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 시 이십 분, 밖이 아직 어두운데 새소리가 들립니다. 조용한 시골의 새벽은 새소리가 깨우나봅니다. 다섯 시가 되자, 다 함께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로 하루를 열었습니다.

아침 공양을 하고 스님은 미국 LA정토회 회원들과 행아웃으로 화상회의가 예정되어 있어서 그 준비를 하였습니다. 노트북을 설치하고 연결이 잘 되는지 미리 연락을 해 본 뒤, 7시 반, LA 현지 시간으로는 오후 2시 반이 되자 두북과 LA, 뉴욕에서 노트북을 앞에 두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LA정토회를 이끌어 갈 임원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 어떻게 할 것인지 각자 생각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일상적으로 만나서 회의를 할 수 없는 거리의 한계가 늘 있는 해외 정토회간에는 주로 활용하는 방법인데도 두북과 LA, 스님과 직접 하는 대화가 신기하고 재밌는지 다들 웃으며 즐거워하였습니다.

두북과 LA, 노트북을 놓고 화상회의가 한창입니다. ▲ 두북과 LA, 노트북을 놓고 화상회의가 한창입니다.

스님이 화상회의를 하는 동안,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울력 준비를 마친 행자님들은 어제에 이어 화분에 흙을 채우는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스님도 회의를 마치고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나와 거친 흙을 체에 거르는 일을 함께 하였습니다.

스님은

“지난번에 가지고 온 부엽토는 너무 거친 걸 가지고 왔어. 나뭇잎이나 갈비는 걷어내고 흙 부분만 긁어 와야 하는데. 체에 거르니 두 포대가 채 되지 않아.”

체에 거르고 보니 정말 흙의 양이 얼마 되지 않아 일부는 모래와 흙을 가지러 갔습니다. 부엽토, 퇴비, 서울에서 가져 온 지렁이 분변토, 흙과 모래, 이 모든 재료를 체에 걸러 고르기를 대략 맞춘 뒤, 잘 섞었습니다. 2017년 봄, 영양이 가득한 두북표 화분 흙이 제조 되었습니다.

부엽토, 퇴비, 흙과 모래를 잘 섞어 두북표 흙을 제조해서 화분에 담아 두었습니다. ▲ 부엽토, 퇴비, 흙과 모래를 잘 섞어 두북표 흙을 제조해서 화분에 담아 두었습니다.

흙 준비가 되자, 부엽토에서 걸러낸 마른 나뭇잎이나 갈비, 식물 뿌리 등이 섞인 거친 부분은 화분의 맨 밑에 깔고 그 다음 영양 가득한 흙을 화분마다 채워 넣었습니다. 화분들은 모종이 심어질 때를 기다려 가지런히 줄을 세워두었습니다.

이 화분에 씨앗을 심고 비닐을 잘 덮어 여러 가지 실험을 해 볼 계획입니다. ▲ 이 화분에 씨앗을 심고 비닐을 잘 덮어 여러 가지 실험을 해 볼 계획입니다.

스님은 따로 스티로폼 박스 밑에 구멍을 내고 흙을 담아 물을 흠뻑 뿌렸습니다. 물이 빠지고 흙이 가라앉기를 기다렸습니다.

“스님, 이 박스는 무슨 박스에요?”
따로 준비하는 스티로폼 박스가 특별해 보여 스님께 여쭤보았습니다.

“꺾꽂이 실험을 해보려고.”

스님은 싹이 길게 난 씨감자 줄기를 잘라서 물기를 흠뻑 먹은 흙에 꽂았습니다. 줄을 맞춰 꽂은 다음, 다시 물을 충분히 주고 비닐을 덮었습니다. 미니 비닐하우스가 되었습니다.

“감자는 씨눈이 한 번 떨어져버리면 다시 나지 않고 썩어버리거든. 줄기를 꺾꽂이해보면 어떻게 될지 실험하는 거야. 북한 보낼 씨감자들은 여러 가지로 우리가 실험을 해 봐야해.

저 화분들에도 씨앗을 심고 비닐을 살짝 덮어주면 따뜻하고 수분이 유지가 되어서 싹을 틔우는데 도움이 되겠지.”

일상에서 소비할 수 있는 채소를 자급자족하는 것 외에 여러 가지 경작 방법을 실험해보는 것도 올 봄에 해 볼 일입니다.

스티로폼 박스에 비닐을 덮어두면 미니 비닐하우스가 됩니다.  ▲ 스티로폼 박스에 비닐을 덮어두면 미니 비닐하우스가 됩니다.

싹이 나서 콩나물처럼 길게 줄기가 웃자라버린 감자, 흙을 뒤엎다가 뿌리째 파내어져 잎이 노랗게 되어 버린 원추리. 대게 쓸모없다 생각하기 쉬운데 스님은 실험으로 다시 시도해 봅니다. 감자 줄기는 꺾꽂이로 실험해보고, 원추리는 땅에 다시 심었습니다. 감자 줄기는 앞으로 잘 지켜봐야하고, 원추리는 초록색이 뿌리 쪽부터 되살아났습니다.

점심 공양 후부터는 씨감자를 심으려고 빌려 둔 밭으로 갔습니다. 약간 경사면에 위치한 두 계단의 밭입니다. 위엣 면은 아랫면의 3분의 1 정도 되는 폭입니다. 먼저 아래 밭에서는 말라버린 콩 대를 뽑고 비닐을 걷어내서 소똥 거름을 밭 전면에 흩어야 합니다. 거름으로 뒤섞어야 할 소똥 일곱 무더기가 띄엄띄엄 놓여 있었습니다.

스님은 먼저 콩 대부터 뽑을 사람과 위쪽에서 소똥 흩기를 할 사람으로 나누고 스님은 콩대를 뽑기 시작하였습니다. 바싹 마른 콩대를 뽑아 한 쪽에 가지런히 놓았습니다. 나중에 가지런히 묶을 수 있도록 뿌리 쪽과 머리 쪽의 방향을 맞춰서 놓았습니다. 화력이 좋아 불쏘시개로 쓰면 그만인 바싹 마른 콩대입니다. 콩대를 먼저 뽑고 비닐을 걷어나가면 위에서 소똥 흩기를 하던 사람이 밑에 면까지 소똥을 흩어 놓았습니다. 콩 대를 뽑아 나가다보니 달래가 지천에 있었습니다. 보광 법사님과 묘덕 법사님은 앞서서 달래를 캐었습니다.

북한에 보낼 씨감자를 심을 밭을 정비하였습니다. 비닐을 걷고 소똥을 넓게 펴서 감자 심을 준비를 하였습니다.  ▲ 북한에 보낼 씨감자를 심을 밭을 정비하였습니다. 비닐을 걷고 소똥을 넓게 펴서 감자 심을 준비를 하였습니다.

한참 흙먼지를 봄바람 삼아 마시고 보니 밭 전면이 꺼먼 소똥으로 뒤덮였습니다.

“우와, 우리 많이 했네!”

소똥 펴기 전과 후의 밭. 영양분을 가득 먹고 북한 보낼 감자가 무럭무럭 자라기를.  ▲ 소똥 펴기 전과 후의 밭. 영양분을 가득 먹고 북한 보낼 감자가 무럭무럭 자라기를.

행자님들이 서로가 대견해 기뻐하였습니다. 때마침, 삶은 고구마와 김치, 따뜻한 숭늉이 담긴 참 그릇이 왔습니다. 서로 일 많이 했다며 막 쪄낸 따뜻한 고구마에 집 맛이 그득한 김치를 쭉쭉 찢어 얹어 먹었습니다. 일하고 먹는 참이란 게 바로 이런 맛인가 싶었습니다.

소똥을 잘 펼쳐 놓고 웃 밭에도 흙 속에 묻혀있던 비닐을 걷었습니다. 이제 씨감자를 심을 땅 준비를 한 셈입니다. 차례차례 일이 진행되어 갑니다.

해 질 때가 되어 가는지 바람이 차가워졌습니다. 기구를 정리하고 빌린 삽과 갈쿠리도 돌려드렸습니다. 뽑아둔 콩대도 끈을 단단히 튕겨 잘 묶어 수레에 실었습니다. 모아 실으니 어른 키 높이만 합니다.

“이 콩대로 불 때면 잘 탈거다!”

스님이 오늘은 이걸로 불 때면 되겠다며 즐겁게 이야기하였습니다.
땔감이 수레에 가득, 달래가 소쿠리로 가득입니다. 일하고 얻어서 돌아가는 길이 뿌듯합니다.

화력 좋은 바싹 마른 콩대가 한그득입니다. 오늘 밤은 이 콩대로 방을 덮힐 겁니다.▲ 화력 좋은 바싹 마른 콩대가 한그득입니다. 오늘 밤은 이 콩대로 방을 덮힐 겁니다.

신발에 소똥이 덩어리로 붙고 작업복이 온통 먼지투성이라 함께 공중목욕탕으로 목욕을 갔습니다. 가는 길에 저녁 예불을 차 안에서 드렸습니다. 목욕을 마치고 나니 몸이 노곤해졌습니다. 꿈도 안 꾸고 잠에 들 것 같습니다.

함께 만드는 사람들
임혜진 손명희 정란희 조태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