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 04. 01 공동체 봄나들이 첫째 날
남산, 진달래, 봄과 공동체 사람들

오늘은 서울, 문경 공동체 대중들과 봄나들이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를 마치고 아침 공양을 일찌감치 한 뒤에 서울, 문경 공동체 성원들을 맞이하였습니다.

비 올 확률이 높다는 일기예보에 스님은 봄나들이 계획을 날씨에 맞추어 안내하였습니다.

물기 어린 진달래.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로 날씨가 궂었지만 다들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 물기 어린 진달래.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로 날씨가 궂었지만 다들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회색 빌딩 속에서 살다가 만물이 소생하는 봄, 시골로 왔습니다.
오늘 내일은 아무런 신경 쓰지 말고, 비 맞고도 구경하고 싶으면 구경하고, 편안하게 1박 2일을 보냅시다.

오늘 오전 10시까지는 웃비가 안 올 것 같아요. 오후엔 비가 온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진달래가 핀, 남남산, 남산의 정남쪽 새갓골로 올라가서 새갓골 ‘넘어진 부처님’ 계시는 곳에서 기도하고 정상을 넘어서 용장골로 내려올 예정이에요. 8시에는 출발을 해서 비가 오지 않는 2시간가량은 산을 잠깐 산책하고요, 삼릉 솔밭 쪽으로 진달래가 폈으니 삼릉에서 출발해서 1시간가량은 비가 오더라도 우산을 쓰고 평지 산책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산책하고 점심은 수련원으로 들어와서 먹겠습니다. 이후에는 목욕 갔다가 돌아와서 저녁 공양하고 일찍부터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면 될 것 같아요.”

흐린 날, 안개를 피워올리는 새갓골. 오늘의 출발점
▲ 흐린 날, 안개를 피워올리는 새갓골. 오늘의 출발점

잔뜩 흐린 하늘과 새벽에 내린 비에 나뭇잎들이 이슬을 한껏 머금고 있었지만 80여명의 공동체 성원은 스님의 안내에 따라 새갓골을 출발지점으로 봄나들이를 시작하였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서울, 문경 대중들은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산길을 걸었습니다. 진달래가 활짝 핀 골짜기마다 탄성을 지르며 사진도 찍고 찍어주기도 하면서 고된 줄도 모르고 까르르 웃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습니다.

최근에 발굴된 ‘넘어진 부처님’. 언제쯤 바로 세울 수 있을까
▲ 최근에 발굴된 ‘넘어진 부처님’. 언제쯤 바로 세울 수 있을까

열암곡 석불좌상에 이르러서 줄을 지어 참배하였습니다. 바로 옆에 새로 발견된 ‘넘어진 부처님’께도 참배하면서 다 함께 모여 석가모니불 정근을 하였습니다. 정근 마무리 무렵, 스님은 오늘을 기념하며 발원을 덧붙였습니다.

열암곡 석불여래좌상 앞에서 석가모니불 참배를 하고 스님은 발원하였습니다.
▲ 열암곡 석불여래좌상 앞에서 석가모니불 참배를 하고 스님은 발원하였습니다.

“오늘 봄나들이를 맞이하여
정토회 공동체 실무자, 행자, 상근자 대중,
수행이 나날이 깊어져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밝게 지내기를 바라옵니다.
특히, 한반도에 전쟁의 먹구름이 몰려와서 고통의 비가 쏟아질 것 같으니
제불보살과 팔만사천신중님들은
평화가 유지될 수 있도록 옹호하여 주시옵소서.
대한민국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서 남북 간의 긴장이 완화되고 교류협력이 증진되어
통일의 희망을 갖게 하여지이다.
제불보살, 신중님들, 환인, 환웅, 단군조상님들은
지극한 마음으로 발원하오니
이 발원 성취하도록 옹호하여 주시옵소서.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산수유와 진달래가 피어있는 기슭을 걸어 용장골 모전석탑에 도착하여 역시 다함께 석가모니불 정근을 하였습니다. 이번에는 스님의 발원을 우리 스스로 마음속에 새기면서 참배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용장계지곡 모전석탑. 우리의 발원 성취하도록 옹호하여 주시옵소서.
▲ 용장계지곡 모전석탑. 우리의 발원 성취하도록 옹호하여 주시옵소서.

남산은 오랜만에 봄나들이에 나선 서울, 문경 대중들을 맞이하느라 보기 어려웠던 진달래들을 분주하게 피어 올렸습니다. 설잠교를 지나갈 때, 스님은 진달래가 만발한 곳을 발견하고

“와, 저기 진달래가 아주 많이 피었다.”

하며 먼저 가서 사람들을 불렀습니다. 너도나도 환호하며 모여들어 대중들은 진달래 만발한 중에도 사진을 찍기에 가장 멋진 곳을 찾아 스님을 가운데 모시고 사람들이 번갈아가며 찍었습니다. 활짝 웃는 대중들과 스님이 그야말로 ‘진달래 꽃 대궐을 차린’ 속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울긋불긋 꽃대궐이 바로 여기. 봄을 만끽합니다.
▲ 울긋불긋 꽃대궐이 바로 여기. 봄을 만끽합니다.

스님은 어떤 진달래는 옅은 분홍빛으로, 어떤 진달래는 진한 분홍빛으로, 또 작아도 만개한 상태로, 또 어떤 것은 아직 피지도 않은 상태의 봉오리로만 있는 것을 보면서 이야기했습니다.

“진달래는 햇빛이 비치는 양에 따라서 꽃 피는 시기가 달라지기도 하고 진달래 자체의 종에 따라 꽃이 피는 시기가 조금씩 달라지기도 해요. 진달래 자체의 종이 다른 즉, 인(因)에 따라 꽃을 피우는 시기가 달라지기도 하고 햇빛을 비치는 양, 즉 연(然)에 따라 꽃 피우는 시기가 달라지기도 하지요. 인과 연에 따라 각각 다른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진달래의 종류, 혹은 햇빛의 양에 따라 꽃을 피우는 시기가 달라져요. 인과 연에 따라 각각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내듯이.
▲ 진달래의 종류, 혹은 햇빛의 양에 따라 꽃을 피우는 시기가 달라져요. 인과 연에 따라 각각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내듯이.

살아가는 이치는 자연물과 사람이 다를 바가 없습니다. 진달래의 생태에서 스님은 삶의 이치를 전해주었습니다.

스님이 일부러 평탄한 길로 코스를 잡은 오늘의 산책길 중에서 단 한 번(?) 존재한다는 깔딱 고개를 지나 간식 시간을 가졌습니다. 가져온 사과, 오렌지, 초콜렛을 나눠 먹으며 땀을 식혔습니다. 많은 대중들이 바위에 걸터앉기도 하고 서기도 하고 땀을 식히며 이야기를 나누니 시간이 금방 갑니다.

서울, 문경 공동체 대중들은 내리막, 오르막하며 숲길을 발로 느끼고 산수유와 진달래와 이름 모를 싹들이 돋아나는 것을 눈과 몸으로 느끼면서 용장골을 누볐습니다.

생강나무 꽃 노란 빛깔이 남산을 활기있게 만듭니다. 노란  병아리떼 같은 생강나무 가지들.
▲ 생강나무 꽃 노란 빛깔이 남산을 활기있게 만듭니다. 노란 병아리떼 같은 생강나무 가지들.

용상사지 삼층석탑이 위로 올려다 보이는 길에 이르러서는 나란히 서서 다시 석가모니불 정근을 하였습니다. 이 산을 기단 삼아 쌓아올린, 어디에도 없는 가장 큰 발원을 담은 용장사지 삼층석탑을 우러러보며 대중들은 잠시나마 옛 선조들의 기상과 원을 마음속에 담았습니다.

용장사지 삼층석탑을 우러러보며 이 땅에 전쟁이 없기를, 평화통일을 이루기를 발원합니다.
▲ 용장사지 삼층석탑을 우러러보며 이 땅에 전쟁이 없기를, 평화통일을 이루기를 발원합니다.

어느새 평지 길로 접어들어 경애왕릉을 지날 때, 비가 내릴 때가 한참 지났음에도 오히려 햇빛이 비치는 것을 보고 일기예보가 맞지 않은 것이 더 없이 반가웠습니다.

삼릉에서 시작한 평지 산책길. 화려하게 핀 진달래가 우리를 반겨주었습니다.
▲ 삼릉에서 시작한 평지 산책길. 화려하게 핀 진달래가 우리를 반겨주었습니다.

진달래는 많이 보았지만 벚꽃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대중들의 이야기가 있어서 스님은 오릉에서 대릉원 방향으로 차량을 타고 둘러보자 하였습니다. 어제 스님이 미리 벚꽃 답사를 할 때는 아직 피지 않았는데 오늘 차를 타고 달려보니 하루 밤사이에 봉오리들이 열려가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대학생 경주 순례 때는 활짝 피겠다’ 하였습니다.

"벚꽃도 보고 싶어요"
▲ "벚꽃도 보고 싶어요"

차로 벚꽃길을 둘러보고 학교에서 점심 공양을 한 후, 목욕하기로 하였습니다. 스님은 손님이 방문하기로 하셔서 간단히 공양을 마치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였습니다.

대중들은 목욕을 다녀온 뒤 칼국수로 저녁을 먹었습니다. 뜨끈한 물에 몸을 씻고 뜨끈한 국물로 몸을 데우니 하루가 개운하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7시 40분, 다들 얼굴이 환하게 밝아져서 모였습니다. 스님과 문경과 서울 공동체 성원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지난 8차년도와 9차년도 문경과 서울의 대중대표단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대중대표단은 업무 외에 공동체의 일상생활을 관장하는 임원단으로서 공동체 생활의 원칙을 세우고 생활을 하면서 더 나은 모델을 만드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스님은 공동체 성원이 모인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습니다.

“정토회가 지금 어떤 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안에 들어와서 사는 사람들이 모르는 경우가 있어요. 내가 부엌에서 밥을 짓더라도, 사무실에서 일을 하더라도 우리가 무엇을 향해서 가고 있는지, 무엇에 필요한 일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두북에 와서 농사를 짓더라도 이런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한 부분임을 알아야 하지요. ‘내가 부엌에서 밥만 짓더라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렇게 이해가 되면 밥 짓는 데 충실할 수가 있습니다.

전쟁하는 것을 예로 들더라도 무기 들고 적진에 가서 싸우는 사람뿐만 아니라 그 사람을 위해서 후원하는 보급 부대원들이 있지요. 식량을 배달하고 밥을 짓고 화살과 활을 만들고 옷을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그 일 자체는 전투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일인 것 같지만 그들이 없으면 그 전투는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전투를 두려워해서 전투를 안 하거나, ‘내가 전투하려고 군대 왔지, 밥 지으려고 왔나’ 하며 후방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세상은 연기법으로 모든 것이 다 연기되어 있습니다. 바깥으로 나를 상징하고 알리는 얼굴만이 내 몸의 일부가 아니고. 보이지 않는 부분. 즉 옷에 가려서 보이지 않거나 한 번도 세상에서 중요하게 여겨주지 않으면서도 몸에서 없으면 안 되는 부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각자의 역할이 정토회 발전에 다 필요합니다. 또 세상의 변화와 발전에 다 필요합니다.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람들이 알아주면 좋아하고 그렇지 않으면 지루해 합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하거나 남들이 알아주는 것만을 하려고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불평하는 경우가 많지요. 그런 것을 극복하는 게 수행이지요. 절만 하는 것이 수행이 아니지요.

그래서 정토회는 늘 만일결사, 30년을 목표로 이루고자 하는 원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쉽게 말하자면 개인 행복이고 또 하나가 평화적 통일입니다. 굳이 나누면 하나는 수행해서 성불하자는 것이고, 또 다른 말로 하면 개개인들이 수행을 해서 행복해지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서 정토로 만드는 일입니다. 즉 사회 변화를 하는 일이지요......”

이렇게 스님을 모시고 말씀을 듣는 기회가 처음인 상근자들도, 공동체에 오래 살아 온 실무자들도 스님의 말씀이 허투루 들리지 않습니다.

스님은 1시간 가까이 ‘정토회의 사업 방향과 공동체 성원의 시각’에 대한 이야기를 한 후, 수행하면서 어려움이나 개인적으로 묻고 싶은 무엇이든 물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밤이 깊어지자, 스님은 산행하면서 피곤한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또, 내일 함께 탑곡 밭으로 가서 농사일을 해야 하므로 꽉 찬 오늘 일정을 마무리하도록 하였습니다.

내일은 모두 탑곡으로 가서 흙과 바람과 햇빛과 놀겠습니다.

전체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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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하시는 분들이라,봄산 소풍을 다니시면서도 기도를 하시는군요^^[ 그래서 각자의 역할이 정토회 발전에 다 필요합니다. 또 세상의 변화와 발전에 다 필요합니다 ] 거꾸로 계시는 부처님,얼른 일으켜 세워드렸으면 좋겠네요^^봄꽃처럼 참 고우신 님들..사랑합니다^^*

2017-04-04 02:04:36

저도 진달래가 보고 싶어져서 이번주말엔 산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이듭니다..

2017-04-03 19:33:08

진달래

활짝핀 진달래 처럼 통일 봄소식도 빨리왔으면 좋겠네요~^^

2017-04-03 19: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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