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 04. 03 백일출가생 남산 산책, 길벗 강연
글로 성공해서 돈 많이 벌고 싶은데...

아침 햇살이 화창하게 내리쬡니다. 예불과 아침기도를 끝내고 어둠이 걷히는 시간, 어제와는 달리 밝은 햇살이 그득합니다.
스님은

“날씨 조오타!”

하며 백일출가생들과 함께 남산 산책에 나설 준비를 하였습니다. 실무자들과 같은 ‘새갓골 - 용장골’ 코스로 갈지, 백일출가 행자님들이 연령도 젊고 인원도 적으니 ‘새갓골 - 삼릉골’로 갈지 잠깐 고민을 하다 ‘삼릉골은 가팔라서 다칠 수도 있겠다’ 하여 ‘새갓골 - 용장골’ 코스를 선택하였습니다.

스님은 새갓골 입구에서 오늘의 코스에 대하여 설명을 한 후, 백일출가 행자님 40여 명과 천천히 출발하였습니다.

“어제는 이슬을 머금어서 꽃봉오리가 처져 있더니 오늘은 햇빛을 받아서 꽃잎이 활짝 폈구나.”

초입에서부터 반기는 진달래를 보고 스님이 말하였습니다. 같은 장소지만 날씨에 따라 분위기가 사뭇 달라 ‘같지만 다름’을 느껴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진달래가 곳곳에 피어있는 산길을 행자님들이 조용히 걸어갔습니다. 간간히 수신기를 통해 스님이 안내멘트를 할 뿐, 아침 산길을 조용하게 걸어가는 행자님들이었습니다.

“다들 묵언 수행 중이신가 봐요.”

스님의 한 마디에 조용하게 걷던 행자님들이 다들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아기들이 새로운 공간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듯 행자님들도 남산과 진달래와 스님 등등 새로운 상황에 적응할 시간이 잠깐 필요했나봅니다.

오늘의 첫 번째 참배지, ‘넘어진 부처님’께 인사드리고 ‘열암곡 석불여래좌상’ 앞에서 석가모니불 염불하며 참배하였습니다. 참배 후, 스님은 앙련, 복련, 대좌, 기단, 광배 등 불상의 각 부위 명칭이 익숙하지 않아 안내문을 이해하기 쉽지 않은 행자님들을 위해서 하나하나 단어를 꼽아가며 설명하였습니다.

‘깔딱고개’라고 스님이 설명한 가파른 길을 넘어 평지길을 걸으니 정상이 드러났습니다. 소나무 숲 사이로 파란 하늘이 청명하게 보였습니다. 왼쪽에 고위산 정상을 바라보며 조금 걸으니 주변이 훤히 내려다 보였습니다. 바위를 바람막이 삼아 간식 시간을 잠깐 가지고 전망을 보려고 다 함께 바위 위로 올라갔습니다. 주변을 내려다보며 스님은 설명하였습니다.

탁 트인 정상에 올라 파란 하늘을 마주하여 단체 사진도 찍었습니다.

간식으로 배를 채우고 이제는 내리막을 조금 빠른 속도로 걸었습니다. 땀도 식고 배도 든든해서 빠르게 내딛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두 번째 참배지, ‘용장계 지곡 모전석탑’에 도착하였습니다. 전탑을 모방한 형식의 석탑인 이 탑의 특징을 스님이 기단부를 통해 설명하였습니다. 길을 잘못 들었던 실무자 사례가 있어서 행자님들은 미리 안내를 잘 듣고 움직여서 후발대를 기다릴 필요 없이 다 같이 참배하고 다음 코스로 출발하였습니다.

한껏 더 가벼워진 걸음으로 용장사지 삼층석탑을 우러러 보는 길목에 도착하였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큰 탑, 용장사지 삼층석탑을 우러러 보며 스님과 행자님들은 지극하게 ‘석가모니불’ 염불을 하였습니다. 염불을 마치자 스님은 행자님들에게 용장사지 삼층석탑과 삼륜대좌불, 마애여래좌상에 대한 설명을 차근차근 덧붙여 주었습니다.

골짜기마다 분명 어제보다 진달래가 더 활짝, 더 많이, 더 빛나게 피어 있었습니다. 설잠교를 건너자 행자님들이 탄성을 질렀습니다. ‘꽃 대궐’ 진달래를 본 것입니다. 어제보다 더 만발한 ‘꽃 대궐’에서 스님과 행자님, 법사님들이 즐겁게 사진을 찍었습니다.

용장골에서 내려와 삼릉에서 다시 평지 꽃 순례를 하였습니다. 용장계곡보다 더 많은 분홍빛이 풍성하게 보였습니다. 이골 저골 눈을 멀리 둘 필요 없이 화사한 분홍빛이 완연한 ‘봄’임을 알려주었습니다.

한껏 진달래 구경을 하고 돌아 내려와 ‘배리삼존석불’ 앞에서 참배하고 남산 산책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12시가 넘은 시간, 스님은 저녁에 서울에서 길벗 강연이 있어서 시간이 빠듯하였는데도 “벚꽃은 차를 타고 한 바퀴 둘러보는 것으로 하겠습니다.”하며 행자님들에게 진달래와 벚꽃의 즐거움을 끝까지 선물하였습니다. 대릉원, 천마총 등 길가의 벚꽃들이 눈이 부시게 피어나 있었습니다.

스님은 벚꽃 길 드라이브를 마치고 서둘러 준비하여 서울로 출발하였습니다. 1시 30분을 시작으로 네비게이션을 보니 도착시간이 저녁 6시 40분이었습니다. 퇴근시간 교통체증까지 생각하면 강연 시간에 늦을 수도 있었습니다. 휴게소도 들르지 않고 내달려서 저녁 5시 반에 서초동 정토회관에 도착하였습니다.

스님은 간단히 요기하고 여의도 길벗 강연 장소로 갔습니다.
길벗은 정토회 방송, 연예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마음공부 모임으로 해마다 어린이날, 동짓날에는 기아, 질병, 문맹 퇴치를 위한 JTS 거리모금을 10년 넘게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정토회 콘텐츠사업국 SNS팀의 기획과 길벗의 재능기부로 법륜 스님의 법문을 모티브로 짧은 드라마를 제작, 완성한 것을 공개하였습니다. 일반에게는 아직 미공개인데 4월 중 카카오플러스친구 ‘법륜 스님의 행복톡’으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하였습니다.

강연장에서만 공개된 짧은 드라마
▲ 강연장에서만 공개된 짧은 드라마

오늘은 네 명의 질문자와 스님의 대화가 있었습니다. 그 중에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아 성공하고 싶다는 남자분과 스님의 대화를 실어봅니다.

“저는 글을 써서 먹고살려는 사람인데요, 요즘 ‘꼭 성공하고 싶다. 돈을 많이 벌어서 좋은 집에 살고, 좋은 차를 타고 싶다’는 생각에 고민이 많습니다. 제가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아니까 성공에 대한 부담감이나 걱정도 하늘을 찌릅니다. 그래서 글을 썼을 때 제 마음에 들지 않거나 기대에 못 미치는 작품이 나오면 많이 힘들어요. 저처럼 마음이 불안하고 힘들 때 명상이 도움이 된다고 들었습니다. 저와 같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명상법 좀 가르쳐주세요.”

“그런 병에는 명상이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모두 웃음)

사람들은 ‘돈이 많이 있으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라고 생각하지만 돈이 없고, 또 ‘인기가 많아지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라고 생각하지만 인기도 없으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 이 나라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지만 대통령이 아니란 말이에요. 이렇게 ‘내가 돈이 없다, 인기가 없다,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한탄하는 병에는 치료약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야구선수라면 타율을 높이고, 축구선수라면 골을 많이 넣어서 인기를 얻게 되면 좋겠지요. 그런데 연습 없이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겠어요? 또 연습만 한다고 될 게 아니고, 나름대로 재능도 있어야겠지요? 다시 말해서, 재능도 어느 정도 있고, 연습도 열심히 해야 좋은 결과를 낳아서 인기도 얻게 되겠지요. 그런 것처럼, 좋은 작가가 되려면 재능도 있어야 되고, 연습도 해야겠지요. 억지로 만든 글은 오래 못 갑니다. 누가 억지로 만든 걸 읽고 싶겠어요? ‘인기작가가 되겠다’고 작품을 써서 인기작가가 되는 사람은 100명 중에 1명도 안 될 거예요. 살면서 ‘쓰고 싶다’는 마음이 충만할 때, 자신의 경험을 표현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 읽고 감동을 해서 비로소 ‘대문호’라는 호칭을 얻게 되는 거지요.

질문자는 어떤 삶을 살았어요? 어떤 삶을 살았기에 질문자가 자기 삶에서 경험한 걸 표현했을 때 사람들이 읽고 감동을 받을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제 삶의 어떤 부분, 즉 제가 고생한 얘기 등을 읽으면 여러분들이 감동받을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질문자는 어떤 삶을, 얼마나 살았기에 자기 머리에서 짜낸 경험과 지식을 이 세상에 내놓겠다는 거예요? 이 바쁜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 그걸 읽고 감동할 일이, 그래서 질문자가 대박을 터뜨릴 일이 있을까요? 저는 그건 불가능하다, 허황된 꿈에 불과하다고 봐요. 제가 이렇게까지 모질게 얘기해서 죄송합니다만, 질문자처럼 ‘좋은 작가가 되고 싶다’ 하는 것은 좋은 작가가 되는 길이 아닙니다. ‘좋은 작가’를 목표로 삼되,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되느냐’가 핵심이지요. 그러니까 질문자가 ‘좋은 작가’를 목표로 삼았을 때 제일 먼저 스스로에게 ‘왜? 왜 좋은 작가가 되고 싶은 거냐?’라고 물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질문자가 얘기하는 것을 들어보니 질문자는

‘좋은 작가가 되고 싶다. 왜?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좋은 운동선수가 되고 싶다. 왜?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좋은 가수가 되고 싶다. 왜?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좋은 의사가 되고 싶다. 왜?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라는 거잖아요. 좋은 의사가 돈을 많이 버는 건 맞지요. 그런데 좋은 의사가 되고 싶은 이유가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라면 그건 안 맞는 것이고, ‘불치병을 연구해서 완치율을 높이겠다’는 게 목표가 되어야 맞지요. 그 결과로 돈은 벌릴 수도 있고, 안 벌릴 수도 있는 거고요. 또 좋은 운동선수가 되겠다고 할 때는 ‘세계신기록을 세워보겠다’는 게 목표가 되어야 맞지요. 그것이 반드시 많은 돈을 버는 것과 일치하는 건 아니겠지만 돈을 많이 벌 확률이 높아지는 건 맞지요. 그래서 이 ‘왜?’라는 질문을 먼저 해야 됩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사업을 할 생각이라면 ‘돈을 많이 벌겠다’는 걸 목표로 삼는 게 맞아요. 그런데 작가, 의사, 운동선수 같은 직업의 목표가 돈이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나는 좋은 작가가 되고 싶다. 왜? 내가 가진 이런 경험, 이런 생각을 세상 사람들과 공유함으로써 그들이 더 행복해지고, 더 자유로워지고, 더 보람된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질문자가 좋은 작가를 꿈꾼다면 이 정도 목표는 가져야지요. 저는 제가 가진 이런 원리나 경험을 여러분들도 알게 된다면 여러분들 인생이 좀 더 행복할 수 있겠다 싶어서 지금 이렇게 여러분들 질문에 대답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제가 옛날에 읽은 경전이나 제가 직접 경험한 얘기를 기초로 여러분과 대화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자신감을 갖고 ‘제가 경험해 보니 이렇게 생각하면, 이렇게 대응하면, 이런 관점을 가지면 똑같은 조건에서도 훨씬 삶이 자유로워지고, 행복해지고, 편안해진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한번 해 봐라’라고 얘기할 수 있는 거예요. 왜? 제가 먹어보고 나은 약이니까요. 그랬을 때 전달효과도 생기는 거예요. 반드시 그런 건 아니지만요.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니까 제가 먹어서 나았다고 남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어요.

자, 질문자가 좋은 작가가 되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첫째, ‘세상 사람들이 이걸 알면 얼마나 감동할까? 얼마나 행복해할까?’ 이런 게 질문자에게 있느냐는 겁니다. 없는데 그걸 어떻게 전해서 세상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겠어요?
둘째, 질문자에게 그런 게 있다하더라도, 표현이 잘 안 됩디다. 2, 30대 때에는 제가 아무리 열심히 뛰어다니며 얘기해도 사람들이 귀담아 듣질 않는 거예요. ‘네가 뭘 아느냐?’는 거지요. 사람들은 ‘네가 결혼을 해 봤냐, 자식을 길러봤냐? 학교는 어디까지 나왔냐? 경력이 얼마나 되냐? 무슨 근거로 널 믿느냐?’라는 의식이 있는 거예요. 즉, 나이가 제일 큰 약점이었고, 제 경험을 문제 삼는 게 그 다음 약점이었고, 셋째는 지금도 듣는 얘기인데, 제가 통일 얘기를 하면 사람들은 ‘네가 뭘 아느냐? 네가 통일을 전공했냐? 네가 북한학 박사냐? 네가 공무원해 봤냐?’, 즉 ‘경험해 봤냐?’ 이거예요. 한국은 이게 더 강합니다.

그런데 질문자의 마음은 ‘쓰지 않으려야 안 쓸 수 없는, 꼭 전하고 싶은 것’으로 충만하지도 않고, 이제 2, 30대 초반이라 경력도 많지 않은데, 어떻게 벌써 대박을 터트릴 생각을 하며, 떼돈은 벌어서 뭘 하겠다는 거예요? 그건 야망이나 꿈이 아니라 욕심입니다. 질문자는 먼저 자기 삶에 충만한 게 있어야 해요. 남 얘기하지 말고, 자기 삶에서 충만한 게 있어야 해요. 공상이 충만하든, 어떤 경험들로 충만하든. ‘사람들이 이걸 알면 얼마나 행복할까?’ 싶은 것, 자기가 정말 좋아서 ‘다른 사람들도 다 같이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싶은 것이 충만한 것, 이게 제일 필요합니다. 다음으로, 그것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문장력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시절인연이 도래해야 돼요. 질문자가 말하려는 것과 사람들의 요구가 딱 맞아떨어져야 돼요. 겨울에 아무리 씨앗을 뿌려봐야 싹이 트지 않는데, 봄이라는 계절과 딱 맞아떨어지면 싹이 트듯이, 그런 조건, 시절인연이 갖춰져야 됩니다.

이렇게 세 가지가 잘 갖춰져야 좋은 작가가 되는 것이고 그 결과로 돈도 버는 것이지, 돈을 벌기 위해서 좋은 작가가 되고 싶다는 건 맞지가 않습니다. 너무 노골적으로 얘기해서 미안합니다.(모두 웃음)”

“스님, 저도 그런 점에 대해서는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집에서 혼자 글을 쓰려면 많이 힘이 드는데, 그마저도 안 써지면 미치겠습니다.”

“글이 안 써지면 안 쓰면 되잖아요.”

“그런데 ‘글쓰기로 먹고살겠다. 글쓰기를 업으로 삼겠다’는 마음을 먹고 난 뒤부터는 펜을 놓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버티긴 버텨야겠는데, 혹시 명상이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모두 웃음)”

“명상이 아무 도움이 안 된다니까요.”

“도움이 안 됩니까?(모두 웃음)”

“질문자가 굳이 명상을 하겠다면, 명상은 질문자가 글을 잘 쓰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게 아니고, ‘내가 글을 써서 평생 먹고 살아야 되겠다. 그러려면 유명한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버리는데 도움이 될 거예요.”

“예, 저도 그런 생각을 버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그냥 글 쓰는 그 자체가 좋아서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저에게 그런 마음도 있는데, 일단 밥벌이가 급하다 보니까요...”

“질문자는 ‘글쓰기로 밥벌이 하겠다’고만 하지 말고, ‘글을 써서 밥벌이가 되면 하고, 안 되면 다른 것으로 밥벌이를 하면서 글을 쓰겠다’는 관점을 가져보세요.
제가 정토회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법문만 해서는 밥벌이가 안됐어요. 아까 얘기했듯이, 나이 젊지, 머리 길렀지, 게다가 ‘복 빌라’고 하지 않지, 그러니 아무도 제 법문에 관심이 없었어요.
그래도 전단지에는 ‘여기 새로운 불교, 새로운 인생의 길이 있다!(모두 웃음) 답답하고 괴로운 자여, 이리로 오라!(모두 웃음)’라고 써서 몇 천 장을 열심히 돌렸는데도 방문자가 10명도 안 됐어요. 그런데 그 10명마저도 작고, 꾀죄죄한 빌딩의 4층 꼭대기에 있는 사무실에 와보고는 다시는 안 왔어요. 그 건물 1층은 식당, 2층은 다방, 3층은 당구장이었고 그 위, 4층에 있는 손바닥만 한 공간, 아무 장식도 되어있지 않은 사무실을 보고 가서 다시는 안 왔어요. 게다가 삐쩍 마른 젊은이가 꾀죄죄한 옷을 입고 있으니까 더 말할 것도 없었지요.

그래도 야심차게(모두 웃음) 3개월 프로그램을 개강했는데, 개강한 날 3명 왔어요. 그런데 다음 주 두 번째 강의에는 1명만 왔어요.(모두 웃음) 그 1명을 데리고 석 달을 진행했어요. 그리고는 또 전단지를 돌렸어요. 그랬더니 또 10명쯤 왔다가 가더니 3, 4명만 다시 왔어요. 그런데 이때 석 달을 함께 했던 그 1명이 친구 3명을 데리고 왔어요. 그 3명에 광고를 보고 온 3명을 합해서 6명이 함께 하게 된 거예요. 그렇게 시작한 게 점점 늘어서 몇 십 년 만에 현재의 정토회가 된 거예요.

당시에 그 사람들만으로는 사무실을 유지할 수가 없었어요. 그들에게 수업참가비 3만 원 받은 것 외에 더 받은 게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아르바이트로 학원에서 수학선생을 했어요. 그러니까 당시에 저는 진리와 전혀 관계없는 수학선생을 해서 먹고살면서 사무실 임대료도 내고, 당시 함께 했던 대학생 2명의 생활비도 냈어요. 그렇게 4년쯤 하니까 사람들이 조금 모여서, 드디어 사람들이 내는 보시금으로 사무실이 운영될 때쯤 제가 학원을 그만뒀어요.

‘내가 포교해서 먹고 살아야겠다’ 한다고 해서 먹고살 길이 열리는 건 아니지요. 그러니 질문자도 ‘글 써서 먹고 살아야겠다’고 목표를 정했다 하더라도 지금은 그것으로는 못 먹고 사니까, 슈퍼마켓에 가서 물건을 나르든지 막노동이라도 해야 된다는 거예요. 막노동을 하는 게 글 쓰는 일과 무관한, 쓸데없는 시간낭비냐면, 그건 아니에요. 막노동하면서 사장한테 잘려도 보는 등 수모를 당하는 경험이 훌륭한 작품의 소재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게 경험한 에피소드를 작품화하는 게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삶을 경험해 내는 것, 삶을 단순히 괴롭고 힘들어 하면서 경험하는 게 아니라 연구하는 관점으로 경험하는 것, 그것이 작품의 원천이 되지, 혼자 방안에서 기교적으로만 글을 쓰면 성공하기가 어렵습니다.

요즘은 사람들이 남의 얘기를 별로 듣고 싶어 하지 않고, 주로 자기 얘기를 하고 싶어 하는 시대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유명한 사람의 강연보다도 평범한 사람이 자기 얘기를 작은 영상으로라도 만들어서 전하는 게 더 대중들에게 호응을 얻는 거예요. 불교도 예전에는 일방적으로 설법을 했는데, 저는 여러분들의 얘기를 듣고 제 얘기를 하는 식으로 하고 있잖아요. 사실 여러분들의 얘기를 듣고 제가 얘기하는, 이런 방식도 좀 시대에 뒤떨어진 방식이에요. 앞으로는 제 얘기보다 여러분들의 얘기가 더 비중이 늘어나야 해요.

제가 얘기하는 것보다는 여러분과 같은 평범한 분들이 이 앞으로 나와서, 남편과 싸우며 살다가 스님 얘기를 들은 후부터는 어떻게 관점을 바꿔서 이제는 남편과 사이가 좋아졌다는, 그런 얘기를 하면 아마 방청석에서 조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을 거예요. 제가 들을 땐 나와서 하는 얘기가 다 똑같은 얘기 같은데, 방청석에서는 막 좋아하는 거예요. 나와서 말씀하시는 분들은 잘 안 된 얘기, 실패한 얘기를 많이 하거든요. 사람들은 그런 얘기를 더 좋아해요. 스님 얘기는 들었을 때 ‘아, 그러면 되겠다’ 싶지만 잘 안 되기 때문에 공감은 안 되는데, 해 봤지만 실패한 얘기는 공감이 가니까 웃으면서 좋아하는 거예요. 그런데 실패사례를 얘기해도 듣는 사람들은 아무도 그분이 실패했다고 생각 안 합니다. 왜냐하면 듣는 자기도 다를 게 없으니까요, 인생이라는 게 안 되는 일이 다반사이니까요.

이렇게 시대가 바뀌듯이, 작품도 바뀌어야 해요. 세상 사람들 모두 다 자기가 주인공이고자 하는 시대로 지금 바뀌어가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까지는 제 역할이 ‘네가 네 인생의 주인이다,’라고 말해 주는 것이었는데, 앞으로는 여러분들 스스로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지!’ 하면서 이 앞으로 나와서 말하는 시절로 바뀌어 가야 합니다.
질문자는 아직 젊잖아요. 그래서 아직 기회가 있잖아요. 오늘, 질문 참 잘했어요. 돈을 벌겠다느니 하면서 고민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그 생각은 탁 버리고 삶의 경험을 계속, 많이 축적하세요. 단, 유명해지기 위해서 유명한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 안 됩니다. 명작들을 읽다보면 그 작품만의 특징이 있잖아요. 깊이 있는 메시지가 담긴 작품도 있고, 기교적인 문장이 빼어난 작품도 있지요. 그런 걸 다 흉내 내려고 하면 안 됩니다. 장점만 뽑아서 섞어놓으면 훌륭할 것 같지만 안 그래요. 빨강색, 파란색, 노란색이 예쁘다고 다 섞어버리면 검정색이 되는 것처럼, 다른 이의 작품의 장점만 뽑아서 섞어놓으면 오히려 무색무취한 작품이 되기가 쉬워요. 그러니까 자기 색깔을 갖는 게 필요합니다. 다른 이의 장점은 참고만 해야지, 무조건 다 가져다 쓰려는 것도 욕심이에요. 요즘 꽃 한 줄기에 여러 색깔의 꽃송이가 달린 유전자 조작한 인공 꽃, 본 적 있지요?

“(청중들) 예.”

“그런 꽃은 어떻게 보면 예쁘지만 또 어떻게 보면 어때요?”

“(한 청중) 좀 식상해요.”

“예. 그러니까 너무 좋은 것만 취하려는 것도 좋지 않고, 좋은 것은 그냥 참고만 하고, 질문자는 질문자의 색깔을 가져야 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명상은 들뜬 생각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는데, 들뜬 생각을 막상 가라앉혀놓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니에요. 명상의 최고 도달점이 뭔지 아세요? 인생이 별 거 아니라는 것을 자각하는 거예요. ‘인간이란 그냥 길거리에 핀 한 포기의 풀 같고, 산에서 뛰어노는 다람쥐 같은 거다. 그래서 인생도 별 게 아니다. 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걸 자각하게 될 때 우리는 관념의 세계에서 벗어나서 ‘한 존재’로 돌아오는 거예요. 그래서 ‘명상을 해서 뭘 얻겠다’는 건 명상이 아니에요. 명상은 우리의 들뜬 생각을 다 버리는 것, 내려놓는 거예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명상도 욕심으로 하느라 ‘명상을 잘해야지! 명상하면 글 잘 써진다더라. 명상하면 영감이 저절로 떠오른 다더라.’ 이렇게 하면 그건 앉아만 있을 뿐 명상과는 정반대의 길로 가는 거예요.”

어떤 일을 할 때 ‘왜 하는가, 자신에게 물어 볼 일’이라는 스님의 말씀이 마음에 새겨지는 대화였습니다. 생각으로는 의미 있는 꿈과 이상을 가지고 있다고 스스로도 착각하고 살고 있는 순간이 많은데 솔직히 살펴보자면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바람일 때가 많은 우리들의 모습을 되돌아봐졌습니다.

질문하신 남자 분도 솔직하게 질문해주어 다른 여러 사람에게도 물음표를 안겨주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돌아와 스님은 다시 밀린 원고와 업무를 처리하였습니다. 밤늦도록 스님 방에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임혜진 손명희 정란희 조태준

전체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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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

스님. 항상 좋은말씀으로 깨우쳐주셔서 감사합니다.
법문을 글로 읽어볼 수 있도록 올려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2017-09-05 10:53:21

무량광

욕심을 버리라는 말씀으로 들리네요
내가 별게 아니라는걸 자각하면 괴로웠던 것들이 좀 편해질거 같네요

2017-09-04 08:53:03

연꽃

법륜 스님 즉문즉설만 읽어도 최고의 글입니다.

2017-04-26 18: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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