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6.12.15 평화· 여성리더쉽 아카데미 송년회
“탄핵 가결 이후에도 혼란이 가중되니, 가슴이 답답합니다.” 법륜스님의 답변

행복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서울 서초동 건축사회관에서 평화재단 평화리더십아카데미?여성리더십아카데미 동문회 송년회가 열렸습니다. 평화리더십아카데미는 올해 14기와 15기를 배출했고, 여성리더십아카데미 7기까지 포함해 총 동문수가 700여 명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평화재단을 통해 이렇게 하나의 식구가 된 동문들은 매년 12월 송년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격려사만 했던 예년과는 달리 올해는 동문들이 특별히 즉문즉설을 요청했습니다. 올 한해는 격려사로만 정리하기에는 참 다사다난했기 때문이겠지요. 지난 9일에는 국민이 든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습니다. 스님은 “격동의 한해가 지난 지금은 마치 봄을 기다리는 겨울 같다” 며 “밤이 깊으면 새벽이 가깝다”고 강조하면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동문들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촛불 이후 정국의 방향에 대한 묻는 질문이 많았습니다.

“최근 촛불 집회를 성공한 시민혁명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지금 저는 성공한 기쁨을 별로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몇 개월 간은 더 길거리로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고요.

탄핵소추안은 가결이 되어서 헌법재판소에서 결론이 나겠지만, 그 결론도 1월에 날지 3월에 날지 예상할 수 없고, 매일 열리는 청문회와 특검에서도 부끄러운 얘기들이 쏟아지고 있고요. 새누리당은 친박과 비박으로 나뉘어서 세력 싸움만 하고 있고, 정신 차려야 할 야당은 대권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아 보여요. 저는 대한민국이 통일코리아로 나아갔으면 좋겠는데, 이 혼란스러운 상태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암담합니다.”

“박근혜정부의 국정 농단은 국민의 촛불로 일단 극복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 최종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고비는 넘긴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남은 일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가야 합니다.

1. 제일 중요한 문제는 국정의 안정입니다.

먼저 제일 중요한 문제는 ‘국정의 안정’입니다. 국정을 안정시키기 위해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외교, 안보 문제입니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등장하면서 미·중간의 갈등이 더 첨예화될 가능성이 높고, 남북 간의 갈등도 더 고조될 수 있습니다.

한반도에 사는 우리가 한반도 문제의 주인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 주인 노릇을 전혀 못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미국, 중국, 북한의 행동에 따라 늘 소극적으로 방어만 해왔습니다. 한국이 주도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서로 다른 요구를 어떻게 조율하고, 북한의 행동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은 없거나 있다고 해도 아주 미미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한반도의 주인이자 당사자로서의 주도권을 놓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빠른 시일 내에 분명히 정립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끌려갈 것입니다.

두 번째 중요한 문제는 지금 한국 경제상황이 굉장히 불투명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서민경제는 폭락 직전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정부는 국민과 기업가가 신뢰하고 안심할 수 있는 경제정책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보여줘야 합니다.

우리는 이 두 가지를 누구에게 요구해야 할까요? 국민이 주권을 위임한 기관은 두 곳입니다. 하나가 대통령이고, 다른 하나는 국회입니다. 지금 탄핵으로 대통령의 직무수행이 중단되고, 총리에 의해 운영되는 임시 행정부는 국민이 권력을 위임한 사람들이 아니라 탄핵받은 대통령으로부터 임명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국민이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곳은 이제 국회밖에 없습니다.

국회는 여야를 불문하고 국가의 위기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국회를 한번 보세요. 새누리당이 국정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있다고 보이나요? 국정을 농단하고 국민으로부터 탄핵을 당한 대통령을 옹호하는 것이 국민에게 권리를 위임받은 국회의원이 해야 할 일인가요? 그것은 개인적인 의리일 뿐입니다. 한 인간으로서 개인 의리를 지키는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국회의원의 권리는 국민이 위임한 권리이지, 대통령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리가 아닙니다.

저는 특히 친박계 국회의원들이 보이는 이런 모습은 정치인인데도 정치를 전혀 모른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봅니다.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리를 행사하는 공인이라는 사실을 전혀 자각하지 못하고 있어요. 정치인들은 자기들의 권한을 어디로부터 위임받았는지를 자각해야 해요. 저는 이 부분이 충분히 지적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에 대한 의리를 지키고 싶으면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자연인으로써 대통령에 대한 의리를 지킨다면 좋은 사람으로 평가 받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대통령을 탄핵하듯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사적으로 행사하는 국회의원들도 탄핵해야 해요. 문제는 우리 헌법에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국회의원들은 탄핵할 수 있는 수단이 전혀 없어요. 헌법에 이런 맹점이 많습니다. 우리는 이런 헌법의 맹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개정을 요구해야 합니다.

여당은 그렇다 치고 야당이라도 잘해야 할 텐데, 어때요? 국민의 힘에 의해서 변화가 왔지, 야당이 잘 해서 변화가 온 것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지금 야당의 관심사는 ‘다음 정권을 내가 잡을 거냐, 네가 잡을 거냐’ 하는 것에 관심이 가 있는데, 이것은 야당 역시 국정을 맡을 책임의식이 부재하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지금은 ‘어떻게 촛불 든 국민의 여망을 받아서 국정을 빨리 안정시킬 것인가? 다시는 이런 국정 농단이 재발하지 않도록 어떻게 새로운 시스템으로 바꿀 것인가?’ 이런 논의를 해야 해요. 이대로 가면 결국은 정치권마저도, 즉 국회마저도 국민의 저항에 부딪혀 해산 대상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어요.

다시 말씀드리면 제일 먼저 국정을 안정시켜야 합니다. 여야가, 특히 야당이 이제는 더 큰 책임의식을 가지고 국정을 안정시키는 게 필요합니다. 대통령을 탄핵했는데 대통령의 아바타 역할을 하던 현재의 내각이 국정교과서, 사드(THAAD) 배치 등 국론이 분열되어 쟁점이 되었던 온갖 문제에 권한을 행사하려고 하는데, 지금의 국정 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동의 없이 그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안들을 무조건 폐기하라는 게 아닙니다. 국민의 여론이 나뉘는 사안은 여론 통합이 이루어 질 때 까지 일단 좀 미뤄야 한다는 거예요. 지금 이런 문제들이 방치되고 있습니다.

2. 제왕적 대통령제, 이대로 둬도 괜찮을까요?

그럼 탄핵이 된 뒤에 지금의 시스템으로 다음 정부를 다시 구성해도 괜찮을까요? 1월 말에 탄핵되면 3월 말에 조기 선거가, 3월에 탄핵되면 5월에 조기 선거가 이루어질 텐데, 그 때도 이 시스템으로 계속 갈 거냐는 겁니다. 지난 30년을 돌아보면 6명의 대통령이 다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그렇다고 이 6명의 인격이 모두 문제라고 하긴 어렵습니다. 물론 인격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이건 제도에도 문제가 좀 있지 않느냐는 거예요. ‘바쁠수록 천천히 가라’는 말도 있듯 아무리 조기 선거가 닥치더라도 이 문제에 대해 최소한의 개선이라도 하고 가야 하지 않을까요.

박근혜 대통령도 자기는 대통령이 되면 잘 할 줄 알았는데 해보니 이런 어려운 문제가 생기니까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이 됐냐’ 라고 했잖아요.(모두 웃음) 지금 대선 후보들도 자기가 하면 잘 할 거라고 주장해요. 그러나 3년 후에 또 이런 제2의 박근혜를 우리가 보지 않으려면 지금의 시스템에 최소한의 보완은 되어 있어야 합니다.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대통령이 잘못 행사했기 때문에 국민이 다시 돌려달라고 했는데도 쉽게 돌려받을 수 없었습니다. 국민의 93퍼센트가 반대하는데도 쉽게 돌려받을 수 없었잖아요. 그래서 첫째, 국민에게 국민소환권이 주어져야 합니다. 최소한 이것은 보완이 돼야 해요. 또 지금 우리가 국회의 저런 안 좋은 모습을 보고도 속수무책이잖아요. 그러니 국회의원들에 대해서 국민소환권이 있어야 합니다. 다른 것보다 우선 이것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 첫째입니다.

둘째, 헌법 개정이 좀 쉬워져야 합니다. 과거에는 헌법 개정의 폐해가 컸기 때문에 헌법 개정을 너무 어렵게 해놓았어요. 전체 국회의원 300명 중 3분의 2인 200명의 지지를 받아야 헌법 개정이 가능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앞으로도 헌법 개정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지금도 이렇게 반반 나뉘어 싸우는데 무슨 재주로 200명의 지지를 받겠어요? 이번처럼 탄핵이 통과된 국면은 다시 오기 어렵습니다.

적어도 전체 국회의원의 60퍼센트인 180명이 지지하면 헌법을 고칠 수 있도록 연성 헌법으로 바꾸는 게 필요합니다. 그래야 다음 정부가 들어서면 필요한 부분에 대한 헌법 개정을 할 수 있어요. 지금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들도 ‘자기가 당선되고 나면 헌법 개정을 하겠다’ 고 하는데, 그걸 어떻게 믿어요? 이번에는 적어도 헌법 개정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해두어야 합니다.

어떤 분은 ‘다음 정부는 무조건 1년 안에 개헌을 하지 않으면 대통령 권한 정지가 되도록’ 라고 헌법 부칙에 못박아놔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부칙이라도 있어야 헌법 개정이 확실해진다는 거죠. 그렇게까지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헌법 개정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헌법 개정을 쉽게 할 수 있는 보완 조치를 지금 해둬야 해요.

또한 현 대통령은 국무총리뿐만 아니라 국정원장, 감사원장, 검찰총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등 우리나라의 주요 공직의 임명권을 전부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누구도 대통령의 권한을 견제할 수가 없습니다. 내각제나 대통령제를 떠나서 최소한 대통령을 감시할 수 있는 안전 장치 또한 마련해 놓아야 합니다. 주요 공직을 전부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은 일부 수정해야 하지 않겠어요? 이렇게 제왕적인 대통령제를 그대로 두고 다음 대통령을 뽑게 하고선 그 사람의 됨됨이를 믿으라고 하면, 우리가 과연 믿을 수 있을까요? 그러니 대통령을 감시하는 기능을 헌법에 보완해야 합니다.

우리가 좀 더 할 수 있다면, 권력이 너무 중앙에 집중되어 있으니까 지방분권을 강화해야 합니다. 또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권한이 집중되어 있으니까 그 권한을 내각으로 좀 위임하자고 할 수 있어요. 이 문제는 권력구조의 변화에 대한 것이니까 여기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어요. 그래서 지금 당장은 못 할 수도 있습니다.

3.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쉽게 돌려받을 수 있어야

적어도 촛불 민심은 반영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아무리 못 하더라도 헌법에 국민소환권은 확실히 들어가야 하고, 헌법 개정이 좀 쉬워져야 하고, 대통령 감시 기능은 들어가야 해요. 이 정도는 아무리 바빠도 개정하려고 하면 며칠 만에 할 수도 있어요.

이 정도라도 해놓고 새로운 대통령 선거를 해야 안심이 될 겁니다. 각 정치인들의 유·불리는 모르겠지만, 국민의 입장에서는 정치인들이 잘못했을 때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쉽게 돌려받을 수 있을 정도의 장치는 필요하잖아요. 저는 이것이 선거 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이고, 또 통일로 나아갈 기초를 닦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 박수)

촛불 민심을 강조하는 대목에서 질문자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질문자와 청중 모두가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모습이었습니다. 나라와 국민을 걱정하는 마음이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길을 알려 준 스님에게 큰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12월 9일을 기점으로 민주의 봄이 턱밑에 왔습니다. 웃으면서 가야 오래 갈 수 있습니다. 웃으면서 가볍게 해보면 좋겠습니다.” 라고 청중들을 격려하며 강연을 마무리 했습니다.

오늘 송년회는 동문들의 색소폰 연주, 노래, 난타공연 등 다양한 공연으로 분위기가 한껏 흥겨웠습니다. 14기 동문들은 재치 있게 개사한 노래로 큰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실망 분노 넘어서서 시민혁명 완수하고
국민주권 회복하여 정의사회 살아보세”

다양한 끼와 재능을 발산하는 동문들에게 스님도 환한 웃음과 박수로 함께 했습니다. 평화리더십아카데미 동문들은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다지며 다함께 손에 손을 잡기도 하고, 올 한 해 수고한 자신과 동문들을 위해 박수도 쳐주면서 흥겹게 송년회의 마지막 순간을 즐겼습니다.

이렇게 송년회를 모두 마치고 다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2017년에는 촛불이 만든 변화위에 평화 통일의 길을 더 힘차게 만들어갈 것을 다짐했습니다.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혼란스런 정국을 보며 마음이 불안하셨던 분들 많으셨죠? 오늘 이 글을 읽고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셨길 바랍니다. 글을 읽고 난 소감은 댓글로 남겨주세요.^^

그럼, 행복한 하루되시기 바랍니다.

내일(16일) 저녁 8시, 법륜스님의 LIVE 방송을 페이스북, 유투브, 카카오 TV 로 만나실 수 있습니다. 많은 시청 바랍니다.
▲ 내일(16일) 저녁 8시, 법륜스님의 LIVE 방송을 페이스북, 유투브, 카카오 TV 로 만나실 수 있습니다. 많은 시청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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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양행

개헌은 필요하지만 언제 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지금 개헌논의는 부패한 기득권 세력이 계속 유지되는데 이용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2016-12-19 08:27:36

^^^^

자격없는 탄핵정부의 총리부터 바꿨음 좋겠네요..
스님말씀처럼,지방분권까지는 못하드래도 기본적인 대통령과 국회에 대한 국민소환권,대통령 감시기능 같은 것은 지금 미리 갖춰 두어야 하는게 맞는거같습니다..날짜 , 뒤 플래카드 날짜는 12월14일입니다~

2016-12-19 05:05:03

이기사

고맙습니다_()_

2016-12-17 17:5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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