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6.12.13. 즉문즉설
“아기가 태어난 후 생활이 어려워지면 어떡하죠?” 법륜스님의 답변

행복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모든 것이 변하고 있습니다. 예쁘게 물들었던 잎들은 모두 자취를 감추고 빈 가지에는 찬바람 만 나부낍니다. 자연이 그렇듯, 지금 이 순간 생을 마감하는 이도, 새로 생을 맞이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오늘은 새로 태어날 아이를 기다리는 예비 엄마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드립니다.

“내년 2월 출산을 앞둔 예비 엄마입니다. 임신을 해서도 꾸준히 일을 하고 싶었지만 심한 입덧으로 일을 관두고 현재 태교에만 전념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현재 고정된 직장은 없지만 어디서든지 열심히 일하고 배우며 창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와 맞벌이 할 때는 최대한 아껴가며 즐겁게 살았는데요. 아기가 태어난 후에도 현명하게 잘 대처할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신랑과 아기와 셋이 행복하게 잘 살고 싶습니다.

스님 말씀대로 저는 세 살까지 아기 곁에 있고 싶지만 남편이 창업하고 자리 잡을 때까지 제가 잘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앞으로 생활고를 겪으면서 마음이 지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몇 살이에요?”

“서른 한 살입니다.”

“결혼한 지 몇 년 됐어요?”

“2년 됐어요.”

“2년이요. 질문자의 어머니는 몇 살에 결혼하셨는지 알아요?”

“스물일곱에 결혼하셨다고 들었어요.”

“질문자보다 어릴 때 결혼하셨네요. 지금 본인이 사는 게 힘들까요? 어머니가 결혼해서 살았을 때가 더 힘드셨을까요?”

“어머니가 더 힘드셨겠지요.”

“질문자는 형제가 몇이에요?”

“둘이요.”

“어머니는 질문자보다 어릴 때 이미 둘이나 키우면서도 잘 사셨어요. 질문자는 그 때 어머니보다 나이도 많고 아이도 하나만 키우면 됩니다. 그런 어머니의 딸인데, 질문자가 못할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 질문자가 어머니보다 공부를 적게 했어요? 어머니보다 IQ가 낮아요?”

“(웃음) 아니요.”

“지금 걱정할 게 아무것도 없어요. 질문자가 아직 아이를 안 낳았기 때문에 ‘아이를 낳으면 어떡해야 할까?’ 걱정하는 것뿐입니다. 모성애는 아기를 낳기 전에는 없다가 아기를 낳고 나면 저절로 생깁니다. 아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앞으로 힘들면 항상 ‘쥐도, 개도, 다람쥐도 새끼 낳아 잘 키우는데 하물며 사람이 자기 자식도 못 키우겠어? 걱정 없다. 우리 엄마도 다 잘했는데 내가 왜 못하겠어?’ 하고 마음을 다잡아 보세요. 30년 전, 50년 전에도 애 낳아 키웠습니다. 심지어 한국 전쟁 때 피난 다니면서도 아이를 낳고 키웠어요. 질문자가 못 키울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 옆 사람과 자꾸 비교하면서 ‘저 사람은 집이 좋고, 저 사람은 직장이 좋고’ 이렇게 생각하니까 걱정이 되는 거예요.

아기를 낳으면 최소한 3년은 엄마가 키워야 합니다. 그 시기에 아기를 두고 밖에 나가면 아기는 심리적으로 불안함을 느끼게 됩니다. 엄마가 편안한 마음으로 아기를 대해야 아기도 편안한 마음이 심성의 바탕을 이룰 수 있습니다. 여자는 연약한 존재일지 몰라도 엄마는 아기에 대한 보호본능이 있기 때문에 자기 아기를 위해서는 강해집니다.

어머니 덕분에 우리가 다 이렇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고 사람이 되는 거예요. 엄마가 자꾸 걱정을 하면 아이의 정신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엄마가 자신감을 가지고 생활하면 아이는 저절로 잘 자랍니다.

요즘 아이들이 부모의 사랑을 못 받고 자랐다고 불평하는데, 사랑으로 따지면 나이든 세대가 더 사랑을 못 받았다고 할 수 있지요. 예전 세대는 부모에게 두드려 맞기만 했지요. 그 때는 부모가 자기만 편하게 살고자 자식을 못살게 군 게 아니었어요. 부모도 사는 게 힘들어서 자식한테 야단치게 된 거라 자식들에게 큰 상처가 안 됐습니다.

반면 요즘 아이들은 부모가 애지중지하고 키웠는데도 상처를 입는 이유가 뭘까요? 부모가 자기 편함을 찾아 아이에게 소홀하거나 짜증을 내기 때문이에요.

엄마가 당당하면 가난해도 아이에게 열등의식이 안 생겨요. 엄마가 자꾸 위축되고 조마조마 하면 아이에게 열등의식이 생기게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예비 엄마는 자신이 생긴 듯 씩씩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함께 듣던 청중들도 예비 엄마와 뱃속의 아기를 박수로 응원하는 듯 했습니다.

“사는 게 많이 힘드시죠? 출산을 앞둔 질문자가 걱정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현재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많이 힘들어요. 이 문제는 국가 재정을 어디에 쓸 건지만 잘 결정해도 어느 정도는 해결 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에 24조원을 썼습니다. 지금 그 사업을 관리하는 데만 매년 4천억 원 이상 든다고 해요.

이런 것을 보면 우리가 어떤 정부를 선택하고, 정부의 정책을 어떻게 감독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올해 우리나라 예산이 400조 원이에요. 국회에서 9월부터 12월까지 예산을 감독합니다. 국회의원들이 기한을 넘겨 가면서까지 애써서 감독해도 정부의 예산안에서 1퍼센트를 채 못 바꾼다고 합니다. 1퍼센트면 4조 원인데 힘들게 감시해도 2,3조 원 밖에 수정할 수 없다는 거죠. 즉, 아무리 국회에서 감시한다 해도 정부에 의해 거의 다 정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아이는 누구나 다 행복하게 자랄 권리가 있습니다. 엄마로부터 사랑받고, 정부로부터 좋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정부이며, 그 정부를 결정하는 것은 국민입니다. 여러분이 투표할 때 권리행사를 제대로 못하니까 이런 어려움을 겪는 거예요. 앞으로는 우리가 투표를 잘해야 하지 않을까요?”

시민들이 밝힌 촛불의 힘이 새로운 희망을 만들고 있습니다. 모든 엄마들이 걱정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도 함께 꿈꿔봅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전체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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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부터

400조원의 예산이 보육지원에 쓰인다면 양육수당도 늘리고 공립어린이집도 늘리고 보육교사의 처우도 개선 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2016-12-21 09:54:53

이기사

감사합니다_()_

2016-12-16 15:00:29

오흥란

좋은말씀감사합니다.

2016-12-15 11:3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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