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대의원회의 둘째 날
봄맞이 합니다

새벽 5시,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는 산 속에 목탁소리가 울렸습니다. 정토수련원 대중들은 여래원 대웅전에서, 대의원회의에 참가한 150여 명의 정토회 대의원은 대수련장에서 예불과 천일결사기도로 하루를 시작하였습니다. 이후 한 시간 가량 휴식한 뒤에 어제에 이어 9차년 사업 방향, 목표와 사업 계획에 따른 변경되는 예산들을 논의하는 자리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법륜 스님은 대의원들이 충분히 논의 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고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농암면 궁기리, 연천리 계곡을 산책 겸 답사하기로 하였습니다. 차로 20여 분 달리는 동안 스님은 지도를 살펴보며 “이쪽 골짜기는 참 깊겠네. 이쪽 골짜기로 한 번 가보자.” 라며 먼저 궁기리의 한 골짜기를 찾아보기로 하였습니다.

차에서 내려 10여 분간 완만한 산길을 따라 올라가자 오른쪽으로 바위 골짜기에 맑은 물이 흘렀습니다. 산길을 따라 올라가자 계곡길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여긴 물이 많네. 맑고 깨끗하기도 하고. 이 정도면 산책길로 괜찮구나. 어르신들 다니기도 어렵지 않고.”

스님은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서 평소에 늘 이야기하던 교육용 연수원이 필요하다는 것과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 돌아가시기 전에 장 담그는 법을 잘 배워서 건강한 먹거리를 공동체 내에서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 하였습니다.

“할 일이 참 많지. 평생 해도 다 못할 정도로 일이 많아. 그런데 그런 일을 할 일 없이 해야해!”

20여 분을 따라 올라가다 다시 내려와서 다른 골짜기로 올라가보기로 하였습니다. 응달인 곳은 얼음이 녹지 않아 길이 미끄러워 조심조심 올라가다 내려왔습니다. 이번엔 연천리로 가보기로 하였습니다. 연천리는 궁기리보다 꽤 먼 곳까지 길이 닦여 있었습니다. 차를 달려 10여분을 가다 보니 밭마다 비료를 쌓아 두고 농기계를 댄 곳이 많이 보였습니다. 밭도 갈아엎어두고 흙도 섞으려는지 한 쪽에 흙을 잔뜩 쌓아둔 곳도 보였습니다.

“다들 봄 농사 준비를 하고 있구나. 우리도 얼른 농사 준비를 해야지. 퇴비도 뿌려야하고. 그러려면 산에 가서 부엽토도 가져와야지. 농기구도 더 필요하다.”

두북 농사일 생각에 스님은 닭 똥, 소 똥, 퇴비를 물어보고 기계식 농기구도 작은 것으로 빌릴 수 있을지 알아보자 하였습니다. 아마 곧 두북으로 내려가야 할 것 같습니다. 봄 농사 준비는 시기를 놓치면 안 되니까요.

다음 회의 시간에 맞춰 참석하기 위해 차를 달려 수련원으로 올라왔습니다. 한 낮 햇살에 얼었던 땅이 녹느라 길이 추적추적 하였습니다. 스님은 명상원 내려가는 길 중간쯤을 가리키며

“저기는 응달인가보다. 소나무 숲에 그늘이 져서 저기만 저렇게 얼어서 녹지 않네.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데 위험하겠어.”

드나드는 사람이 많은 수련원이라 스님은 사람들이 미끄러져 넘어질까봐 염려를 하였습니다.

대수련장에 들어서니 각 부서별 사업보고와 질의응답 시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사업 보고와 질문 내용을 들은 후 추가해야 할 몇 가지 내용을 짚어주었습니다. 휴식시간이 되자, 11기 행자대학원생 중 인도 학기를 마친 두 명이 스님께 인사를 드리러 왔습니다. 삼배를 올리는 두 사람에게 수고했다 격려하고 이후 진행될 학기 내용에 대해서도 잠깐 이야기 나누기도 하였습니다.

휴식 시간이 끝나고 다시 대수련장에서는 회의가 계속되었습니다.

대수련장 신발장 신발들이 꽉 찼다가 휴식 시간이면 줄어들었다가 다시 공양 시간이면 꽉 찼다가 줄었다가를 반복하며 밤이 깊어갔습니다. 응달이라는 뇌정산 자락에도 봄기운이 돌고 앞으로 보이는 모래실 골짜기도 봄기운이 깊어 가는데 정토행자들은 오늘만큼은 대의원회의를 하느라 대수련장에 꽁꽁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함께 만드는 사람들
임혜진 심규선 정란희 손명희 조태준

전체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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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선

하늘의 빛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하듯이, 마음의 빛이 우리에게 아름다움과 희망을 주는군요..._()_...!

2017-03-03 13:04:04

누리

완전 정치를 하는구먼유

2017-03-02 11:52:30

보현행

글써주시는 분의 따뜻한 마음씨가 전해져서 제 마음도 따뜻해집니다. 고맙습니다.

2017-02-28 23: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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