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는 정말 다사다난 했던 격동의 한해였습니다.

연초부터 박근혜 정부의 권력 횡포가 일반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공천 과정에서 난무했고, 이를 지켜본 국민들은 4월 13일 총선에서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여당을 심판하여 여소야대를 이루어 냈습니다. 그 정도면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이 정신을 차릴 줄 알았는데, 국민의 예상을 뒤엎고 전혀 반성 없이 다시 권력의 광풍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고 하듯이 그 권력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10월 말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실이 밝혀지면서 분노한 국민들은 촛불의 힘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라는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래서 한해의 마무리도 이렇게 뜻 깊게 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지금 일어나는 이런 급격한 변화를 지켜보면서 ‘우리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이며, 우리는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은가’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다시 하게 됩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1919년 3.1독립운동으로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고 10여 년이 지난 1919년 3월 1일,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자 전국 방방 곳곳에서는 대한독립만세 운동이 요원의 불길처럼 일어났습니다. 나라를 빼앗기고 실의에 빠져 있던 민족 지도자들은 3·1운동으로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됐습니다.

당시 선조들이 처음으로 가진 희망은 ‘대한제국의 부흥’이었습니다. 일본 제국주의를 몰아내고 잃어버린 대한제국을 다시 회복하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의 희망과는 달리 나라를 빼앗기고 10여 년이 지나는 동안 대한제국의 주인이라는 왕은 물론이고 조선왕조의 관료들조차 그 누구도 독립운동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독립을 외친 것은 나라로부터 핍박받던 백성들이었습니다. 그들이 너도 나도 일어나서 나라의 독립을 부르짖는 만세운동에 참여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대한제국 부흥은 맞지 않다. 나라를 되찾기 위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 왕이 왜 또 새로운 나라의 주인이 되어야 하는가? 우리는 단지 일본으로부터 독립하는 데 머물 게 아니라 새로운 나라를 건설해야 한다. 그 새로운 나라의 주인은 나라를 되찾겠다고 나선 민(民)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라 이름을 대한제국(大韓帝國)에서 대한민국(大韓民國)으로 정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했습니다. 이것은 획기적인 전환입니다. ‘대한제국 부흥운동’이 아니라 ‘대한민국 수립운동’이 바로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입니다. 미국 사람들에게 미국의 건국이념이 있듯이 우리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은 ‘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 그리고 ‘외세로부터 독립된 나라’를 이루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1945년 2차 세계대전의 종전으로 외세로부터의 독립은 할 수 있었지만, 결국 남북이 분단되고 말았습니다. 3.1운동 당시 우리 선조들이 꿈꾸었던 것은 온전한 대한민국의 독립이었지, 반쪽의 독립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을 따른다면, 가장 먼저 추구해야할 것은 나라의 평화적 통일입니다. 반쪽의 독립은 온전한 독립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또 한 가지, 헌법 전문과 1조에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은 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이루는 것이라고 되어 있지만, 아직까지도 민이 주인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독립이 된 후 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것을 첫 번째로 보여준 것이 4.19 혁명이었습니다. 그러나 5.16 군사 쿠데타로 민은 주인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1980년 ‘민주화의 봄’을 맞으며 다시 민이 주인임을 보였지만, 전두환의 ‘광주민주항쟁 진압’으로 다시 숨죽이게 되었고, 1987년에 ‘6월 민주항쟁’을 통해서 다시 민이 주인임을 보였습니다.

최근 10여 년을 돌아보면 어떻습니까? 또다시 국민이 나라의 주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국민이 주권을 위임한 권력자에게 억압받고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이번 ‘촛불혁명’을 통해서 다시 국민이 주인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으로 시작하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사상은 ‘민주주의의 발전과 조국의 평화적 통일’입니다. 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 그리고 평화적 통일을 이루는 것, 이것이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입니다.

그것을 헌법 제1조에 이렇게 명시해 두었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러므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우리가 바로 나라의 주인임을 자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권리를 행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또한 마땅히 그 책임도 질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너무나 오랫동안 왕이 주인인 나라에 살았던 과거의 관습이 몸과 마음에 깊이 배어있습니다. 우리의 선조들이 ‘민이 주인인 나라’를 건국이념으로 대한민국을 세웠고, 많은 선배들이 민주화의 역사를 만들어냈지만, 우리들은 그런 주권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 촛불혁명에서 정말로 민이 주인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기에만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다시는 국민의 주권을 장롱 깊숙이 넣어 두고 권력을 위임한 자의 노예로 살아서는 안 됩니다.

오늘 촛불의 열기를 모아서 정말 민이 주인이 되는 민주 정부를 구성하고, 통일 코리아를 완성합시다.

겨울이 아무리 길어도 봄은 오고, 밤이 깊을수록 새벽은 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