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행복캠프 (대전 KT 연수원)
행복학교, 내 맘을 흔들다

스님은 아침 7시 반, 대전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아침에는 여전히 쌀쌀한 기운이 있지만 전에 비해서 훨씬 정도가 다릅니다. 오늘은 토요일, 주말입니다. 스님의 일정 속에는 월요일도 금요일도 토요일도 없습니다. 다만 고속도로가 막히는지, 덜 막히는 지에 따라 요일을 인지하는 것뿐입니다. 10시 반 행사라 일찌감치 나섰는데도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것 같아 알고 보니 토요일이라 차가 조금 막혔던 것입니다.

10시 조금 넘어서 대전 kt연수원에 도착하였습니다. 일찍 도착한 참가자들이 로비에서 접수하고 있었습니다. 스님을 보자 사람들이 함박웃음으로 “안녕하세요, 스님!” 합니다. 봄날같이 화사한 모습입니다.

오늘 행사는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행복학교 학생들을 위한 것입니다. 나이도 지위도 종교도 상관없이 오직 행복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법륜 스님의 마음공부 영상을 4주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진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4주 프로그램을 다 마친 학생도 있고, 이제 갗 1주 프로그램에 다녀와서 행복캠프에 오게 된 분도 계신다고 하였습니다.

10시 반이 되자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봄봄봄’ 노래에 행복학교 학생들의 모습을 뮤직비디오처럼 담아서 시작부터 학생들이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즐겁게 노래를 따라 불렀습니다.

‘행복학교 내 맘을 흔들다’는 순서에서는 두 사람의 토크 손님과 한 사람의 진행자가 나와서 행복학교에 다니면서의 자기변화를 같이 이야기 나누는 방식이었습니다.

사회복지사 남자 한 분과 서울 대치동에서 재활용센터를 운영하시는 천주교 신자이신 여자 한 분이 나와서 자신의 경험을 나누었습니다. 특히 여자 분은 하루 종일 텔레비전과 컴퓨터만 보고 있는 남편을 보기만 해도 울화통이 터졌는데 행복학교에서 법륜 스님이 말씀하시는 ‘관점 바꾸기’를 통해서 이제는 하루 종일 컴퓨터를 보는 남편을 봐도 편안하게 되었다며 넉넉한 웃음을 웃었습니다. 객석에서 눈시울을 적시는 분들을 보고 진행자가 한 분에게 물었습니다.

“아까부터 제가 계속 봤는데요, 이야기 들으시면서 그렇게 눈물을 흘리시는 분이 계셔요. 바로 앞자리 앉으신 분, 왜 눈물이 나셔요?”

“아, 제 경험을 이야기하고 계신 것 같아서요. 저의 경우가 떠올랐어요. 그런데 4주 만에 그렇게 마음이 편안하게 되었다는 말씀이 기적 같네요. 아멘.”

얼굴이 빨갛게 되도록 연신 눈물을 흘리던 분이 ‘아멘’이라고 말하자 울다가 모두 함께 웃었습니다.

자신이 변화한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감동이고 풍부해서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행복캠프는 자기 변화의 경험담, 자신의 고민들로 풍성한 자리였습니다.

점심시간 후, 스님과 참가자가 함께 하는 ‘행복콘서트’ 시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행복한 대화’ 강연에서처럼 청중들이 미리 넣은 질문지들 중에 뽑아서 질문자와 스님의 대화를 이어가는 방식이었는데, 스님은

“자, 자기 경험, 자기 고민을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 누구든지 나와서 이야기 해보세요.”

하고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직접 스스로 나올 수 있도록 문을 열었습니다.
총 열두 개의 자기 고민이 있는 분들이 나와서 이야기 했습니다. 이 중에 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안녕하세요, 수원에서 왔습니다. 저는 원래 안 나오려다가 앞에 우울증 얘기하신 분 응원하려고 나왔는데요, 하하하.”(질문자 긴장해서 울먹거리다 웃음, 모두 웃음)

“잘 나오셨어요. 박수 부탁드려요.”(청중 박수와 격려)

“제가 세 번 정도 우울증 때문에 큰 고비가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져서 앞서 질문하신 분께도 힘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서 나왔어요.(질문자 울음, 청중 격려의 박수) 이게 가끔 파도처럼 밀려올 때가 많은데 그래도 법륜 스님 동영상 보고 많이 힘내고 있어서, 이게 불치병이 아니라 꼭 이겨낼 수 있는 병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어요.”(청중 박수)

“제가 보니 아까 사람보다 자기가 더 심각한 것 같은데요.”(질문자 웃음, 모두 웃으며 박수)

“예, 그런 것 같아요.”

“질문자는 세 번이나 힘들었어요?”

“네, 세 번 정도 죽으려다 살았는데 그래도 기적처럼 다 잘 살고 있고요. 아, 고민이 있어서 나온 건데요. 우울증이 거의 괜찮아졌다고 생각은 하는데 아직도 굉장히 불안함이 있어요. 엄마나 아빠가 한 공간에 있으면 굉장히 불안해지거든요. 제가 꼭 집에 같이 있는 게 아니라 밖에 있어도 엄마와 아빠가 같은 공간에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게 굉장히 신경이 쓰여요.”

“두 분이 자주 싸우셨어요?”

“예. 그것 때문에 어릴 때부터 콤플렉스가 있었어요.”

“부부가 싸우는 게 자녀들한테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결과가 이렇게 보이는데도 여러분들 또 싸울래요?(질문자 웃음, 청중 웃음) 둘이 싸울 때야 애들이야 눈에 뵈지 않겠죠. 그렇지만 아이들에게는 이게 엄청난 충격이에요.”

“예. 엄마랑 아빠가 지금은 싸우지 않아도 그때 기억이 자꾸 발현돼서 계속 불안해요. 어릴 때부터 엄마한테도 잘 하고 싶은 딸이었고 아빠한테도 잘 하고 싶은 딸이었는데 두 분이 사이가 안 좋다 보니까 엄마랑 있을 때는 아빠의 험담을 들어주고, 아빠랑 있을 때는 또 엄마 험담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엄마 아빠는 이런 저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이간질 하는 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게 너무 서운하고 억울했던 감정이 아직까지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엄마 아빠 사이가 굉장히 많이 좋아졌는데도 그런 불안한 감정이 크고, 배도 아프고 이런 신경증적인 증상이 너무 많이 일어나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서 나왔습니다.”

“질문자는 결혼했어요?”

“저 이제 스무 살이에요.”(질문자 웃음, 청중 웃음)

“20살한테 결혼했냐고 물어보면 이상해요? 우리 어머니는 17살에 결혼했는데요.(청중 웃음)
너무 나이 많게 봐서 미안해요.“(스님 웃음, 청중 웃음)

“자, 여기 결혼한 사람들한테 물어봅시다. 어릴 때는 엄마 아빠 싸우는 게 이해가 안 돼죠? 싸우려면 살지를 말든지, 살려면 싸우지를 말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시집, 장가가서 살아보니까 싸울 일이 있어요, 없어요?”

“많아요.”(청중 대답, 웃음)

“때로는 매일매일도 싸우죠?”

“예.”(청중 대답)

“그러니까 질문자가 어려서 몰랐던 거예요. 어려서 모르니까 그렇지, 사람이 둘이 같이 살면 늘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그건 나쁜 것도 아니고 그냥 자연스러운 거예요. 둘이 살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데 나쁘면 싸우는 거예요. ‘싸우면 안 살면 되지 않느냐?’ 하지만 또 좋을 때가 있다니까요. 저녁에 잘 때는 좋았다가 아침에는 또 싸우고, 저녁에 잘 때는 또 좋고 그런 걸 어떡하겠어요?”(청중 웃음)

“제 기억에 같이 주무신 적이 없어요.”(청중 웃음)

“질문자가 못 볼 때 좋으니까 그렇죠.(청중 웃음) 질문자가 잘 때 서로 좋아하지요. 질문자가 눈 뜨면 싸우고요.”

“100퍼센트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어요, 진짜로요.”

“그런데 질문자는 어떻게 태어났어요?(청중 웃음) 아이고, 100퍼센트 아니라고요. 안 좋아하는데 그랬다면 아빠가 엄마를 억지로 성폭행해서 질문자가 태어났나요?”(청중 웃음)

“그런 건 아닌데... 그러니까 지금은 결국 따로 사시거든요.”

“어쨌든 두 사람이 좋을 때도 있었을까요, 없었을까요?”

“네, 있었을 것 같네요.”(질문자 웃음, 청중 웃음)

“그러니까 질문자는 편파적이라는 거예요.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데, 질문자는 나쁠 때를 주로 봤기 때문에 나쁜 기억밖에 없는 거예요. 또 좋을 때만 주로 본 사람은 좋은 기억밖에 없겠죠. 밖의 사람이 보면 주로 그 두 부부에 대해서 좋은 기억밖에 없죠. 밖에서 볼 때는 싸울 일이 별로 없으니까요. 그런데 가까이에서 보면 나쁜 걸 많이 보게 돼요. 소소한 걸 갖고 싸우게 마련이니까요. 그런데 여기 다들 이야기하듯이 살다 보면 싸울 만하다는 거예요. 질문자가 어려서 몰랐으니까 그렇지, 부부가 되어 살면 싸울 만한 일이에요. 싸우기 싫으면 저처럼 결혼을 안 하면 되고(질문자 웃음) 싸우면서도 사는 게 재미있다면 결혼하면 되는 거예요. 엄마 아빠가 그렇게 싸워도 안 헤어진 건 서로 좋은 점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이해하시겠어요?”

“네.”

“그러니까 질문자가 어려서 몰랐기에 그걸 큰일이라고 생각한 거예요. 질문자가 어른이 되고 나중에 결혼을 해보면 ‘아, 부부가 싸우는 이게 별 일 아니네. 애들한테는 큰일이지만 어른이 볼 때는 별 일 아니네’ 이런 생각이 들 거예요. 사람들은 원래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해서 싸워요.(청중 웃음) 싸울 때는 내일 당장 보따리 싸서 가버릴 것 같지만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또 멀쩡하게 살고 그래요.(청중 웃음)
그래서 그건 별일 아니에요. 질문자가 싸우는 걸 보고 놀라서 트라우마가 생긴 것뿐이지, 별일 아니에요. 둘이서 앞으로 또 싸워도 별일 없을 거예요. 질문자가 어릴 때 부모님 싸우는 걸 보고 놀라서 트라우마가 생겨서 그래요.

이 상태로 계속 지내면 질문자는 결혼하기 어려워요. 연애까지는 하지만 결혼만 하려고 하면 엄마 아빠가 싸우던 광경이 연상되면서 덜컥 겁이 나서 물러나고 또 물러나고, 이렇게 돼요. 그러니까 엄마아빠를 위해서가 아니라 질문자의 미래를 위해서 이걸 치유를 해야 해요.

그러면 어떻게 생각해야 한다고요? 부부가 싸우는 건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세요. 아이가 볼 때는 큰일인데 어른이 볼 때는 뭐가 아니라고요?”

“별일 아니에요.”

“예, 별일 아니에요. 질문자가 놀라서 그래요.”

“그런데 이 불안감이 안 나아져서 너무 힘들어요. 사실 이 자리에 나와서 얘기하는 것도 많이 망설였어요.”

“‘부부가 싸우는 건 별 일 아닙니다’ 이렇게 자꾸 절을 해야 해요. ‘제가 놀라서 놀람병이 들었습니다. 부부가 싸우는 건 별 일 아닙니다. 제가 어려서 몰라서 그랬습니다. 이제 괜찮습니다.’ 이렇게 기도하세요. 알겠죠?”

“네.”

“남 격려해주러 왔다더니 자기 질문하러 왔네요.”(질문자 웃음, 청중 웃음과 박수)

“감사합니다.”(질문자 한결 밝아진 목소리)

“스님 말 명심하세요. 그렇게 기도해서 놀람병을 치유해야 결혼해서 잘 살 수 있어요. 안 그러면 질문자는 결혼해서 엄마 아빠보다 더 불행해질 수 있어요. 알았죠?”

“네. 감사합니다.”

(질문자 들어가려는 중, 남자 분을 보고 오열함)

“질문자 아빤데요.”
(아! 청중들의 탄식 소리, 청중 박수 터져 나옴)

(질문자 한 쪽에서 울고 있음)

“네, 질문자도 가지 말고 같이 서 있어요.”

“아이가 어릴 때는 저도 잘 몰라서 부부 싸움을 좀 많이 했고요. 싸울 때 엄마가 옳은지 아빠가 옳은지를 딸한테 물어봤어요.(청중들 안타까운 표정) 제 입장에서는 제가 맞다고 생각했고, 안사람은 안사람이 맞다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애한테 상처가 너무 컸고 그래서 우울증도 앓고 자살기도도 몇 번 했는데, 많이들 도와주셔서 그래도 이렇게 잘 해왔습니다.

저는 이제 많이 좋아졌어요. 지금은 불교대학 다니고, 경전반 다니고, ‘깨달음의 장’ 갔다 와서 너무너무 편하고 행복해요.

단지 ‘딸한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가 고민인데, 그냥 제가 올바로, 행복하게 사는 게 도움을 주는 거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일부러 행복학교도 딸하고 한 번 갔고, 이번에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청중 박수)

“네, 특별히 뭘 안 하셔도 돼요. 자기 스스로 행복하게 살면 됩니다. 딸이야 죽든지 살든지 신경 안 써도 돼요.(스님 웃음, 청중 웃음) 자기가 지레 놀라서 저런 거니까요. 엄마 아빠는 원래 그래요. 질문자도 결혼해 보면 알겠지만 싸우는 게 일상사예요. 원래 밥만 먹으면 싸워요. 싸우려고 결혼하는 거예요.(스님 웃음, 질문자 웃음) 그렇게 가볍게 생각해야 해요. ‘부부가 싸우는 거는 별 거 아니다. 내가 지레 놀라서 그렇다. ‘엄마 아빠, 미안해요. 내가 놀라서 엄마 아빠를 미워했어요.’ 이렇게 기도를 하면 금방 나아요. 알았죠? 아빠가 또 이렇게 과거 반성도 하잖아요. 이런 거 반성하면 용서해 줘야 할까요, 그래도 미워해야 할까요?(청중 웃음) 예, 수고하셨어요.” (청중 박수)

“(청중을 향해) 나중에라도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나와서 이야기하니까 보기 좋아요, 안 좋아요?”

“좋아요.”(청중 크게 대답, 박수)

“그래서 인생에는 너무 늦다는 것은 없습니다. 아무리 늦은 시점이라도 다시 돌이키면 과거의 잘못이 다 양식이 되고 거름이 돼요. 잘못을 많이 해도 깨닫고 나면 그것마저도 다 복이 됩니다.”

웃으며 연신 눈물을 훔치는 청중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누군가는 딸의 마음으로 누군가는 부모의 마음이 되어 함께 느끼고 있겠지요.

행복캠프를 마치고 나와 보니 햇살이 더 따뜻하게 비치고 있었습니다. 가까운 메밀국수 집에서 저녁 공양을 하고 서울로 달려 왔습니다.
일곱 시 쯤 서울에 도착하여 스님은 여느 때보다 조금은 여유롭게 회관으로 들어왔습니다.

행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꽉 채워진 하루였습니다.

함께 만드는 사람들
임혜진 심규선 정란희 손명희 조태준

전체댓글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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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학교!스님의 아이디어가 정말 기발하시네요^^*

2017-03-13 02:34:10

보덕행

읽으면서 약간 눈물이 났습니다.
제 모습과 비교하게 되네요.
스님. 고맙습니다.

2017-03-08 20:26:20

바다

흉흉한 뉴스 듣고 불안한 마음이 많이 일었는데 행복학교 소식을 읽으며 그나마 이 사회에 이렇게 행복을 만드는 분들이 다행이라는 생각과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2017-03-07 20: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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