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성남 아트센터 통일의병 강연
제일 중요한 건 자신이 행복한 거예요

꽃샘추위가 제대로 왔습니다. 햇살은 봄 햇살인데 바람이 칼바람이라 사람들이 옷을 더욱 두텁게 여몄습니다. 오늘도 스님은 일찍 하루를 시작하였습니다.

평화재단에서 오전 7시 조찬 회의 일정부터 시작해서 계속 이어졌습니다. 오후 1시에는 서울학기를 보내기 위해 올라온 행자님 두 명, 인도와 필리핀 학기를 마치고 서울에서 나머지 학기를 보내기 위해 온 행자님 네 명, 서울에서 상근하면서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싶다는 상근봉사자 두 명 등, 총 여덟 명의 법우님들과 이 법우님들이 배정받을 부서의 팀장님들과 함께 하는 상견례 시간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행자님과 상근자들이 배치된 부서와 업무를 들어보면서 수행의 관점을 놓치지 않고 일에 임하라는 말씀으로 축하인사를 하였습니다.

이어서 단위부서 대표자 회의가 있었습니다. 통일특위, 행정처, 대의원회, 평화재단 등 각 대표자들이 모여 지금 진행되고 있는 현안과 이후 준비에 대한 점검 회의를 하였습니다. 특히 정토회 행정처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토불교대학 입학생 모집 현황과 입재식 준비에 대하여 확인하였습니다.

오후 여섯 시, 성남에서 열리는 통일의병 강연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조금 일찍 도착한 스님은 주차장에서 잠시 쉬었다가 강연장으로 들어갔습니다. 규모도 크고 시설이 좋아 “이렇게 좋은 장소에서 통일의병 강연을 하기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하며 인사하였습니다.

스님의 즉문즉설을 유튜브를 통해서 접하다가 스님 강연을 한다기에 질문하고 싶어서 왔는데 통일강연이라 당황스러웠다는 분을 포함해서 개인 질문 하나, 통일관련 질문 셋, 총 네 개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이 중에 통일에 직접적인 기여를 하는 방법에 대해 질문한 여학생과 스님의 대화를 싣습니다.

“이번에 민주당이 경선을 하잖아요. 문재인, 이재명, 안희정 후보 중 어떤 후보가 통일로 제일 빨리 갈 수 있는지 저는 보는 눈이 없으니까 스님께 여쭤보고 싶어요.

그리고 통일의병에 참가한다거나 여러 방법으로 통일에 대한 관심을 표현할 수 있긴 하지만, 좀 더 직접적으로 참여할 방법이 궁금합니다. 동북아 역사기행도 갔다 왔지만 그런 막막함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직접적으로 통일에 기여하고 참여할 방법을 여쭙고 싶고요.

마지막으로, 제게는 롤 모델이 세 분 계십니다. 지혜 쪽에서는 법륜 스님을 닮고 싶고, 용기 쪽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님을 닮고 싶고, 지식 쪽에서는 도올 김용옥 선생님을 닮고 싶어요.(청중 웃음) 그렇게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뒤의 질문부터 얘기할게요. 색깔 중에 ‘삼색’이라는 게 있죠? 빨강, 노랑, 파랑 이렇게 세 가지 색이 색의 원조예요. 내가 이 세 가지를 다 닮고 싶다고 해서 셋을 섞어버리면 무슨 색이 나올까요?”

“검정색이요.”

“그래요, 그러면 세 가지 색이 다 없어져 버려요. 법륜 스님에 도올 선생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다 섞어 버리면 그냥 바보가 되어버린다는 말이에요.(청중 웃음) 법륜 스님을 존경하든, 도올 선생을 존경하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존경하든, 존경하는 건 좋은데 그건 그들의 인생이에요. 나는 나의 인생을 가야 해요. 내가 보라색이면 보라색의 길을 가고, 초록색이면 초록색의 길을 가야지, 빨강이며 노랑이며 파랑이 좋다고 셋 다 섞어 버리면 검정색이 돼버려요.”

“무지개색도 있잖아요.”(청중 웃음)

“무지개도 별로 좋은 건 아니에요. 프리즘에 통과를 시키면 하나의 빛에서 무지개 빛이 나오지만, 7가지의 빛을 다 섞어버리면 색이 없어져요. 그래서 질문자가 무색한 사람이 되어버리죠. 나는 나만의 색을 유지해야 해요.”

...(질문자 침묵, 청중 웃음)

“예를 들어 질문자가 남자의 좋은 점과 여자의 좋은 점을 섞어버리면 안 되겠죠. 남자는 남자의 색깔이 있고 여자는 여자의 색깔이 있어야지, 좋은 걸 뽑아서 남녀를 섞는다고 잘 되는 건 아니에요. 그렇게 되면 자기가 없어져버려요. 새카맣게 되거나 아예 하얗게 돼버려서 색깔이 없어져요. 자기 색깔이 보라든 주황이든 괜찮아요. 자기 색깔을 가져야 해요.”

“그러면 제 달란트를 키우라는 말씀이세요?”

“그렇죠. 일부러 뭘 키우려고 애쓸 필요 없이 그냥 자기에게 긍정적이면 돼요.
그런데 질문자가 좋은 점을 이야기하니 그렇지, 나쁘게 이야기하면 법륜 스님이 뭐가 좋아요? 예순 살이 넘도록 결혼도 못 했는데요.(청중 웃음) 그러니까 ‘자기 색깔의 인생을 살아라.’ 이렇게 조언해주고 싶어요.”

“네, 물론 장점이 커지는 만큼 거기에 대한 단점도 커지긴 하겠죠. 그래도 저는 욕심이 많아서 그런지 그런 걸 하고 싶어요. 예를 들어서 어떤 한 군데를 계속 망치로 칠 때 한 군데는 계속 튀어나오겠지만 한 군데는 점점 들어가잖아요. 그런 완벽한 원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 잘 못 알아듣겠어요.(질문자 웃음, 청중 웃음) 하나만 계속 하고 싶다면 붓을 갖고 다니면서 온 천지에 ‘일(一)’ 자만 계속 긋고 다니세요. 낮이고 밤이고 죽을 때까지 그러면 유명해지죠. 그보다 유명한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 사람은 평생 붓으로 줄만 긋고 살았다. 그 사람이 평생 그은 줄의 길이를 합치면 지구에서 달을 열 번 왕복할 거리다’ 이러면 기네스북에 오르죠. 그건 간단해요. 뭐든지 그렇게 한 가지만 하면 되거든요.

그런데 그게 뭐 중요해요? 제일 중요한 건 자기가 행복한 거예요. 남을 쳐다보며 항상 껄떡거리다가 자기 인생 제대로 못 살아보고 죽어요. 그러니까 당장 오늘부터 나는 나로서 살아야 해요. 그리고 행복해야 합니다. 행복하지 못한 것은 다른 곳에 눈을 팔고 껄떡거리기 때문이에요.

저는 65살인데, 제가 승려라는 기준을 잡으면 결혼 안 하고 살아온 게 굉장히 잘한 것에 속하죠. 그런데 승려가 아니라는 관점을 가지면 65살까지 장가도 한번 못 간 실패한 인생이란 소릴 들을 수도 있어요. 65세까지 결혼을 안 한 것은 성공도 아니고 실패도 아니에요. 하지만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성공적인 인생이 되기도 하고 실패한 인생이 되기도 한다는 말이에요. 성공과 실패는 보는 관점에 따라 바뀌어요.

그러니 자기를 긍정적으로 봐야 합니다. 이혼을 두 번 했다고 하면 여러분들은 실패의 관점에서 보잖아요. 그런데 제가 볼 때 그 사람은 ‘나는 한 번도 못 해본 결혼을 두 번이나 해본 사람’이에요. 엄청난 성공이잖아요.(청중 웃음) ‘너는 겨우 한 번 해봤지? 나는 두 번 해봤다!’ 얼마나 자랑스러워요? 그리고 이혼한 뒤 혼자 살아도 어때요? ‘나는 결혼도 두 번이나 해보고, 또 혼자도 살아본다! 너는 혼자밖에 못 살아봤지?’ 이거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이에요?

이렇게 자기에게 주어진 조건을 긍정적으로 봐야 합니다. 지금의 대한민국도 부정적으로 보지 마세요. 오늘날 대한민국이 놓인 처지를 긍정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통일의 희망이 아주 많습니다. 만약에 북한이 통일의 주체가 된다면 통일이 좀 어려워요. 왜 그럴까요? 김정은이 마음먹으면 형식적 통일이야 되겠지만, 북한 주민들은 그 나라의 운명을 자기가 결정할 권리가 없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우리나라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 즉 통일로 갈 수 있는 정부를 구성할 권리가 우리에게 있잖아요. 그런 권리가 있으니까 북한 주민들과 달리 우리는 그런 운동이라도 할 수 있잖아요. 북쪽에서는 자기네 임금만 쳐다보고 있어야 해요. 그러니 우리가 얼마나 유리한 조건에 있어요?

그러니까 남 쳐다보지 말고 자기의 장점을 살리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통일 문제는 이래요. 앞으로 만약 박근혜 정부가 연속되는 선이 아니라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면, 제 생각에 남북문제는 쉬이 안 풀리더라도 최소한 남쪽에서는 북쪽에 인도적 지원은 허용해야 하고, 북쪽은 남쪽에 이산가족 상봉은 허용해야 합니다. 이걸 서로 주고받는 게 아니라, 우리는 조건 없는 인도적 지원을 하고 북쪽은 조건 없는 이산가족 상봉을 허용하면 서로가 좋잖아요. ‘쌀을 얼마 줄 테니까 100명만 만나자’ 이러면 거래잖아요. 그러니까 이건 복이 안 된다는 거예요. 장사니까요.

새 정부가 들어오면 이런 걸 해볼 정도는 될 거예요. 그러니까 질문자가 개인으로서 가장 먼저 동참할 수 있는 일에는 이렇게 돈 만 원이나 10만 원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요. 북쪽의 영양실조 어린이를 인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성금을 보내는 것이 사실은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속해요. 제가 볼 때 이건 올해 안에 기회가 올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그게 가장 쉬운 일이긴 하지만, 그거 한다고 통일 되는 건 아니에요. 북한에 인도적 지원 좀 한다고 통일 되는 것도 아니고, 이산가족 좀 만난다고 통일 되는 것도 아니에요. 통일이 되려면 제일 중요한 것은 정부 구성입니다. 남한에서 통일을 정말로 추진하려고 하는 의지를 가진 지도자와 정부를 구성하는 게 통일로 가는 제일 빠른 길이에요. 우리 개인이나 민간단체는 미국을 설득할 수 없어요. 그러나 정부는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정부 구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시 말해 투표가 제일 중요하다, 이렇게 생각해야 해요.

투표하는 날 놀러 가지 않고 내가 투표하는 건 물론 첫째로 중요합니다. 그러나 나 혼자만 가지 않고 가족이며 친구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투표장에 가도록 하는 게 중요해요. 그러니까 누굴 찍어라, 마라 할 필요 없어요. 투표하러 가자고 권유하는 건 법에 어긋나지 않아요. 오히려 국가에서 굉장히 권유하는 사항이잖아요. 그러니까 누굴 찍자고 말하지 않아도 돼요. 투표하러 가자고만 해도 지금은 굉장한 성과가 날 수 있습니다. 거기다가 질문자가 ‘이 사람이면 그래도 통일을 지향하겠다’ 하는 사람을 찍는다면 더 좋겠죠.

이게 지금 통일운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합니다. 이게 실질적으로 통일을 이끄는 길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빠르면 두 달 안에 기회가 생기겠고, 늦어도 연말까지는 무슨 수가 나겠죠. 그러니까 이게 개인이 통일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통일운동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민주당 내의 세 후보들 중 누가 나은지는 제가 굳이 여기서 얘기해야 할까요? 그건 질문자가 알아서 판단하는 게 좋아요. 다들 나름의 장점이 조금씩 있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그 문제는 스님이 나서서 ‘누가 좋다, 누가 나쁘다’ 이렇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어요.”

“감사합니다.”(청중 박수)

인생을 긍정적으로 보는 관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이 여학생뿐만 아니라 청중들에게도 마음으로 다가갔는지 박수소리가 컸습니다. 스님과 청중들이 함께 손을 잡고 ‘우리의 소원’을 부르며 강연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로비에서는 책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새로운 백년’ 책을 사들고 차례를 기다리는 남학생에게 가서 스님 강연이 어땠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저는 유튜브를 통해서 스님의 즉문즉설을 평소에 많이 보고 있었고 그래서 오늘도 스님 말씀을 현장에서 듣고 싶어서 왔는데요. 오늘 하신 말씀도 재미있고 명확하게 다가왔어요.”

친구와 함께 온 청년은 밝게 웃으며 이야기하였습니다.

찬바람이 여전히 잦아들지 않고 심하게 불었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스님은 목이 붓고 열감이 있다며 타이레놀을 찾았습니다.

“내일부터는 날이 따뜻해진다고 했는데. 오늘은 서울에서 자고 새벽에 두북으로 출발하자.”

모종으로 심을 씨앗들이 냉장고에서 기다리고, 북한에 보낼 씨감자도 봄이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 아마도 스님은 내일 새벽, 어김없이 두북으로 출발 할 것 같습니다.

함께 만드는 사람들
임혜진 정란희 손명희 조태준

전체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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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선

지금 한국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가장 분명하고 현명한 정신의 길을 내는 분...!

2017-03-15 21:25:47

꼬봉이가

내가 꼬봉만 되어도 다행이지. 난 여기 종종 놀러올 뿐 신도는 아니다. 그래도 여기서 작은 일에 쉽게 행복해하는 착한 사람들을 보면서 위로를 받곤하지. 오늘 다시 보니 내가 주제넘게 널 비난했네. 미안하다. 잘 지내라 ^^

2017-03-14 22:18:06

정세웅(010 5402 6357)

스님은 뉴라이트발기인이고
너는 실명도 밝히지못하는 뉴라이트꼬봉이다^^

2017-03-14 14:5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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