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열반일 기념 법문
생의 마지막에도 고요하고 한가하셨던 그 분처럼

법륜 스님은 마닐라 공항에서 0시 15분 비행기로 출발하여 새벽 5시 30분, 인천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오늘은 열반일이라 지난 출가일과 마찬가지로 오전 10시, 기념 법문 일정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서초동 정토회관에 도착하여 아침 공양을 하고 1시간가량 휴식하였습니다.

오전 10시, 열반일을 기념하러 많은 분들이 법당을 메우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부처님의 출생부터 살펴보는 것을 시작으로 법문 하였습니다. 아래는 법문 중 마지막 부분을 발췌한 것입니다.

“...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의 열반에 임해서 마지막 인사하러 왔다가 갔어요. 이제 부처님이 고요히 마지막 숨을 거두려 하는 즈음에 120살 먹은 수바드라라는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끙끙대며 왔어요.

‘내가 오늘 들으니 대사문 고타마가 입멸을 한다는데 내가 입멸하기 전에 만나서 물어볼 게 좀 있다.’
이 사람은 부처님이 돌아가시든 말든 상관없고 자기 물어볼 게 더 중요했던 거예요.(대중 웃음) 그래서 아난다가 말렸습니다.
‘지금은 안 됩니다. 부처님께서 마지막 순간에 편안하게 계실 수 있도록 이제 우리가 자리를 비켜드려야 합니다.’

그래도 이 사람은 막무가내였어요. 그러자 부처님께서 마치 꺼져가는 불꽃이 다시 피어나듯이 말씀하셨습니다.
‘아난다여, 그를 들여보내라. 그는 나를 귀찮게 하려고 온 것이 아니라 나에게 물어볼 것이 있어 온 사람이니 들여보내라.’

부처님의 마지막 제자, 수바드라

그래서 들여보냈더니 이 사람이 장황하게 이야기를 늘어놓는 거예요.
‘이 세상에 유명한 종교 지도자나 수행자들이 누구는 이런 주장을 하고, 누구는 저런 주장을 합니다. 그런데 또 반대로 그 사람이 주장한 내용을 이 사람은 저 사람이 틀렸다 그러고, 저 사람은 이 사람이 또 틀렸다고 하니, 도대체 누구 말이 맞고 누구 말이 틀린 겁니까? 어느 게 진짜고 어느 게 가짜입니까?’

이렇게 물어서 부처님께서 대답하셨어요.
‘나는 그들을 다 잘 안다. 그들을 다 만나도 봤고 대화도 해봤다. 수바드라여, 마음속에 욕심이 있고, 마음속에 분노가 있고, 마음속에 어리석음이 있다면 그 무슨 얘기를 주장해도 거기에는 실다움이 없다. 그러니 수바드라여, 그런 논쟁에 휘말리지 마라. 나는 저 카필라 성에서 출가한 이래 지금까지 50여 년간 부지런히 정진하고 성실하게 살아왔느니라.’
이 말씀과 함께 팔정도(八正道), 즉 여덟 가지 바른 도를 설하셨습니다.

‘그들이 무슨 주장을 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가 사물을 바르게 보느냐[正見], 그가 바른 사유를 하느냐[正思惟], 그가 바른 말을 하느냐[正語], 그가 바른 행동을 하느냐[正業], 그가 바른 생활을 하느냐[正命], 그가 바른 정진을 하느냐[正精進], 그가 바르게 염을 하느냐[正念], 그가 바르게 선정에 드느냐[正定]를 봐야 하느니라. 그가 무슨 얘기를 했고 누가 그것을 반박했느냐는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이 얘기를 딱 듣자 늙은 수바드라가 깨달았어요. 그래서 ‘부처님의 제자가 되겠습니다’ 하니까 부처님께서 ‘아난다여, 저 수바드라를 출가시켜라’라고 해서 수바드라가 부처님의 마지막 제자가 되었습니다.

부처님의 마지막 모습, 부지런히 수행 정진 하라

그런 뒤에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물었습니다.
‘나에게 물을 게 있으면 물어보아라. 내가 열반에 든 뒤에 그때 물어볼 걸 못 물어봤다고 후회한들 소용이 없다. 그러니 지금 물을 게 있으면 물어라.’

아무도 대답이 없었어요. 부처님이 다시 물었습니다.
‘물을 게 있으면 물어라. 마치 친구가 친구에게 묻듯이 아무런 부담 갖지 말고 물어라.’
또 아무 대답이 없었어요.

세 번째로 또 부처님이 ‘물어라’ 하니까 아난다존자가 말했습니다.
‘부처님이시여, 저희들은 아무런 의문이 없습니다. 이미 부처님께서 저희들의 의문에 대해서 다 법을 설하셨고 저희들은 더 이상 의문나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수행정진 하라. 저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그러고 열반에 드셨습니다.

여기서 여러분들이 이 부처님의 삶, 그 가운데 이 마지막 모습 속에서 무엇을 볼 수 있습니까? 마치 오늘 자고 내일 일어나는 사람처럼, 우리가 말하는 ‘생의 마지막’에도 그 분은 고요했고, 한가했고, 할 일을 다 하셨어요. 우리는 군대만 간다 해도 뭐 대단한 일인 양 난리잖아요. 일하다가 아침에 가면 될 텐데 몇 달 전부터 군대 간다고 술 마시고 난리를 피우고, 시집 간다고 난리를 피우고, 취직했다고 난리를 피우고, 군대 갔다 왔다고 또 난리를 피우고, 졸업했다고 또 난리를 피워요.(대중 웃음) 해외 가는 것도 간다고 며칠씩 난리를 피우고, 갔다 와가지고 또 며칠 난리를 피우는 게 우리 인생이에요.

그런데 부처님께서는 우리가 세속에서 말하는 ‘죽음’에 임해서도 그게 그냥 평범한 일상의 하루였습니다. 다시 말하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아무것도 없었어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사람한테 ‘죽으면 어디 가느냐?’ 이런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한심한 얘기란 말이에요.

부처님의 반열반

열반이란 말은 원래 ‘모든 두려움, 번뇌, 괴로움에서 벗어낫다’ 이런 뜻이에요. 모든 괴로움이 소멸됐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저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자 열반에 드셨다’ 이렇게 말해요.

그런데 왜 부처님이 세속 말로 표현해 돌아가시는 걸 또 ‘열반에 드셨다’라고 할까요? ‘열반에 들었다’ 하면 ‘죽었다’라는 말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다 보니 ‘우리가 열반을 증득하는 게 목표다’ 이러면 ‘죽는 게 목표다’ 하는 뜻인 양 오해가 생겨요.(대중 웃음)

우리가 비록 마음이 모든 경계로부터 자유로워졌다 하더라도, 육신을 갖고 있는 한 시공간의 제약을 받습니다. 음식을 안 먹으면 배가 고프고, 몸이 아프기도 하지요. 몸이 아플 뿐이지 그것이 무슨 불안하거나 초조한 건 아니에요. 그러나 어쨌든 몸을 갖고 있는 한은 아픔도 생기고 이러잖아요. 이 몸을 버렸을 때, 즉 명을 다했을 때 이제는 더 이상 배고픔도 없고 병듬도 없어집니다. 그래서 ‘완전한 열반에 들었다’ 이렇게 말해요.

그러면 여러분도 죽으면 완전한 열반일까요?(대중 웃음) 죽어도 윤회하기 때문에 그건 완전한 열반이 아니에요. 그래서 깨달음을 얻으면 ‘열반에 들었다’라고 하고, 부처님의 돌아가심은 ‘완전한 열반’이라고 해서 ‘반열반’이라고 해요. 다시 말해 ‘반열반에 드셨다’라고 합니다. 얼핏 보면 똑같이 ‘열반’이라 쓰지만, 부처님이 돌아가신 것은 ‘반열반에 드셨다’라고 하고 깨달음을 얻은 것은 ‘열반에 드셨다’라고 합니다.

열반일의 의미는 이렇게

자, 이렇게 해서 부처님의 한 생이 끝났습니다. 그 분의 육신은 갔지만 그 분의 깨달음과 진리의 가르침은 2600년이 지난 지금까지 남아 전 세계로 널리 전해졌기에 오늘날 우리들도 괴로움이 없는 경지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열려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오늘 부처님 열반일을 맞아서 우리가 괴로움이 없는 경지, 열반을 증득하려면 첫째, 부지런히 수행정진 해야 하겠습니다. 두 번째, 이 좋은 법을 나만이 아니라 우리 이웃도 같이 공유할 수 있도록 이 복음을 널리 전해야 하겠습니다. 그게 부처님의 평생의 삶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그런 다짐을 다시 한 번 하는 오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스님은 법문을 마치자마자 평소에 잘 알고 지내시던 어르신이 병환으로 입원해 계셔서 문병을 갔다가 곧바로 두북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점심 공양을 거르고 일정을 진행하여 휴게소에 들러서 휴식 겸 공양을 하였습니다. 완연한 봄인 듯, 햇살이 따뜻하고 바람도 없었습니다.

“어제와는 달리 날씨가 참 따뜻하네. 이러면 꽃이 빨리 피게 되는데.”

고속도로를 타고 아래로 내려올수록 차 안이 후덥지근하게 느껴졌습니다. 스님은 ‘제주 온 중국 크루즈 관광객 전원이 하선을 거부했다’는 기사를 보고 중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 영향이 전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염려하며 출발할 때 전달받은 원고더미를 꺼내어 원고 교정을 하였습니다.

경주 쯤 다다랐을 때, 한 행자님이 수레바퀴에 바람을 채워 넣을 때 필요한 타이어 꼭지를 자전거 점에 가서 얻어가야 한다하여 경주터미널 앞에 있는 자전거 점에 들렀습니다. 경주 시내를 가로질러 가자니 장날인지 차가 많이 막혔습니다. 덕분에 인도에 늘어선 각종 야채며 과일이며 공산품 등 구경거리가 생겼습니다. 함께 한 행자님들이 시장 봐야 할 것들이 많다고 들떠서 이야기 하자, 스님은

“봄에는 새로 나는 풋 것을 먹는 게 좋아요.
일부러 시장보지 않아도 새로 나는 것들이 많으니까 꼭 필요한 것만 장을 보세요.”

하였습니다.

다섯 시가 조금 넘어서야 두북에 도착하였습니다. 짐을 내려놓자마자 스님은 말리느라 널어놓았던 거친 부엽토를 고운 채에 쳐서 마무리하는 일을 하였습니다. 어느새 주변이 어두워졌습니다.

오늘도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냅니다.
내일도 가벼운 마음, 나를 돌아보는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겠습니다.

함께 만드는 사람들
임혜진 손명희 정란희 조태준

전체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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쩡이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감사합니다

2017-03-16 11:46:49

오늘맑음

오랜만에 스님의 하루를 읽으며
나태했던 몸과 마음을 다시 가다듬습니다.
고맙습니다 ^^*

2017-03-16 08:40:51

김정화

덕분입니다.감시합니다.().

2017-03-16 07:2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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