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6.10.23 경전반 특강 수련
“부모님에 대해 전혀 감사한 마음이 들지가 않아요.”

 

 

 

 

행복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 행복한 대화는 문경 정토수련원에서 경전반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열렸습니다. 문경 정토수련원이 위치한 뇌정산 곳곳에는 단풍이 울긋불긋 물들고, 감나무에서는 주렁주렁 홍시가 열리고, 코스모스가 바람에 하늘거리며 가을의 운치를 물씬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어제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되고 있는 특강수련 프로그램 중 스님은 오전 6시부터 9시까지 3시간 동안 즉문즉설을 진행하였스빈다. 정토회에서 경전반을 수강하고 있다면 ‘수행자’라고 불리워져도 될 만큼 어느정도 불교 공부를 많이 한 분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님은 수행자가 일반인들과 구별되는 차이점이 무엇인지 강조하며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어떤 괴로움이든 그것은 나의 무지로부터 발생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는 것이 수행적 관점입니다. 괴로움은 나의 무지로부터 일어나니까, 나의 무지만 깨치면 행복할 수 있다고 보는 거예요.

 

 

 

 

‘돈이 없어서 괴롭다’, ‘결혼을 못해서 괴롭다.’ 이렇게 무언가 조건을 탓하는 것은 수행적 관점이 아니라 종교적인 관점입니다. 조건을 탓하게 되면 ‘결혼하게 해주세요’, ‘돈 벌게 해 주세요.’ 이렇게 늘 남에게 의지해야 합니다.

아직도 무엇이든 남을 탓하고 의지하는 마음이 있다면, 나는 아직 수행자가 아닌 종교인에 머물러 있는 겁니다. 부처님에게 의지하면 불교인이라 하고, 하느님에게 의지하면 기독교인이라고 합니다. 옷, 모양, 색깔만 다르지 교회를 다니든 절을 다니든 다 종교인이라고 합니다.

 

어떤 괴로움이든 그것은 나의 무지로부터 일어난 것이라고 자기에게 딱 돌이켜서 자기 해탈로 가는 관점을 가지면 수행자입니다. 항상 그래야만 되는 것은 아니에요. 밖으로 의지하다가도 ‘야. 너 밖으로 의지하고 있다’ 하면 ‘엇, 내가 깜박 놓쳤다' 하고 돌아오는 맛이 있어야 합니다. 계속 남 탓하면 이 사람은 아직 수행자의 관점이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모든 괴로움은 어리석은 마음에서 일어납니다. 그 어리석은 마음을 깨달으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일상적으로는 잘 안 됩니다. 살다보면 자꾸 남 탓을 하게 되는데 탁 돌아오는 맛이 있어야 수행자라고 합니다. 넘어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넘어지면 일어설 줄 알아야합니다.


지금 제 이야기 듣고 찔리는 사람 많죠?”

 

(청중웃음)“네.”

 

 

 

 

“좀 찔려야 돼요. 매일 위로만 해주면 안 돼요. 팍팍 찔러서 피가 좀 나야 정신을 차립니다. 계속 의지해서 살고, 유명한 사람 따라 다니고, 돈 많은 사람 부러워하고, 지위 높은 사람에게 기죽고 살면 자기중심성이 없어집니다.  

 

자, 그러면 여러분들 질문을 한번 받아보겠습니다.”

 

 

한바탕 크게 웃고 난 후 본격적으로 즉문즉설이 시작됐습니다. 경전반 수강생들은 그동안 수업을 들으며 궁금했던 점에 대해 마음껏 스님에게 질문했습니다. 그 중 아무리 감사 기도를 해도 부모님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분의 고민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부모님께 감사기도를 할 때, 이성적으로는 부모님도 힘드셨고, 여러 가지 감사한 일을 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마음으로는 그다지 감사하지 않습니다."

 

“감사하지 않아도 돼요.(청중웃음)

 

 

 

 

부모님께 감사해야 되는 게 아니라 감사한 마음을 내면 누가 기분이 좋아요? 내가 기분이 좋은 거예요. 감사하지 않으면 내가 기분이 안 좋은 거예요. 그러니 질문자는 감사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부모님께 감사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에요.” 

 

 

“감사하지 않는 것은 여전히 제가 옳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옳다는 생각을 해서라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만큼 되지 않아서 그런 겁니다. 아무것도 원하는 것 없이 ‘부모님, 낳아준 것만 해도 감사합니다. 키워준 것만 해도 감사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감사할 일이 천지입니다. 실제로 아이를 낳아서 키워보세요. 손이 많이 갑니다. 야단을 쳤다 하더라도 부모님이 키워주었기 때문에 오늘의 내가 있는 거예요. 스님은 야단치지도 않았지만 질문자를 키워주지도 않았어요. 그러나 부모는 야단은 쳤지만 먹여주었고 공부시켜 주었습니다.

 

부모님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남이라고 생각해보면 이렇게 해주는 사람이 이 세상에 누가 있을까요? 이웃집 누구 부모님과 비교를 하면 부족한 게 사실이라도, 부모님에게 ‘왜 못해줘요? 이것도 못 해주면서 왜 낳았어요.’ 이렇게 이야기하면 부모님 입장에서는 ‘너는 그럼 그 집에 가서 태어나지, 왜 여기서 태어났니?’ 라고 할 수 있는 겁니다.(청중웃음)

 

‘부모는 이렇게 해줘야 한다. 왜 나한텐 이렇게 안 해줄까?’ 라고 하는 것은 질문자의 기대가 높아서 그렇습니다. 기대를 버려야합니다. 기대가 높으면 실망이 크고, 기대가 낮으면 만족이 큽니다. 감사한 마음을 내는 것은 기대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거예요. 

 

예를 들어, 며느리가 못마땅한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만약 며느리가 집을 나가버리면 할머니가 손자를 키워야 하잖아요. 요즘 그런 집들 많아요. 그러니 ‘도망가지 않고 우리 아들이랑 살아주는 것만 해도 고맙다.’ 이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아들하고 한 번 살아봐요. 본인도 아마 살기 힘들 거예요.(청중웃음)

 

시어머니한테 얼마나 잘했느니, 시집살이를 얼마나 잘하고 있느니, 이렇게 따지지 않으면 지금 이대로도 만족할 수 있습니다. 우리 아들하고 살아주는 것만 해도 고맙다고 생각하면 내가 좋은 거예요. 며느리도 착한 사람이 되고, 아들도 효자가 됩니다.

그런데 기대를 하게 되면 ‘자식이 명절에도 오지 않고, 오더라도 당일만 딱 와서 맛있는 것만 먹고 간다’ 라고 하면서 얄미워 죽습니다. 얄미우면 내가 괴로운 거예요.

 

동네에서 며느리 욕하고, 아들 욕하면 자기만 안 좋습니다. 스님이 어디 가서 ‘우리 정토회 회원들은 돈도 안내고 기도도 안한다.’라고 얘기하고 다니면 사람들은 오히려 다 저를 욕을 합니다. 반대로 너무 칭찬하면 자아도취에 빠졌다고 할 거예요.

 

저도 여러분들에게 기대를 해서 ‘왜 깨달음의장 수련에 안 가요?’ 라고 자꾸 하게 되면, 저도 점점 신경질이 날 겁니다. 깨달음의 장에 가지 않았지만 여기 와 준 것만 해도 얼마나 고마워요? 꼭두새벽부터 이렇게 법문 듣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몇 명이나 될까요? 이렇게 웃으면서 듣는 모습을 보면 참 고마운 사람들이에요.(청중웃음)

 

여러분들은 꼭두새벽부터 돈을 준 것도 아닌데 이렇게 법문해 주는 스님이 고맙고, 저는 요즘 같은 시절에 이런 곳에서 침낭 하나 덮고 자고, 눈 비비고 일어나서 법문 들어주는 여러분들이 고맙습니다.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에 몇 명 있을까요? 이렇게 생각하면 모두가 고마운 사람이에요. 

 

그런데 경상도 사람들은 고맙다는 표현을 조금 이상하게 합니다. ‘니 왜 왔노’ 라고 그래요. 너무 반갑다는 뜻이에요. 저는 해외에서 누가 찾아오면 너무 반가워서 ‘비행기 값 아까운데 왜 왔노. 돈이 썩나.’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게 반갑다는 말이에요.”(청중 웃음)

 

 

“평소에도 원망하는 마음이 자주 올라오는데, 감사하는 마음을 내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감사하는 방법을 찾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감사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감사하지 않으니까 방법을 찾습니다. 방법을 찾지 말고, 감사하지 않으면 감사 기도를 안 하면 됩니다. 일어나기 싫으면 자면 되듯이요. 대신 과보가 따릅니다. 과보를 기꺼이 받으면 돼요. 그런데 부모를 미워하는데 행복할 수가 있을까요?”

 

 

“아니요.” 

 

 

“이런 분들은 본인이 직접 아이를 키워봐야 해요. 아이를 키워보면 잔손질이 많이 갑니다. 조그만 아이가 말도 정말 안 듣습니다. 그러면 ‘아이고, 엄마가 나 때문에 마음고생 했겠구나.’ 하고 저절로 느껴져요. 

 

만약에 질문자가 결혼을 안 했으면,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서 고생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이야기 한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만약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도 이렇게 부모를 미워한다면, 고생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고생을 안 하려면 ‘낳아준 것만 해도 고맙습니다.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생각해야 됩니다. 기대를 하지 마세요. 자꾸 기대를 하니까 불만이 생기는 거예요. 

 

 

 

 

부모도 자식한테 ‘아이고, 안 죽고 산 것만 해도 고맙다.’ 라고 생각해보세요. 자식이 죽으면 얼마나 가슴 아픈지 아세요? 부모가 죽으면 산에 가서 묻는데,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하잖아요. ‘안 죽고 살아있는 것만 해도 고맙다. 학교 다녀주는 것만 해도 고맙다.’ 이렇게 생각하면 늘 웃으면서 대할 수 있습니다. ‘내가 이렇게 고생해서 지원해 주는데 1등도 못한다.’ 이러면 늘 볼 때 마다 신경질 내게 됩니다. 

 

어떻게 살 것인지는 질문자가 선택해서 사세요. 괴로운 게 좋은 사람은 괴로워하면서 살면 됩니다.”(청중웃음)

 

 

 

 

스님의 답변에 청중들은 연이어 큰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스님은 길을 보여주고 그에 따른 과보를 알려줄 뿐 선택은 본인이 해야 한다는 점이 명쾌하게 다가왔습니다. 

 

스님은 약 15개의 질문에 대해 쉼없이 답변을 이어갔습니다. 모든 질문에 대해 답변을 마치니 어느덧 3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1년 동안 수업을 듣다보면 권태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하면서 지금 여기에 깨어있는 수행을 해볼 것을 당부하며 강연을 마쳤습니다. 

 

“불교대학 수강생은 중간에 그만둘 확률이 높고, 경전반 학생들은 권태기가 찾아올 확률이 높아요. 권태기가 온다는 것을 알고 잘 극복해 나가야 합니다. 

 

경전반은 깨달음의장을 처음 다녀왔을 때처럼 짜릿하지 않습니다.(청중웃음)

 

그것은 ‘쾌락’이지 ‘열반’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은 그런 마약 같은 걸 너무 추구하면 안 돼요. 명상수련 할 때도 항상 지금에 깨어 있어야 하는데, 좋은 기분을 한번 느끼고 나면 다음 시간에 ‘이렇게 했었나? 저렇게 했었나?’ 합니다.(청중웃음)


그건 지나간 과거에 집착하는 거예요. ‘락’에 집착 하는 겁니다. 이렇든 저렇든 ‘고’와 ‘락’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고 항상 지금 여기에 깨어 있어야 하는 거예요. 다 흘러가는 겁니다. 

 

어제 저녁에 좋은 꿈을 꿔도 눈 뜨면 꿈이고, 나쁜 꿈을 꿔도 눈뜨면 꿈입니다. 꿈 속에서는 좋은 꿈, 나쁜 꿈이 굉장히 차이가 있지만 눈뜨고 나면 꿈일 뿐이예요. 어떤 꿈에서 깨었을 때 다시 꿈으로 돌아가지 않으려고 할까요? 나쁜 꿈은 꿈 속에서는 나쁘지만 눈 뜨면 또 꾸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좋은 꿈은 눈 뜨고도 또 그 여자가 그 남자가 그리워서 눈감고 또 그 꿈을 꾸려고 해요.(청중웃음)

 

 

 

 

그래서 좋은 조건에 있는 사람이 오히려 수행이 더딘 경우가 있습니다. 너무 악조건에 있어도 수행하기 어렵지만 너무 좋은 조건에 있어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천상에 있으면 좋은 꿈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수행하기 어려워요. 

 

지금 여러분들이 딱 적당한 거예요. 여기에 재벌, 인기 연예인, 높은 관직에 있는 사람 없죠? 그 사람들은 대중과 같이 잠자고 밥 먹고 이런 걸 못 합니다. 오지 말라고 해서 안 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는 특별해서 스님한테 과외 받으려고 해요.(청중웃음) 저는 그런 과외는 안 합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이렇게 적당한 조건에 있기 때문에 수행을 배울 수 있는 거예요. 천상도 아니고 지옥도 아니고 적당하기 때문에 이 좋은 법은 만날 수 있는 거예요. 아마도 여러분들은 전생에 복을 많이 지었기 때문에 이렇게 태어난 것 같아요. 전생에 죄를 많이 지으면 재벌로 태어났을텐데 말입니다. 나날이 행복하시기 바랍니다.”(모두 웃음)

 

 

경전반 수강생들은 기쁜 마음이 되어 큰 박수로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했습니다. 

 

 

 

 

 

 

오전 9시에 강연을 마친 스님은 이후 10시부터 저녁 늦게까지 하루 종일 정토회 결사행자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내일은 지적장애인거주시설 애광원 식구들과 서남사와 순천만 국가정원으로 가을소풍 봉사활동을 다녀올 예정입니다. 

 

법륜 스님의 행복한 대화, 행복한 사람이 가득 할 때까지 이어집니다.

 

그럼, 다음 지역에서 만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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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오늘이 행복하면 내일도 행복하고

나날이 행복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순간 행복해 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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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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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사

고맙습니다_()_

2016-10-28 19:10:52

밝은 마음

지금 내 조건이 수행하고 공부하기 딱 좋은 조건이라는 말씀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항상 주어진 조건에 감사하는 마음을 내며 살겠습니다.

2016-10-25 15:35:48

조수진

좋은법문 감사합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2016-10-25 14: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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