 일이에요. (청중 웃음) 그런데 이걸 그냥 방치하니까 지금 사회가 어떻게 되었는지 보세요. 지금 젊은 세대를 보면 유치원,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갈수록 예전보다 정신질환이 많습니다. 이것저것 잘 먹어서 키는 크고 덩치도 좋지만 심리는 갈수록 불안정해져서 조금 더 가면 미국처럼 조그만 애들부터 ‘묻지마 폭력’이니 ‘묻지마 총격’이니 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날 겁니다. 엄마부터 자기 출세, 자기 이익을 위해 아이를 남에게 갖다 맡기잖아요. 

 

여러분들은 나름 잘 사는지 몰라도 제가 보면 다들 정신 나간 사람들이에요. 사는 게 뭐예요? 아이를 하나 낳아서 잘 키우는 게 진짜 사는 거지, 뭐가 잘 사는 거예요? 집이 크고 차가 좋으면 잘 사는 겁니까? 향수 갖다 뿌리고 턱 깎고 눈꺼풀 크게 만드는 게 잘 사는 거예요? 

 


 

아이를 낳아서 제대로 키우는 것이 가장 잘 사는 겁니다. 여기 기독교 신자가 있다면 생각해보세요. 하나님의 은총이 그 아이에게 있지 어디 다른 사람에게 있겠어요? 그런데 아이를 방치하는 사회잖아요. 아이가 무슨 장애물인 양 이쪽에 갖다 맡겼다가 저쪽에 갖다 맡겼다가 합니다. 시어머니에게 맡기고, 친정어머니에게 맡기고, 그러면 친정어머니는 또 못 살겠다고 야단이에요. 자기가 낳아놓고 친정어머니에겐 왜 맡겨요? 친정어머니는 나 키워준 것만 해도 얼마나 고생하셨는데요. 자기가 키워야 자기 아이지 남이 키우면 남의 아이입니다. 이 사람 저 사람 손에 키우면 엄마가 여러 명 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불안이 생깁니다. 

 

제 이야기는 엄마가 키우면 가장 좋지만 그게 불가능하면 최소한 3살까지는 엄마가 키우라는 거예요. 3살까지가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때까지는 엄마가 키우되, 엄마가 집에 앉아서 맨날 울고 직장 못 간다고 성질내면서 키울 거면 그냥 남이 키우는 게 낫습니다. (청중 웃음) 엄마가 키우라는 건 필요조건입니다. 충분조건이 되려면 헌신적으로 키워야 합니다. 

 

그리고 유치원에 들어가면 이제 정을 떼 줘야 합니다. 그런데 다들 얼마나 거꾸로들 사는지 몰라요. 경상도 말로 ‘디비쫀다’고 하죠. 어릴 때는 오히려 아무 데나 맡겨서 키우고, 아이가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들어가서 문제가 나타나면 그제야 법문 찾아 듣고 ‘아이고, 내가 잘못해서 아이가 이리 되었구나. 지금부터라도 돌봐야지’ 해서 직장 그만두고 아이에게 돌아가요. 그때는 아이로부터 떨어져줘야 하는데 말입니다. 겨울에 춥다고 불 때주라 할 때는 불 안 때서 아이가 얼도록 내버려두더니 뒤늦게 여름에 와서 불 땐다고 난리를 피우는 거예요. (청중 웃음) 

 


 

그러니 3살 때까지는 헌신적으로 키우고, 만 4살이 되어 유치원에 갈 때부터는 엄마가 돌볼 수 있으면 돌보되 못 돌보면 낮에는 직장 가고 저녁에 와서 돌보면 됩니다. 초등학교 가면 가능하면 자기 알아서 살도록 하면서 관심을 줄여주고, 사춘기가 되면 거의 놓아두고, 20살 넘으면 완전히 정을 끊어서 남처럼 대해줘야 합니다. 완전히 남처럼 대해줘야 제대로 자라는 거예요. 한겨울에는 장작을 10개 때고, 2월 되면 7개 때고, 4월 되면 5개 때고, 5월 되면 3개 때고, 6~7월 되면 장작을 안 때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런 관점을 딱 가지면 혼란이 안 와요. 

 

좋은 건 알지만 현실이 여의치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돈을 안 빌려도 되면 안 갚아도 되니까 좋아요. 그런데 살다보면 돈을 꿔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나중에 갚으면 됩니다. 1년 아이 키우고 ‘직장 다니고 싶어서 도저히 안 되겠다’ 하면 유아원에 갖다 맡겨도 아무 문제없어요. 대신, 나중에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후회하지 말고 참회해야 합니다. ‘아이고, 내가 제대로 돌보지도 못했는데 네가 그래도 그만하길 다행이다.’ 이렇게 아이 보고 나무라지도 말고 후회하지도 말고 과보를 기꺼이 받으세요. ‘내가 제대로 돌봐주지 못했는데도 네가 그 정도라도 되어주니 다행이다’ 이렇게 항상 아이를 보면서 고마워하면 아이와 싸울 일이 없어요. 

 

엄마는 아이와 싸우면 안 돼요. 엄마가 애와 싸우면 아이는 힘에 부쳐서 못 이기기 때문에 심리가 억압됩니다. 그 억압된 심리가 사춘기에 폭발하기 때문에 엄마를 때리는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예요. 앞으로 갈수록 자식이 부모 때리는 게 심해질 거예요. 어떤 경우에도 엄마는 아이에게 화내거나 싸울 필요가 없어요. 마냥 내버려두란 말이 아니에요. 말 안 들으면 엄마는 밥을 안 주든 빨래를 안 해주든 여러 가지 수단이 많으니 굳이 화를 낼 필요가 없잖아요. 애가 뭐라고 해도 ‘그래, 네 생각이 그러면 네가 알아서 해라’ 하면 되지 무엇 때문에 애와 싸워요? 하고 싶으면 해보라고 하면 돼요. ‘유학가고 싶어’ 하면 ‘가라’ 하면 돼요. ‘돈은?’ ‘돈은 네 알아서 해라.’ (청중 웃음) 

 


 

‘밥 안 먹을래’ 하면 ‘그래, 먹지 마라’ 하고 상을 치워버리면 돼요. 나중에 ‘엄마, 밥 줘’ 하면 ‘네가 찾아 먹어’ 하고요. 수단이 얼마든지 있는데 왜 싸워요? 그러면 이 아이가 커서 어른이 되어도 엄마에게는 어떤 잘못도 하지 않습니다. 심리가 엄마로부터 억압받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리 깡패라도 엄마 앞에서는 기가 팍 죽어요. 아이들이 말 안 듣고 엄마한테 대드는 것은 다 엄마가 아이들과 싸웠기 때문에 생긴 문제예요. 여러분들 지금 심리를 보세요. 부모가 화내고 짜증내고 아버지가 고함치고 해서 심리가 억압되어 있으면 점점 더 아버지가 미워지잖아요. 한쪽이 억압하면 다른 한쪽은 저항하고 싶어집니다. 억압하지 않는데 무엇 때문에 저항을 해요?

 

그러니까 ‘이렇게 해야 좋다’고 제가 이야기는 하지만,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고 인생에 길이 정해진 건 아닙니다. 최선책이 없으면 차선책을 선택하면 됩니다. 1년은 키우고 2년은 그냥 맡기자 결정했으면 그렇게 하세요. 대신 나중에 후회하지는 말라는 말입니다. 항상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자라주어 고맙다’ 이렇게 생각하면 그리 해도 된다는 거예요. 아이를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자꾸 뺑뺑이 돌리지는 말라는 말이에요. 그건 적어도 자아가 확실히 형성된 후에 하세요. 

 

모성애는 자기가 없는 거예요. ‘남자는 되는데 왜 여자는 안 되느냐’고 남녀관계로 비교할 문제가 아니에요. 아이와 엄마의 관계는 생물학적인 거예요. 어미가 이렇게 해야 그 생물 종이 지속적으로 번성할 수 있어요. 이건 자연의 질서란 말입니다. 싫으면 안 낳으면 돼요. (청중 웃음) 

 

그러나 아기를 낳으면 아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아이는 엄마로부터 보호받고 사랑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왜 자기 권리만 중요하고 아이 권리는 생각 안 해요? 아이 권리를 무시하는 게 여성운동이에요? 

 


 

나중에 엄마 나이가 40살이 넘고 아이가 사춘기 넘어가면 여성분들도 대부분 제 의견에 동의를 합니다. 그 결과를 보거든요. 그런데 30대 여성분들은 아직 아이의 결과를 보지 못했어요. 돈 빌리기만 했지 아직 빚 갚을 때가 안 된 사람들이라 ‘그럴듯하긴 한데 좀 그렇다. 스님이 남자라서 저러나, 아기를 안 키워봐서 저러나’ 합니다. 질문자도 안 키울 땐 동조했는데 키워보니까 동조 못 하겠죠? 그래서 이 문제는 질문자의 선택이에요. 저는 그러는 게 좋다고 권유하는 것이지요.” 

 

“네, 감사합니다.”

 

스님의 단호한 이야기에 질문자는 자신의 어리석음이 뉘우쳐졌는지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청중들 중에 어머니 또래의 연세를 가진 분들도 눈물을 보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아기 엄마는 어떤 마음이어야 하는지 많은 것을 반성하게 해주는 말씀이었습니다. 

 

스님의 간곡한 호소에는 말 못하는 아기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자비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님의 목소리가 높아질 때마다 울컥한 감동이 함께 일어났습니다.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을 모두 마치니 2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균형잡힌 관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이렇게 닫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이야기의 흐름이 대충 이해되지요? 여러분들이 부모를 위하는 행동을 하면 효자이지만 안 해도 그만이에요. 죄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자식을 돌보지 않는 것은 죄가 됩니다. 그건 안 하면 안 되는 일에 속합니다. 하는 것이 당연하고, 안 하면 죄가 됩니다. 자식을 돌보는 것은 책임과 의무에 들어가고, 부모를 모시는 것은 선택에 들어갑니다. 부모는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성인이라서 부모와의 관계는 성인과 성인의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유교적 윤리도덕을 따르던 옛날에는 너무 이것을 부모 중심으로 보았어요. 자식이 부모를 모시는 것은 하늘의 뜻이고 애를 갖다버리는 것에는 상대적으로 관대했어요. 그건 자연의 질서에 맞지 않아요. 효도하지 말란 이야기가 아닙니다. 

 


 

효도를 하면 선행입니다. 아기를 돌보는 것은 선행이 아닙니다. 부모를 돌보지 않는 것은 악행은 아니지만, 아기를 돌보지 않는 것은 악행입니다. 그러니 지악수선(止惡修善), 악은 멈추고 선은 행해야 합니다. 아이를 돌보지 않는 것은 금기에 들어가고, 부모를 모시는 것은 선택에 들어갑니다. 그건 여러분들이 선을 행할 권리를 행사하는 거예요. 여러분들이 아기를 돌보는 것은 악을 멈출 책임과 의무에 들어갑니다. 

 

이렇듯 사물에는 딱 균형 잡힌 관점이 있어야 해요. 부모는 모시지 않아도 되지만, 부모를 원망하는 것은 죄에 들어갑니다. 그 어떤 부모라도 자식이 부모를 원망할 이유는 없어요. 모시지 않는 것은 괜찮지만 원망하는 것은 이유를 불문하고 잘못이에요. 원망할 아무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화를 낸 것은 부모의 성질이지, 내가 원망할 대상이 아니에요. 부모가 나에게 뭘 달라고 하는 것은 부모의 요구일 뿐입니다. 듣고 안 듣고는 내가 결정하면 되지 그게 부모를 원망할 일은 아닙니다. 이렇게 관점을 딱 잡으면 삶이 편한데, 여러분들은 그렇지 못해 혼란스러워 하는 거예요. 

 

자기를 너무 높이 평가하면 자기학대로 가게 됩니다. 자기를 높이 평가하면 우월주의에 빠지는데, 우월주의는 곧 열등의식으로 떨어집니다. 자기 기대만큼 되지 못하는 자기를 자학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우월의식과 열등의식을 모두 버려야 해요. 나를 존중하고 남도 존중해야 합니다. 그렇게 다들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청년들은 열정적으로 강연을 해준 스님에게 큰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스님은 웃음과 감동,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들을 번갈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무대에서 내려온 스님은 질문자들 모두에게 악수를 건내며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강연장 입구에서는 책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2명을 추첨하여 스님 책을 선물하였는데 책을 받고 뛸듯이 기뻐하며 사인회장으로 뛰어가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웃기도 하였습니다. 스님은 사인을 받는 분들의 눈을 한명 한명 마주치며 환한 웃음을 보여 주었고, 청년들도 강연 내내 좋은 말씀을 해준 스님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 책 사인회

 

사인회를 마치고 강연장 곳곳에서 수고한 청년정토회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모두들 한마음이 되어 일사분란하게 강연을 진행하게 할 수 있게 되어 서로에게 고마워하는 눈치였습니다. “청년 파이팅!”을 외치는 얼굴 속에는 행복이 가득했습니다. 

 


▲ 청년정토회 봉사자들과 기념 사진

 

강연장을 시간 내에 비워줘야 하기 때문에 봉사자들은 빠른 속도로 강연장을 정리하였고, 강연장을 나온 스님은 곧바로 서울 정토회관으로 향했습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스님은 사인회 할 때 어떤 분이 건네준 편지를 읽어 보았습니다. 스님은 편지를 다 읽고 나서 간단히 내용을 들려주었습니다. 노원구청에서 열렸던 강연에서 시누이가 미워서 힘들다고 어떤 분이 질문했는데 그 분이 쓴 감사 편지라고 했습니다. 스님의 답변을 듣고 처음에는 화가 나고 울고불고 했는데 집에 가서 스님 말씀대로 다시 생각해보니 시누이가 너무 고맙게 느껴지고 가슴 한켠이 시원해지고 지금은 너무나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감사 인사가 담겨 있었습니다. 

 


 

스님의 답변은 오늘 아기 엄마에게 답변해 준 것처럼 아픈 곳을 콕 찔러서 고름을 팍 짜내기 때문에 처음에는 납득이 안 되지만 근본 처방을 알려주는 것임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밤 10시가 넘어서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한 스님은 집무실에서 업무를 더 보다가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손님과 미팅을 한 후 오후 1시에는 대구로 내려가서 저녁 7시부터는 통일의병에서 주최하는 통일이야기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 정토회에서 진행하는 '인도 성지순례' 참가자 접수가 시작되었습니다.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인도의 10대 성지를 내 발로 직접 밟아보고 그 감흥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아래 배너에서 직접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전체댓글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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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선

스님의 이 말씁이 얼마나 중요한지, 특히 젊은이들이 자각을 했으면 싶어요...우리 때는이렇게 깨우쳐주는 지혜로운 분이없었어요...아이가 성장해서 사회에 나가는 과정에 있는데, 엄마의 자세가 얼마나 소중한지 절실히 느낍니다...무슨 고통보다, 자식으로부터 당하는 부모의 고통만한 게 있을까요...그래서 자식을 잘 키워야 합니다...자식을 잘 키워 놓으면 가정이 화목하고, 사회가 성숙하고, 국가가 바르게 발전하겠지요...자살율 1위가 뭡니까!!!...되돌이킬 수 없지만 앞으로 자식을 낳고 사는 사람들은 정말 스님의 이 가르침을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_()_..

2015-10-12 19:08:46

김태연

고맙습니다.....

2015-10-10 08:52:57

정근환

잘 들었읍니다.감사.!!!

2015-10-09 21: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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